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92)
환생마신전-193화(193/390)
암혼대
암혼대(暗魂隊).
남궁 암뢰부 제삼전선에 속한 암살 부대였다.
그들에게 한 가지 명령이 하달되었다.
―당가타에서 옛 광풍대의 후신을 자처하는 햇병아리들이 출정했다. 그들이 감숙에 발을 딛지 못하게 하라.
그 햇병아리들을 모두 암살하라는 명령이었다.
화르륵!
“위에서 우리를 너무 졸로 보시는 거 아닙니까? 아직 정식 부대명도 받지 못한 놈들이나 제거하라니요. 대주, 정말 이 명령에 따르실 생각입니까?”
“…….”
암혼대주 남궁성은 서찰을 삼매진화로 태우다 말고 부대주 남궁영의 건의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남궁영은 그런 대주가 너무 답답했다.
비록 한평생 음지에서 살아왔다지만, 그래도 한평생 세가의 영광을 위해 최전선을 뛰어다니던 자신들이 아닌가.
그들이 비밀리에 제거한 이들 중에는 남들이 들었을 때 놀랄 만한 고수들도 적잖게 있었다.
그런데 이런 뒤치다꺼리를 하라는 게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다른 대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맞습니다! 이건 억울합니다!”
“아무리 이번 저희 주된 임무가 당문의 접근 차단이라고 하지만 이런 일까지 맡기다니요!”
“너무한 처사입니다!”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결국 남궁성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그만.”
“…….”
“…….”
“너희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남궁세가의 암검(暗劍). 암검은 결코 하달된 명령에 의문을 품지 않는 법이다.”
“…….”
“…….”
“우리는 이대로 계속 남쪽으로 이동한다. 놈들이 어느덧 성계에 도착했다고 하니 덫을 파두고 오길 기다린다면 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대원들은 모두 입술을 한일자로 꾹 다물었다.
남궁성의 시선이 그들을 모두 스쳤다.
“더 할 말 있나? 물론 불만은 받지 않겠다.”
대원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평상시 그들을 아끼는 대주였지만 저렇게 단호한 태도를 보일 때는 너무 엄했다.
그러다 남궁영이 뭔가를 다짐한 듯 대표로 나섰다.
“대주, 저희가 그동안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을 거부한 적이나 있었는지요?”
“불만은 받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
“저에게 항명죄를 물어 처벌하셔도 할 말은 다 하고 달게 벌을 받겠습니다.”
“…….”
“단언컨대 저희는 명령을 거부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모두 가문의 영광을 위해 살아간다는 긍지만으로 음지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모라니요.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게 전부 선주가 대주를 골리기 위한 술수-”
“더 듣지 않겠다.”
“대주!!”
남궁영은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암혼대가 왜 이런 일이나 맡고 있겠는가. 전부 정치적 다툼에서 밀려나서 그런 거였다.
현재 공동산 내전을 담당하는 제삼전선의 선주는 남궁성과 태어난 배만 다를 뿐이지, 같은 직계 혈족이었다.
차기 가주직을 두고 다투는 정적이라는 뜻.
그래서 제삼전선주는 항상 수하들의 굳은 신임을 받는 남궁성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당가타에 어렵게 심어둔 지부가 통째로 증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흑뢰를 익힌 직계 혈족과 세가의 충실한 검인 망향검황이 같이 전사한 대사건이었는데, 이 때문에 제삼전선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그리고 제삼전선주는 이 모든 책임을 통째로 남궁성에게 뒤집어씌웠다.
“아무리 충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당하고만 사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습니다! 선주가 대주에게 저지른 무례를 잊지 마십시오!!”
선주가 내건 명분은 아주 간단했다.
비밀지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암혼부의 임무이니, 남궁성이 이를 소홀히 하여 귀중한 전력을 잃고 말았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당시 암혼대가 마교 유령종과 한창 접촉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단 점이었다.
마교와 거래한다는 건 정도 문파로서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와중에 대체 저 멀리 있는 당가타 지부까지 어떻게 신경 쓴단 말인가?
하지만 제삼전선주의 명분은 고스란히 먹혔다.
암혼대가 좌천의 성격으로 반악벌 제거 임무를 얻게 된 데에는 그러한 배경이 있었다.
암혼대가 봤을 때, 이번 임무는 절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었다.
아무리 음지에서 산다고 해도 격이라는 게 있지, 어떻게 이딴 명령을……!
“…최대한 숨길 수 있는 데까지 숨기려 했건만. 어쩔 수 없군.”
순간 남궁영과 대원들이 인상을 굳혔다.
이게 무슨 말씀이시지?
남궁성이 고개를 반쯤 위로 들었다.
“이만 나오셔도 됩니다.”
“하하하. 마침 답답했는데 잘 되었군.”
갑자기 하늘에서 껄껄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남궁성 옆으로 바람이 모였다.
남궁영과 대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강렬한 기파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
노인이었다.
탄탄한 체구를 지닌 채 도포를 닮은 백의를 넓게 흩뜨린.
특히 등에 걸린 백색검을 본 순간, 남궁영과 대원들이 일제히 부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백뢰검부의 육검노야(六劍老爺)를 뵙습니다!”
“백뢰검부의 육검노야를 뵙습니다!!”
동제남궁의 음지를 암뢰부가 지키고 있다면 양지는 백뢰검부가 환하게 밝히고 있으니.
백뢰검부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열 명의 노인을 가리켜 따로 검노야(劍老爺)라 불렀다.
육검노야 음뢰신검(陰雷神劍) 남궁찬궁.
그는 털털한 성격과 따스한 성품으로 남궁세가에서도 인기가 많은 검노야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이런 곳에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남궁성은 면목 없다는 듯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못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하하하하. 못난 모습은 무슨. 수하들이 대주를 얼마나 충심으로 따르는지 보여서 보는 내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데.”
음뢰신검은 뒷짐을 쥔 채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남궁영과 대원들의 시선이 황급히 대주에게 향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남궁성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번 임무는 제삼전선주가 나를 견제하는 것을 명분으로 짜인 극이었다.”
“…굳이 그렇게 꼴 필요가 있었는지요?”
“있었지.”
“무슨…?”
“도마북해종의 종주신물이 저쪽에 있으니까.”
“!?”
남궁영과 대원들이 눈을 크게 떴다.
“비천호리에게서 온 보고가 있었다. 북명도가 바로 소생반악의 손에 있었다더군. 그 때문에 이를 조사하던 비밀지부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고.”
“!!”
“북명도가 소생반악의 손에 있다는 것은 지옥술도 그에게 떨어졌다는 뜻이니. 이번 임무가 지닌 가치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하면 저희의 진짜 임무는?”
“도마북해종주의 신물과 비전의 회수이다.”
“!!!”
“!!!”
“!!!”
“해서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육검노야께서 우리를 도와주러 오신 것이고.”
“…….”
“…….”
“…….”
“허허허허. 그렇게 되었다네. 젊은 친구들이 이 늙은이를 돕느라 고생이 많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잘 부탁함세.”
음뢰신검의 웃음을 본 순간 남궁영은 이번 임무의 전말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선주를 의심하고 계시는 것이로군요.”
“그건-”
“그 질문에 대해서는 이 늙은이가 대신 대답해 줌세.”
음뢰신검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남궁영은 저 주름진 웃음 사이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음뢰라는 별호처럼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삼전선주는 욕심이 너무 많은 친구일세. 그 때문에 공동파에서의 일도 조금씩 꼬이고 있는 것이고.”
“…….”
“그 친구가 신물과 비전을 얻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엄한 데 쓸 것 같습니다.”
“정답일세. 그 못난 욕심에 더 부채질만 할 뿐이지. 해서 비천호리의 정보를 도중에 끊은 것이라네. 남궁성 이 친구가.”
남궁영은 그제야 모든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존경하는 대주는 힘없이 좌천당한 게 아니었다.
좌천되도록 이번 일을 꾸민 거였다.
원래대로라면 제삼전선주에게 올라가야 할 비천호리의 보고가 아닌가.
하지만 그걸 도중에 가로채 백뢰검부주에 갖다 바치면서 새로운 끈을 만든 셈이었다.
북명도와 지옥술을 백뢰검부주가 손에 넣는다고 생각해 봐라. 당장 유령종과 벌어지는 물밑 협상에서 큰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마교의 일맥을 이쪽에서 확보하게 되는 것이므로.
‘백뢰검부가 공동산으로 올 때 호종했던 게 우리였었지. 그때 부주와 접점이 생기신 거였나.’
남궁성도 남궁성 나름대로 자기 살길을 이미 찾고 있었다.
『말해준 게 늦어져서 미안하다. 최대한 비밀을 지켜야 했기에 이리 알려준 게 늦었다.』
미안함이 잔뜩 담긴 전음.
남궁영은 가볍게 웃으면서 입술을 달싹거렸다.
『대주께도 이렇게 여우 같은 면이 있으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동안 목석인 줄로만 알았지 뭡니까?』
『우리가 모두 다 살길은 이것밖엔 없다고 생각했다.』
『압니다. 백뢰검부에 줄을 대기로 하신 결심이 사실 저희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남궁영은 대주에 대한 존경심이 한없이 깊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가문에 환멸을 느꼈다.
‘당문은 배타적이긴 해도 혈족들 간 우애가 끈끈하다던데, 정작 본가는….’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 집안이 없지 않을까.
남궁영은 세가의 고질적인 패악을 떠올리다가 곧 머리를 털고 음뢰신검에게 고개 숙였다.
“노야께서 몸소 나서주신다면 전혀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습니다.”
“허허허. 이 늙은이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니 참으로 고맙구나. 하지만 신설된 광풍대 조직에는 소생반악 외에도 천엽선자, 정월현녀, 백검목란 같은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네. 망향 그 친구가 까불다가 호되게 당했으니 나까지 그리될 수는 없지 않겠나?”
“어찌 망향 같은 노괴와 노야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말이라도 고맙군.”
음뢰신검은 말은 그렇게 해도 여유가 한껏 묻어나오고 있었다.
망향검황이 과거에 유명했다고는 하나 훈련을 게을리하여 실력이 옛날 같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반면에 음뢰신검은 백뢰검부의 노야로 있으면서 현재 이 순간까지도 훈련에 집중했으니.
그는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비천호리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곧 당문의 아이들이 이 근방에 도착할 예정이라 하니, 우리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협곡을 다 통과할 때를 노리도록 하자꾸나.”
협곡을 붕괴시켜서 그들을 모두 생매장하자는 뜻이었다.
남궁성과 대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당문은 독과 화약을 다루는 만큼 어떤 기괴한 병기와 전술로 나설지 몰랐다.
그러니 정면에서 부딪치기보다는 지형을 이용해서 최대한 이쪽의 피해를 줄이는 게 맞았다.
아무리 날고 기는 놈들이라고 해봤자 수십 장이나 되는 협곡이 무너지는 데 당해낼 재간 따윈 없겠지.
그사이 음뢰신검이 움직여 소생반악을 납치해 북명도와 지옥술을 탈취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저희가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러시게나.”
“가자.”
음뢰신검의 허락이 떨어지자 남궁성이 몸을 반대로 돌렸다.
남궁영과 대원들도 곧장 전열을 갖추면서 뒤따르려던 그때였다.
그들은 보고 말았다.
존경하던 대주 남궁성의 미간에 붉은 구멍이 뚫리면서 머리가 뒤로 홱 하고 젖히는 모습을.
퍽!
너무 부지불식 간에 벌어진 돌발 상황.
백일몽이라도 꾼 줄 알았다.
하지만 뒤이어 불어닥친 칼바람이 선두에 있던 남궁영과 몇몇 조장들의 머리를 일거에 날려버리자, 음뢰신검이 뒤늦게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서둘러 먹지 않고! 적습이-”
음뢰신검의 다급한 호통도 도중에 끊어지고 말았다.
쉭!
그의 눈앞에 무척 잘생긴 얼굴을 한 청년이 귀신처럼 나타나더니 악귀처럼 웃고 있었으니까.
운휘였다.
콰르르르릉!
겁풍선이 움직였다. 검뢰가 떨어지며 음뢰신검의 머리통을 절반으로 쪼개버렸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