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96
“자, 이거 먹어.”
“고마워요, 언니!”
늦은 저녁 도란도란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단소미의 곁에는, 장삼태의 두 딸이 앉아 연신 맛난 것들을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장삼태를 찾으러 갔던 매향이, 식사 시간이 되자 돌아와 단소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는 다시금 밖을 나간 것이다.
밥이라도 먹으라고 이야기했으나,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나가 버린 채 소식이 없다. 하여, 두 아이를 챙기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단소미와 남궁소혜의 역할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놈은 제 애들 안 돌보고 어디를 간 거야?”
그때 사도학이 무언가 불편한지 인상을 쓰며 주변을 둘러봤다. 매향을 보고 기겁을 하며 뛰쳐나간 장삼태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귀찮은 적무성의 수발을 들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 녀석 성격에 상황을 이리 만든 천지교인, 그것도 신녀와 사천황 중 한 명이 수발을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방에 있는 온갖 집기로 금지란과 진태공을 두들겨 패 죽일 테니까.
괜히 사파의 우두머리가 아니다.
“곧 돌아올 거다. 식사나 하거라.”
“에이! 못난 놈 같으니. 그냥 무릎 꿇고 싹싹 빌면 될 것을……. 쯧쯧.”
“허허- 그러게 왜 말없이 나와서 이 사달을 만든 건지.”
남궁천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이까지 있는 놈이 그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집을 나왔으니 고개를 땅에 처박고 싹싹 비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 아저씨가 따라오지 않았다면…… 저희는 엄청 불편했을걸요?”
“틀린 말은 아니구나.”
뒤이어 단소미가 장삼태를 두둔하듯 이야기를 하자 곁에 있단 단우현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순간, 사람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치켜떠 졌는데, 단소미는 그렇다 치더라도 단우현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왜 그러나?”
“단 공자…… 맞아요? 사람이 바뀐 거 같은데?”
남궁소혜가 당황한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말을 오늘 여러 번 한다. 이게 단우현이 맞는가 싶어 손을 뻗어 볼을 꼬집어 당겨 보려 했으나, 그가 뻗은 손을 슥 피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냥 확인해 보려 했어요. 누가…… 인피면구라도 쓰고 있는 거 아닌가 해서…….”
“그래 보이나?”
“네.”
“…….”
“…….”
단우현이 짧은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물었다.
다시금 젓가락질을 하며 식사를 시작하였는데, 그런데도 남궁소혜의 시선은 여전히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닳겠다, 닳겠어. 그만 쳐다봐라.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밥상머리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
“누…… 누가 뭘 했다고 그래요?”
뒤이어 들려오는 사도학의 말에 남궁소혜가 한껏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밥맛조차 떨어진 것인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광경에 남궁천이 너털너털 웃음을 터트렸고, 사도학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적 할아버지는 괜찮으세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함인가?
단소미가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얹어 주며 가볍게 물었다. 기실 오랜만에 보는 적무성인지라 지금이라도 달려가 그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은 심정이 가득한데, 기력조차 없는 그에게 민폐를 끼칠까 두려워 확인을 해 보지 못했다.
하여, 단소미의 얼굴에는 걱정 근심이 가득했다.
“기력이 많이 쇠했더구나.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하니……. 허허…… 지금 많이 힘들어할 테니 힘이 되어 주거라.”
“네, 걱정 마세요. 죽이라도 챙겨 드려야 할까요?”
“아까 대충 먹고 지금은 자고 있을 거다. 미친놈…… 그러게 우리처럼 빨리빨리 내려왔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사도학은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투덜거렸다. 기실 남궁천이 팔을 잃었을 때도 그 나름 속이 상했건만 적무성은 그 이상 가는 일을 겪지 않았는가.
눈앞에서 모든 것을 빼앗겼고, 또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남궁천 때야 정파가 반으로 갈라지는 것으로 끝이 났고, 마교는 많이 부서지긴 했으나 그것을 고치는 수준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적무성은 말 그대로 다 잃었다.
이제, 무황성이란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때 사도학이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 뭐냐…… 독에 당했다더구나.”
“……그렇군.”
“혈도가 다 막혔데.”
“그래.”
“…….”
순간, 사도학이 있는 대로 인상을 썼다.
말을 하는데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놈이다.
하여, 직설적으로 말을 건넸다.
“고칠 수 있냐고!”
“어렵지 않다.”
“그럼 빨리 말해, 이놈아! 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거야?!”
순간, 울화가 치솟은 사도학이 소리를 지르자 단우현은 힐끗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내 피식 웃음을 짓는 것이, 그 딴에는 장난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광경에 사도학과 남궁천이 얼이 빠졌다.
어쩌면 남궁소혜의 말이 맞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단소미가 짝 손뼉을 쳤다.
“정말 다행이네요! 전 큰일 나는 줄 알았다니까요.”
포옥 한숨을 내쉰 단소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객잔으로 돌아오는 도중 여기저기 소란이 일었다. 수많은 사람이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기 바빴고, 시퍼렇게 안색이 질린 저잣거리 사람들은, 재빠르게 물품을 챙겨 집으로 도망을 쳤다.
성도 전체가 들썩였다.
심지어, 포졸들이 토악질하며 무언가를 실어 나르기 바빴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기에 적무성이 그런 상황에 말려들어 크게 다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허허- 큰일은 무슨. 아무 일도 없었단다.”
“동네 왈패들이 패싸움이라도 했나 보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며 밥을 먹고 있는 두 사람.
금지란과 진태공은 미칠 지경이었다.
“…….”
“으음…….”
바깥에서 난리가 난 통에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객잔에는 오로지 이들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조금은 긴장을 풀어도 괜찮을 듯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먹는 둥 마는 둥,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제대로 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객잔 안의 분위기만 보면 바깥은 일은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나, 정작 이 모든 일에 발단과 원흉은 이들이지 않은가?
바로, 하루 전까지만 해도 수백 명을 가볍게 죽이고 짓밟고 농락하던 이들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을 저승으로 보내고도 어찌 저리 밥을 쉽게 넘기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그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는 탓에 제대로 밥조차 먹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두 사람처럼 말이다.
두 사람은 단소미와 함께 객잔으로 돌아오며 보았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관아의 사람들이 수레를 끌고 죽은 이들을 몇 겹씩 겹쳐 쌓아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 행렬이 끝이 없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는지 쉽게 떠올릴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밥이 들어가겠는가?
이들의 정신 상태에 경의를 표해야 할 지경이었다.
“어서 돌아왔으면…….”
“크큼. 가, 같은 생각입니다.”
금지란과 진태공은 그러한 긴장감 속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자신들을 몰아치며 노예 부리듯 하던 장삼태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워졌다.
그가 조금 까칠하기는 하지만 저들만큼 무자비하지는 않지 않은가.
아마도 이곳에 있는 이 중 가장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여, 조금이라도 빨리 그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 * *
장삼태는 어두운 골목 안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웃음을 지었다. 끼니조차 챙기지 않고 하루 종일 앉아 있었더니 배에서는 천둥이 치고 있었지만 딱히 무언가를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망할…….”
저도 모르게 욕을 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 그런 곳에 매향이 있다니?
심지어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까지 왜 왔단 말인가.
그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고생을 결심한 매향의 마음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면 누가 안 들어간대?
왜 좋은 집 놔두고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단 말인가.
“하아…….”
“한숨 쉬면 답 나와?”
“히익?!”
이윽고 들려오는 소리에 장삼태가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팔짱을 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매향의 모습이 보였다.
어찌나 눈빛이 살벌하던지 사람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
“너…… 너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미쳤어?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그렇게 걱정되는 사람이 도망을 가?”
“아니…… 도망간 게 아니라 그냥 놀라서…….”
“…….”
지그시 쳐다보는 시선에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혹시 빨랫방망이로 두들겨 패려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 보았으나, 다행히도 그러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참- 연락도 없이 뛰쳐나가고 참 잘하는 짓이다. 말이라도 했으면 누가 허락 안 해 준대?”
“아니…… 말했으면 못 가게 했을 테니까……. 아니야?”
“아니지! 네가 안 가면 소미는 누가 챙길 거고 가주님이나 늙은이들은 누가 돌봐?”
“따…… 따라가지 않을까 해서.”
“미쳤어? 뭔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아는데 애들 데리고 그 험한 여정을 간다고? 당신은 그러니까 아직도 나를 모른다는 거야. 알아?”
쏟아지는 매향의 목소리에 장삼태는 몸을 움찔했다.
언제나 정론.
그렇기에 반박할 여지조차 없다.
하지만 집에서 들었을 때는 그렇게 듣기 싫었는데, 이런 곳에서 듣고 있자니 뭔가 색다른 기분이다.
더욱이 오랜만의 여정인지라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왜 또 이리 예뻐 보이는가? 한껏 토라진 얼굴로 앵두 같은 입술을 들썩이는 그 모습이 몹시 매혹적이었다.
여정을 하며 보았던 수많은 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읍?!”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달려들었다.
급하게 입술을 포개고 진하게 입맞춤을 했다.
느닷없는 상황에 매향이 놀라며 어떻게 해서든 밀어내려 했으나, 장삼태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두 손으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뭘 하긴……. 셋째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는 거지.”
“뭐!?”
깜짝 놀란 매향이 급하게 소리를 쳐 봤으나 소용이 없다. 그대로 몸을 날린 장삼태가 어딘가를 향해 무작정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진한 밤을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