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12)
환생마신전-112화(112/390)
사천제일 후기지수
당곤과 잡담을 떨고 있으려니 갑자기 주변이 웅성거렸다.
“저 사람은……!”
“사천제일의 후기지수들을 이렇게 만나는군!”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인파를 헤치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척사삼원.
그리고 이철산이었다.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사천제일 후기지수로 불렸다는 자.
당곤이 재빨리 자리를 피해주었다.
“뭐하나 했더니, 청승맞게 혼자서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당규진이 탁상에 놓인 내 찻잔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탁이요.”
“청탁?”
“예. 교관 되실 분들께 먼저 얼굴도장이라도 찍어놔야 좋은 점수 받을 거 아닙니까?”
당규진은 헛웃음을 흘리면서 당곤을 돌아봤다.
험험!
당곤이 가볍게 헛기침하면서 진지한 어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약에 분가에서 하시던 짓 그대로 시험장에서도 똑같이 행동하신다면 가차 없이 잘라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중이었습니다.”
“이렇다니까요? 누님, 우리 무사부님 너무 정 없는 거 아니에요?”
“하여간, 너도 참…….”
당규진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이철산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런 청탁이라면 본인도 어떻게 할 수 없겠소? 최대한 교관들께 잘 보이고 싶은데-”
“대사형까지 그러지 마세요. 남들이 들으면 진짜 오해한다고요!”
이철산이 깜짝 놀란 체하며 두 눈을 끔뻑거렸다.
“으잉? 오해라니? 나는 진심인데?”
“대사형!”
“하하하. 알겠네, 알겠어. 여기서 더 장난치면 아주 잡아먹히겠어.”
“조심하십시오. 잡아먹히기만 하겠습니까? 여긴 당문입니다.”
“이런! 그걸 잊고 있었소!”
“대사형, 당운휘!!”
내 너스레에 이철산이 적당히 맞장구치니 당규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당곤만큼이나 놀릴 때 타격감이 아주 좋은 게 우리 누님이란 말이지.
나와 이철산은 같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수록 당규진의 주먹은 부들부들 떨렸다.
「보통 구대문파의 대제자란 것들은 딱딱하기 마련인데-」
「이 자는 그렇지 않아 신기하군.」
「흠! 보기보다 융통성도 있고, 꽉 막힌 사람은 아닌 것 같사옵니다.」
망령들의 평가처럼 이철산은 처음 받았던 인상과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 것 같았다.
구대문파의 대제자답게 확실히 반듯하긴 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엄한 교육을 제대로 받은 티가 났다.
하지만 그런 만큼 마음도 크게 열려 있는 것 같았다.
호탕한 면모가 강하게 보였다.
천성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성격을 유지하기가 절대 쉽지 않았을 텐데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강호를 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무인이란 대부분 외골수였다.
하루하루가 매번 쉬고 싶고 또 게을러지고 싶은 충동과의 싸움이기 때문이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란 늘 외로운 법.
그렇기에 자기 세계에 함몰되기 십상이었다.
하물며 어린 나이에 사천제일 후기지수니, 차기 천하제일검이니 하는 칭송만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던 젊은이면 어떨까?
본인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오만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열린 마음은 더더욱 만들기가 힘들 테고.
그런데 이철산은 전혀 그런 면모가 보이지 않았다.
상선약수라고 했던가. 그냥 태도만 그런 게 아니라 진심이 엿보였다.
그래서 더욱더 이 사람이 무서워졌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한 심지를 지녔을 게 분명했다.
청성은 대체 어떻게 이런 인재를 받아들이게 된 걸까?
그리고.
오싹!
그의 눈을 계속 마주 보고 있으려니 등골을 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흘렀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소교주시여, 이것은 혹…?」
‘어. 맞아. 영근(靈根)이야.’
「그, 그런!!」
「그러면 청성파가 영근 소유자를 무려 둘이나 보유하고 있단 뜻이 아니옵니까?」
‘그런 셈이지.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르고.’
「…세간에 알려진다면 파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사옵니다.」
이철산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
단순히 심지가 굳건하거나 재능이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무려 영근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저 그런 영근이 아니었다.
상등품의 것이 분명했다.
「어떤 종류로 보이시나이까?」
‘확실하지는 않은데, 성신근(星辰根)이나 산수근(山水根) 계통 쪽이 아닐까 싶어. 더 자세한 건 좀 더 옆에서 살펴보거나, 자색요안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영근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하고, 성신근과 산수근은 모두 선도(仙道) 계통에서 손에 꼽히는 등급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성신근은 일월성신(日月星辰)의 별빛을 그대로 받아서 흡수하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고 영력도 맑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영혼이 맑다는 것은 그만큼 성품도 올곧고 재능도 뛰어나다는 뜻.
이철산은 무림이 아니라 술가에 왔어도 대성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또 있나이까?」
‘이미 ‘뿌리’의 수준을 넘어서 ‘싹’을 틔운 것 같은데?’
「!?」
「여, 영목(靈木)으로의 성장이 시작되었단 말씀이십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청성파가 아주 심혈을 기울인 모양이야.’
「허…!」
「그런!」
영근이 뿌리라면 영목은 줄기.
영목이 성장하면 영격(靈格)도 덩달아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영목이 차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면, 그 사람은 신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다만, 영근이 영목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영목을 틔우기 위해서는 속세를 완전히 떠나 수양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험난하기로 알려져 있으니까.
심지어 그 수양법마저도 비밀리에 전승되어 구하기가 힘든 데다가, 얻는다고 해도 무조건 영목을 틔운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영근의 소유자는 보통 영근을 그대로 소지한 채로 죽는 편이었다.
이미 그 자체로도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재사(才士)가 되어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굳이 결과도 알기 힘든 수양을 어렵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철산은 속세를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닌데도 싹을 틔웠다.
양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영목은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아무래도 암존이 그를 높이 평가한 것은 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성파에 영근을 다루는 고급 수양법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는 건 당규진도 언젠가 영목을 틔울 수 있단 뜻이 아닐까?
바로 그때, 온마의 목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소교주시여. 혹여 정말 영목이 자라기 시작했다면-」
‘안 돼. 기각.’
「하오나.」
‘쓸데없는 짓 할 생각하지 마, 온마. 경고야.’
「…알겠나이다.」
온마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철산을 미리 제거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주장하고 싶은 것 같았다.
이철산이 앞으로 정말 정파의 거두가 된다면 내게 두고두고 방해되지 않겠냐는 취지겠지.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미래에 방해가 될 것 같다고 미리 제거하는 악수까지 둔다면, 나 역시 저 천산의 배교자들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더군다나 당장 이철산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옆에 선 당규진 눈빛 한번 봐라.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진다, 꿀이 떨어져.
내가 당운휘로 눈 뜨고 처음 보는 모습.
저러고도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을 믿으란 건 아니지?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당규진이 야릇한(?) 내 시선을 발견하고 미간을 좁혔다.
『으흐흐.』
『…너.』
『으흐흐흐흐흐!』
『무슨 생각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아니거든!?』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아니라고!』
『저는! 으흐흐! 아직! 으흐흐흐! 아무 말도! 흐흐흐! 하지 않았습니다만! 으흐흐흐흐!』
『야!!』
어이쿠, 입가에서 씰룩씰룩 웃음이 떠나질 않네.
당규진이 쌍심지를 켜면서 한마디 하려 했지만, 도중에 이철산이 나오면서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객이 되어 인사가 늦었소.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 청성의 이철산이오.”
“누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구룡분가의 당운휘라고 합니다.”
“으음? 사매에게서?”
이철산이 뜻밖이라는 듯 한쪽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히죽 웃으면서 슬쩍 이철산 뒤에 선 당규진을 곁눈질했다.
부르르!
당규진의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보란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예. 여러모로 배울 면모가 아주 많은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리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사매에게서 본인에 대해 들으셨다니. 험악한 뒷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군. 하하하.”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이철산만 껄껄 웃어댈 뿐.
당규진이 다급하게 나섰다.
“대사형은 무슨 말씀을……! 제가 언제 대사형께 험악한 말을 했다고 그러세요?”
“응? 저번에 우진 사제한테서-”
“아,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실 때도 됐잖아요!”
“알았다, 알았어. 하하하.”
“칫, 정말 매번 이런 식으로 사람 약 올리기나 하시고.”
당규진의 얼굴이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당곤을 골리듯이, 이 양반도 당규진을 놀리는 맛에 사는 모양인데?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아아, 저 청성 놈이 기어코 소교주 내면의 소악마를 건드려 버린 것 같소이다…!」
「당곤에 이어 이번엔 당규진이 소교주의 먹잇감이로군.」
망령들이 단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동안, 내 입가에 지어진 함박웃음은 더욱더 커지고 있었다.
“결단코 누님이 험악한 말씀은 하신 적 없습니다.”
“호오, 그렇소? 그건 참 다행이군. 내가 그동안 사매를 워낙에 많이 괴롭혔었던지라 항상 그게 못내 미안했었는데.”
“대신에.”
나는 말꼬리를 흘리면서 슬쩍 당규진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당규진이 도끼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철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신에?”
“대사형께서 평상시 능글맞게 웃으면서 다른 사매들과 어울려 놀-”
“우아아아아악!”
“??”
당규진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도중에 난입했다.
이철산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잔뜩 맺혔다.
당규진은 이철산이 보지 못하도록 등을 진 채로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야! 당운휘!! 너 죽을래!?』
『에이, 벌써 죽으면 안 되죠.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전에 어떻게든 천하의 청성신검과 우리 누님을 잘 연결해 드리고 죽어야-』
『야!!!』
여기서 더 나아갔다간 정말 당규진이 검을 뽑아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뿐만 아니라, 갓 들어온 제자들에게도 텃새 없이 친절을 베푸셔서 누님께서 처음 청성산에 정착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으셨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일을 무척이나 감사히 여기신다구요.”
당규진은 그제야 검 손잡이 쪽으로 가져가던 손길을 내렸다.
이철산이 볼을 긁적였다.
“대사형으로서 응당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렇게 생각해 주니 내가 오히려 사매에게 미안한걸.”
“아, 아니에요. 늘 대사형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걸요.”
당규진이 부끄럽던지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 전까지 날 죽인다고 살인 예고를 하면서 방방 날뛰던 사람이 맞나 싶은 정도였다.
「안타까운지고-」
「하필 소교주께 걸려서는-」
「그래도 영근 소유자들끼리의 만남이라니. 두 사람 다 선남선녀이기도 하고. 제법 잘 어울리지 않소이까?」
내가 조용히 피식피식 웃고 있으려니 혀를 끌끌 차는 망령들 옆으로 유수민과 사마선의가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무슨 요괴 보듯이 떨떠름하게 바라보는데….
왜 그래? 나는 그냥 두 사람이 잘 어울려서 엮어주려 했을 뿐인데.
나는 최대한 뻔뻔하게 있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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