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93
마황.
오황의 일인이자 천산마교의 정점에 있는 자.
이 무림에서 가장 강한 자 중 한 명이라는 칭호를 얻은 만큼, 그가 가지고 있는 힘은 그야말로 하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정파나 사파와는 다르게 마교의 무공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데다, 파괴력을 중시하기에 사공이라 불리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교주가 되는 이의 무공은 천마신공.
몸에 가는 부담감 또한 엄청날 뿐 아니라,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면 결코 오래 살지 못한다. 천마신공을 익히고 사십 줄이 넘은 이들은, 중원 역사상 고작해야 네다섯 명이 될까 말까 할 정도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도학.
그 또한 그런 이들 중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교주가 되기 위해 몸을 만들었고, 천마신공을 익히며 육십 줄이 넘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그가 오황 중 수위를 다툰다는 말을 거짓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런 사도학이…….
‘일격이라니? 일격이라니!’
사도학은 태어나 지금까지 많은 무공들을 접했다. 마교의 고수들은 물론이고 정파와 사파, 심지어 새외의 고수들 중에서도 자신과 견줄 수 있는 이가 몇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또한 자기 자신이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강자라는 사실 또한 익히 알고 있었다.
한데 일격이었다.
불의의 기습이라고는 하지만 일격에 날아가 혼절을 했다.
“호신강기를…… 어이없이 뚫고 들어오더군…….”
“허허허.”
사도학 같은 고수들은 기본적으로 호신강기를 항시 몸에 두른다. 어디서 날아 들어올지 모르는 기습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몸에 두르게 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단우현의 주먹은 그런 호신강기 따위는 필요 없었다.
호신강기가 어이없이 부서졌다.
또한 날아드는 주먹을 피할 새도 없었다.
이 사도학이!
부글부글 들끓어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하지만 깨어난 이상 그놈에게 다시금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까득-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남궁천이 손을 내밀었다.
“그만하게나. 이곳에는 작은 아이가 있네. 어린아이가 있는 곳에서는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라네.”
“이 썩을 놈의 정파 새끼야! 나는 지금 당해서 억울해 죽겠는데 싱글벙글 웃음이 쳐 나와?”
“허허허-.”
남궁천은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천하의 사도학이 얻어맞았다.
그런 이를 일격에 제압했다면, 단우현의 무예는 이미 남궁천의 머리로는 좇을 수 없는 수준에 올라와 있음이다.
‘천외천…… 삼천 정도는 된단 말인가? 저 젊은 나이에?’
아무리 무신의 후예라 하나 너무 어마어마한 무위였다. 그렇다면 삼천보다 더욱 강했다고 일컫는 무신은 하늘마저 뚫고 솟구친 존재란 말인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웃긴 소리엿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니까?”
“이 세가의 주인이라네.”
“…….”
사도학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다.
이 세가의 주인이라는 건 정신을 차린 뒤부터 짐작은 했으니까. 애초에 얼마나 강한 은거기인인가 싶어 머나먼 천산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 아닌가!
지금 사도학의 질문은 그딴 것들이 아니라…….
“응? 자네 팔이 왜 없는가?”
문득 사도학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처음에는 워낙 열불이 난 상황이었던지라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남궁천의 왼팔이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과거에 보았던 그 검황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기세가 줄어들어 있었다.
지금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일격에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게 정말 정파 최강이라 불리는 그 검황이란 말인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남궁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리되었다네.”
“이 노친네가 나이를 처먹더니 노망이 났나? 뭐가 그리되었다는 거야! 설명을 해야 될 것 아니야!”
“허허허-.”
남궁천은 오른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여전히 말이 거칠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격렬히 흔들렸다.
천하에 다섯밖에 없는 절대적인 호적수.
그중 한 명이자, 자신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을 것 같았던 검황이다. 한데 그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사도학의 표정은 꽤 질려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위에 있었기에 벌어진 일에 지나지 않네.”
“자네 그거…….”
사도학은 인상을 썼다.
내뱉지 않았지만 그 뒷말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검황이 바보는 아니다.
누군에게 배신을 당했다. 혹은 원한을 산 이들 중 누군가가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계획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아마도 왼팔은 그 결과물일 터.
사도학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마교처럼 풀어 줄 때는 확실히 풀어 주고, 누를 때는 힘으로 억눌러 버리며 공포를 심어 주면 저러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텐데, 하며 혀를 찼다.
“쯧쯧, 늙은이 나이 처먹고 그게 무슨 꼴이야?”
“허허허- 인생이란 것이 뭐 있는가? 다행히 내공은 돌아오고 있으니 천운이라 할 수 있지.”
“산공독이냐?”
“그렇더군. 심지어 꽤 지독했지.”
“어떤 놈들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구나. 천하의 검황을 말이지.”
“허허, 자네가 그 말을 하는가?”
구시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도학을 바라봤다.
오래전부터 호적수였던 자다. 함께 성장을 해 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안다.
어쩌면 함께 자란 모용혁문보다 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많이 부딪쳤으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사투를 벌였다.
두 사람은 언제나 검으로 대화를 나누었고, 검으로 마음을 열었다. 비록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누구보다 친근하다.
때문에 사도학은 알고 있을 것이다. 웃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남궁천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말이다.
“좋아, 어찌 되었든 지금은 네놈 일을 제쳐 두기로 하지. 그보다 먼저…… 이 주인 놈은 어디갔나?”
“허…… 한번 더 붙어 보려는가?”
“당연하지 않으냐! 그 때문에 먼 길을 온 것인데!”
사도학은 씩 웃었다.
일격에 쓰러진 것에 대한 분노는 조금 가라앉았다.
사실 오황이라며 많은 이들이 떠받들어 주고 있기는 하나, 숨은 이들 중 오황보다 더욱 강한 자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
단우현은 지금의 자신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자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선 아니 될 터.
오랜만에 도전 정신이 들끓어 올랐다.
“그만두는 게 좋을 텐데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이번에는 내가 이길 테니까.”
사도학은 자신감이 넘쳤다.
기습적인 한 수에 당했으니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고 해볼 심산이었다. 저놈도 일격에 기절을 시켰으니, 자신도 놈을 일격에 기절시키리라 다짐했다.
사도학은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가 있던 방에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며칠 누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멀쩡해 보이는군.”
“너!”
사도학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그의 몸에서 마기가 들끓었다. 눈앞에 있는 단우현을 바라보는 순간, 호연지기가 몰아쳤다.
침상 옆에 고이 놓여져 있는 검을 붙잡고는 단숨에 튀어 나갔다.
어느 누가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령 누군가 있다 하여도 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다. 경공에 자신이 있다고 하는 장삼태조차 지금 눈앞에 있는 사도학의 경공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이윽고 방 안에서 번뜩임이 일었다.
“윽?”
무언가 이상하다.
눈앞에 있어야 할 이가 보이지 않았다.
사도학이 휘둥그레 눈을 떴다. 달려들기 전까지만 해도 앞에 있어서 최고의 속도로 덤벼들었으니 그 찰나에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더군다나 제법 넓기는 하지만 기껏 방 안이지 않은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그때, 뒤에서 싸늘한 감각이 들었다.
깜짝 놀라 등을 돌렸다.
“어…… 없어?”
하지만 뒤를 돌아봐도 단우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꿈이나 환상이고, 자신은 그것에 덤벼들었다는 말이 되는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파르르 입꼬리를 떨었다.
그때 목소리가 또다시 뒤에서 들렸다.
“여기요!”
깜짝 놀란 사도학이 다급하게 등을 돌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단숨에 일격을 가하여 놈을 잡을 생각이 가득한 묵직한 힘이다.
한데 눈앞에 있는 것은 어린 소녀였다.
이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영문조차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그마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 내밀었다.
사도학은 내리치려는 손을 가까스로 멈췄다.
그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이게 대체…….”
상대는 어느새 또다시 눈앞에 있었다.
사라졌다 생각을 했던 단우현은 어느새 단소미의 곁에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귀신에 홀린 표정이 되었다.
“먹어라. 내 집에서 칼을 든 벌이다.”
“벌이에요?”
단소미가 뾰로통한 시선으로 단우현을 올려다봤다.
물론 장삼태가 해 준 것보다 맛이 없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만들어서 가지고 온 음식이다. 한데 그걸 벌이라 하면서 먹으라 하다니.
단소미가 축 어깨를 늘어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뭐 하는 거지?”
단우현은 그런 단소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위로를 해 줄 생각은 없어 보였고, 그렇다고 손에 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줄 마음 또한 없는 눈치였다.
그저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마음만을 위로했다.
“벌 아닌걸요. 맛있어요! 소미가 간도 봤는걸요!”
단소미는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는 사도학을 향해 다시 한번 그릇을 내밀었다. 단우현의 말이 아직까지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맛을 보았을 땐 나름 괜찮은 음식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음식도 아니고 죽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군.”
사도학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마음 같아선 단우현을 향해 한 번 더 덤벼들고 싶었다. 조금 전 그 상황이 어찌 된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어린아이가 있는 방이다. 심지어 다친 자신을 위해 죽까지 만들어 왔다.
저 또랑또랑한 눈빛으록 죽그릇을 내밀었는데, 그걸 사양하고 일을 저지를 만큼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다.
또한 이 나이가 되도록 가족을 가져 보지 못했기에, 이런 어린 소녀에게는 다소 약한 탓도 있었다.
사도학이 손을 내밀어 그릇을 받아 들었다.
“고맙구나, 아이야. 나는 사도학이라 한다.”
“저는 소미! 단소미라고 해요. 헤헤.”
“하하, 좋은 이름이구나. 나를 위해 죽까지 해 오다니 기특하기도 하고 말이야.”
단소미가 배시시 웃으니 얼굴에 살짝 홍조가 드러났다. 칭찬에는 약한 것인지 부끄럽다는 듯 단우현의 등 뒤로 돌아가 그 작은 몸을 숨겼다.
그것을 바라보며 또다시 한숨을 내쉰 사도학이 가볍게 죽을 입에 넣었다.
“우웨에에엑!”
순간, 그의 입에서 폭포가 터져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