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02)
환생마신전-102화(102/390)
천마호심공(天魔護心功)
집사가 된 뒤, 일노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묘시 초, 이부자리를 개고 일어나 소교주께서 씻을 수 있게 물을 미리 받아놓는다.
진시 초, 새벽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소교주께 아침 식사를 차려 드린다.
사시 초, 다른 집사와 하인들에게 오늘 할 일을 미리 지시한다. 소분가주 업무에 집중하는 소교주를 위해 간식을 마련한다.
오시 초, 백색전의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면서 수리해야 할 부분을 짚어내고, 집사와 하인들의 부족한 점들을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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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 초, 소교주로부터 간단하게 무공 지도를 받는다. 소교주의 혜안에 감탄을 받는다.
자시 초, 명상 훈련을 끝내고 일찍 주무시는 소교주를 위해 점등을 끝내고, 호롱불을 켜서 이튿날 소교주를 위한 식단을 미리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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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교주를 중심으로, 오로지 소교주를 봉양하기 위해 맞춰진 일과의 연속.
언제 한번은 소교주께서도 묘한 표정으로 이렇게 여쭈시기도 했다.
“…일노도 자기 개인 시간을 가지는 게 좋지 않아?”
“이것이 제겐 개인 시간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할 말은 없지만.”
일노의 이런 말은 진심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요 며칠 동안 자신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을 몇 차례나 가질 정도였다.
지난 육 년간 쫓겨 다니기만 하던 삶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소교주께서 기적을 행하시어 지옥에서부터 돌아오셨고, 심지어 그 옆을 봉양할 수 있도록 영광까지 나눠주셨다.
신도로서 이보다 더 무한한 영광이 어디 있을까?
소교주께서 머무시는 거처를 자기 손으로 조금씩 탈바꿈시키는 것 자체가 소소한 행복이었다.
언젠가 천하를 불태울 불길을 만드는데 한 몫을 거든다고 생각하면 지칠 새도 없었다.
하지만.
쾅! 쾅! 쾅! 쾅!
백색전 생활의 유일한 흠이 있다면 딱 하나가 있었으니.
이때만 되면 항상 생기 넘치던 일노의 두 눈은 흐린 동태 눈깔처럼 변하곤 했다.
‘또 시작이구나! 저 빌어먹을 작자들이!’
바로 당규진과 유수민, 그리고 사마선의와의 비무 시간이었다.
존경해도 모자랄 소교주께 유일하게 해를 끼치는 존재들!
쐐애애액-
당규진이 순식간에 운휘의 머리 위에 나타나 검을 세게 내리찍었다.
과연 친동생에게 휘두르는 검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살벌한 검격.
퀭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두 눈에선 살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언니, 죽여버려요옷!!”
“송풍검법! 송풍검버업!!”
이를 지켜보고 있던 유수민과도 마찬가지.
운휘와 대화하기를 좋아하던 사마선의도 언제부턴가 눈가에 살의가 충만해진 상태였다.
부스스한 몰골이며 해골처럼 가라앉은 눈빛, 여기저기 찢긴 옷자락까지.
누가 본다면 마치 치열한 격전지라도 헤쳐온 것처럼 보였다.
구룡분가를 처음 찾을 때까지만 해도 곱게 화장도 하고 궁장도 차려입는 등 예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운휘가 ‘지옥 주간’이라고 명명한 훈련 주간이 시작된 이후, 그녀들은 며칠 동안 제대로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채 주야장천 연전 대련만 치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두 눈엔 오로지 오기와 독기, 그리고 깡밖에 남지 않았으니.
오로지 자신들을 이런 꼬락서니로 만든 운휘를 똑같은 꼴로 만들겠다는 집념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저 빌어먹을 놈은(세 여인의 표현을 빌렸을 때) 정말이지 사람 같지도 않다는 점이었다.
매번 그렇게 연달아 대련을 치렀으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법도 하건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는 얼굴과는 반대로 체력은 더 좋아져서 돌아왔다.
오죽하면 운휘가 자신들의 정기를 몰래몰래 갈취하는 게 아닐까 하는 희한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날이 검술도 발전하고 있으니 세 여인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이쪽은 정말이지 힘들어 죽겠는데, 상대는 발전한 검을 가지고 전날보다 더 긴 시간을 대련 치른다고 생각해봐라.
생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이제 제발 좀 뒈져어어어!!”
당규진은 모든 진심을 담아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전투라면 늘 즐거워하던 청색귀면도 이제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마왕! 마왕이 날 갖고 놀다가 잡아먹으려고 계속 괴롭히는 거야아앗!」
이제는 운휘만 봐도 저절로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다.
채애애앵!
운휘는 재빨리 검격을 옆으로 흘리면서 땅바닥을 데구르르 굴렀다.
콰아앙!
아슬아슬하게 옷깃이 찢긴 자리로 청강검이 바닥에 찍혔다.
땅이 움푹 파이면서 먼지가 풀풀 날렸다.
“쉬익… 쉬익… 아까워… 죽겠네…!”
“…조금 전 공격에는 내력이 실린 것 같았습니다만, 누님? 우리 그런 거 않기로 했잖아요?”
“몰라, 그런 거어! 그냥 뒈져버려어엇!”
파앗!
당규진은 이제 이판사판이라며 검기까지 보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운휘는 끝까지 내공을 발동하지 않은 채 암영보를 밟아 뒤로 아슬아슬하게 물러섰다.
‘저, 저, 저, 고얀!’
한편,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일노는 다시 한번 더 분기탱천했다.
일노가 아침에 곱게 다려서 입혀 드렸던 무복은 오랜 격전으로 넝마가 되었고,
빗에다 사향노루의 향까지 발라가며 빗어드렸던 머리는 산발이 되어 상거지 꼴이 따로 없었다.
심지어 옷깃 사이사이로 보이는 크고 작은 상처는 존체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으니.
마신의 화신이 되실 고귀한 분께 이게 대체 무슨 해괴한 짓거리란 말인가!
일노는 당장에라도 튀어 나가 당규진의 멱살을 붙잡아 노발대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도 억지로 참는 것은 운휘가 절대 나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뒀기 때문이었다.
무공도 익히지 못했던 소교주에게 처음으로 무(武)를 가르쳐준 양반이니 존경을 표해야 한다나?
신교로 치면 무상(武相)이나 호법 정도라도 되는 모양인데.
그래서 일노는 더더욱 화딱지가 났다.
내 소교주께서 받으신 저 수모를 되갚아 주리라!
일노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헤엑! 진짜 죽을 뻔했네. 아, 고마워.”
나는 모든 대련을 마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때마침 일노가 건네준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다.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얼음물. 아주 기가 막혔다.
크으!
우리 새로운 집사 아주 마음에 들어. 칭찬해.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난 다음에는 남은 물을 정수리에 잔뜩 뿌렸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아, 저도 감-”
때마침 일노가 앞으로 지나가자, 당규진 반색하며 얼음물을 받으려 손을 뻗었지만.
쌔애앵.
일노는 보란 듯이 무심하게 당규진 앞을 지나치면서 다른 하인들에게 얼음물 담긴 쟁반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벙찐 표정을 짓는 당규진 일행 쪽을 보며 썩은 미소를 날리는 것이, 너희들은 앞으로도 국물 따윈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당규진은 떨떠름한 얼굴이 되어 내게 물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니?”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긴 종주에 대한 존경이 신에 대한 숭배와 다를 게 없는 신화종의 신도로서는 저런 태도가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
나는 일노에게 세 사람에게도 얼음물을 나눠달라고 부탁하고, 오늘자 대련을 모두 끝마쳤다.
“확실히 누님이랑 두 소저와 함께하니 훈련도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심심함도 덜하고 말이죠.다시 한번 더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유수민의 얼굴이 처음으로 ‘희망’이 생겼다.
“그러면 연전 대련은 이걸로 모두 끝났-”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호호호!”
유수민의 눈가가 파들파들 떨리는 것 같았지만.
뭐, 내 착각이겠지? 낄낄낄.
「하필 걸려도 소교주의 마수에 걸려서는 저런 고생을 하누?」
「제발 훈련하게 해달라고 사정한 너희들 아니냐고.」
「그러니 이제 와서 한 수 물려달라고 하기엔 힘들게 된 거지. 외통수인 게야, 외통수. 쯧쯔!」
「아아, 이것이 바로 동병상련이라는 것이로구만. 정파의 아이들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저 아이들은 과연 알까? 치를 떨고 있는 지금이 앞으로 벌어질 소교주의 마수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당규진이 한숨을 푹 내쉬다가 물었다.
“그런데 너 이래도 되는 거야? 대련이 끝나고 난 다음에는 개인 훈련까지 한다면서?”
“예. 맞습니다. 대련에서 얻은 바를 복기해야 하니까요.”
“사자문주님과 비무는 바로 내일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체력 마구 남발해도 되는 거야?”
“저만의 비법이 있죠.”
“그게 뭔데?”
“영업 비밀.”
“…….”
“별 건 아닙니다. 그냥 하는 거죠. 그냥 하면 되던데요?”
세 사람의 얼굴 위로 스치는 속마음들이 왠지 보이는 것 같았다.
‘내 동생이지만… 조금 전에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재수 없었어.’
‘왕재수.’
‘난 안 되는데… 부럽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놈이 있으니 체력 회복이 너무 손쉽게 이뤄진단 말이지.’
순간 흑룡기가 경맥과 혈도를 타고 흘러 불순물을 씻어내고 피로한 세포에다 활력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상처 회복, 체력 회복, 심력 회복이 모두 같이 이뤄지니, 하룻밤만 자고 나면 물로 씻은 듯이 몸이 개운해졌다.
이러니 어디 계속 대련 신청을 안 할 수가 있나.
나날이 세 사람의 피골이 상접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세 사람의 검술도 나날이 발전하는 구석이 보였으니.
각자 지난 도귀와의 전투에서 얻은 영감들이 드디어 검술에 묻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성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이게 자극이 되어 죽을 만큼 힘들어도 대련에 꾸역꾸역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
자고로 무인에겐 끊고 싶어도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약과 다를 게 없었다.
그렇다.
이제 이 세 재녀는 더 이상 내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렸단 뜻이렷다. 음홧홧홧.
「저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약한 자의 말 따윈 듣지 않는 것이 바로 소교주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이니-」
여하튼 나도 이들 덕분에 어느덧 마라천검형이 육 성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럼 저는 내일 비무 때문에 준비를 위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 그래….”
“고, 고생하세요…….”
“…….”
* * *
천마구검에 성공적으로 입문했고, 흑룡기를 완성하여 마라(魔羅)의 살(煞)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호교신공(護敎神功)의 입문이 시작된 것이다.
「아아, 드디어 소교주께서 호교신공에 발을 들이시다니-」
「그동안 호교신공 없이 소교주로 책봉되신 것을 두고 물어뜯고자 하는 승냥이들이 많았거늘,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이를 두고 입방아에 올리지 못할 것이나이다.」
「감축드리옵니다, 소교주!」
「감축드리옵니다!!」
「감축드리나이다!!」
망령들의 말마따나 호교신공은 오랫동안 내게 꼬리처럼 따라붙었던 정통성 문제를 일으킨 원흉이었다.
대대로 신교의 교주들은 출신 종파를 막론하고 반드시 호교신공을 배워야만 했으니.
호심공.
비행공.
군림보.
겁멸수.
그리고 천마의 이 네 절기를 하나로 합쳐야만 탄생한다는 비전 아수라파천무.
당대에 스승님께서 직접 창안하시어 호교신공에 추가된 천마구검까지.
교주 비전, 혹은 육대비전(六大?傳)이라고도 불리는 이 호교신공들을 모두 섭렵해야만 진정한 교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따라서 수많은 쟁탈전 끝에 최종적으로 소교주가 책봉되면, 당대 교주가 직접 소교주에게 호교신공을 물려주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었다.
그런데 그걸 내가 깨버린 것이다.
단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앙꼬 없는 찐빵이 진짜 찐빵이 맞느냐?’라는 화두는 신교의 사회를 두고두고 술렁거리게 했고.
특히 전통과 역사라고 하면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키는 노땅들이 이걸 두고 사사건건 딴죽을 걸어댔다.
물론 이 몸이 워낙에 잘나시어(?) 불평불만 분자들이 보이는 족족 때려잡은 덕분에 더는 이를 문제 삼은 작자는 없었지만(못했다는 표현이 옳겠지만), 그래도 근간에 의문을 품은 이들은 적잖게 남아있었다.
만약 내가 그대로 교주직에 올랐어도 두고두고 우환거리가 발생했을 게 분명했다.
뭘 어떻게 해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야심가들은 뭐라도 꼬투리를 잡아야 할 테니.
그런데 내가 바로 그런 약점을 드디어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나로서도 기쁠 수밖에.
그래서 나는 내친김에 한 발을 더 앞서나가고자 했다.
―천마호심공(天魔護心功).
드디어.
호교신공의 근간이 되는 심법을 익힐 차례였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