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39)
환생마신전-139화(139/390)
초절정(超絶頂)
「구룡분가의 충성 맹세라!」
「원하시던 대로 이제 정말 광풍을 손에 넣으셨사옵니다.」
「광풍은 새로운 신교를 일으킬 훌륭한 첨병이 될 터이니!」
「감축드리나이다, 소교주시여!」
「감축드리나이다!!」
「감축드리나이다!!」
망령들이 절을 올리면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소리쳤다.
북해노제에서 주웠던 놈들의 안색은 더 하얗게 질렸다.
「이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설마설마했는데……!」
「소천마가 정말 살아 돌아왔구나. 광풍이라는 날개를 등에 업은 채. 그렇다면 그동안 발버둥 치던 우리의 대계는 대체-」
「아아! 종주시여-」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가 살아있단 사실도 놀랐었지만, 앙마신화종의 부활을 위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이토록 거대하단 사실에 경악한 것이다.
신교의 오랜 숙적이었던 광풍대가 새로운 신교의 첨병이 된다는 건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일 테니까 말이다.
나 역시 이제야 정말 당가인(唐家人)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에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감정을 대체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 할는지.
가족이라고는 사부님 말고는 없던 나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
복수에 좀 더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는 뿌듯함?
앙마신화종의 부활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성취감?
물론 그런 감정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것 같은…….
나는 무사들을 전부 해산시켰다.
그들의 자발적인 충성 맹세가 무척 고마웠지만, 전투로 인한 피로를 푸는 게 우선이었으므로.
더구나 나는 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홀로 남은 방에서 청승 아닌 청승을 떠는데, 갑자기 도마북해종의 망령 중 하나가 앞으로 뛰쳐나왔다.
「소천마아아아아!」
눈에 불을 잔뜩 켜고 있는 것이 분노로 눈깔이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얼굴도 아예 괴물이 되어 톱니처럼 자글자글한 이빨이 내 목줄을 물어뜯으려 했다.
원기(?氣)를 풀풀 날리고 있는 것이 한계 이상으로 축적된 원한이 놈을 아예 원혼(?魂)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보통 저런 것에 당하게 되면 보통 급살을 맞았다거나, 저주를 받았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귀왕이나 되어서 망령 따위에게 당하면 쪽팔림도 그런 쪽팔림이 없겠지만.
촤르르르륵!
쇠사슬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놈의 목과 사지를 결박하고 있던 구속구를 잡아당겼다.
딱! 딱딱!
원혼의 이빨은 딱 한 치 모자란 거리에서 애꿎은 허공만 계속 씹어댔다.
「이, 이, 이 새끼가 갑자기!」
「이노오오옴! 여기가 대체 어느 안전이라고!」
「죽고 싶은 게냐아아아!」
놈을 관리하던 십오 호가 뛰쳐나오고, 다른 망령들이 재빨리 원혼을 제압해 강제로 눌렀다. 곧바로 매타작이 이어졌다.
퍼퍽! 퍼퍼퍽!
하지만 원혼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나에 대한 원한을 오히려 더 크게 불태울 뿐이었다.
「소천마! 네놈은! 네놈은 배신자다아아!」
북해종의 얼음 귀신들에게 듣던 말 중 가장 웃긴 말이었다.
내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내가 배신자라고?”
「그렇다!!」
“어째서?”
「그래도 명색이 소천마나 되었던 네놈이 아니더냐! 하지만 지금 네 모습을 보라! 천마신교의 미래를 이끌 주인으로서의 자각 따윈, 긍지 따윈, 자부심 따윈 전부 버려둔 상태이지 않은가!!」
망령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소교주시여, 이 미친놈의 말 따윈 듣지 마십시오! 귀가 썩나이다! 이놈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
“물러나 있어 봐.”
「하오나!」
“무슨 헛소리를 지껄일지 궁금하지 않아? 계속 들어보자고.”
망령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뒤로 주춤 물러섰다.
원혼은 여전히 사지가 결박된 채 패대기쳐진 개구리 같은 몰골로 대가리만 치켜들고 있었다.
「당문은! 광풍대는 우리의 원수였다! 중원으로 진출하고자 노력하던 우리들의 숙원을 번번이 방해하던 원수!! 우리를 버렸던 중원의 앞잡이였단 말이다!!」
“그랬었지.”
「그런데도 소천마 네놈은 그런 당문에 알아서 고개를 조아리고 발바닥을 핥으며 충견을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광풍대의 주인 노릇을 하려 하지 않느냔 말이다! 십만마도의 원한이 서려 있는 저들에게!!」
“…….”
「그런데 그깟 복수에 눈이 멀어 십만마도의 정기를 외면하고 영혼을 파는 매국적인-」
“이거였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원혼의 개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드디어 내가 마음 한편에 갖고 있던 ‘찝찝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환생한 직후의 내겐 앙마신화종의 부활과 신교의 탈환이 급선무였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이용하겠다는 심산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작 당가인으로 지내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들을 더 이상 이렇게 가식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양심’이 고개를 치켜든 것이다.
광풍대는 진심으로 내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런 광풍대의 영광보다 신교 부활에 모든 정신이 쏠려 있다고?
심지어 이를 위한 병력으로 소모할 계획까지 짜면서?
이는 그들의 진심을 희롱하고 기만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나는 천마신교의 소교주였다.
광풍대는 신교의 오랜 숙적.
여기에 마음을 넘겨주는 행위가 미래의 교도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저 하늘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선조들이나 영령들에도 어떻게 비칠는지.
결국… 나는 신교에도, 당문에도, 앙마신화종에도, 광풍대에도 못 할 짓을 하고 있던 거였다.
그전에는 막연하게 마음으로만 알고 있던 걸 자각하고 나니 오히려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을지 모르지.”
「그렇다면!」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네놈의 주인이 당가주 앞에서 했던 말, 기억하나?”
「무슨-」
“‘신교는 다르오. 지난날의 은원이 가득하다고 해도, 오늘날에,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도움이 된다면 적이라고 해도 차별 없이 받아들이오. 자신들과 다른 것을 전부 오랑캐 취급하며 배척하는 그대들과는 다르단 뜻이오.’”
「!」
“맞는 말이야. 배교자 주제에 신교에 대한 정의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단 말이지.”
「이이-」
“신교는 버림받은 자들의 터전이다. 그네들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낙원이다. 그러하기에 마(魔)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광풍대 역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적이 있지.”
내가 광풍대에 유독 마음이 이끌렸던 이유.
그들의 모습에 공감이 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 광풍을 끌어안아 다시 재기하겠다는데, 신교의 가르침으로 인도하겠다는데 무슨 잘못이라도 있나?”
「!!!」
“신교의 그릇된 부분을 바로잡고, 중원에서 잘못 알고 있는 신교의 인상을 바르게 고쳐놓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소생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새로이 갖게 된 사명(使命)인 것이다.”
원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디서 궤변을-」
콰드드득!
쇠사슬이 더 팽팽해지면서 원혼의 머리가 돌아갔다.
가루가 되어 사라진 자리엔 망령환이 남았다.
“나는 내 갈 길을 갈 뿐이야.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건 나지, 네놈들 따위가 아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해종의 망령들은 원한 섞인 눈으로 날 바라봐도, 차마 시선은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천마호심공이 다른 어느 때보다 크게 끓고 있었다.
삼단전이 동시에 꿈틀거리면서 천마호심공에 깊게 공명했다.
천마호심공의 법문은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
여태 마음 한편에서 내 의지를 망설이게 하던 걱정거리가 해결된 순간 성취도 한층 더 깊어진 것이다.
우우우우웅!
휘이이이이-
내 주변을 감돌던 미풍이 의념과 동화되어 한층 더 두꺼운 움직임을 보였다.
이제 이 미풍은 내 의지에 따라 단숨에 광풍이 되기도, 혹은 검풍이나 마풍(魔風)이 되기도 할 터였다.
총 아홉 단계로 나뉜 천마호심공이 이 단공(二段功)에 들어섰다는 증거이자, 드디어 초절정(超絶頂)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것을 뜻하는 징표였다.
「천마군림 만마앙복! 성취를 축하드리나이다!!」
「천마군림 만마앙복! 성취를 감축드리나이다!!」
원하던 대로 더 높은 경지에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정작 덤덤한 느낌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느낌.
오히려 내가 깨우친 사명을 위해서는 이제 시작점에 올라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범인(凡人)이었을 때보다 훨씬 더 예민해지고 영역이 확장된 기감이 저 하늘 너머를 비췄다.
온마와의 심령이 감지되었다.
“온마, 놈은 어디 있지?”
「바로 조금 전에 어느 모옥에 내려앉았나이다.」
나는 북해종주가 소생을 시도할 거라 이미 예상하고 온마를 몰래 붙여뒀었다.
초혼빙의대법도 완성한 놈들이 과연 자신들의 소생을 위한 대법이라고 마련하지 않았을까?
북해종주 그 자신은 스스로가 마치 신도들의 모든 멍에를 거머쥐고 고난의 행군을 걷는 성자 같다는 자부심에 심취했을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패배와 죽음을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소인배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암존이 그를 처치할 때도 그냥 내버려 뒀던 거였다.
어차피 초고수들의 싸움에 끼어들어봤자 방해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괜히 암존의 의심만 사기 십상이었으니까.
나 역시 북해종주의 영혼을 몰래 거둘 필요가 있었기에 막연하게 기다렸다.
그가 이혼강술대법을 완성하기만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과정이 끝난 것으로 보였으니.
이제야 진짜 수확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저쪽으로 가기 전에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나는 북해종의 망령들이 있는 쪽을 보면서 비웃었다.
“너희가 개죽음당할 때, 정작 너희의 종주는 너희들을 구하기보다 자기 생존에만 급급했단 말이지?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지?”
「…….」
「…….」
「…….」
「…조, 종주께서는 시, 신의 대변인이시다. 그러니 대업을 위해서 그분께서 살아계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의 순교는 대업을 위한 밑바탕이 될-」
대부분은 침묵했고, 소수는 북해종주의 결정을 두둔하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흔들리는 동공을 숨길 수 없었다.
대답은 그걸로도 충분했다.
“너희의 생각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한 가지만 알아뒀으면 좋겠군.”
악귀전포를 소환해서 몸에 둘렀다.
풀어헤친 머리가 조금씩 하얗게 물들었다.
“종주란 이끄는 자다. 그리고 지키는 자고.”
「!!」
「!!」
「!!」
“밤바람이 꽤 쌀쌀한데.”
나는 가볍게 투덜거리면서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한 손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한 사자탈이 들려 있었다.
도성현에서 신도들을 구할 당시에 정체를 숨기기 위해, 그리고 앙마신화종의 종주로서 행세하기 위해 썼던 탈.
이번에도 그때와 똑같았다.
지금의 나는 광풍대의 주인이자 구룡분가의 소분가주가 아닌, 앙마신화종의 종주였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