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75
“이곳이군요!”
“이곳이다.”
새로 얻은 지도를 이용해 두 사람은 빠르게 길을 찾았다. 장원이 있던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지도가 워낙 정확하게 나와 있는 통에 헤메는 일은 없었다.
그곳에 도착함과 동시에 본 것은 다름 아닌 수풀을 이용해 감추어 둔 동굴이다. 짐승들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데다, 내부는 어두컴컴하여 횃불이라도 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권무진이 자신의 상의를 찢어 나뭇조각을 구해 횃불을 만들었다.
“먼저 갈 테니 잘 따라오거라.”
“예!”
권무진은 신이 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금왕수의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났으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함께 찾았으니 조금 떼어 주지 않으려나?
그거 받으면 제일 먼저 뭘 하지?
어마어마한 금액이니 일단 온갖 명주들을 퍼 마셔보자!
아직 찾지도 못한 것이기는 했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단우현이 동굴 내부로 들어갔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터벅터벅 전체 울려 퍼졌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차가운 한기가 몰아쳤다. 조금 전까지 더워 땀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몸은 빠르게 식었고 추위가 몰려왔다.
심지어 일다경 정도 안으로 들어가자.
질퍽질퍽-!
걷는 것이 힘들 정도로 땅이 질퍽거렸다.
“진흙이로군…….”
“……예…….”
동굴 안에 진흙이라니?
어디에도 토사가 쓸려 내려 온 흔적따위 보이지 않거늘 온 주위에 진흙이 가득 하여 발이 푹푹 빠질 지경이다.
그 때문에 더욱 추위가 몰려왔다.
하의는 이미 진흙 탓에 말이 아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묵묵히 걸었다.
이 진흙 밭을 지나가면 금왕수의 재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힘들기는 하지만 나름 성취감이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렇게 진흙을 밟으며 일각 정도로 더 나아가자, 드디어 진흙이 사라지고 평범한 돌길이 나타났다.
“후우- 왜 이런 곳에 진흙이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 토사가 쓸려왔을 테지.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 흔적이 없어진 것이고…….”
사실 단우현 또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 해도 동굴로 들어올 당시, 흙이 들어온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었으니까.
내심 뭔가 기이함을 느끼면서도 앞으로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동굴은 생각했던 것 보다 깊다.
심지어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내부가 좁아지고 천장이 낮아졌다. 좁은 곳을 지나가기 위해 바위 틈을 끼어들어가야 했고, 낮은 곳을 지나가기 위해 주저앉아 바닥을 기어야 했다.
동굴 입구에서부터 그들이 있는 이곳까지.
반 시진 정도는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는데, 실질적으로 고작해야 이각 여 정도 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만큼 길이 험하고 꼬여 있는 탓에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헉…… 헉…… 헉,주,주군 가,같이…… 좀…….”
“큼…… 어서 오너라.”
단우현과 권무진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천장이 너무 낮아 고개를 들어 올리며 머리를 부딪친다. 심지어 종유석은 또 얼마나 날카로운 지 권무진은 몇 번이고 그것에 옷이 찢기고 베였다.
물론 단우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그의 몸은 은연중 내공으로 보호를 하고 있는 탓에, 찢기거나 혹은 피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옷은 이미 넝마가 되었고 얼굴 또한 흙투성이다.
그렇게 기어 한참을 나아갔다.
중간중간 뱀이 보이면 기겁을 하며 때려잡고, 구르고 베이고 넘어지며 한참을 움직였다.
두 사람의 몰골은 순식간에 비참해졌다.
누가 보더라도 이제는 거지꼴이다.
“…….”
“…….”
어느새 말조차 없다.
앞서 가는 단우현은 다소 열이 받은 것인지 표정에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까지 들어왔으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동굴 통째로 부숴 버렸을 것 같았다.
반대로 권무진은 지치고 또 지쳤다.
엄청난 강행군을 하고 제대로 쉬지조차 못한 상황에서 이런 엿 같은 동굴로 들어와 기고 베이고 숙이고 넘어지고 있으니,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단우현만 아니면 말이다.
“거의 다 온 것 같군.”
들려오는 말에 권무진은 더욱 힘을 냈다. 이제 곧 어마어마한 재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번뜩 들며,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이동했다.
그렇게 약 일다경 정도를 더 움직였다.
이윽고 두 사람의 키로는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 할 정도로 낮은 동공(洞空)이 모습을 드러냈다.
“…….”
“아…… 미치겠네 진짜…….”
단우현은 아무런 말이 없고 권무진은 이를 갈았다.
쭈그려 앉아야 겨우 이동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동공이다. 차라리 바닥을 기어가면 더 났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닥에는 날카롭기 짝이 없는 돌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포복자세로 기어 갔다가는 만신창이가 될 거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 동공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앞에 길이 더 있다. 심지어 지금 이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빠드드득-!
그리고 단우현의 이가는 소리가 들렸다.
권무진이 깜짝놀라 그를 바라봤다.
표정은 없으나 정말 화난 것 같다.
불평불만을 내뱉으려 했던 권무진은 입을 꾹 닫았다. 이럴 때는 최대한 단우현에게 맞춰 주는 것이 상책임을 잘 아니까.
“거…… 거의 다 온 것 아닙니까? 저도 히,힘내겠습니다.”
“……그래.”
무뚝뚝한 어조로 단우현과 권무진이 쭈그려 걷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그 중원에서 유명한 소쌍도 권무진과 중원 역사상 처음으로 무신이라는 칭호를 얻은 이의 모습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거다.
응차응차-
두 사람은 마치 벌을 받는 아이들마냥 쭈그려 나아갔고, 이윽고 동공을 벗어나 그 앞에 있는 길을 타고 움직였다.
그대로 쭈그려 움직이고 있는 두 사람은 점점 더 길이 어려워짐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낮은 길목이 벗어나지지도 않는데, 하필이면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던 탓이다.
“헉…… 헉…… 헉…….”
뒤에서는 권무진의 신음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앞서 가는 단우현은 여전히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알 게 해 주었다.
그러다 문득 앞을 바라보던 단우현이 그 걸음을 멈췄다. 눈앞에는 길이 막혀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은 더 이상 존재치 않다는 거다.
인상을 찌푸리며 옆을 돌아보자, 누군가 그려놓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림 하나가 흐릿하게 보였다.
“헉,헉…… 그,그것은 무엇입니까?”
“그림이다.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군.”
단우현은 뚫어지게 그것을 들여다봤다. 하나는 화살표다. 막힌 돌 쪽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흐릿하게나마 보였으며 다른 곳을 쳐다 보니 사자의 형상을 한 그림이 횃불에 비출 때마다 또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고, 쭈그려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곤욕인 상황이니 만큼 단우현은 냉큼 손에 뻗어 벽을 후려쳤다.
쾅-!
거센 소리와 함께 벽면이 터져 나갔다.
동굴 전체가 크게 들썩이며 그 소리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해 하는 권무진이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 빠져나가는 단우현을 따라 몸을 굴렸다.
이윽고 몸을 추스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
“…….어?”
그리고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더럽게 익숙한 이 느낌.
많은 보았던 것 같은 풍경.
권무진은 우두커니 서 있는 사자 석상을 바라보고, 고개를 갸웃하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무언가를 생각한 것인지 미간을 꾹 누르며 단우현을 바라보자.
“아무 말 말거라.”
“예…….”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단우현이 보였다.
여기는 거기다.
그래 그 장원.
말라비틀어진 연못.
그 연못 주위로 만들어진 돌을 뚫고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내려갔다가 다시 개고생을 하며 이곳으로 되돌아왔다.
“하하…….”
허탈감은 이로 말할 수 없고, 짜증은 폭발직전에 이르렀다. 세상에, 단우현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고 있는 것은 또 처음 본다.
금왕수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 흔적조차 남지 않으리.
“사자…… 사자…….”
단우현은 연신 중얼거렸다. 엿을 먹었다는 생각은 뒤로 날려 버리고 일단 목표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그가 가만히 사자 석상을 바라보다 발로 걷어찼다.
콰앙-!
웅장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파편이 비산했다. 단우현의 실력이라면 가볍게 가루로 만들 수 있을 테지만, 다소 분풀이를 하는 것인지 발길질이 제법 세찼다.
권무진이 주륵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바라보다, 이내 휘둥그레 눈을 떴다. 부서진 사자 석상 안에서 커다란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우현도 놀라고 권무진도 놀랐다.
그렇기에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입에 담았다.
“진작 부숴보지 그랬습니까?”
“뭐라고?”
“아닙니다…….”
빠드득!
단우현은 이를 갈았다.
처음 그 동굴로 가는 지도를 찾았을 때, 석상을 부쉈으면 그만인 일이었다. 동굴 안에서 그런 개고생을 하고 다시 이곳까지 올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이 치솟았다.
이렇게 화딱지가 나는 건 혈마 이후로 처음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탓인지 조금 화가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개 고생을 한 만큼 커다란 재보가 있어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금왕수라는 자.
갈기갈기 씹어 먹을 테니까.
단우현은 작게 숨을 고르며 발을 휘둘렀다.
퍽!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상자를 후려쳤다. 가볍게 내지른 그것은 자물쇠를 거침없이 부수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드러냈다.
한 순간.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뭐라 말을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앞에 금은보화에 놀란 것이다.
번쩍번쩍 빛내는 그것들은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고, 설령 나라를 가진 황제라 하여도 눈이 뒤집힐 정도에 것이었다.
그 중심에는 조심스레 접혀 있는 서찰이 놓여 있었다.
단우현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천천히 손을 뻗어 상자에 있는 서찰을 주워 들었다. 주섬주섬 그것을 펼친 뒤, 내용을 읽은 단우현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곤 땅을 내려다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차례 눈을 비비고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확인을 하며 다시금 서찰을 읽었다.
[꽝! 다음 기회에]단우현이 그것을 읽고 상자를 부쉈다.
상자 안에 있던 철전 두 냥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