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17)
환생마신전-117화(117/390)
마지막 한 명은
암존을 중심으로 철구에서 차례로 분리된 수십 개의 철편(鐵片)이 나란히 와류를 그리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은 일대 장관이 따로 없었다.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철편의 크기는 전부 이등변이 길쭉한 세모꼴을 하고 있었고, 철편과 철편의 간격은 마치 자로 잰 것처럼 일정했다.
하늘에서 이루는 형상은 마치 첨탑처럼 꼿꼿하게 서서 암존을 달빛으로부터 숨기는 우산이 되어주었다.
그 넓은 하늘을 가득 메우는 철편의 행렬이라니.
기하학적(幾何學的)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기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에 나와 망령들은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성채가… 선 것 같사옵니다.」
「어찌 보면 밤하늘을 배경으로 성인(聖人)의 탄생을 그린 성화(聖?)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전혀 자연적이지 않은 형태에 공포가 만연할 것도 같나이다.」
「이것이 바로 암존……!」
「여태 말로만 들었지, 만천공의 기수식을 직접 눈으로 견식할 기회가 올 줄이야.」
망령들이 감탄을 터뜨리는 동안에도 철편의 행렬은 계속 이어지다가 곧 사방 수십 장에 걸쳐서 와류가 그려졌다.
그 모습이 마치 대붕(大鵬)이 날아오르기 위해 크게 날개를 펼친 것으로만 보였으니.
―대붕비상만리만천공(大鵬飛翔萬里滿天功).
대붕이 날개를 펼치면 만 리가 넘는 하늘을 가득 채울지니!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만천공의 기수식.
도반삼양귀원공과 함께 암존이 탄생시켰다는 삼대독공(三大毒功) 중 암기공(暗器功)에 해당하는 무공이었다……!
암존이 세상을 짓누르는 위엄을 한껏 두른 채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천공을 완전히 보여주기에 앞서 너에게 한 가지 사실부터 말해주마.”
대붕이라는 거대한 신수 앞에서 일개 인간은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한 법.
나는 고요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너를 새로운 광풍대에 담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사실.
내 눈이 저절로 커졌다.
“의아하겠지. 너쯤 되는 존재를 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었는지. 기연까지 줘놓고 왜 시험에 떨어뜨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
“…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혹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구석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암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반대다. 무척 마음에 들었기에 탈락시키려 했던 거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너는 뛰어나다. 하지만 너무 뛰어나기에 남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너는 남들을 이끌 자이지, 섞일 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
“하지만 광풍대에서는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섞이지 못한 순간 동료들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지.”
여기선 나도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다고, 남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다고 둘러댈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암존에겐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확실히 소교주의 그릇은 남들을 담을 그릇이지, 어딘가에 담길 그릇은 아니긴 하지.」
「애당초 신교를 이끌어야 할 의무를 지니고 나신 분이시니-」
나는 신교의 교주였던 사부님의 유일한 제자이자 후계자였다.
그분의 뒤를 이어 교도들에게 영광을 가져다줘야만 하는 의무가 있던 사람이었다.
영도자(領導者)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그 마음가짐부터 달리 가져야만 한다.
의무와 책무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조직이 스러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반편이에 지나지 않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나 있었던 나로서는 더더욱 그런 마음가짐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그릇을 넓히려 애썼고, 사부님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소교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러한 결과였다.
자리가 ‘소천마’를 만들기도 했지만, 소천마가 그러한 자리를 만든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암존이 그러한 나의 마음가짐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
이러한 버릇은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법이니.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이끌 자’가 되면 전혀 문제가 없단 뜻이 아니옵니까…?」
「새로운 광풍대주가 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할 일이었-」
순간 머릿속으로 스치는 것이 있었다.
“…제게 이끌 자리를 주지 않으시려 했던 것은 이미 내정자가 있었기 때문이었군요.”
암존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 짧은 대화에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냐? 하하. 역시나 전체를 볼 줄 아는 통찰력 하나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예리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대주직엔… 청성신검이 앉을 예정이었겠군요.”
“네 말이 맞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내가 봤던 이철산이었다면 당연히 그런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했으므로.
‘어쩐지 이상하게 계속 신경 쓰이더라니. 역시 그 사람과는 이런 식으로 엮이려 했던 건가.’
운명으로 강하게 엮여있을지 모른다는 강렬한 직감이 정확했던 셈이었다.
“대주직에는 청성신검, 부대주직에는 원아를 앉히려 했었지. 그 외에 따로 나와 인연을 맺은 이들은 크고 작은 주요직을 갖게 할 생각이었고.”
“확실히 그 안에 제가 앉을 자리가 없긴 하군요.”
“그래. 너는 누군가의 밑에 들어갈 성미가 아니니까.”
나는 말없이 웃었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대신에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제게 만천공의 가르침을 내려주시는 것은 생각이 바뀌셨기 때문인지요?”
“그러하다.”
암존이 피식 웃었다.
“사자도왕과의 비무… 그게 내게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다. 북해종주와 만난 게 언제라고 그새 또 발전이 있었으니. 내가 준 것들을 아주 잘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네 식대로 해석했더구나.”
“…….”
“그때 생각이 바뀌었다. 너의 뛰어남에 놀란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주면 스스로 바뀔 줄 아는 그 유연함에 탄복했기에.”
암존의 두 눈꼬리도 입술과 덩달아 호선을 그렸다.
“그렇다면 지금은 딱딱할지언정 가르침만 충분히 준다면 광풍대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릴 인재가 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빨리 포권을 취했다.
“기회를 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내가 밉지는 않으냐? 네 의사와는 상관 없이 내 맘대로 떨어뜨렸다가 다시 붙인 꼴인데.”
“밉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가주께서 얼마나 많은 심사숙고를 하셨을지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는 깊게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어 익살맞게 웃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가주께 가르침도 받게 되지 않았습니까? 결국 잘 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뭐라? 파하하하! 대체 누굴 닮아서 이리도 능글맞은 겐지. 호산을 닮지 않은 건 분명한데 말이야.”
“그런 목석같은 분과 비교하시면 제가 섭섭할 따름이지요.”
“맞는 말이로다!”
암존은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의 이런 유연한 면모가 보였기에 내가 달리 생각을 가진 것이니라.”
“그렇다면 기존의 광풍대 조직 체계가 바뀔 텐데 어떻게 바꾸실 생각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당장 이철산을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암존이 이철산을 거론할 때마다 드문드문 보이는 눈빛은 신뢰, 그 자체였다.
이철산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암존은 이미 그를 반쯤 후계자 중 하나로 내정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한 신뢰 관계를 비집고 들어가는 꼴이다. 당연히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울 건 없지.”
암존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말했다.
“광풍대를 꼭 하나만 두라는 법은 없지 않으냐?”
“!!”
「허!」
「확실히 그런 것이라면-」
이건 나도 전혀 생각지 못한 사고의 전환이었다.
“수장이 하나면 효율적인 명령 전달 체계가 만들어진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 속에서 기민한 움직임이 가능해지겠지. 하지만 반대로 수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부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
“하지만 수장이 두 명이라면 비효율적일지언정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이 만들어져 조직 전체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두 가지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게야.”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는 내가 조금 전에 즉흥적으로 내린 결론일 뿐, 확정된 사안은 아니니라.”
“얼마든지 다시 원안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로군요.”
“그렇다. 그러니 지금부터 남들보다 먼저, 네게 따로 일차 시험을 내리겠다.”
내 눈동자가 빛났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해 보이겠습니다.”
“만천공을 보고 난 뒤, 너만의 깨달음을 정리해 보아라. 그리고 내게 보여라. 너의 변화를.”
암존이 활짝 펼친 날개 중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런다면 이 한쪽 날개를 자처할 수는 있게 될 것이다.”
“이왕에 내친 김에 양쪽 날개를 전부 가져가 보이겠습니다. 보여주십시오.”
“호연지기도 대단하단 말이지. 좋다. 시작하마.”
암존이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그 순간, 대붕이 크게 양 날개를 퍼덕거렸다.
돌풍이 불어닥쳤다.
철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태풍이 불어 꽃잎들이 흐트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 세상에 철편이 가득했다.
그 순간.
‘자색요안!’
내 두 눈이 자줏빛 귀화를 활활 불태웠다.
암존이 펼치는 무공의 요체를 전부 흡수하기 위해서.
파밧! 파바바밧!
스스스스-
파아아아……!
철편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실시간으로 수많은 정보가 뇌내로 쏟아졌다.
하나 같이 가공되지 않은 원시정보들.
하지만 분심공으로 의식을 잘게 쪼개어 그 정보들을 빠르게 분석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정보가 있으면 천마서고를 활짝 열어 자료를 검색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전체 맥락부터 짚고 넘어가고자 했다.
그런다면 나중에 저절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으니까.
내가 담고자 하는 것은 만천공의 테두리, 그 자체였다.
그 형체를 대충이나마 그려낼 수 있어야 나의 무공 체계 속에 고스란히 녹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변화가 그 속을 이루고 있었다.
철편과 철편 사이에 존재하는 인력과 척력의 전환이 너무나 변화무쌍하여 과연 내 기(氣)로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수많은 환상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철편과 철편의 변화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암존의 위엄을 지키는 대붕이 되기도, 허공을 찢어발기는 돌풍이 되기도, 하늘을 아름답게 메우는 화우(花雨)가 되기도 했다.
전혀 예측되지 않은 변화를 담고 있기에 암존의 만천공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저것이 언제 나를 잡아먹는 괴물이 될지 모르므로.
암존은 이 세계의 법칙을 마음대로 희롱하고 또한 조율할 줄 아는 지배자였다.
천변만화(千變萬化), 무궁무진(無窮無盡), 광대무변(廣大無邊).
그 단어들이 오로지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만천(滿天).
하늘을 가득 채운다는 이름은 이미 그 자체로 하늘(天)이기에 가질 수 있는 이름이었다.
―이것이 바로 성궤구나.
나는 어렴풋이 전생에서도 넘보지 못했던 전설상 경지의 한쪽 단면을 엿본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아.”
그렇게 모든 변화가 끝났을 때, 철편이 전부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꽂혔다.
그 모습이 마치 수백 자루의 검과 화살, 창 따위가 아무렇게나 버려진 황폐화한 전장을 떠올리게 했다.
암존은 바로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
성궤란, 바로 그런 자리였다.
“어떠냐. 뭔가 얻은 것이 있느냐.”
“…….”
암존은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물었다.
그 역시 대붕을 일으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듯 살짝 피로한 기색이었지만, 금세 숨소리가 편하게 돌아왔다.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지금은 만천공이 준 여운을 느끼기에도 여념이 없었다.
핏.
암존이 웃는 소리가 났다.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자랑스러워해도 될 게다. 만천공을 대붕부터 화우까지 전부 견식했던 이는 너를 포함해 다섯이 넘지 않으니까. 지금 네가 얻은 영감(靈感)을 정립하려 하지 말고, 그냥 네 식대로 받아들이려무나. 돈오(頓悟)는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니.”
“…….”
“여기서 얻는 것은 저마다 다 다를 것이다. 앞서 보았던 본 가의 두 사람은 암기술의 극치를 보았고, 외문의 다른 한 명은 검초의 기본 술수를 얻었다더군.”
거론된 세 사람이 왠지 각각 당호산, 당예원, 이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중 다섯 번째.
그렇다면 남은 한 명은 누굴까?
“마지막 한 명은 안타깝게도 인연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도중에 끊어져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먼 곳에서 꽤 화려하게 꽃을 피운 것 같더군.”
먼 곳?
그런데 이상하게 하는 말이 과거형이었다.
두근두근!
그런데 어쩐지 이상하게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가슴이 마구잡이로 뛰었다.
결국 나는 여운을 다 만끽하지 못하고 눈을 뜨고 말았다.
내 시선을 읽었는지 읽지 못했는지, 암존은 뒷짐을 쥔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너도 아는 사람이다.”
“?”
“아니, 세상 모두가 아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옳겠지.”
대체… 누구지?
순간 암존의 한쪽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천산의 마귀들은 그 아이를 신검천마라 부르더구나.”
“!!!”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