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92
권무진의 등에 업혀 동굴을 빠져나온 적무성은 말을 잃었다. 그저 입을 쩍 벌린 채 눈앞에 드러난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높고 높게 쌓아 올린 무황성의 흔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저기 웅장하게 지어져 있던 전각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멀쩡한 적무성의 거처를 지나며 보이는 밖 풍경은, 그야말로 아연실색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한때 마교가 반파된 것은 일도 아니다.
무황성은 그야말로 복구 불가능의 피해를 입었다.
그 허탈함에 질끈 눈을 감으며 제발 이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금 눈을 떠도 주변 풍경은 더 처참해지면 처참해졌지 결코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이고야…… 아주 지랄발광을 해 놨구나.”
“다, 단 공자…… 지나쳤어요…….”
사도학이 혀를 내두르고 남궁소혜가 미간을 움켜쥐었다. 적무성을 찾으러 갈 때보다 더한 풍경에 골이 다 아팠던 것이다.
더욱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그들 역시 집어삼켜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허허허- 일단 나가세나. 여기 있어 봐야 소용도 없을 테니.”
“그래, 임마. 신경 쓰면 지는 거다. 더군다나 네놈을 그리 만든 놈들 아니더냐? 더는 붙잡지 마라.”
들려오는 말에 적무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경을 쓰든가 붙잡는다든가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무황성이라는 곳은 그가 어려서부터 자라고 활동해 왔던 곳으로, 반평생이 넘는 인생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이 부서지고 무너지며 타오르고 있다.
어찌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권형태와 다른 장로들의 배신을 알았을 때도, 그놈들에게 화가 난 것이지 딱히 무황성을 향해 복수의 칼을 들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이제는 어디를 어떻게 돌아보아도, 이곳이 사파의 성지인 무황성이라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다, 단 가주는…… 내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인가?”
“원한은 무슨……. 천지교 잡으려고 뒤집어 놨겠지. 어차피 부서질 거.”
“처…… 천지교?”
“그래, 아마도 지금쯤 거기 있을 거다.”
사도학은 입맛을 다시며 안타까워했다.
적무성의 일만 아니었다면 그 역시 단우현의 뒤를 따랐을 것이다. 놈들은 틀림없이 몰려들어 올 것이니만큼, 하나하나 때려잡는 재미 역시 좋지 않은가?
그 모든 것을 단우현 혼자 하게 생겼으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남궁천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그렇다고 권무진과 남궁소혜만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콰쾅-!
“아주 날아다니는구만…….”
“허허- 오랜만에 푸는 몸이니 좋을 수밖에.”
이내 들려오는 커다란 울림에 사도학과 남궁천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클 테지만 참는 것은, 적무성의 상태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어서 나가죠. 불길이 더 거세지기 전에…….”
그때 남궁소혜가 힐끗 소리가 난 쪽을 잠시 바라보다 서둘러 말을 건넸다.
* * *
우와아아아아-!
광적인 교도들.
이 광경을 본 이들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만은 넘어 보이는 교도들이 칼을 쥐고 무황성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필시 사파무림을 구하기 위함인데, 기이하게도 함성을 내지르며 내달리는 교도들의 모습은, 마치 사파무림을 집어삼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저…… 저건 뭐야?!”
“천지교 아닌가?! 저들이 왜!”
또한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사파인들 역시 당황을 금치 못했다. 기이한 이들에게 습격을 받아 무황성이 무너지고 짓밟혔건만 기다렸다는 듯이 천지교 무리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수십 혹은 수백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엄청난 물량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만큼, 누가 봐도 위협적이라고밖에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도와주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 막아!?”
“도망쳐야지, 바보야! 저 수를 누가 감당해!?”
“아, 아니 그래도!”
본디, 이들을 통솔했어야 할 적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권형태가 나섰어야 했는데, 순식간에 주검이 되어 버린 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단우현을 피해 도망을 친 그들이기에 천지교를 뚫고 정면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단우현이 있는 뒤로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그 상황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많군.”
단우현은 휘적휘적, 기겁하는 사파인들을 무시하며 걸었다. 어느 누구도 그를 향해 검을 뻗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마냥, 주위 사람들에게 단 일 할의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시선은 정면
달려드는 천지교인들이다.
“천지교에 영광을!”
“교주께 영광을!”
이런저런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있다.
어찌나 많은지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들이 한 번 주위를 휩쓸고 지나간다면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광분하는 그들의 모습은, 누구의 명령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보였다. 웅축되어 있던 힘을 터트린 사람들마냥 그저 자신들의 기개와 투지, 그리고 천대받던 천지교의 위상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이들처럼 보였다.
그 광경에 단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재미있는 것들이로군.”
그런 말을 하며 만에 달하는 적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그들과 거리가 좁혀지고 이내 겹치는 그 순간.
서거걱-!
뿌려진 단우현의 검이 원을 그렸다.
동시에 곁에 있던 서넛의 몸이 베이며 나가떨어졌고, 그럼에도 단우현은 멈추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콰쾅-!
단순히 검을 내리찍는 동작임에도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주변이 폭발하고 그곳에 있던 이들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다.
또 사방으로 날아가는 파편들이 암기처럼 몸에 박혀 버리니 삽시간 수십 명이 시신이 되어 이승과 작별을 고했다.
“누…… 누? 컥!”
“뭐, 뭐야. 이, 인…… 크악!”
쾅쾅-!
기세등등하게 달리던 천지교인의 모습은, 삽시간에 바뀌며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 있던 이들이 박살이 나는 꼴을 눈에 새겼고, 그 중심에는 고작 한 사람이 있었으니까.
이걸 믿어야 하는가?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단우현은 검은 결코 멈추지 않았으니까.
그의 검에는 자비가 없다.
그저 베고 또 베며 눈앞의 적을 말살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찰나의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십여 명의 몸과 목이 떨어져 나갔고, 눈을 감았다 뜨면 앞에 있던 동료의 몸에서 피 분수가 치솟아 올랐다.
일만에 달하는 천지교인들의 발길은, 단우현 앞에 멈춰 선 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촤아악-!
이윽고 뻗어진 단우현의 검에서 바람이 흘렀다.
그것은 주위로 퍼져 나가며 잠식하는 듯했다.
십여 장 이상 뻗어 나간 바람을 느끼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느닷없이 자신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면서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촤아아악!
그 바람이 끝을 맺는 것과 동시에 십여 장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피 분수를 뿜어내며 주저앉았다. 그 어떤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기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을지인데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끄…… 끄어억……!”
“이…… 이게 뭐야……. 대, 대체 이게 뭐냐고!?”
“으아아악!”
처음 앞에서만 사람이 죽어 나갔을 때는 당혹감만 깃들었다. 고작해야 한 사람이고, 자신들은 만에 달했으며 또 천지교 내에서도 본교를 지키는 정예 중 정예들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인가?
단우현과 부딪치기 시작한 지 고작해야 일다경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죽은 이의 수는 벌써 백이 넘어갔으며 누구도 단우현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간 이들이 없었다. 오롯이 그의 앞에 막힌 채 시체가 되고 있었다.
* * *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가장 후미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육철완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눈에 새겼다. 고작 한 사람을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교도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육철완은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썼다.
귀로 들었음에도 믿지 못할 이야기일 것이 분명한데, 그것을 실제 눈으로 보았음에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설령 오황이 저 자리에 있었다 한들 저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아무리 강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떼로 덤벼드는 것에는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사람이라면 지칠 수밖에 없고, 내공 역시 무한하지 않다.
그런데, 저 사내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끄아아악!”
“살려 줘…… 사, 컥?!”
죽어 나간다.
일검에 수 명씩, 혹은 수십 명씩.
순식간에 그 사내 주변으로는 시체가 가득 쌓이기 시작하였고, 벌써 그 수를 헤아려 본다면 일이백은 가볍게 넘어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도, 눈을 깜빡이고 있는 그 순간에도, 상황을 바라보며 말을 뱉는 그 찰나에도, 천지교도들의 시신은 계속해서 쌓여만 갔다.
“교주! 제가 가겠습니다!”
그때 백만량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그의 강함을 눈에 새기기는 했으나, 이미 많은 이들을 죽였고 내공 역시 상당히 소모했을 터.
그 순간을 잘만 노린다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란 자부심이 있었다.
“할…… 수 있겠느냐?”
“맡겨만 주십쇼! 교주께 배운 이 무공으로 저놈을 가루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백만량은 자신이 있었다.
교주에게서 하사받은 무공으로 몸을 단련하였고, 천지교 최강자가 되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으니만큼, 그가 자신감을 가질 만한 근거는 충분했다.
육철완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가?
잠시 생각을 하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백만량은 히죽 웃음을 지으며 황도진을 바라봤다.
교주의 왼팔과 오른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
만약, 이 자리에서 백만량이 임무에 성공하고 돌아간다면 교주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이며 황도진의 영향력조차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백만량이 몸을 날렸다.
“비키거라-!”
수많은 교도를 물리치며 그야말로 쏜 살과도 같은 속도로 단우현과 거리를 좁혔다. 입 밖으로 외치는 우람찬 소리 역시, 그의 자신감을 증명시키는 한 마디였다.
“백만량 님이시다!”
“저, 저분이 나서 주신다면 분명!”
“우와아아!”
순간, 사기가 들끓었다.
계속되는 단우현의 한 수에 사기가 꺾여 나갔던 그들이었으나, 백만량의 등장은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다 준다는 의미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우람찬 함성이 들리며 백만량 역시 호연지기가 들끓었다. 이 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황도진 따위와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이윽고, 단우현의 앞에 다가서며 주먹을 쥐었다.
엄청난 내공이 깃든 주먹이다.
지켜보는 이들마저도 그 힘과 백만량의 기세가 느껴지는지 눈을 부릅뜰 정도다. 어느 누구도 저것에 맞고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내 더욱 강하게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단우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영광으로 알거라! 이 백만량 님께서 직저…… 컥?!”
서걱-!
그리고 순간.
기이한 빛이 그의 몸을 스치는 순간, 백만량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엄청난 피와 함께 장기를 쏟아 내며 바닥으로 처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