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19)
환생마신전-119화(119/390)
놈들이 나타났나이다!
그런데 금고쇄와 함께 먼저 나타난 건 구민채가 아니었다.
「허, 헉! 소교주시여!」
“십오 호, 여기서 대체 뭐해?”
십오 호는 마치 뭔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황급히 후다닥 뭔가를 몸으로 가리려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어디 가려지나.
「네 이노오오오옴!」
「감히 소교주께 뭘 숨기려 드는 것이냐아아!」
「당장 소교주께 네놈이 숨긴 것을 보여드리지 못할까아아!」
망령들이 방방 날뛰는 가운데, 십오 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 그것이-」
“나와.”
「제, 제, 제게 조금만 시, 시간을 주시면-」
“야, 끌어내.”
「존명!」
「존며어엉!!」
「소교주시여, 제발! 제게 시간을! 기회를 주시면 절대 실망하시게 하지 않겠… 꾸에에엑!」
우당탕탕,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난 뒤에야 녀석이 질질 끌려 나오면서 숨기고 있던 정황이 드러났다.
거기엔 십여 명의 망령들이 두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채 인의 장막을 치고 있었다.
절대 길을 열지 않겠다는 듯이.
일전에 잡았던 소수도귀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구민채가 가부좌를 튼 채로 가만히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으니.
녀석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누가 보면 폭포수 아래에서 수련하는 고승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제야 전후 사정이 파악되었다.
“기강 잡겠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 아직도 아무것도 못 한 거냐?”
한동안 십오 호는 자기 아래로 신입이 잔뜩 들어왔다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런 웃음은 얼마 가지 못했다.
구민채와 소수도귀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로서는 살아생전 눈길도 주지 않았던 일개 하급 마인 따위가 상전 노릇을 하려고 하니 꼬락서니가 마음에 안 들었겠지.
그래서 단단히 뭉쳐서 십오 호에게 대항했다.
당연히 십오 호는 쪽수에서 밀려 끗발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때 다른 선배 망령들이라도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은 재미있다면서 옆에서 낄낄거리며 구경하기만 할 뿐 개입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희도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옵니다.」
「저 막내 놈이 먼저 혼자서 신입 교육을 책임져 보겠다면서 저희들의 도움을 거부했사옵니다.」
「그러니 저희도 그러라고 방관할 수밖에요.」
「그런데 이 정도로 엉망일 줄은 몰랐나이다!!」
망령들은 혹시 내가 한마디 할까 싶어 재빨리 바닥에 넙죽 엎드리면서 자기변명을 둘러댔다.
여기서 내가 더 뭐라고 하겠냐.
욕심부리다가 괜히 밑 기수에게 잡아먹힌 십오 호를 탓해야지. 고문관이 따로 없어요, 고문관이.
“비켜. 너네 대장과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까.”
「…….」
「…….」
「…….」
내 명령에도 불구하고, 소수도귀 망령들은 장막을 풀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교주시여, 저희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단단히 훈육하겠나이다!」
내 입술 끝이 비틀렸다.
금고쇄를 붙잡았다.
이걸 잡아당기면 귀찮게 망령들을 따로 부릴 필요 없이 놈들을 전부 망령환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길을 열어주어라. 운휘와는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다.」
그때 구민채가 천천히 눈을 떴다.
나지막한 목소리.
마치 허락 여부가 자신에 있는 듯한 태도였다.
소수도귀들도 그제야 길을 텄다.
어쭈?
누가 보면 구민채가 여기 주인이고 내가 손님인 줄 알겠어?
“야, 구민채. 아무래도 주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데.”
그런다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알았나?
“내가 그동안 널 가만히 뒀던 건 너를 존중해서가 아니야. 북해종주에 대해서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였지.”
금고쇄를 세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소수도귀의 목을 감고 있던 모든 쇠사슬이 팽팽해졌다.
순식간에 놈들의 모가지가 옆으로 돌아갔다.
쿠드득!
콰득!
「!!」
「!!」
「!!」
「아, 안 돼애애앳! 내 신입들이! 내 후배들이이이!!」
오랜만에 본 광경에 망령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십오 호의 구슬픈 비명이 들렸다.
소수도귀의 망령들이 일제히 쓰러지면서 작은 구슬들로 변했다.
그 자리엔 가볍게 혀를 차고 있는 구민채가 있었다.
「저놈들은 나를 보호하려던 것이 아니다. 죽어서도 내가 종주를 배신할 걸 막기 위해 감시하던 광신도들이지. 이런 식이다. 본 종은. 뼛속까지 세뇌되어서 자유의사라는 게 전혀 없어.」
“너는 세뇌되지 않았단 거냐?”
「되었었지. 지금도 종주에 대한 충성심은 여전히 그대로다. 다만, 배신감이 그보다 더 깊어졌으니, 너한테 붙기로 마음먹은 거지.」
“그런데 여태 말하지 않았나?”
「딱히 정보를 숨기려 했던 건 아니다. 옛날 기억들까지 끄집어 올리느라 시간이 걸려서 그런 거지.」
“어련하시려고.”
나는 입술 끝을 비틀었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별거 아니면, 알지?”
「기대해도 될 것이다. 우선 가장 궁금한 건 빙혼마마공과 회에 관련된 것이겠지?」
“빙혼마마공의 구결은 저번에 말했었고. 회에 대해서나 말해봐.”
빙혼마마공에 대한 분석은 이미 거의 마친 상태였다.
그걸 개량한 요결은 흑룡심결에 녹여 꽤 괜찮은 결과도 얻었다.
비무에서 음양이기(陰陽二氣)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던 건 그 도움이 가장 컸다.
「회는 일종의 종교 집단이다.」
“종교?”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구민채는 눈 밑이 꺼멓게 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로는 혈신(血神)인지 뭔지 하는 신을 떠받는다고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도 몰라. 다만, 신교에서 모시는 대마신과 종류나 연원이 다르다는 건 확실해.」
나는 가만히 구민채의 말을 경청했다.
「조직 체계는 대사도(大使徒)라고 불리는 제사장 아래에 총 아홉이나 되는 사도(使徒)들이 수뇌부를 이루고 있고, 그 아래로 주교나 추기경 따위의 여러 간부로 구성되어 있다.」
“…….”
「다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지 못해. 주로 회와 접선하는 것은 종주이셨고, 나는 대게 명령만 하달받을 뿐이었으니까.」
“…….”
「하지만 이따금 만날 수 있었던 놈들은… 치가 떨릴 정도로 강했다. 종주도 빙혼마마공을 얻기 전까진 몇 수 접을 정도였으니까.」
북해종주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놈들이라.
“그럼, 그들이 사도인가 보지?”
구민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들은 일개 대주교나 추기경급에 지나지 않았다. 사도는 그보다 훨씬 강해. 최소한… 성궤는 넘어 보였다.」
쉽게 여길 수 없는 말이다.
입천성궤(入天星軌).
그 경지는 강호에서도 암존 같은 천하십대고수나 닿은 경지였으니까.
그런데 그마저도 그냥 넘긴 이들이 즐비하다고?
최소 수십 명은 넘는다는 뜻이 아닌가.
남들이 듣는다면 헛소리로 치부할 테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가 추론한 게 맞는다면 놈들은 애당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전혀 놀라지 않는군. 역시 넌 뭔가를 알고 있었던 거야.」
“경고하겠는데, 떠보지 마라. 지금 묻는 건 나니까.”
「……조심하지. 여하튼 그들은 종주께서도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전력을 지녔기에 종주께선 충실하게 그 명에 따랐다. 그리고 빙혼마마공을 얻어 그토록 원하시던 성궤에 들어설 수 있었지.」
“타인의 힘을 빌린 경지 상승만큼 멍청한 짓도 없을 텐데.”
쉽게 얻은 힘은 쉽게 망가지고 만다.
그건 사부님께서 늘 내게 입에 달고 사셨던 말씀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회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만한 무학을 그냥 내어줬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북해종주에게 단단한 목걸이를 씌웠을 것이다.
단지 욕심 때문에 자유를 포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회를 잘 이용해 먹고 있다고 착각하겠지.
멍청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그만큼 절박하셨으니까. 입신으로 들어서는 길은 그만큼 종주에게 고된 것이었다.」
“절박은 무슨. 탐욕에 눈이 먼 거겠지.”
「…….」
“하여간 그 뒤에는?”
「그리고 성궤에 들어서고 나신 뒤에는 새로운 욕심이 생기셨다.」
“욕심?”
「눈엣가시였던 천마가 사라졌다. 그럼 탐낼 곳은 하나밖에 없지 않겠나.」
“교주위라는 거지?”
구민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새끼.”
욕지거리가 나왔다.
자식 앞에서 대놓고 아비 욕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신교의 교주위는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자리지. 그런데 그걸 자기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없으니, 외세를 불러들인 거잖아? 그러고도 교도라 할 수 있나?”
「…하지만 그 자리를 노리는 건 종주만이 아니었어.」
“반란에 가담한 다른 종주들도 똑같이 눈에 불을 켰겠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 욕심이 어디 가겠나.
다 똑같은 놈들이지.
“해서 그만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중원 침공을 시도했다?”
「그래. 그러면 현재 회에서도 공석인 제칠사도의 자리도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직급으로도 확실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거니 다른 종주들도 더 이상 교주위를 노리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셨다.」
이제야 북해종주가 왜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무리하면서까지 사천으로 내려오려는지 내막을 알 것 같았다.
괜한 자기 욕심으로 종파의 운명을 도박판으로 내몬 셈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녀석은 이미 종주로서 자격이 없는 셈이었다.
‘놈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알았으니 잘만 이용하면 재미난 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북해종주는 어떻게든 암존의 머리를 들고 천산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실패했을 때는 정치적 파탄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번 작전에 성공하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겉보기엔 여유로운 척 굴었어도 속은 한창 바짝 타들어 가고 있겠지.
‘다른 종파가 놈의 뒤통수를 치게 할 수는 없나?’
언뜻 머릿속으로 스치는 것이 있었지만, 이건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강해야 했기에 잠시 생각을 뒤로 미뤘다.
대신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그보다 일곱 번째 사도 자리가 공석이라고? 그건 어떻게 된 거지?”
「나도 거기까진 자세한 내막을 몰라. 다만.」
“다만?”
「어렴풋이 지나가는 투로 원래 제칠사도의 임무가 사라진 신검천마의 추격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순간, 내 두 눈이 불을 뿜었다.
“설마 사부님의 행방을 찾은 건가?”
구민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그건 몰라. 내가 아는 부분은 거기까지니까. 애당초 그 부분에 대한 것도 종주의 호출을 받고 회의실에 들어가던 중에 우연히 들은 것에 지난 거였어.」
“…….”
난 한참 동안 두 눈을 가늘게 좁히며 구민채를 바라봤다.
구민채는 진짜라고, 인제 와서 자신이 숨길 필요가 뭐가 있겠냐고 항변했다.
그 태도로 보건대 확실히 녀석은 더는 숨기는 게 없어 보였다. 그 말에 거짓도 없었다.
결국 이 심문에서 남은 결론은 딱 하나뿐이었다.
북해종주의 목숨을 거두는 건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공석이 된 제칠사도에 대한 것도, 사부님의 행방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었다.
‘당장 내가 성궤에 오른 북해종주를 홀로 사냥해서 잡을 수는 없어. 그러니 암존의 도움은 필수야.’
결국 암존에게 당해 도망치는 북해종주의 뒤를 쳐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성궤의 경지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초인(超人)의 영역이니까.
내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고, 천마호심공과 천마구검을 더욱더 깊이 탐독해야만 했다.
역시나 십전신마류를 열어야만 했다.
그러면 이제야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한 천마호심공도 더 깊숙하게 몸에 자리 잡을 테니까.
그리고…… 암존이 넘겨준 만천공이 좋은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께서 정말 만천공을 얻고 깨달음을 얻으셨다면, 분명히 천마구검에도 만천공의 흔적이 남아있을 테니.
더.
더 높이 올라가야만 했다.
그런 생각으로 이번에는 역태극안(逆太極眼)의 사내에 관해 물어보려던 그때였다.
「…이건.」
구민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순간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명백한 적의(敵意).
나도 똑같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교주시여!! 놈들이 나타났나이다!」
내 머리 위로 온마가 다급하게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북해종주가 다가오고 있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