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13)
환생마신전-113화(113/390)
마음속에 담아둔
‘당규진 놀리기’라는 공통 주제(?)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철산과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되니까 사매가 거기서-”
“꺄아아악! 거기까지 왜 말씀하시는 거예요!”
“하하하! 왜 그렇게 정색을 하나. 다 어렸을 때 일이고, 지금은 추억인데.”
“저한테는 잊고 싶은 기억이라구요!!”
주로 이철산이 당규진의 숨겨진 옛이야기들을 꺼내는 편이었고, 그럴 때마다 당규진은 폭주하기 시작한 이철산을 어떻게든 말리기 위해 방방 뛰어다녀야만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너무 궁금한데요?”
“험험! 입 안이 말라서 그런가, 말하려니 목이 껄끄러운 것이-”
“이런! 잔이 비었군요! 제 불찰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하하하.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형님 아니십니까? 쭉쭉 들이키시죠. 쭉쭉!”
“우리 당 사매의 친동생이라고 하니 나도 정말 동생처럼 느껴지는군. 속세에 가족이 있었다고 한다면 운 제가 딱 그렇지 않을까 싶으이.”
“저도 산 형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야!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음훼훼훼훼!”
이철산과 내 웃음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중간에 있는 당규진만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해했다.
누가 보면 잡아먹으려는 줄 알겠네.
당규진은 이따금 제발 그만 좀 하라는 식으로 따가운 눈총을 보내곤 했지만, 나는 계속 못 본 척 무시했다.
부르르!
당규진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치가 떨린다는 듯이.
“이상하게 저 두 사람, 죽이 너무 잘 맞지 않아?”
“…응. 사실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내 말이.”
유수민과 사마선의는 두 사람 몰래 속닥거렸다.
꼭 내게는 들리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 투였다.
“당 공자 같은 사람이 저 바른 생활 아저씨랑 어울릴 줄 누가 알았겠냐고.”
…여기선 나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잠시만요, 거기 두 분!”
“?”
“?”
“대체 무슨 말씀을 나누고 계시는 겁니까?”
유수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말이죠?”
“저 ‘같은’ 사람이라니요. 그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저같이 한평생 오로지 양심에만 충실하게 살았던 사람에게!”
“…누가요? 당 공자가?”
“그러면 누가 있겠습니까!”
“허.”
유수민은 대답 대신에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입가에 찻잔을 가져가고 있었다.
사마선의는 평소대로 아무 생각 없이 두 눈만 끔뻑거리는 중이었다.
이철산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여기선 나도 끼어들지 않을 수 없겠는걸. ‘아저씨’라니. 아직 그런 말을 들을 나이는 아니잖-”
“철산 오라버니가 올해 연.세.가 얼마나 되셨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네만.”
“제가 알기로 앞자리가 삼(三)로 바뀌시지 않으셨어요?”
“으험험! 아직은 아니-”
“그러면 내년이시겠네요. 아무튼 올해 아홉 수이시네요?”
“…….”
“그런데 선 매와 제가 몇 살?”
“…….”
“몇 살?”
“…몇이더라?”
“모른 척하지 마시구요.”
“……올해 약관이었던가?”
“네. 맞아요. 딱 스물이 되었죠.”
“…….”
“그러면 오라버니와 몇 살 차이?”
“크흐으으음!”
“양심 어디?”
“크험험험험!! 콜록콜록!”
이철산은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고 곧바로 침몰했다.
사천제일 후기지수를 말 몇 마디로 가볍게 박살낸(?) 유수민은 팔짱을 낀 채로 콧방귀를 꼈다.
“오라버니 소리라도 들으시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자꾸 아닌 척하면 그냥 동네 아저씨 취급할 거예요.”
“…조심하지.”
이철산이 슬그머니 시선을 옆으로 회피했다.
「…촌철살인, 그 자체인데?」
「사람 가슴에다가 비수를 냅다 꽂아버리는군. 아무래도 말솜씨가 소교주 급이야, 소교주 급.」
「여자 소교주가 나타났다! 여자 소교주가 나타났어!!」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망령들은 비상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다.
좀 가만히 있어, 이것들아. 정신 사나워 죽겠네.
“그리고 당 공자.”
…이거 왠지 대답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유수민은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있었다.
꼭 죽은 동태 눈 같았다.
“당 공자야말로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요? 어제 저녁 늦게까지 그렇게 사람을 굴려놓고는.”
“흠흠! 그거야 유 소저께서도 단련이 필요하시다고 하셨으니 겸사겸사 같이했던 것이죠.”
“아, 네. 물론 그러시겠죠.”
유수민은 여기서 더 쓸데없는 말을 떠들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눈빛을 마구 쏘아댔다.
옆에서 사마선의와 당규진도 동의한다는 듯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하네, 진짜. 나처럼 반듯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야 지난 며칠 동안 세 사람 잠도 안 재우고 실컷 부려 먹긴 했지만, 그래도 잠은 최소 하루 한 시진(2시간)씩 꼬박꼬박 잘 수 있게 해줬다고.
이 정도면 목화솜 농장주 치고 되게 양심 있는 건데 말이지.
하여간 사람들이 한번 잘 대우해 주면 그게 얼마나 잘 대우해 주는 건지 몰라요, 몰라.
“음? 네 사람이서 밤새 단련을 했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지 물어봐도 되나?”
이철산의 질문에 당규진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마교의 습격 사건 이후로 네 사람이서 서로 번갈아 가며 검술을 봐주고 있다고.
이철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운 제가 검을 쓴다고?”
“예. 뭐, 얼마 전에 입문해서 조금.”
“그 조금으로 사자도왕의 의형제가 되셨죠?”
유수민이 끼어들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거야, 제가 좀 잘났으니까?”
“이것 봐, 이것 봐.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겸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니까? 이러니 양심에 털이 났다고 하지.”
그러면 어쩌겠냐고. 사람이 잘난 걸 탓할 수는 없잖아?
유수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이철산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세 사람 전부 검에 있어서는 이미 일가를 이뤘다고 해도 절대 부족하지 않을 정도인데도, 교류를 가질 정도라면 운 제의 솜씨도 만만치 않겠군. 하긴 도왕과 겨룰 적에 보였던 모습들이 어쩐지 낯익으면서도 예사롭지 않다고 했더니. 하하! 검이었던 거군!”
이철산의 눈가가 흥미로 반짝거렸다.
마치 숨겨진 산삼이라도 찾은 사람처럼.
“혹시 거기에 나도 한 발 얹어도 되겠나? 사실 운 제의 무공을 보고 나도 많은 자극이 되었거든.”
시시각각 변하는 당규진, 유수민, 사마선의 세 사람의 눈빛이 참으로 볼만했다.
‘굳이?’
‘왜 사서 고생하시려는 걸까?’
‘그냥 조용히 끌어들이자! 우리만 죽긴 힘들어! 철산 오라버니도 같이 가는 거야!’
전형적인 ‘우리만 불행할 수 없으니, 피해자들을 마구 더 늘려서 그들이 허우적대는 꼴을 보며 마음의 위안으로 삼자’는 못된 심보들.
향후 사천 무림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동량들의 마음가짐이 이리도 고약해서야. 통탄할지어다.
「근묵자흑이라고, 원래 먹을 가까이하면 같이 까매지기 마련일- 읍읍-」
「정파도 이제 서서히 소교주의 인성으로 감화되기 시작하는-」
나는 씩 웃었다.
“제가 오히려 두 팔 들어서 환영할 일입니다만.”
“흔쾌히 허락해 줘서 고맙네.”
미처 척사삼원의 눈빛을 발견하지 못한 이철산은 착실히 제 무덤을 파고 있었다.
그 뒤로도 자리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주로 나와 사자도왕의 비무에 대한 칭찬과 찬사에 가까웠다.
전통이 깊게 묻어나 격식 있는 검술을 주로 익힌 자신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투로에서 받게 된 생각에 관한 이야기였다.
화두가 ‘검’으로 넘어가게 되자, 여태 뚱하게 있던 당규진도, 멀뚱히 앉아있던 유수민과 사마선의도 눈을 반짝이면서 조금씩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깨닫게 된 점은 검에 대한 견해가 저마다 다 다르고, 깊이도 제각각이라는 점이었다.
그 대화 속에 흔히 나올 법한 광풍대와 관련된 내용이나, 시험에 대한 어려움, 혹은 일상사 같은 신변잡기 같은 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단 거겠지. 그만큼 다들 순수하단 뜻일 테고.’
오로지 검(劍)에 충실한 검사(劍士)들만이 보일 수 있는 모습.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담긴 시험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검으로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 때문일까?
그들의 검에는 각자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철산은 공명정대했다.
당규진은 반듯하면서도 이따금 청색귀면근의 날카롭고 흉악한 면모가 숨어 있었다.
유수민은 앙칼진 성격답게 검이 호쾌한 편이었고.
사마선의는 엉뚱한 면모만큼이나 너무 화려하고 웅장한 검을 지니고 있어서 의식적으로 쫓으려 하다간 속절없이 거기에 휩쓸릴 것만 같았다.
‘역시 검의 길은 멀고 또 멀구나.’
나는 그들의 견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머릿속에 차곡차곡 담아두고자 했다.
천마구검은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아홉 종의 검술을 묶은 무학.
그러니 최대한 많은 견해를 숙지해 둘 필요가 있었다.
이미 점지해 둔 두 번째 검공도 있었다.
―십전신마류(十全神魔流).
마라천검형이 극한의 쾌(快)를 쫓아 파괴적인 공격성을 드러낸다면, 십전신마류는 만능(萬能)을 추구한다.
십전(十全), 검공을 구성하는 열 개의 요소를 모두 완전하게 만들어 신마(神魔)가 되는데 목표가 있었다.
검을 받치는 보법, 신법, 경신술.
검을 쥐는 파지, 기수, 의념, 심상.
내력을 쏟는 호흡, 축기, 운용까지.
이들을 전부 하나로 엮어서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단단한 검을 만드는 것이다.
‘마라천검형은 오로지 파괴력에만 집중해서 자칫 공세가 수틀리면 역전당하기가 쉬워. 하지만 십전신마류가 뒤를 단단히 받칠 수 있다면 공방(攻防)의 자유로운 전환까지 끌어낼 수 있겠지.’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다. 천마구검을 여는 데는 따로 정해진 순서가 없다고.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혹은 자신의 부족하거나 보완할 요소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나는 마라천검형과 십전신마류의 합치(合致)를 생각했다.
적룡마체를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적룡마체의 단단한 내구도와 예민한 감각이라면 두 검공이 주는 과부하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혹시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을까 싶어 주변을 기웃거리던 무인들은 학을 떼며 자리를 떴다.
무슨 이런 연회 자리에서까지 머리 아프게 무공 이야기를 나누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전생에서는 무공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려 치면 무시당하기 일쑤였으니까.
심지어 충성스러운 오대검장마저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시선을 회피할 지경이었다.
그야 나는 무인이 아닌 술사였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태도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한창 흘렀을 무렵, 이철산은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보다 원 매는 왜 아직 안 오지? 곧 합류하겠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원 매?
“혹시 당예원 아가씨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가씨? 후후후! 그 왈가닥이 정말 당문의 직계가 맞긴 맞나 보군. 아우의 입에서 그런 호칭이 나오다니. 맞네. 그 친구가 합류하기로 했어. 우리 전부 다 촉산교연의 회원들이거든.”
「으잉? 당예원이면 그 암존의 손녀라는…?」
「오오! 드디어 소교주께서 약혼녀와 인사를 나누시겠소! 그때 마차에서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대화도 별로 나누지 못하지 않았소?」
망령 놈들은 벌써 흥미진진한 눈빛이었다.
『휘아, 너 알고 있었니?』
당규진이 내 말 속에 담긴 미묘한 기색을 읽었던지 재빨리 전음을 보내왔다.
그녀는 내가 태중혼약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걸로 알고 있었다.
『예. 어쩌다 보니 얼마 전에 무사부의 실수로.』
『그렇단… 말이지?』
어쩐지 당규진의 눈이 가늘게 좁아졌다. 음흉한 웃음기가 감돌았다.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설마…!
그런데 당규진의 웃음기는 곧 쓴 웃음기로 변하면서 사마선의 쪽을 바라봤다.
“?”
나는 당예원과 관련해서 혹시 무슨 놀릴 거리를 만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사마선의 쪽은 왜 보는 거야?
당규진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의아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보다 먼저 정리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누님, 사실 이런 자리에서 드릴 만한 질문이 아니긴 합니다만.』
『?』
『이따가 가주님을 따로 뵙는 자리에서 파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규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 너 그게 무슨-』
『물론 당예원 아가씨와 저는 성씨만 같을 뿐이지 촌수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혼인에 전혀 문제도 없고, 가주님과 분가주님의 관계가 있어서 무르기가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당규진과 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를 읽은 걸까.
언제부턴가 다른 세 사람도 조용히 우리 두 사람만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저는 이 애정도 없는 파혼을 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뭐야?』
나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서 차분하게 대답했다.
『마음속에 담아둔 다른 정인(情人)이 있습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