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49)
환생마신전-149화(149/390)
이미 새벽에 떠났다고 합니다
그날 오전은 온종일 바빴다.
내 기감을 감지한 고수들이 쉴 새 없이 백색전을 드나들면서 대체 언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는지를 묻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대답 없이 미소만 지으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저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그들과 나 사이에 놓인 간극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을 모두 쭉 살피고 나서 내린 결론.
―이제는 강호의 ‘진짜’ 고수와 싸워도 승산을 점칠 수 있다.
여기서 말한 ‘진짜’ 고수란 보통 구파나 육가 같은 대문파의 장로급 인사들을 의미했다.
그들 대부분이 중원 전역에 명성을 떨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악귀전포를 두른다면 그 이상과 견줄 수 있다.
귀왕으로서의 힘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면 대문파의 장문인 급과 겨뤄도 절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쉽게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악귀지옥진까지 발동한다면 적어도 패배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동수를 이룰 수준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 무공 수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무(武)로서 이만한 경지에 이렇게 빠르게 오를 줄 몰랐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북해종주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남은 종주들도 모두 상대해서 천마신교의 일통을 이루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그래서 다시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들었다.
“말씀하셨던 교학자가 이미 새벽에 분가를 떠났다고 합니다.”
“뭐?”
일노의 설명은 아주 간단했다.
이른 새벽에 교학자가 자신은 더 이상 구룡분가에서 도울 게 없는 것 같으니 먼저 간다며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는 것.
그 와중에 친분이 있던 다른 명사들과 길게는 반 시진 가까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하니 도망치듯 떠난 건 아닌 셈이었다.
따지자면 내가 북해종주를 맞닥뜨렸을 때 떠난 셈인데.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사옵니다.」
온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 같지?”
내가 강호에 적을 두면서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이 강호에는 절대 ‘우연’이라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그럼 대부분 적중하기 마련이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교학자가 어떤 사람이었지?”
내가 그와 대화를 섞은 건 처음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을 때 나눴던 게 전부였을 뿐.
겉보기엔 정파의 존경받는 어른인 척 가식을 떨고 있어도, 드문드문 당문에 대한 적개심이 언뜻 비쳤던 인사였었다.
「그자라면 소마도 기억이 있사옵니다. 당문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을 형성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그 뒤에는 후암팔성에 접근을 했었나이다.」
“후암팔성에?”
「예. 특히 공손범이라는 작자와 죽이 잘 맞는 듯보였사옵니다.」
“비천호리를 말하는 거지?”
「예. 그자이옵니다.」
비천호리에 대한 건 나도 기억이 있었다.
음흉하게 생긴 양반이긴 했는데 제법 기질이 묵직했었지 아마?
내 기감을 읽은 몇 안 되는 고수 중 한 명이기도 했었고.
「공손범이란 작자는 아무래도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었는지 주로 연회에서 사조직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이때 가장 많은 논의를 나눴던 자가 교학자이기도 했사옵니다.」
“아! 교학자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던 자도 비천호리로 알고 있습니다.”
일노가 도중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내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렇단 말이지?”
뭔가 냄새가 났다.
지독한 냄새가…….
“혹시 비천호리도 이번 성도행에 참석하나?”
“예.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룡분가에 모인 명사 중 상당수는 암존과 함께 당가타가 있는 성도로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새로운 광풍대의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본격적인 시험은 최소 몇 달 뒤에나 있을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먼저 도착해서 주변 환경이나 시험 내용을 확인해야 사문의 응시자들에게 조언을 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 속에 비천호리가 섞일 예정이고 교학자와도 어떤 교분을 나눴다면 뭔가 일을 꾸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온마, 성도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비천호리를 감시해 줘.”
「존명!」
“일노는 비천호리나 교학자가 혹시 공통적으로 자주 만났던 다른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주고. 이건 본 종과 관련된 일이야. 분가의 사람들에게도 들켜서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일노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동안 백색전의 집사로 있으면서 평화로웠던 눈빛이 오랜만에 마인의 것으로 변했다.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첫 번째 계획은 무사히 완수했지만 아직도 많은 게 불분명했다.
* * *
구룡대격전(九龍大激戰).
강호의 여러 호사가는 사천당가와 도마북해종의 전투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대격전이 뭐야, 대격전이? 하여간 인간들 이름 하나도 더럽게 못 지어요, 쯧쯔! 최소한 당문승리전, 아니면 광풍부활전, 뭐 그런 이름이 붙어야 하는 거 아냐?”
“…야.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라. 쪽팔리니까. 어휴! 하여간 아저씨 냄새.”
“야! 내 작명 감각이 어때서!”
“몰라서 묻냐?”
구룡분가의 식솔들은 대부분 유치해 죽겠다면서 꺼리는 이름이었지만, 사천 무림은 이미 구룡대격전의 결과로 크게 들썩거렸다.
“암존께서 북해종주의 모가지를 따셨다고 한다!”
“그분이야말로 사천 무림의 진정한 지존일진저! 아니, 강호 무림 전체의 지존으로 모셔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천마신교의 종주를 단신의 무력으로 꺾은 분이 최근 강호에 얼마나 있었던가? 단언컨대 없었다!”
“마교가 부활했다! 그들이 다시 중원을 노리려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암존을 중심으로 더 긴밀하게 뭉쳐야 한다!”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무림맹이 필요하다!!”
“옛 광풍대가 북해종의 선봉을 크게 꺾었다고 한다! 그리고 암존께서 새로운 광풍대를 만드신다고 발표하셨다!”
“강호의 협의지사들이여! 그리고 후기지수들이여! 당문으로 향하자!”
“마교의 창칼을 부러뜨릴 화살이 되자!!”
구룡분가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광풍대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의로 몸살을 앓았다.
피 끓는 무인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구룡분가의 문턱을 넘었다.
항간에는 뜻이 맞는 무인들이 여기저기 뭉쳐서 당가타로 향하는 여정에 몸을 실었다는 소문도 간간이 들렸다.
바야흐로 사천 무림이 반(反)마교 정서로 가득 차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어딜 가더라도 암존과 광풍대, 그리고 마교에 관한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보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구룡분가는 암존의 방문 행사를 준비하기 전보다 훨씬 바쁜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문의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 떠나는 빈객들에 대한 배웅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도로 향한 대규모 여장도 준비되었다.
나 역시 정신이 없었다.
이제 당운휘라는 존재는 단순한 구룡분가 후계자의 신분이 아닌 옛 광풍대의 주인, 사자문의 부문주, 그리고 소생반악이라는 별호를 지닌 명사였기 때문이었다.
비천호리나 교학자의 뒤도 털어야 하는데 대체 그건 언제 하냐고…….
십전신마류도 다시 만져야 하고, 천마호심공도 삼 단공을 완전히 체득해야 하고, 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내가 비명을 질러봤자 그게 제대로 들릴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핀잔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힘드시다구요? 퍽이나. 내일부터 풍화정으로 출근해 보실래요, 네?”
“…죄송합니다.”
나는 반발하려다가 당곤이 자신의 키를 훨씬 넘는 서류 탑을 들고 있는 걸 보고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당곤은 눈 밑이 꺼멓게 죽어있었다.
북해종주가 되살아났던 육체보다 더 해괴한 몰골.
이쪽도 초혼빙의대법으로 살아났나, 왜 저래?
어째 정수리도 요 며칠 슴풍슴풍 빈 것 같고.
가뜩이나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였는데, 어쩌다가…….
“시선 처리 조심 좀 하시죠? 눈깔 대신에 암기 처박고 다니게 만들어 드릴까요?”
“무사부, 나 예전부터 너무 궁금했던 게 있는데 말이야.”
“궁금한 건 그냥 궁금한 걸로 끝내십시오. 전 안 궁금합니-”
“당가타에는 분명히 만독전(萬毒殿)이라는 곳이 있다고 들었거든? 세상 모든 독과 약을 연구한다는 곳.”
“안 궁금하다고, 이 양반아!!”
“화타재림이나 생사신의 같은 양반들도 거기 출신이라며? 그런데 왜 딱 한 가지 약만큼은 만들지 못하는 걸까?”
“이 인간 또 내 말 안 듣네!”
“대머리 치료제만 만들면 세상 모든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을 텐데 왜 여태 못 만들-”
“닥치라고!!”
당곤은 기어코 내 눈을 암기로 교체하기 위해서 암기를 뿌려대고 채찍까지 휘둘러댔다.
포효가 풍화정을 뒤흔들고 귀제갈과 참모들의 갖가지 비명이 뒤이었다.
“그만해! 멈춰!”
“서류 정리한 거 쓰러진다고, 인간아!”
“아아아악! 내 탑! 내 서류우우우! 내 한 달 야근이!!”
후우! 죽다 살아났네.
저기 붙잡혀 있었으면 나도 정수리가 휑해졌을 텐데.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야.
풍화정에는 분명 당가인들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고도 은밀한 독이 곳곳에 퍼져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면 어떻게 풍화정에 머무는 사람들마다 피골이 상접하고 정수리가 빌 수 있겠냐고.
당곤도 할 일 없으면 닥치고 자신을 도우라는 귀제갈의 일갈이 있고 난 뒤에 저렇게 된 거니, 꽤 오래 풍화정에서 일했던 식솔들은… 크흡! 생각하면 할수록 안타깝기만 하니까 여기까지 하자.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 육체의 친부인 당호산은 머리가 아주 풍성하다는 점이었다.
모계 쪽은 어떤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 숱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도 당곤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거야. 음훼훼훼훼!
「으잉? 내가 알기로 원래 대머리는 격세유전이니 확인할 거면 당호산이 아니라 그 아비나 어미를 확인해야 할-」
「쉿! 조용하게! 괜한 말로 소교주의 근심을 사지 마!」
「아차차! 내, 내가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군!」
「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말이야.」
「?」
「원래 정수리가 휑해지는 건 대부분 두피열 때문에 모근이 약해져서 그런 게 아닌가?」
「머리가 빠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것도 큰 이유를 차지하긴 하지. 그런데 왜?」
「한데 사술은 상단전의 영역이지 않나. 그만큼 뇌를 많이 쓴다는 뜻일 텐데… 저기, 두피열은… 괜찮… 으려나?」
「…어?」
「!?」
「그러고 보니 흑골사왕이 원래 머리가 휑했-」
「자, 자네! 그 말! 절대 잠꼬대로라도 꺼내지도 말게! 소교주께서 들으시면 큰일이라고!!」
잠시 딴생각에 잠겨 있다가 보니 망령들이 떠드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니옵니다! 절대! 절대 저희는 아무런 말도 떠들지 않았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저희는 소교주의 정수리를 항상 응원할 것이나이다!!」
“??”
영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른 데 신경 쓸 게 더 많았으므로.
그렇게 나는 백색전으로 돌아가 아직 남은 잔업들을 쳐냈고, 며칠의 시간이 더 흘렀다.
그리고.
사천당가의 본가인 당가타로 갈 시간이 찾아왔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