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92
“그…… 그게 대체 뭡니까?”
장삼태는 의아한 표정으로 단우현의 손에 이끌려 온 이를 바라봤다. 혼절을 한 것인지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고, 머리채를 붙잡힌 채 질질 끌려왔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부터 끌려온 것인지 여기저기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고, 한쪽 얼굴은 퉁퉁 부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하였길래…….”
권무진이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물었다.
단우현이 손을 쓴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웬만해선 조용히 넘어가려는 측면이 많았고, 그 탓에 먼저 공격을 해 오지 않는 이상 결코 선공을 취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저자가 단우현을 공격했다는 말이 된다.
‘미친 게지. 정녕 저자가 미쳐 있었던 게로군.’
권무진이 속으로 생각하며 절레절레 식은땀을 흘렸다.
“일단 방에 넣어 두거라.”
짐짝처럼 가볍게 던져 놓는 그의 행동을 보며 장삼태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건 사람인뎁쇼?”
아무리 쓰러져 있다고 하지만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우현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 사내 때문인 것 같다.
장삼태는 어깨를 으쓱하며 중년 사내를 둘러업었다.
“산책을 간다하더니 묘한 것을 주워 왔구먼.”
그때,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낸 남궁천이 힐끗 사라져 가는 중년 사내를 바라봤다.
혼절을 한 데다 얼굴조차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심하게 망가진 탓에,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안쓰러움을 느꼈다.
“주워 왔다는 건 어폐가 있군. 제 발로 스스로 기어 들어왔다.”
“오호? 저자가 말인가?”
“아는 자인가?”
“허허, 이 노부는 처음 보는구려.”
힐끗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처음 보는 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안다 하여도 그리 친근한 사이 같지는 않았다.
그 때문일까, 단우현은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
“산책을 하는 도중에 만난 자다. 구함을 받았지.”
“구함을 받았는데 저 꼴인가?”
남궁천이 다소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구함을 받았다면 은인이나 다름없거늘, 그런 이의 몰골을 저리 만들어 놓고, 머리채를 끌고 들어오다니.
결코 은인을 대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구함을 받았다고 자네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온 말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던 남궁천이었으나, 앞에 나온 말은 결코 심상치 않은 말이다.
구함을 받았다는 것은 무언가 사달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즉, 누군가 단우현을 공격했다든가 혹은 그만한 일이 벌어졌음을 말함이다.
단우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는 이들이다.”
“자네…… 혹, 적이 많은가?”
“글쎄. 많다면 많고 없다면 없을 테지.”
단우현은 피식 웃었다.
흑도회를 비롯하여 떠오르는 이들은 몇 있었다. 그들이 원한을 가졌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일을 하였으니까.
하지만 놈들은 그런 부류와는 조금 달랐다.
흑의 사내의 무자비한 손속에,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한 채 죽어 버리기는 했으나, 움직임만 보아도 일류, 혹은 그 이상인 이들 같았다.
더군다나 놈들은 자존심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아침에 습격을 하러 올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아침의 그곳이 사람이 사는 곳과 거리가 멀고 인적도 드물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밤도 아닌 아침 댓바람부터 습격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은밀하게 상대를 처리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혹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는 것일 터.
“놈들의 목적은 틀림없는 장원이었다.”
그 말에 남궁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 못 알아들었나?
“세가일세. 밖에 현판이 있지 않은가, 현판.”
“…….”
한순간 단우현은 말을 잃었다.
세가든 장원이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모르는 인간이 아닐 것이다. 그런 데다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을 내뱉는 것은 한번 해 보자는 의미인가?
인상을 찌푸리며 가늘게 눈을 뜨자, 남궁천이 크게 헛기침을 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단우현은 만족스레 웃었다.
“장원이든 세가든 간에 그 이상한 놈들이 이곳을 노렸다는 건 분명하지.”
“으음…….”
“확인해 보겠습니다.”
권무진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할 때는, 일단 놈들의 체격과 무기들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손에 맺힌 굳은살을 비롯하여 신체의 흔적이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단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가 봐야 소용없다. 그런 상태가 아니니까.”
“……하지만, 뭔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시체라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을 테지.”
단우현은 웃었다.
사내의 손속은 잔인했다. 눈을 뜬 직후에 보았던 그 어떤 이들보다도 말이다. 완벽하게 상대를 말살시키고 그 흔적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
복면인들은 사람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고깃덩어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저자도 한 패가 아닐런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권무진을 바라보며 단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료를 희생하여 적의 내부로 파고드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저들의 등장은 상당히 절묘했다.
단우현 또한 처음 그런 의심을 하기는 했다. 그만큼 수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곧 부정을 한 이유는, 동료를 죽이는 것치고 그 손속이 잔인하다는 것과, 저 사내의 기운과 그들의 기운이 명백히 달랐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단우현은 문득 낯익은 감각을 떠올렸다.
‘어디선가 느껴 봤는데…….’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어디선가 느껴 본 적이 있었던 기운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기운들을 상대했고, 다른 이들보다 감각이 뛰어난 단우현이다 보니 그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낼 수는 없었다.
“주군을 노렸다는 것만으로도 천 번 만 번 베어 죽여야 할 일입니다. 당장 홍원창에게 연통을 넣어 놈들의 배후를…….”
“아니, 딱히 나를 노리고 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예?”
“있지 않느냐, 이 장원에. 나보다 더 많은 원한을 산 인물이.”
단우현의 한 마디에 장삼태와 권무진의 시선이 돌아갔다. 두 사람의 시선 끝에는 남궁천이 있었다.
남궁천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번 습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목표는 단우현이나 권무진 같은 이들이 아닌 바로 자신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허허허-.”
그가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웃는 것과는 다르게 눈매가 날카로웠다.
어느 정도 예견을 했던 사안이다. 단우현도 원한을 많이 샀다고는 하나, 애초에 단우현이 해결한 일들 대부분은 홍원창의 공으로 돌아갔기에 보복을 당할 이라 한다면 제일 먼저 홍원창이어야 했다.
하니 단우현이 아니라면 응당 남궁천이다.
그가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얼굴에는 제법 씁쓸함이 묻어나 있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단우현이 끄집어낸 탓이었다. 하지만 단우현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재로서는 단우현이 자신을 탓하며 욕을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단우현은 자신을 책망하기는커녕,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해 보였고, 또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다.
그때,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하지 마라. 이러한 일이 생겼다 하여 내치거나 하지 않을 테니.”
“허허, 그것 참 고맙구나. 하지만 정말 괜찮은가?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
그 말에 단우현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생각에 잠긴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웃었다. 이윽고 시선을 내린 그가 남궁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장원에 들어와 내 식솔이 되겠다고 한 것은 네놈이다. 식솔인 이상 주인의 입장에서 귀찮은 것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법이지.”
그리 말을 하며 단우현은 웃었다.
식솔인 이상 반드시 지킨다. 그것이 설령 지금까지 깊게 간섭을 하지 않으려 했던 무림이라 해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결심이 단우현의 눈빛에 서렸다.
“허허!”
바라보고 있는 남궁천 또한 그것을 느꼈는지 부드럽게 웃었다.
단소미는 우두커니 누워 있는 중년 사내를 바라봤다.
얼굴에 가득한 수염이 제일 먼저 보였다. 덥수룩하게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 탓에, 사실 얼굴이 붓지 않아도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심지어 곁에 있으니 이상한 냄새까지 났다.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않은 사람처럼.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고 얼굴은 부어 있다. 여기저기 피가 흐른 것도 보이니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그래서 단우현이 데려온 것이라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맞은 건지.
‘아!’
단소미는 문득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일 년여 전, 단우현을 처음 만났을 때였다. 돈도 없고 부모도 없는 거지 주제에,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치다 얻어맞아 죽을 뻔했었던 그때를 말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 사람은……?
“거지예요?”
단소미가 커다란 눈동자를 되록되록 굴려 옆을 돌아봤다. 귀찮은 듯하면서도 곁에 붙어 있는 남궁천이 보였다.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글쎄다, 꼴을 보아하니 거지인 것 같기는 한데…….”
“그…… 그럼 먼저 밥을 챙겨 줘야 해요! 소미도 그랬거든요! 밥만 있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단소미가 두 주먹을 움켜쥐며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밥을 차리는 장삼태가 오늘 악양 저잣거리에 나가고 없었다.
그 생각이 번뜩 들자 단소미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삼태 아저씨가 없네요…….”
“허허, 네 손으로 하는 음식이라면 풀 쪼가리라도 먹지 않을까 싶구나.”
“정말요?”
“물론이다.”
단소미가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장삼태처럼 화려한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단한 것들은 만들 수 있었다.
한때 단우현에게도 해 준 적도 있었다. 물론 한 입 먹어 본 단우현이 두 번 다시 요리를 하지 말라고 하기는 했지만,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끝까지 다 먹은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생각을 하며 단소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금방 갔다올게요!”
“허허허, 그러려무나.”
쪼르르-
남궁천은 밖으로 나가는 단소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다다닥- 하며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남궁천은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귀여운 아이다. 평생 품에 안고 있고 싶을 만큼.
하지만 그 전에.
힐끗-
눈동자를 굴려 누워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눈을 뜨지도 않고 미동도 없는 모습.
벌써 다섯 시진은 넘은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소변 지리겠다, 이놈아.”
“…….”
“창피하지? 보아하니 일격에 당한 것 같은데, 허허허.”
“…….”
말을 건네봐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혼절을 한 상대니 어떤 말을 해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분명할진대, 남궁천의 입은 쉼 없이 열렸다.
한데 기이하게도 중년 사내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일격에 당했느냐?”
“…….”
“쯧쯧- 천하의 마황이라 불리는 놈이…….”
“기습이었다니까!”
벌떡 일어난 중년 사내가 한껏 뿔이 난 표정으로 남궁천을 쏘아봤다. 그러다 곧 눈이 마주친 것을 깨달으며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혼절한 척하고 있다는 것을 걸려 버린 것이다.
“쯧쯧, 한심한지고…….”
남궁천이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