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71
“돌아가지 않는가 보군.”
단소미를 학당에 바래다주고 돌아온 단우현은, 이제 진검을 잡고 휘두르고 있는 남궁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모용혁문이 무림맹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동시에, 표정이 바뀌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사실 당장 뛰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했으니까.
남궁천이 가만히 검을 내렸다.
“이제 가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림맹주가 바뀌었던 남궁천은 힘을 잃었다. 돌아가 이 상황을 따져 본다 하여도 힘 없는 그의 말을 들어 줄 이는 없다.
무림맹주가 된 것도 인성보다는 그 힘 때문이었으니까.
오히려 모용혁문을 자극하여 더욱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정말로 모용혁문이 남궁천을 배신한 것이라면 일이 단순하게 끝날리는 없을 테니까.
“대단한가 보군. 그 모용혁문이라는 자.”
“온전한 몸이라도 사실 조금 버거운 상대라는 것은 틀림없네 허허허.”
남궁천은 짧은 웃음을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정도제이인자라는 말이 괜히 도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노력을 하며 그 재능 또한 못지 않은 자.
아주 오랫동안 이 정파를 지켜왔던 구파일방을 밀어내고, 팔대세가의 시대를 연 두 사람 중 하나이니 만큼 틀림없이 대단한 자다.
“모용, 그 자의 성격이 나쁜 건 익히 알고 있지만 무림맹 사람들이 선택한 이일세. 참견을 할 수도 없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으니 이제 그만 그 이야기를 내려놓을 심산이네.”
진심어린 남궁천의 눈빛을 보았다.
결코 상대에 대한증오나 거짓을 임에 담는 사람의 눈빛이 아니다. 더군다나 모용혁문이 맹주가 되기 위해 남궁천을 끌어내렸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오랫동안 사귄 친우를 의심하고 싶지 않다.
“그렇군. 모든 것은 흐르는 대로인가…….”
“성격이 다소 이상한 녀석이기는 하네만…… 그래도 한 일가를 이끄는 자 일세. 그런 점 또한 오히려 든든하고 좋기만 하네 허허허.”
남궁천의 한 마디에 단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일이다.
다만 눈빛 속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것을 깨달았음에도 단우현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것은 남궁천의 일.
조언을 하거나 혹은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가 결정하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자네, 금왕수(金王手)라는 자를 아는가?”
“처음 듣는군.”
그럼 그렇지 하며 남궁천은 끄덕였다.
지금까지 보아 온 단우현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고수다. 다만 무림과는 인연이 없는 탓에 그곳에 대한 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흥미가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제법 특이한 일이다.
단우현 정도에 실력이라면 능히 중원에서도 이름을 떨치법한데 말이다.
“금왕수는 중원제일로 뛰어난 도둑이였네.”
“였다?”
남궁천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형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중원을 떠들썩하게 울리던 도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으며 못 터는 곳 또한 없다고 한다.
경공은 중원에서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데다, 모습을 감추는 것 또한 어찌나 대단한지, 한 번 잃어버리며 두 번 다시 쫓을 수 없다고 전해진 자다.
흔적을 따라간 다해도 이미 존재치 않는다.
“은신과 경공이 대단한 자였나 보군.”
“은신은 별로였네. 사실 잠입해 봐야 들키는 경우가 많았거든. 다만 그가 완벽하게 도둑질을 해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공일세.”
그렇군, 하며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둑에 대해 커다란 흥미는 없다. 무언가를 훔쳐 봐야 결국 그 끝이 좋지 않은 자들이 대부분이었니까. 장삼태만 보아도 그 많은 돈을 전부 잃지 않았는가.
“노부 또한 재미삼아 그를 추적한 적이 있었지. 그러다 이것을 얻었다네.”
남궁천이 주섬주섬 품에서 자그마한 단통을 꺼냈다. 습격을 당했음에도 아직까지 몸에 남아 있을 정도로 깊숙한 곳에 숨겼다.
더군다나 동정호 물에 빠졌는데도 단통 안에 있는 것들은 젖지 않았다. 그만큼 빈틈없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도?”
“보물지도일세. 금왕수에 보물 말이야.”
한 순간 단우현이 눈을 번뜩 빛냈다.
도둑에게는 흥미가 없지만 그가 가진 금은보화에는 흥미가 있다. 그렇지않아도 객식구가 늘어난다 탓에 여기저기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졌다.
그것을 어떻게 메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찰나였는데, 눈앞에 보물지도가 떡 하니 나타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단우현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이 장원에 머물고는 있지만 사실 도움이 되는 일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잘 아네. 그래서 자네에게 주도록 하지.”
“이것을 찾아 가져라? 이미 그놈이 가져갔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허허허,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네. 더군다나 금왕수의 소문은 이미 삼 년 전에 끊겼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가 죽었다고 말을 하고 있네. 왜냐하면…… 마지막으로 털었던 곳이 제법 유명한 곳이었으니까. 더군다나 그곳은 소란하나 일어나지 않고 조용했지.”
“확신하나?”
“물론일세.”
남궁천은 피식 웃었다.
보물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른다. 확률은 반반이고 또한 고생을 해야 하는 일일수도 있다. 하나 만약 보물이 있다고 한다면 막대한 금은보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돈이라도 사족을 못 쓰는 단우현이다.
넘어가지 않을리가 없지.
그가 한동안 지도를 가만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받도록 하지.”
넘겨받은 지도를 가만히 살폈다.
이것은 어느 한 지역과 마을을 그리고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어디인지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데다, 글귀조차 없으니 만큼 꽤 심각하게 머리를 굴려야 할 것 같았다.
“이 노부도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풀지 못했던 것일세. 자네가 풀어 준다면 노부 또한 신이 나지 않겠는가? 허허허.”
“생각보다 어렵군. 단순히 지형만 나와 있어 어디가 어디인지…….”
남궁천 또한 단우현의 말에 동의했다.
그 또한 어디가 어디인지 조잡스럽게 그려져 있는 탓에 잘 알지 못했다. 때문에 찾는 것을 포기하고 조심히 품에 간직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중원을 돌아다니다 비슷한 곳이 나오지 않을까 하여 말이다.
“……그거 호북 아닙니까?”
그때,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 온 권무진이 입을 연 것이다.
“호북?”
“예, 호북 성도인 무한에서 서쪽으로 물줄기를 따라가면 한천이라는 커다란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을 그려놓은 것 같습니다만…….”
단우현과 남궁천이 권무진의 말을 경청하며 들었다. 사실 그의 말이 맞는지 틀린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신에 찬 권무진의 말을 듣고 있자니 확률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북…… 호북이라…….”
“일단 틀림없습니다. 그곳은 예전에 제가 일 년 여 정도 살았던 곳이라 익숙하지요.”
살고 싶어서 산 것은 아니다.
권무진은 호북에 몸을 숨기고 그곳에 정보를 무황성에 넘기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한천은 호북의 성도인 무한과도 가깝고 마을도 상당히 큰 편인지라 정보를 얻기엔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렇군.”
단우현은 지도와 권무진을 번갈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이기는 했지만, 이내 지도를 품에 넣으며 생각했던 것을 입에 담았다.
“잠시…… 호북유람을 좀 해야겠군.”
“어디를 간다고요?”
그날 저녁.
도란도란 모여 먹는 저녁 식사 도중 내뱉은 말에, 장삼태와 단소미가 깜짝 놀라 휘둥그레 눈을 떴다. 지금까지 아무런 전조가 없었는데, 느닷없이 나온 말이었으니까.
“호북이다.”
“소미도 알아요! 거긴 무당파라는 곳이 있는 곳이래요.”
단소미가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호북은 무당산의 절경이 제법 유명하다. 아직 나이 어린 단소미가 알 정도이니 만큼, 호북 또한 호남 못지않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왜 하필 호북입니까? 그야 뭐 유명한 곳도 많고 구경할 것도 많은 건 인정합니다만…….”
장삼태는 다소 껄끄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호북은 호남과 다르게 무림세가와 문파들이 장악을 하고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는 무당파가.
동쪽으로는 제갈세가.
심지어 지금 무당파는 그 어느 때 보다 흉흉한 자들이다. 지난번 군자도에서 삼천의 시신을 찾지 못하였기에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사고라도 한 번 쳐 봐라.
당장 무당과 칼부림이 날 거다.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나는지 장삼태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던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너와 소미는 가지 못한다.”
“예?”
“에?”
동시에 두 사람의 입에서 묘한 소리가 흘러 들었다. 호북으로 가니 어쩌니 하고 있는 마당에 가지 말라고 하고 있으니 당황스런 눈빛이 가득했다.
특히 한껏 기대하고 있었던 단소미는 더욱 그랬다.
당장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으로 어렵사리 입을 뗏다.
“왜요……?”
“첫째, 거리가 너무 멀다. 어린 소미를 데리고 가기에는 말이지. 더군다나 학당에도 가야 하지 않으냐?”
“그…… 그렇지만 소미도,가고 싶은걸요.”
“둘째, 장원을 비어 둘 수가 없다.”
그 말에 장삼태가 움찔했다.
단우현의 말이 맞다.
최근 악양에 무림문파 두 곳이 들어왔다. 이름도 없는 중소문파라고는 하지만, 그들이 영향력을 넓히며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원을 비워 두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 하여 멋대로 무언가를 가지고 갈 수도 있고 말이다.
악양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또한 안타깝기는 하지만 단소미가 가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 아이를 돌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장삼태만한 인물은 없다.
지난번처럼 홍원창에게 맡겨 둘 수도 있는 노릇이기는 하지만, 단우현은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는 것 같다. 최근 악양의 문파들이 들어서면서 바쁘다는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소미 또한 자신의 집이 좋지 타인의 집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셋째, 전부가 집을 비우면…….작물이 죽는다.”
‘그거군.’
‘그거 였구나…….’
장삼태와 단소미는 납득을 하고 말았다.
장원 옆으로 깔아 놓은 농작물들은 상당한 양이다. 제대로 수확을 하려면 지금이 중요한 시기이니 만큼,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모두가 가 버리면 할 사람이 없다.
단우현은 단소미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농작물을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납득을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은 두 사람이다.
“허허, 그럼 이 노부도 남아 소미와 놀겠네.”
“괜찮은가?”
“물론이야. 사실 이제 그것에도 별 흥미가 없거든.”
남궁천은 껄껄 웃음을 지으며 곁에 앉아 있는 단소미를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금왕수의 보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이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네 아비가 가 있는 동안 이 할아비와 놀자꾸나.”
“헤헤, 고마워요 할아버지!”
단소미가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남궁천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이가 본다면 틀림없이 손녀 사이라 생각을 정도로 두 사람은 친숙했다.
단우현은 그 모습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으나, 남궁천이 결정한 일에 대해 굳이 꼬투리를 잡을 필요는 없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장원을 부탁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