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28)
환생마신전-128화(128/390)
우리 다 죽게 되오이다!
오래전부터 생사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들던 나에게 있어서 죽음은 일반인들과 아주 많이 달랐다.
그들에게 있어 죽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머나먼 이별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재시작(再始作)이었다.
죽음이 단순히 이승에서의 작별을 뜻할 뿐, 그게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으므로.
오히려 죽고 나서도 원한이 남아 구천을 떠도는 경우가 허다하고, 술식만 잘 갖춘다면 초혼(招魂)으로 잠시나마 영혼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귀왕인 나는 놈들을 붙잡을 수도 있었다.
촤르르르륵!
금고쇄가 바쁘게 움직였다.
쇠사슬이 요란하게 부딪치면서 쇳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악귀지옥을 가득 채웠다.
「살려주시오!!」
「살려-」
「제발 우리를 내버려 둘-」
교수대에 걸린 것처럼 쇠사슬에 목만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하늘에 높이 붕 떠 있는 기분은 대체 어떨까?
십여 명이나 되는 망령이 마치 나뭇가지에 걸린 열매처럼 주렁주렁 내걸린 모습은 참으로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푸하하핫! 초혼의식으로 이승에 붙들린 놈들이 다시 죽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저승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소유권이 소교주께 넘어가는 모양이지?」
「이거 우리 막내가 신입이 아주 많이 생겨서 기분이 좋겠구나!」
「역시 선배님들밖에 없습니다요! 이 십오 호! 평생, 아니, 영원토록 선배님들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절 받으시지요, 선배님들!!」
「오냐!」
「으하하하하하!」
원귀들은 죽은 강시들을 보면서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그들도 하나 같이 여기저기 상처 입거나 팔다리가 날아간 모습이 전투가 꽤 거칠었단 사실을 말해줬다.
그래도 그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은 영혼만 남아있는 몸.
내가 흑룡기만 잘 제공해 준다면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단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지금과 같은 무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니 십오 호도 아주 즐거워서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원귀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콕콕 그의 어깨를 눌렀다.
「…뭐냐?」
십오 호는 그쪽으로 고개만 살짝 들어 게슴츠레하게 바라봤다.
구민채가 서 있었다.
「내가 막내.」
「뭐?」
「네가 아니라 내가 막내라고. 그러니까 따지자면 저것들 전부 내 밑으로 와야 하는 거 아냐?」
십오 호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뭐 이 새꺄?」
「생전에는 내 눈도 똑바로 보지 못했던 자가 함부로 떠드는군.」
「살아있을 때 이야기를 여기서 누가 받아준다고 그래! 꺼져!!」
옛 직속상관들을 수하로 부려 먹을 수 있단 사실에 잔뜩 고무되어 있던 십오 호는 구민채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이미 한 번 자신에게 대거리질(?)을 했던 놈이니 모든 게 미울 수밖에.
구민채는 구민채 나름대로 십오 호에게 밀리지 않으려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소, 소, 소, 소교주… 나, 나를 푸, 푸, 풀어주시오…!! 계, 계속 이, 이리 있으면 우, 우, 우리 다, 다 죽게 되오이다!」
나는 쇠사슬을 어떻게든 떼어내려 발버둥 치는 흑골사왕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뭔가를 지독하게도 무서워하는 눈치였다.
시선은 쉴 새 없이 하늘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금세 뭔가가 이쪽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듯, 알 수 없는 손길이 자신을 덮칠 것이라는 듯이.
최소한 금고쇄는 아니었다.
“너, 알고 있구나?”
「무, 무슨 말을-」
“금기(禁忌).”
「!!」
“자신의 영혼 소유권이 이미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앞서서 먼저 저당 잡혀 있단 걸 알고 있는 거야.”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백골망사나 다른 십이흑귀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렇지?”
가뜩이나 죽어서 창백하던 흑골사왕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수하들을 몽땅 산 제물로 바쳐서 얻은 경지가 고작 그거냐? 인외로 전락하는 거?”
「…아, 알고 있으셨소?」
“알다마다. 그거 때문에 백골망사를 놓쳤었고, 나까지 정체를 들킬 뻔했었데.”
「그, 그자의 눈을 피, 피, 피했었단 말이오!? 대체 어떻게-」
흑골사왕이 말하는 ‘그자’란 역태극안의 사내를 말하는 거였다.
백골망사의 영혼을 허망하게 빼앗겼을 때, 저 머나먼 천산에서 나를 들여다보려던 시선의 주인.
그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도저히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으므로.
신(神).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지고, 저 높은 하늘에서 하늘을 굽어다 보며 인과율을 직접 만질 줄 아는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눈이었다.
아마 구민채가 말한 사도니 뭐니 하는 존재 중 하나가 그놈이 아닐까 싶었다.
흑골사왕을 비롯한 십이흑귀는 모두 그놈에게 영혼을 제물로 바치고, 지금의 힘과 권세를 누리게 된 게 아닌가 하는 게 바로 내 추측이었다.
인외가 된 것도 바로 그 덕분에 얻은 결과일 테고.
그런데 그 추측이 맞은 모양이었다.
흑골사왕이 하는 꼬락서니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죽은 이후가 두려울 거면 왜 그딴 짓을 저지른 거냐? 결국 삶이란 영혼이 누릴 영원의 한 모퉁이에 불과하단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술가에 몸을 담은 이들은 안다.
이 거대한 우주 아래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아주 작고 먼지 같은 존재인지를.
우주의 크기는 아주 광대하고 시간은 영겁과도 같다.
그에 비하면 인간이 누리는 세월이란 사소하기만 하다.
그 아래에서 누리는 권세니 복락이니 하는 것은 쓸데없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서 술사 대부분은 우주의 의미를 찾아 속세를 미련 없이 훌훌 떠나곤 했다.
이 강호에 술사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소수의 술사는 속세의 권세에 더욱더 절실히 매달렸다.
오히려 먼지에 불과하기에 현재의 삶에 더욱더 충실하고, 그만큼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려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유한(有限)하기에 진실로 의미(意味)가 있는 것이니라.’
그게 바로 이들의 생각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 모두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사부님과의 관계에, 소교주의 자리에, 앙마신화종의 후계자라는 위치에 충실했다.
또한, 이 영원 속에서 삶과 우주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흑골사왕은 이러한 이상(理想)이 변질되어 있었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 탐욕을 부리기 위해서, 영혼이 누릴 영원이라는 미래를 모두 벗어던진 꼴이 아닌가 말이다.
「당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생을 영원히 누릴 수만 있다면… 그러면 이럴 일은 전혀 없었소… 소교주, 당신만 만나지 않았어도…!!」
흑골사왕은 횡설수설하다가 머리를 위로 번쩍 들었다.
「뭐가 되어도 좋소! 그자를 엿보았다면 그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깨달았을 터! 풀어주시오! 아니, 차라리 소멸을-」
“내 이야기를 뭐라고 들은 거야? 이미 피한 적이 있다니까?”
나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바로 그때, 땅 위로 진 땅거미가 조금씩 불길하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주둥이로 보이는 부분 곳곳에 자글자글한 이빨 같은 것이 보였다.
탐(貪).
영적 계약의 내용을 강제한다는 불가사의.
역태극안 사내의 마수가 뻗쳐오고 있었다.
「아, 안 돼! 아아악! 아아아아아!」
흑골사왕의 비명소리가 커졌다.
발버둥 칠 때마다 목에 매달린 쇠사슬이 더욱더 요란하게 부딪쳤다.
원귀들도 모두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저 괴이를 또 보게 될 줄은-」
「어떻게 저런 게 있을 수 있는 거지?」
「소교주시여, 조심하십시오! 저것에 잡아먹혔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나이다!!」
원귀들은 혹시 탐이 자신들 쪽으로 눈길을 돌릴까 경계하면서도, 혹여 내게 악영향을 끼칠지 싶어 칼을 들고 주변을 지켰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대체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건지.
하지만 이런 태도가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됐으니까 물러서.”
「하오나-」
“너희들이 있으면 더 방해만 될 뿐이니까 물러서라고.”
원귀들은 어물쩍대는 발걸음으로 물러서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버리지 않았다.
여차하면 바로 뛰어들겠다는 듯이.
“어차피 탐이 원하는 건 계약의 강제 집행이고, 그걸 위해서 저놈의 영혼을 잡아먹으러 왔다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면 되는 거 아니겠어?”
백골망사 때는 나도 탐을 처음 봤기에 당황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 번 당한 걸 또 대책 없이 당한다면 그건 그냥 멍청한 거였다.
츠츠츠츠-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장심 위로 흑룡기가 올라와 나선 형태로 뭉치면서 새카만 기환(氣丸)을 만들었다.
「바, 방법이 있단 말이오, 소교주!?」
흑골사왕이 내 말을 듣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탐의 이빨은 이제 지면을 벗어나 녀석의 발까지 거의 다다라 있었다.
“있지.”
「그, 그럼-」
“그런데 내가 널 구해줘야 하는 이유가 뭐지?”
「무, 무슨 말을 하-」
녀석의 목소리가 다급해질수록 내 입가에 맺힌 냉소는 더 짙어졌다.
“불가사의를 건드린다는 건 나로서도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네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
「부, 북해종주에 과, 관해서 말해달라는 거요!?」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거기다 회까지 얹어서. 네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다 말해.”
「이, 이럴 시간이 없소이다!! 그걸 다 떠들 시간에 내가 잡아먹힌단 말이오!」
“말했지만 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너라니까?”
「!!!」
흑골사왕이 괴상한 아우성을 질러댔지만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므로 그냥 무시했다.
원귀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타까운지고-」
「소교주께 걸려들어도 단단히 걸려들었군.」
같은 신세가 될 뻔했던 구민채와 십오 호의 표정도 묘하게 변했다.
「으, 으아아아! 말하겠소! 말하겠다니까! 북해종주는-」
“오. 그렇단 말이지? 그건 구가놈도 몰랐던 건데.”
「대, 대답했으니 이제 제발 좀-」
“에이, 그걸로는 부족하지. 막상 구해줬다가 네가 또 개개면 어쩌려고. 그다음엔 초혼빙의대법에 대해서도 말해봐.”
「그것은-!!」
나는 구명을 핑계로 궁금했던 질문들을 이것저것 던져댔고, 흑골사왕은 시시각각 이뤄지는 탐의 강림을 보면서 다급하게 대답하기 바빴다.
나중에는 거의 쇠사슬이 있는 곳까지 이빨이 다가온 나머지, 흑골사왕은 아예 쇠사슬을 맨몸으로 붙잡으며 저 위까지 타고 올라가야 할 지경이었다.
덕분에 나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에서 어떤 술식을 추가해서 초혼빙의대법을 완성했는지.
강시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역시. 사술을 보는 견해 자체가 나와 전혀 달라. 시작점도 그렇고, 구성 뿌리도 그렇고.’
빙혼마마공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이들의 기술을 한번 엿보고 나면 나의 술법적 지식도 그만큼 한 층 더 깊어졌다.
덕분에 초혼빙의대법의 파훼법도 금세 찾아낼 수 있었다.
“좋아. 거기까지. 이만하면 충분히 네 진심은 잘 전달됐어.”
「그러면-」
“어. 그래.”
이제는 쇠사슬의 꼭대기까지 올라왔던 흑골사왕의 안색이 희망으로 환해졌다.
나는 그냥 기환을 거둬들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잘 가.”
「!!!」
흑골사왕의 낯빛이 죽상으로 변했다.
너 이 새끼, 구라를-
뭐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보다 먼저 탐의 아가리가 불쑥 올라와 그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와그작! 와그작!
우드드득-
탐은 한참 동안 이빨을 질겅거리다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불가사의를 속이는 수법이 세상에 대체 어디 있어? 그러면 그게 불가사의(不可思議)냐? 그냥 인지의 존재지. 멍청한 놈. 쯧쯔쯔.”
「…….」
「…….」
「…….」
다들 눈깔이 썩은 동태 눈깔이네.
“뭘 그런 눈으로 봐? 문제 있어?”
「아, 아니나이다!!」
「적을 희롱하고 기만하여 정보를 얻어내는 계책이야말로 상책 중 최상책! 소교주의 기지에 소마들은 그저 탄복, 또 탄복할 뿐이나이다!」
「이는 신교의 흥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신교 만세! 소교주 만만세!!」
떨떠름한 눈치로 날 바라보던 원귀들은 재빨리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개중에는 십오 호와 구민채도 섞여 있었다.
나는 몸을 반대로 돌렸다.
“그러면 이제 슬슬 돌아가자고. 우리 걱정 많은 형님이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