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89
이른 아침 산을 올라가고 있는 남궁천은,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연신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 올라오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숨이 차다니. 예전 같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무렵, 곁에서 함께 걷고 있던 장삼태가 불평불만을 내뱉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걸 대체 어떻게 찾는다고 아침 댓바람부터 사람을 이리 끌고 다닙니까?”
“……영초란 본디 천운이 따라야 발견된다고 합니다만.”
곁에 있는 권무진까지 입을 열었다,
아침을 먹자마자 끌고 나온 탓에 모두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산세가 험하기로 이름난 악록산에서 한 시진 반 동안 쉼 없이 산을 오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조용히들 하고 따라오거라. 분명 이 산이라면 영초 정도는 있을 테니까.”
“이렇게 헤매고 다니면 찾을 수는 있는 겁니까?”
약초꾼들 중에도 평생 영초를 구경조차 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남궁천이 천운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뭘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를 위해서 소미가 힘낼게요.”
걷다가 지친 단소미가 남궁천의 등에 업힌 채 속삭였다.
두 사람의 불평불만만을 듣고 있었던 남궁천은, 귀가 정화되는 것을 느끼며 허허 웃었다. 단소미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힘없는 늙은이 등에 업혀 있는 탓에, 그만큼 기력을 앗아 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들은 악록산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산길이 점점 더 험해지고 있는 탓에, 단련이 되어 있는 권무진조차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오래 걸었고 또한 길이 험해 체력 소비가 늘어난 탓이다.
“헥, 헥…… 자, 장주님도 모셔 왔어야 했는데……. 이 고생을 왜 우리만…….”
“허허, 장주가 같이 가잔다고 움직일 사람이더냐?”
“그거야 뭐…….”
장삼태는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단우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의지뿐이다. 설령 단소미가 조른다 해도, 단우현은 아니다 싶은 일은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 단호함이 있었다.
“헉…… 헉…… 이, 이쯤이면 되겠구나.”
남궁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살폈다.
상당한 험지였다.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절벽이 있고, 그들이 있는 곳 주변에는 사람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듯,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남궁천은 이런 곳이라면 약초꾼들조차 함부로 오지 않을 테니, 영초가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겨났다.
‘분명 녀석도 말했으니…….’
단우현이 말했었다. 천운은 곁에 있다고.
물론 상당히 추상적인 말에 지나지 않지만, 그는 영초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연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잘 생각하면 쉽게 구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어렵게 구할 것이다?’
남궁천은 단우현이 그리 말한 것도 떠올리며 숨을 골랐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작은 한숨을 쉬며 단소미를 내려놓았다.
“여기 있거라. 이 주변은 위험하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소미는 위험하지 않은 데에만 있을게요.”
배시시 웃음을 터트린 단소미가 장삼태를 향해 달려갔다. 약초를 캐기 위한 물건들을 모조리 그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도 찾으려고?”
“당연하죠. 할아버지를 위한 거잖아요.”
단소미는 등에 자그마한 바구니를 둘러메고서, 한 손에는 호미를 쥐고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영초라는 것이 무엇인지 단소미는 알지 못하지만, 오로지 남궁천을 도와주겠다는 일념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장삼태와 권무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영초를 찾는 것도 힘이 들 텐데 단소미까지 돌봐야 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위험해 보이는 곳은 가면 안 된다!”
“알아요!”
단소미는 쪼르르 달려 나갔다.
“흠, 일단 뭐부터 해야 할까”
단소미는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좌우를 돌아봤다. 남궁천과 권무진, 장삼태가 주변을 훑으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영초가 뭐야?”
단소미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당에서도 집에서도 누구 하나 영초라는 건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단소미가 아는 것이라곤 피막이풀과 칡같이 먹을 수 있는 풀 몇 종류밖에 없었다.
꼬르르륵-
그때,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아침을 먹고 나오기는 했지만 벌써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남궁천은 지금 당장 점심을 먹을 생각이 없어 보이니, 배가 고프다 징징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단소미는 일단 뭐라도 캐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세히 주변을 살피니 칡이 있었다.
단소미는 그것을 열심히 캤다. 하나의 칡이 나오고 주변을 뒤지니 다른 것도 보였다.
애초에 산에서 무언가를 찾아 먹는 건 잘하는 소미였다. 단우현에게 배운 것도 있었고 본래 특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단소미는 배를 채우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미 이 어린아이에겐 영초를 찾는다는 것 따위는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인 것 같다.
“하아, 하아, 이, 이거 정말 나오기는 하는 거요?”
먼 곳까지 산을 뒤지며 돌아온 장삼태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얼굴은 이미 땀으로 흥건한 데다 옷 또한 넝마가 되어 버렸다.
수풀을 샅샅이 뒤지며 살피느라 찢기고 베인 것이다.
물론 이런 몰골은 비단 장삼태만이 아니다. 남궁천은 물론이고 권무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후 반나절이 지나는 동안, 권무진은 절벽까지 타며 살펴보았으나 영초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간간이 먹을 수 있는 풀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본디 그들이 찾고 있던 것이 아니니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허- 여기라면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애초에 영초라는 게 쉽게 나올 리가 없지 않습니까?
오독오독-
찾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건만, 이미 날은 저물고 있었다. 이제는 시급히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산은 평지보다 더 빠르게 해가 진다. 그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시간 여유가 없었다.
한숨을 쉰 남궁천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하긴, 애초에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그 흔적조차 찾지 못할 줄은 몰랐다.
오독오독-
그때, 남궁천의 상념을 방해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단소미가 무언가를 계속해서 입에 집어넣는 게 보였다.
빤히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무언가를 씹고 있었던 단소미가, ‘꿀꺽’ 목넘김을 한 뒤, 자그마한 손을 내밀었다.
“드실래요?”
“허허허, 그게 무엇이냐?”
“칡이요.”
단소미가 칡 한 바구니를 건네며 밝게 웃었다. 영초를 찾으라 했더니 칡만 캔 것 같았다.
바구니 속에는 칡 외에도 무언가 상당히 많다. 하긴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이니, 약초를 비롯하여 산나물들이 꽤 많이 있을 것이다.
남궁천은 허허,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많이도 구했구나.”
“네! 이건 아빠 줄 거예요.”
“이 할애비 것은 없느냐?”
단소미가 끙 하며 신음을 삼켰다.
바구니 안에 든 것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며 무엇을 줄까, 하고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단소미가 손을 내밀며 바구니 안에 있는 것 중 하나를 남궁천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거요!”
“이것은 무엇이냐?”
“소미도 몰라요. 그냥 예뻐서…….”
헤헤, 하며 웃는다.
먹을 것은 아니지만 예쁘게 생기긴 했다. 뿌리는 마치 산삼 같은 모양이었는데, 이파리는 붉은색으로 산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남궁천은 그것을 가만 바라봤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모양새였다.
산삼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붉은색의 이파리를 가진 그것. 뿌리 또한 옅은 적색을 띠고 있는 것이 마치 불을 머금은 것 같았다.
이거…….
“이건…… 화, 화삼(火蔘)?!”
“네?”
화삼이라는 한 마디에 장삼태와 권무진 또한 놀랐다.
본디 산삼은 양의 기운을 가득 가지고 있는데, 이 화삼은 그보다 더한 양기를 가지고 있다.
산삼보다 귀하고 구하는 것도 어려운 탓에,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남궁천이 그렇게 찾던 영초인 셈이다.
“화삼이요?”
“그…… 그래! 이, 이걸 어디서?”
“저기서 찾았어요.”
단소미가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처음 단소미가 칡을 캐기 시작한 그 장소였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던 남궁천은 입을 다물었고, 권무진과 장삼태는 입술을 씰룩였다.
‘이거 뭔 개고생을 한 거야?’
‘당황스럽군.’
그러나 어디 남궁천만큼 당황스러울까?
그는 할 말을 잃은 채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단소미의 볼을 매만지더니 이내 쭉쭉 잡아당겼다.
“아야야! 아, 아파요!”
“허허허- 아주 잘했다, 잘했어.”
분명 어린 소미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분명한데, 이 상황이 어째 이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남궁천 또한 반나절이 지나도록 개고생을 한 것이 은연중에 슬며시 화가 난 듯했다.
“할아버지! 소미 아파요!”
“허허허, 그래, 그래. 잘 안다.”
단소미가 울상을 지으며 토닥토닥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제야 남궁천이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다시금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 손길에는 따스함이 묻어 나왔다.
“네가 나의 천운이구나.”
“헤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단소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천운이라는 게 뭘까?
갸웃갸웃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렇지만 욕은 아닌 것 같았고, 남궁천의 표정 또한 부드러웠던 탓에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운이 좋군.”
“허허허-.”
그날 밤, 장원으로 되돌아온 남궁천은 단우현 앞에 화삼을 올려놓고 웃음을 지었다. 이것이라면 산공독을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배어 있었다.
“자네의 말대로 천운은 가까이 있었네. 알아보지 못한 내 잘못이지.”
“단순한 우연이다.”
남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 단소미가 천운을 타고났기에 원하는 것을 이리 쉽게 손에 넣은 것이라면, 마음먹은 것에 따라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가치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또한 이러한 사실이 다른 이들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한바탕 피바람이 일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그저 운이 좋았고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이런 운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그리 생각을 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정말 이것으로 치료가 가능한 것인가?”
“산공독을 몰아낼 수는 있다. 다만 내공이 돌아온다고는 확언하지 못하지.”
그 말에 남궁천은 신음을 삼켰다.
내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나, 당장 급한 것은 산공독이었고 이것을 해독할 수만 있다면 내공을 되찾는 것 따위는 검황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시작해라. 조금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남궁천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내려준 천운이다.
그깟 고통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