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63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글쎄다. 얼굴을 보니 제법 급한 것 같구나.”
단우현은 남궁소혜의 얼굴을 떠올렸다. 시퍼렇게 질린 것이 다급함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하여 굳이 그것을 알아볼 생각은 없다.
무림맹의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
단우현이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남궁소혜와 친분이 있다 한들 서로 침범하면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었다.
“어느 쪽이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신경 쓰지 마라.”
단우현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서며 손을 털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는 장삼태의 얼굴이 보였다.
“저…… 장주님.”
“그래, 삼태야. 공은 가져왔느냐?”
“고…… 공 같은 건 안 보입니다만.”
다소 고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단우현의 시선에 장삼태가 몸을 움찔했다.
첫날, 있지도 않은 공을 찾기 위해 늦은 저녁까지 산 중을 돌아다닌 탓에 온 식구들이 배를 곪는 사태가 벌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장삼태를 크게 꾸짖자, 단소미의 공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나가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장삼태였다.
해서 단우현은 이렇게 말했다.
“공을 찾아오려다 식구들을 다 굶겼으니, 이제 하루도 빠짐없이 끼니를 챙긴 뒤, 공을 가져와라.”
결국, 없는 공도 만들어서 찾아야 할 판국이었다.
단소미가 안쓰러운 시선으로 장삼태를 바라보았지만, 단우현의 기세가 워낙 날카로운 탓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어 버린 것은 단소미의 거짓말이 컸으니까.
“공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없을 리가 있나? 어딘가에 있을 테니 꼭 가져오너라.”
“죄송합니다, 장주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이제부턴 밥때가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당장 돌아오겠습니다!”
무릎을 꿇은 장삼태는 이미 온몸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걸린 탓에 얼마나 맞았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고, 덕분에 있지도 않은 공을 찾아 산속을 뒤져야 했으니 옷이 더러워질 법도 했다.
그때, 쪼르르 달려간 단소미가 장삼태를 끌어안았다.
그러곤 단우현에게 말했다.
“아, 아빠, 소미가 잘못한 거예요. 아저씨는 잘못한 게 없어요.”
“공을 가져오는 게 무슨 대수라고.”
사실 있지도 않은 공을 찾으라고 했으니까 문제였다.
단우현은 잠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마당에 있는 소나무를 향해 손을 뻗더니 그곳에서 공 하나를 손에 쥐었다.
“억!”
“마, 말도 안 돼…….”
단소미와 장삼태가 깜짝 놀랐다.
있지도 않은 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소나무 위에 걸려 있을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이라는 것이 이렇게 위험한 거다. 없다고 생각하니 어디서 찾아도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지레 포기하게 되지.”
단우현은 툭툭 자신의 머리를 두들겼다.
사실 공을 숨겨 놓은 것은 단우현이었다.
그렇기에 장삼태도 할 말은 있는 상황이지만, 어찌 되었든 바로 코앞에 있는 것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또, 머리가 있다면 사 오는 수도 있었을 텐데?”
순간, 장삼태가 몸을 움찔했다.
슬쩍 시선을 돌려 권무진과 단소미를 바라보자, 두 사람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장삼태를 제외한 두 사람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결국, 장삼태만 바보가 된 셈이다.
“하…… 하지만 사 왔어도 왜 사 왔냐며 구박을 했을 것 아닙니까?”
장삼태 나름대로 억했는지 언성을 높였다.
‘사 와 봐야 욕만 먹었겠지!’
그때,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나는 네게 공을 가지고 오라고 했지, 찾아오라고는 하지 않았다.”
“억!?”
“……말이라는 건 참 오묘하네요. 소미는 처음 깨달았어요.”
장삼태는 함부로 입을 열지도 못한 채 단우현을 바라봤다. 확실히 가져오라 말하였지 찾아오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신 겁니까?”
그 순간, 단우현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장삼태를 바라보며 굳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은 깨달았다.
‘생각이 없었군.’
‘아무런 생각도 안 하셨구나.’
‘흠, 가끔 보면 주군도 참…….’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장삼태를 놀리고 싶어 한 짓이 분명했다.
어색하게 웃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단우현은 등을 돌렸다. 저들이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읽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으니까.
“그런데 어제 악양에 갔다가 들었습니다만…….”
그때, 권무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몇 번이나 고민했다.
군자도의 일이 아직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 탓에 악양을 비롯하여 호남 전체가 술렁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더군다나 단우현은 항상 남궁천과 붙어 다녔기에,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문제도 있었다.
“악양에 무림 문파가 들어선다 합니다.”
“무림 문파가?”
“예, 최근 악양과 호남 일대가 뒤숭숭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던가?”
단우현이 짧은 물음을 토해 내자 권무진과 장삼태가 그를 바라봤다.
도대체 누구 탓에 그리되었는지 단우현은 전혀 자각이 없는 것 같았다.
권무진이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때문에 악양을 관리하겠다는 녀석들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군자도의 일도 있으니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게 더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귀찮게 되었군.”
단우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악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조용하기 때문이었다. 동정호를 끼고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마을 전체가 조용하고 무림인들이 크게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문파나 세가 같은 것들이 들어선다면,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닐 것이 뻔했다.
귀찮은 일이라면 질색하는 단우현의 입장에선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파리가 꼬이기 시작하는군.”
“거참! 악양은 우리 거 아닙니까? 당장 쫓아냅시다!”
장삼태가 팔뚝을 걷어붙이며 으르렁거렸다.
그가 볼 때 악양은 이 단가의 영역이었다.
비록 정식으로 무림세가로서 이름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악양이 아무 탈도 없이 잘 버틴 것 아니던가?
장백산을 비롯하여 흑도회, 그리고 아편까지 해결한 것이 자신들이었고, 덕분에 난리 속에서도 악양만큼은 편안했으니, 이 악양을 다스리는 것은 바로.
‘호남단가(湖南端家)다!’
장삼태의 머릿속엔 오로지 그 생각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은 권무진 또한 마찬가지인 듯했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지.”
인상을 찌푸린 단우현이 작게 입을 떼며 고개를 돌렸다.
* * *
말을 타고 무림맹 호남지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두 사람의 낯빛은 심히 어두웠다.
벌써 삼 일이나 밤낮없이 달리고 있었지만 아직 호남지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제대로 끼니조차 챙기지 않았다.
무림맹의 총사가 습격을 당했다는 것은 무림맹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흉수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으니,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푸드득-!
그때, 멀리서 전서구 한 마리가 말을 향해 날아왔다. 남궁소혜가 그것을 잡아채며 재빠르게 전서를 열어 보았다.
“뭐라 하느냐?”
“총사를 습격한 무리를 쫓아 안향으로 향하고 있답니다. 그곳에서 벌써 몇 차례 교전이 벌어졌다고…….”
남궁소혜의 안색이 흐릿했다.
내용상 적은 상당히 강해 보였다.
총사를 습격하고 도주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많은 추적자들을 뿌리친 능력만 보더라도 말이다.
남궁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안향으로 갈 테니 너는 지부로 가거라.”
“괜찮으시겠어요?”
“허허, 내가 늙었다고 걱정하는 것이냐?”
남궁소혜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남궁천이 누구인가?
바로 정파 최강의 고수이자 검황이라 불리는 고수였다. 그를 해치려면 능히 오황에 견주는 존재가 와야 할 터였다.
“알겠어요!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혼쭐을 내주세요.”
남궁소혜는 말고삐를 잡고 말을 더욱 세차게 몰았다. 검황이 나선 이상 저쪽 상황은 끝이 날 것이다.
하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야 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갈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한참을 내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겠다는 일념으로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약 한 시진 정도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무림맹 지부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궁소혜는 더욱 빠르게 말을 몰았다.
한순간에 지부 앞에 도달한 그녀는 말을 세워 놓고 직접 달렸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몇몇 이들이 화색을 띠며 반기려 하였으나, 인사를 받을 겨를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다…… 단주님?”
“도대체 어딜 갔다 오신 거예요?”
남궁소혜의 얼굴을 본 봉황단 단원들이 그녀를 반겼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 보니 하나하나 그들을 챙겨 줄 수는 없었다.
“제갈 총사께선?”
“안채에 계세요. 또 왜 그러세요?”
남궁소혜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안채라는 말에 그곳을 향해 내달렸다. 어느새 도착한 그곳에 문을 벌떡 여는 순간.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앞에 있는 광경을 바라봤다.
커다란 탁자 앞에 제갈운이 앉아 있었다.
차를 마시던 중인지 탁자에는 찻잔이 놓여 있었다.
곁에는 호남 지부장 또한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느닷없이 들어온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혜 아니냐?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리 숨을 헐떡이는 것이야? 그리고 맹주님은 어디 계시느냐?”
제갈운이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멀쩡한 그 모습은, 전서를 통해 전해 들은 소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분명 습격을 받아 다 죽어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 어째서 멀쩡하세요?”
“지금 내가 어디 하나 부러졌으면 좋겠다는 말이냐?”
제갈운이 허! 하며 헛웃음을 짓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부…… 분명히…… 습격을 받고…… 사경을 헤메고 계신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제갈운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남궁소혜는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지금 그녀가 내뱉은 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순식간에 깨달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맹주께선 어디로 가셨고!”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총사의 목소리가 무림맹 지부에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