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600
“저…… 정말로 다시 가는 겁니까?”
“그럼! 그 여인들을 구해 내지 못하였으니 다시 찾아봐야지!”
오랫동안 단소미를 찾아 헤매던 강상춘은, 다시금 호남으로 들어와 단가를 향해 움직였다. 이번만큼은 악의 수렁에서 구해 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주먹을 불끈 쥐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아, 듣기론 그거 거짓말이라면서요? 진짜는 이미 잡혀 무림맹으로 넘어갔다는 말 들으셨잖아요!”
“아니! 그놈은 악적이 맞다! 어찌 그런 놈 곁에 그리 아름다운 처자들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강상춘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려 하지 않았다.
단소미의 아름다움과 천진난만함을 생각해 본다면 그런 이상한 인간이 곁에 있을 리 없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혹은 그러한 사실 따위 이미 알고 있으나, 소득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예쁜 각시 하나 얻어 가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금대길은 후자라 확신했다.
“호남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있을 거다! 내 촉이 그리 말을 하고 있거든!”
“초, 촉이라니…….”
하아- 하며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런 놈 진즉에 버리고 살길을 찾아갔어야 했나? 싶을 정도다. 차기 문주가 될 놈이라 장래를 생각해 붙어 있었는데, 오히려 모진 고생만 죽어라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입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이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저것 보거라! 있지 않으냐!”
“예?!”
그때 강상춘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냅다 뛰었다. 그 시선 끝에는 저잣거리를 지나가고 있는 단소미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저잣거리에 있는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것저것 공짜로 음식을 받는 기괴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어머, 아가씨 아닌가요!? 오랜만이에요!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아가씨! 지난번보다 더 맛있습니다! 한번 먹어 보셔요!”
“이게 누구야? 아가씨 아닙니까? 어딜 갔다 이제야 오신 겁니까?”
점점 단소미의 모습과 가까워지고 있는 금대길은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저잣거리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하는 집안의 영애를 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이거 잘못하다가는 큰일을 치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소문주……?”
“이보시오, 소저-!”
그러나 금대길의 목소리가 강상춘의 귀에 닿기도 전에 이미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며 단소미의 귀에 닿았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있던 단소미가 고개를 돌리며 움찔했다.
“아…… 안녕하세요. 멀…… 쩡하시네요.”
“드, 드디어 찾았군! 내 그대를 찾기 위해 중원을 샅샅이 찾아 돌아다녔소! 그 정성에 하늘이 나를 다시금 그대 곁으로 인도를 하신 모양이군.”
“예?”
뭔 이상한 소리를 하는가?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저잣거리에서 살 물건이 있어 잠시 들른 것에 지나지 않은 단소미다. 이리 만난 것은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는데 하늘이 무슨 소용인가?
심지어 왜 자신을 찾아 중원을 돌아다녔단 말인가?
알 수 없는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제게 무슨 용무라도?”
“아니…… 나는 그대를…….”
“무슨 일이냐, 소미야?”
강상춘이 단소미를 향해 구애하려는 순간, 뒤에서 갑작스레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해를 받은 강상춘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그는 마치 석상이라도 된 것마냥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황실에서 나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문파의 소문주인 강상춘이지만 그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컥?!”
“화…… 황실 제일 무사…… 호, 홍진랑……!”
“나를 아시오?”
홍진랑은 강상춘과 금대길을 슥 바라봤다. 어디서 한번 본 것 같은 얼굴이기는 한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또한 상대 역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더는 신경을 쓰지 않고 단소미를 바라봤다.
“중원 유람을 하고 왔다면서? 지금 돌아온 거야?”
“응! 잠깐 살 게 있어서 온 거야. 이제 곧 돌아가야 해. 다들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그래?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가 가져다주라고 하신 게 있는데…… 저녁에나 들러야겠네.”
“아하하! 아저씨, 또 뭘 주시려고 그러는 거지?”
“뻔하지……. 그건 그렇고, 아는 사람이야?”
홍진랑이 강상춘과 금대길을 슥 바라보았다. 눈빛이 가늘어진 것이 단소미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아니,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자꾸.”
“죄……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 소문주?!”
강상춘이 단소미의 입이 끝까지 열리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며 부리나케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어찌나 빠르던지 곁에 있던 금대길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단소미와 홍진랑이다.
두 사람이 얼빠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지……?”
“글쎄?”
* * *
“헉-헉!”
“소, 소문주님! 괘…… 괜찮으십니까?”
“너라면 괜찮겠냐? 그 계집, 대체 뭐야? 홍진랑…… 홍진랑이라고!”
홍진랑의 아비 홍원창은 황제가 깊게 신임하는 이다. 품계도 높은 데다 황실에서의 영향력은, 철권문 따위하고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그 아들인 홍진랑은 어떤가?
황실무술대회에서 벌써 오 년 연승 우승.
명실상부 황실 최강자이자 최연소로 황제 직속 호위대에 입단해 있다. 대장 자리가 약속되어 있다는 말이 오갈 정도이니만큼, 누구도 그에게 밉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홍진랑의 등장은,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하게 느껴질 만도 했다.
“우리…… 뭔가 엄청나게 잘못 건든 거 아닙니까?”
“거…… 건들긴 뭘 건드려. 그…… 그보다 어서 돌아가자. 내 잠시도 이곳에 있고 싶지 않구나.”
강상춘은 한숨을 쉬며 재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단소미와 홍진랑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떠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자칫하다 큰 사달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쿵!
그렇게 깊게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던 탓인가?
강상춘은 앞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누군가와 부딪치는 순간, 상념이 깨지고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은데, 사람과 부딪치다니?
“눈을 어디다 뜨고 다니는 것이오?!”
“그럼 네놈 눈깔은 발바닥에 달렸냐?”
“뭐…… 뭐라……?”
느닷없이 들려오는 말에 눈앞에 선 이를 쏘아봤다. 당장 주먹질이라도 하기 위해 치켜들었는데, 기이할 정도로 낯이 익은 이가 보였다.
“아…… 악적?”
“으하하- 그래그래, 이 개놈아. 내가 눈깔을 잘 뜨고 다닌 탓에 네놈들을 발견하는구나.”
악적이라 불리던 장삼태다.
마차 안에서 낯익은 얼굴의 두 놈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쫓아왔는데, 설마 했던 그놈들이 맞을 줄이야?
저도 모르게 씨익 웃음을 짓고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내가 네놈들 때문에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억! 그…… 그게 왜 내, 타, 탓?”
퍽-!
장삼태의 주먹이 강렬하게 안면을 후려치는 순간, 눈앞에 별이 보였다.
* * *
“아- 속 시원하다.”
장삼태는 속이 후련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그놈들을 만날 줄을 몰랐기에.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복수를 하라 도와준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매향이 뜯어말리러 오지 않았더라면 더 곤죽을 만들어 놨을 거다.
“길 한복판에서 왜 사람을 패고 지랄이냐, 네놈은?”
“내 그 정도로 그친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겁니다요.아주 죽여 버릴 뻔했다니까요.”
“허허- 참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사람이거늘…….”
“그래서 영감님들이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 겁니까요?”
장삼태의 말에 남궁천과 사도학이 눈을 부라렸다. 어찌나 날카롭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갈가리 찢어 나갈 것만 같았다.
저도 모르게 앞을 바라보며 모른 척했다.
그러나 등에서 줄줄 흐르는 식은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 근처, 맞습니까?”
그때 장삼태의 곁에서 예기치 않게 함께 시선을 받고 있던 진태공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장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크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
또한 그 앞에 보이는 동정호의 풍경은 또 어떠한가? 포양호의 풍경 역시 눈이 돌아갈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그 못지않은 풍경 앞에 바로 집이 있다.
이곳이야말로 무릉도원 아닌가.
“그래, 도착했구나.”
이윽고 단우현의 말이 들림과 동시에 마차가 장원 앞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천천히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오랜만에 보는 장원 풍경을 바라보며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먼저 말을 뱉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단소미는 다르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
단우현은 그 뒷모습을 눈에 새겼다.
그의 눈에는 어린 시절의 단소미가 집을 향해 달려가는 듯했고, 어느새 점점 커 버린 아이의 모습이 문 앞에 멈춰 섰다.
“어서 오세요-!”
해맑다 못해 행복한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녀는 컸으나 변하지 않는다.
참으로 잘 키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참, 그렇게 뿌듯한 표정으로 안 봐도 잘 큰 거 알아요.”
“느껴지나?”
“당신 표정만 봐도 안다니까요.”
“……소름 돋는군.”
“뭐라고요!?”
남궁소혜가 앙칼진 소리를 뱉으며 단우현을 노려봤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소름이 돋는다는 것인지 정녕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설명이라도 해 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 보지만 단우현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웃음을 지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치 단소미를 대하는 듯하면서도 눈빛에 자상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 표정에 남궁소혜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저…… 저는 소미가 아니거든요.”
“안다.”
“정말…… 알아요?”
“그래.”
그렇다면 알면서 하고 있다는 말인가?
왜?
남궁소혜는 그 의미가 궁금했으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새 단우현이 한 걸음 걸어 장원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다른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같이 가요!”
단우현은 급하게 다가오는 남궁소혜와 보조를 맞추었다. 태어나 단소미를 제외한 다른 누군가와 보조를 맞춰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을 본인 역시 느끼는가?
피식 웃음을 짓고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너희들이 보았다면…… 뭐라 했을까?’
저도 모르게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는 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틀림없이 그들이라면 경악성을 터트리며 내일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아빠! 어서 와요, 어서!”
“그래, 지금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무슨 대수인가?
그저 지금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