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03)
환생마신전-103화(103/390)
어디로 가면 돼?
「독룡심결에다 천마호신공의 색채를 더하려 하시는 것인지요?」
‘어. 맞아. 애당초 독룡심결을 기초심법으로 삼은 게 바로 그런 이유였으니까.’
「확실히 마기를 숨기는 데는 그것이 가장 탁월하긴 할 것 같사옵니다.」
「허나, 효율성이 얼마나 좋을지는 의문인지라-」
‘천마호심공은 원래 정신수양법에 가까우니까. 해봐야지, 나도.’
천마호심공은 삼단전을 아우르는 신공절학이었다.
과연 내가 기존에 익힌 삼종무학과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쉽게 짐작이 가질 않았다.
사자도왕과의 비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금.
바로 입문에 들 때였다.
먼저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깊게 삼매경에 빠지면서 독룡심결을 운용했다.
하단전이 꿈틀거렸다.
뒤이어 흑룡기를 움직였다.
중단전이 하단전과 직통으로 연결되면서 두 개의 기운이 뒤섞이며 증폭했다.
한없이 차가운 기운.
경맥은 물론 몸이 통째로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이어서 상단전을 개방해서 귀왕자서를 최대치로 운용했다.
술력이 경맥을 타고 내려와 두 기운에 합류했다.
서로 다른 연원을 지니고 있지만,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삼종진기(三種眞氣)는 단숨에 경맥을 타고 흐르면서 하나로 합쳐졌다.
나는 그 속도를 점점 가속화시켰다.
그러자 삼종진기에 엄청난 압력이 실렸다.
계속 돌고, 돌고, 또 돌고…….
경맥이 과부하 된 나머지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도, 너무 너덜너덜해져서 찢어지기 직전까지 닿아도, 쉬지 않고 계속 운기행공을 반복했다.
고통으로 몸이 덜덜 떨렸지만 그동안 극한으로 단련했던 훈련법이 틀리지 않았던지 어떻게든 버틸 만했다.
그러자 언제부턴가 같이 흘러도 물과 기름처럼 층이 구분되어 있던 삼종진기의 경계선이 없어지고 진짜 하나로 합쳐졌다.
덕분에 양이 삼 할가량이 확 하고 줄었다.
대신에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계속된 행공으로 불순물이 거의 제거되어 순도도 맑아졌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뒤섞여서 하나가 되었다.
원래 삼종진기의 각 특징적 요소를 이루고 있던 독성, 음기, 귀기 등등이 전부.
대신에 본질적인 단 하나만이 남았다.
마(魔).
바로 순수마(純粹魔)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천마호심공……!」
「확실히 직접 눈으로 보니 감탄만 나오는구려.」
「애당초 전설로 내려오는 호심공의 내력도 순수마를 만들기 위해 창안된 것이라 하였으니-」
천마호심공은 모든 것을 수용한다.
천산에 존재하는 모든 마공이며 금술, 칠십이사사문의 갖가지 괴공들은 물론이요, 심지어 정파의 항마공까지도.
하지만 모든 것을 배격하기도 한다.
순수마를 따르지 않는 이들.
숭배하지 않고, 굴종하지 않으며, 충성하지 않는 이들을 모두 부숴버리고자 한다.
자신의 ‘우리’ 안에 들어오면 받아들이되, 그러지 않으면 철저하게 적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설득이나 조련 따위의 과정은 없었다.
그래서 천마호심공은 항상 모든 마공의 선두를 자처하며 뿌리라고 주장한다.
내가 삼단전의 각자 다른 진기를 천마호심공 안에 통합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순수마를 깨우는 것만으로도 각자가 가진 특성을 넘어서서 보다 본질적인 힘으로 가져가게끔 만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계가 사라지고 순도와 밀도가 모두 높아진 기운의 효율성은 이루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 순수마에 대한 나의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기에 천마호심공은 어렵지 않게 몸에 내려앉을 수 있었고.
가장 좋은 점은 순수마를 숨기기만 한다면, 겉보기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외부에 비춰진다는 점이었다.
마공을 숨길 수 있는 것이다.
.
시간이 계속 흘렀다.
.
.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끼이익!
“뭐 하고 계시는 겁니까, 공자? 사자문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밖에 난리가 났-”
쾅 하고 방문이 열리면서 당곤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말문을 멈추고 말았다.
내 눈가에 맺힌 귀화(鬼火)가 다른 어느 때보다 요요히 빛나고 있을 것이므로.
한순간 실내를 가득 채운 지독한 공기가 그의 심장을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순수마, 천마(天魔)의 위엄이었다.
나는 웃고 말았다.
“어디로 가면 돼?”
* * *
사천제일 후기지수.
차기 천하제일검.
청운적하 청성신검.
모두 수훈(受勳) 이철산을 가리키는 별호이자 칭호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철산 본인은 그런 별호가 마음에 들기보다는 부담스러웠다.
‘뭐가 저렇게 하나 같이 거창하기만 한 건지.’
애당초 그는 명성을 그렇게 크게 바라는 편이 아니었다.
그냥 검이 좋아서 검을 꾸준히 단련했을 뿐이고, 평화로운 문파의 분위기가 좋아서 대제자라는 직분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 저런 식으로 불리고 있으니 낯간지럽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싫은 건 아니었다.
제아무리 속가에서 벗어난 도문의 도인이라고 하나, 젊은 나이에 칭찬과 기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본인 스스로 너무 세간의 평판에 휘둘리지 않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본질을 해칠 수가 있었으니까.
그런 뜻에서 이번 하산(下山)에도 큰 의미를 두지 말자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사문의 엄명을 받아 사매의 가문에 손님으로 방문하는 것일 뿐,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암존 어르신을 직접 뵐 수 있다는 것부터가-’
이철산은 언젠가 청성산을 잠깐 내려왔다가 마주쳤던 암존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네가 오만하게도 본 가의 인재들을 두고도 사천제일 후기지수라는 별호를 가져간 그놈인가 보구나. 확실히 인물이긴 인물인 것 같군.’
‘어르신은… 대체-’
‘나 말이냐?’
‘그렇습… 니다.’
‘뭐가 보이기라도 하나 보지?’
‘…….’
‘뭐가 보이나?’
‘…태세(太歲).’
‘으잉?’
‘제 눈에 어르신은 그리 보이십니다. 대체 어르신의 정체가 무엇이십니까?’
‘허허! 그놈 참 신기한 놈일세. 그런 게 보인단 말이냐?’
태세는 도가에서 신봉하는 여러 괴물 중 하나로, 원래 땅 속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다가 인간이 함부로 땅을 헤집었을 때 분노해서 나타나 인간들을 해친다는 재혈신이자 성군이었다.
수천 개의 눈동자를 가진 붉은 고깃덩어리의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어 악신으로 분류되지만, 땅을 비옥하게 하여 숲을 울창하게 만든다는 대목에서 선신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도문에서도 태세의 기운이 넘치는 곳은 피하려 애쓰거나, 안 된다면 지극정성으로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뜻이었다.
그런데 이철산의 눈에는 암존이 바로 그러한 태세로 보였다.
문제는 암존이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단 점이었다.
‘그런 게 보인단 말이냐?’
그건 실제로도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단 뜻이 아닌가.
이철산은 그걸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묻진 못했다.
암존이 다짜고짜 그에게 손길을 뻗어왔으니까.
‘네가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십 년의 적공(積功)을 단숨에 해치우는 호사를 누릴 수 있으리라.’
암존의 시험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땐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으니까.
하지만 모든 시험이 끝났을 때, 이철산은 암존이 절대 허투루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내공이 진일보했을 뿐만 아니라, 경지마저 두 단계 이상 초월해 있었으니까.
극한의 집중력이 그동안 그를 가로막고 있던 벽을 단숨에 부숴버린 것이다.
하지만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전에 암존은 홀연히 자취를 감춘 뒤였다.
그가 암존이라는 사실도 나중에 사문의 어른들께 인상착의를 물어 겨우 알아낸 사실이었다.
‘대체 내게서 뭘 확인하고 싶으셨을까, 어르신께서는?’
아무리 궁구해봐도 이렇다 할 속 시원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때부터 암존의 그림자는 이철산의 마음 한복판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어쩌면 스승이신 장문인보다도 훨씬 더 깊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나, 이철산에게는 또 다른 스승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 드디어 그분을 뵐 수 있게 되었다.
직접 마주했을 때 여쭤볼 생각이었다.
대체 내게 이런 기연을 주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만약 청성의 대제자인 자신을 꼬드겨 당문으로 이적시키려 하신 것이라면 거절할 것이라고.
하지만.
‘…만약 그분이 간절히 날 필요로 하시고 설득하신다면 거부할 수 있을까?’
이철산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가 고개를 세게 털었다.
‘오만해지지 말자, 철산아. 그냥 암존께서 단순히 심심풀이로 가르침을 내리신 것을, 괜히 오해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으냐. 거절할 것이라면 직접 뵙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 동안, 이철산은 드디어 구룡분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암존에 대한 걱정을 확 잊고 말았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대사혀엉….”
“사매, 대체 얼굴이?”
“하, 하하… 많이 피로해 보이죠……?”
이건 그냥 피로해 보이는 정도가 아닌데?
이철산은 목 언저리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삭혔다.
그만큼 마중 나온 당규진의 몰골은 영 말이 아니었다.
제 딴에는 가린답시고 화장도 하고 궁장도 갖춰 입은 것 같았지만, 눈 밑이 퀭하게 내려앉고 볼이 쏙 들어간 것이 꼭 걸어 다니는 강시처럼 보였다.
“따라오세요오…….”
“…….”
터덜, 터덜…….
힘없이 앞장 서서 걷는 당규진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혹시 구룡분가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곧 분가의 일 때문이 아니란 사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와… 철산…… 오라버니다아아…….”
“어서… 오세요…….”
청색전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유수민과 사마선의의 몰골도 당규진과 크게 다를 게 없었으니까.
그들은 모두 촉산교연이라는 모임 덕분에 가까운 인연이 있었다.
“…대체 다들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
“일이요? 있었죠. 으힛!”
“아주 즐거운 일이 말이죠…….”
“…….”
당규진과 유수민이 서로 보면서 실실 웃어댔다.
그 모습이 어째선지 섬뜩하게 보였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던 당규진도, 항상 장난기 가득하던 유수민도 마치 세파에 찌든 듯한 모습이었다.
이철산은 무심결에 사마선의를 돌아봤다.
그녀는 그나마 다른 두 사람보다 상태가 조금 나아 보였다.
피로해 보이긴 해도 뿌듯함이 엿보인달까?
“훈련이 있었어요.”
훈련?
“안 그래도 마침 시작하려던 참인데. 시간 맞춰서 잘 오셨어요. 같이 가시겠어요?”
같이 가다니? 어딜?
앞뒤 툭 자르고 자기 할 말만 해대는 사마선의 특유의 화법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철산은 장소가 어딘지 묻지도 못했다.
세 여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아무 성과 없이 지기만 해봐, 진짜…….”
“그때는 그냥 다 같이 뒷산에다 묻어주는 게 어떨까요, 언니?”
“어머. 그것참 좋은 생각이야. 민 매는 어쩜 이리 똑똑할까…….”
“우리를 그만큼 괴롭혔으면 그 정도 각오쯤은 해뒀겠죠오.”
“선 매도 동참할 거지?”
“네? 네에…….”
“하여간 죽었어, 진짜.”
이철산은 저들끼리 수군덕대면서 알 수 없는 작당모의를 하는 세 여인을 보면서 생각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무래도 당분간은 저 여인들을 자극했다간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다고.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