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70
“왜 그리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단우현은 똑바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딱히 인상을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느낌이었기에 달려오던 장삼태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요!”
“그러니까 그 큰일이 무엇이냐 묻잖느냐.”
장삼태는 힐끗 남궁천을 바라봤다.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몇 번이고 입을 열었다 닫았다. 이 말을 저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무…… 무림맹에서 새로운 맹주를 추대했습니다요!”
“……!”
단우현은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에서 새로운 맹주를 추대하든 말든, 그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니까.
이것이 뭐가 그리 큰일 날 법한 일인가?
어이없는 실소를 보내는 순간, 남궁천의 딱딱하게 굳어 있는 표정을 보았다.
“놀랐나?”
“크흠! 아니, 아니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지.”
놀란 마음을 감추며 남궁천은 숨을 골랐다.
무림맹주의 부재는 무림맹의 혼란만 낳을 뿐이다.
남궁천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였고, 두달 가까이 그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응당 어수선해진 무림맹의 수습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맹주를 추대하는 것이 옳았다.
다만, 그 맹주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소림의 선진 대사인가?”
소림의 선진 대사라면 무림맹주로 손색이 없는 자였다. 맹주 자리에서 내려온다면 그를 추천할 마음을 먹고 있었을 정도로, 공명정대하며 세상의 이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자였으니까.
한데 장삼태의 모습이 다소 이상했다.
“아…… 아니, 그게…….”
“그러면 곤륜의…….”
“모용세가의 거…… 검성입니다만…….”
“뭐, 뭐라?!”
남궁천은 눈을 부릅뜨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생각한 후보는 소림의 선진, 곤륜의 종리권, 무당의 청진자였다.
하나같이 뛰어난 고수들이며 정파를 이끌 수 있는 능력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아니라 모용혁문 무림맹주가 되었다고?
남궁천은 이해할 수 없었다.
모용혁문은 검성이라 불리는 자인 만큼 그 실력은 앞서 언급했던 이들보다 높았으나, 사람을 포용하고 정파를 이끌 수 있는 자는 결코 아니다.
그의 밑에서 자란 아이들만 보더라도, 그 권력과 배경을 등에 업고 못하는 짓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어찌 그런 이를 맹주로 추대할 수 있단 말인가?
“제갈운이 그것에 찬성하였다더냐?”
“무림맹의 총사께선 하남으로 돌아가자마자 사퇴하였고, 그 자리에 만후량이…….”
“만후량이라니!”
남궁천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움켜쥐었다.
만후량은 만금상단의 장주였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모용세가의 제자였으며, 상인이기는 하나 뛰어난 무예로 무림맹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고수이기도 했다.
제갈세가와 비견되는 지략과 상술을 지닌 그는, 모용세가를 등에 업고 단숨에 중원 최고의 상단이 되었다. 현재 무림맹의 자금 중 사 할은 그의 상단에서 나올 정도로 거부이기도 했다.
그런 만후량이 총사가 되었다?
이는 모용세가의 등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이리된다면 무림맹의 자금 또한 통째로 모용세가에게 넘어간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도대체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남궁천은 탄식했다.
모용혁문과는 오랜 지기였다.
그러나 그 성격을 익히 알고 있었던 탓에, 맹주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차기 무림맹주로 그를 추대하지 않으려 했던 것인데, 느닷없이 무림맹주로 등극했다니?
구파일방이나 다른 팔대세가에서는 조금도 항의하지 않았단 말인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단숨에 무림맹주 자리를 꿰찬 것을 보니, 오랫동안 물밑작업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끈지끈-
남궁천은 골이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는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기 위해 고개를 저었으나 너무나도 맞아 떨어지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입술을 몇 번이나 곱씹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있던 친우에게 배신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용혁문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오를 때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과 표정들이 눈앞에 자꾸만 아른거려 그를 괴롭혔다.
“때론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실인 경우도 있는 법이지.”
“그럴 리가 없네! 그와 나는!”
“서로 경쟁하는 호적수였겠지.”
남궁천이 파르르 입꼬리를 떨며 세차게 고개를 돌렸다. 단우현의 말을 듣자마자 모용혁문의 날카로운 눈매가 떠올랐다.
가끔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날이 섰던 그의 시선이 말이다.
바닥에 주저앉은 남궁천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굳게 쥐고 호흡을 골랐다.
모용혁문이 그런 무도한 짓을 저지른 건 아닐 것이다. 몇 번이고 그렇게 믿고, 되새기며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 * *
탁-탁-
무림맹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맹주의 거처.
모용혁문은 거처 앞에 있는 마당에서 나무의 잔가지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무척 여유로워 오랜 친구를 잃은 자의 모습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참 동안 잔가지를 손질하던 모용혁문이 손길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터벅터벅 들려오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에 다소 날이 선 시선을 보냈다.
“그래, 찾았느냐?”
탁탁-
다시 잔가지를 손질하며 물었다.
다가온 이가 살짝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더니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남궁세가의 눈을 피해 상당히 오랫동안 인근을 샅샅이 뒤져 보았는데,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흐음, 시신이라도 건졌어야 하는데 말이야.”
모용혁문은 다소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자네가 무림맹주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걸세.’
팔대세가 제일, 그리고 검황이라는 칭호, 어린 시절부터 단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던 그 남자는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무림맹주란 정파 최고의 자리에.
모용혁문은 어린 시절부터 무림맹주가 되고 싶었으며, 그것만큼은 남궁천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꿈을 키웠다.
하나, 그는 끝까지 모든 것을 망쳤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남궁천은 결국 어린 시절부터 품어 왔던 꿈까지 박살 내 버리며 모용혁문을 철저히 밟아 버렸다.
심지어 차기 맹주로 다른 사람을 보고 있지 않았는가.
물론 다수결로 선택되는 것이니 만큼, 남궁천의 의견만으로는 불가능하기는 하나, 무림맹주 그리고 검황의 추천이라면 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때를 기다렸다.
군자도의 일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으나, 결국 무림맹 안에만 박혀 있던 검황을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고, 그것은 곧 모용혁문에게 있어 천재일우의 기회나 다름이 없었다.
벽력탄과 산공독을 준비하고 계획을 짜며 철저하게 준비했다.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던 그 존재를 완벽하게 보내기 위한 한 수였던 셈이다.
“산공독에 당하였고 왼팔이 잘렸습니다. 그 상태로 절벽에서 떨어졌다면 절대 살 수 없을 것입니다.”
고개를 숙인 남자, 현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관천은 조심을 입을 열었다.
그가 모든 계획을 실행하였고 또 그 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남궁천의 시신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말을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짝-!
아니나 다를까.
모용관천의 고개가 대번에 돌아갔다.
모용혁문이 손에 쥐고 있던 잔가지를 휘둘렀는지, 그의 오른쪽 뺨에는 길게 상처가 났다. 극심한 통증이 올 텐데, 어느새 자세를 바로잡은 모용관천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뺨에서 흐르는 피조차 닦지 않았다.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고.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거늘! 특히 이러한 일은 후에 자라날 싹마저 완벽히 제거해야 하는 법이란 걸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아버님.”
모용혁문은 못마땅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찼다.
자식이라는 놈이 하나같이 마음에 차는 놈이 없었다. 검도 그렇고, 권력도 그렇고, 자식 복까지 모용혁문은 남궁천에게 이기는 것이 하나 없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자식들을 대함에 있어 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리라.
“남궁세가는 어찌하고 있더냐?”
“아직도 호남에 남아 흔적을 찾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발견한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모용관천은 씩 웃었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핏자국이야 충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천지사방을 뒤져도 남궁천이 남긴 흔적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잘려 나간 옷깃은 물론이고, 베어 버린 왼팔까지 가져와 불태워 버렸으니까.
남궁세가는 지금 시간 낭비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용세가에게 있어서 아주 좋은 기회였다.
빠르게 무림맹을 장악하였고, 굴복하지 않은 자들을 찍어 누를 시간을 만들어 주었으니까.
제갈운이 총사의 지위에서 사퇴하고, 만후량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없을까?
아니었다.
구파일방과 다른 팔대세가들이 격렬히 항의하였으나, 몇몇은 돈으로 그 입을 틀어막았고, 또 다른 몇몇은 힘으로 찍어 눌렀다.
구파일방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아니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군자도에서 발견된 삼천의 유해에 무당이 적극 개입한 것이다.
지금 정파는 팔대세가의 세상.
그렇기에 모용세가의 힘은 지금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남궁세가도 남궁세가지만 문제는 제갈운이다.”
남아 있는 잔가지를 쳐 내며 모용혁문은 눈살을 좁혔다. 검황이 없는 남궁세가 따윈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제갈세가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사실 만후량이라 하여도 제갈운만큼은 한 수 접어줄 정도로 천재적인 두뇌를 자랑하는 데다, 제갈세가라는 가문 자체가 비상한 머리로는 중원에서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곳이니까.
제갈운은 총사를 사퇴하고 맹을 나갔다.
왜일까?
본래 무림맹 총사직을 맡지 않으려 했던 제갈운이었다. 그런 그가 마음을 바꾸고 총사직을 맡은 것은, 오랫동안 제갈운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남궁천이 맹주의 자리로 올랐기 때문이다.
남궁천이 사라짐과 동시에 잡음 없이 사퇴한 이유 또한, 어느 정도 사태의 전모를 눈치챘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그것만큼 위협적인 것은 없었다.
만약 제갈운의 머릿속에 있는 의심이 밖으로 흘러나와 구파일방이나 남궁세가의 귀에 들어간다면, 모용세가는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리라.
그런 불온한 싹을 잘라 내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현재 하남을 벗어나 호남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남궁세가와 합류하여 검황을 찾으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모용혁문이 흠- 하며 짧은 신음을 터트렸다.
이내 마지막 남은 잔가지를 잘라 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근 무림이 흉흉하지 않으냐. 누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의 한마디에 모용관천이 고개를 숙였다.
모용혁문의 의중을 파악하였으니 이제는 움직일 때였다.
그가 살아 있음으로써 모용세가가 무너지는 꼴은 볼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