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03)
환생마신전-204화(204/390)
본인을 알고 있소?
유령종주는 강했다.
분명히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인 교학자를 인형처럼 부리면서도.
콰콰콰쾅!
사자도왕은 분명히 강했다.
삼전선주와 이검노야의 합공에도 큰 상처 없이 그들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그 역시 유령종주는 차원이 다른 상대인 모양이었다.
맹사도를 휘두를 때마다 황금사자투기가 실타래처럼 퍼져 나와 사방을 휩쓸었다.
도풍 역시 불문의 사자가 난장을 치는 것처럼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유령종주는 너무나 표홀한 움직임을 보이며 그런 공세를 모두 가뿐히 피해냈다.
내가 날린 공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삭풍인결, 굉풍장, 승풍각, 마풍퇴로 이어지는 연계기는 물론 삼검공 혼합식도 잇달아 발출했는데도 단 한 대도 맞추지 못했다.
심지어 연화청독의 독무를 뿌리며 암기 수법으로 북명비와 망령사를 뿌려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놈은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읽고 피했다.
저쯤 되면 보이는 시야나 감각도 다른 걸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놈의 장기인 은신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계속 발목을 묶고 있단 점이었다.
원래 자기 육체가 아닌 데다가 우리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니 장기를 마음껏 펼칠 수 없는 것이다.
쐐애애액!
유령종주가 허리를 갈라오던 맹사도를 좌수로 밀어내는 동안, 내가 어깨를 곧추세워 광풍작렬을 날렸다.
콰아앙!!
유령종주가 반시계 방향으로 상체를 돌리면서 우장을 벼락처럼 뿌렸다.
육선의 기운이 담긴 격공장.
닿는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버릴 것 같은 흉포함이 담겨 있었다.
확실히 공손범이 펼치던 육선과는 차원이 달랐다.
콰르르릉-
쿠쿠쿠……!!
나는 그걸 흘리지 않고 정면에서 부딪쳤다.
광풍작렬에 심어둔 발경력을 놈에게 조금이라도 심어두기 위해서.
덕분에 나 역시 몸이 박살 날 것 같은 격통을 느꼈지만.
우드득!
유령종주의 오른팔 역시 관절 부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였다.
심지어 가뜩이나 창백했던 피부가 청색으로 물들었다.
경력을 침투시켜 약한 관절을 강제로 비틀었을 뿐 아니라, 연화청독을 이용해서 기가 흐르는 경맥까지 단번에 괴사시킨 결과였다.
「아무래도 괴뢰음식술은 상단전에서부터 뿌리내린 원기를 이용하는 것이니 경맥만 막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을 가져올 수 있는 것 같사옵니다!」
「교학자의 육체 역시 이미 완전한 사망 상태에 이르러 감각이 무뎌졌을 테니 이대로 간다면 승산을 볼 수 있을-」
망령들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유령종주가 갑자기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아무렇지 않게 뜯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우드득, 촤아아악!!
거 참, 자기 육체 아니라고 막 대하는 거 보소.
야 인마. 그것도 망자 우롱이야. 알아?
「귀왕이신 소교주께서 망자에 대한 예의를 지적하시는 것이 실로 귀한 광경-」
하지만 놀라는 나와 다르게 유령종주는 싸늘하게 식은 눈을 한 채로 말했다.
“조금 전부터 느꼈던 것인데 그대는 본인을 상대하는 법에 대해서 무척 잘 알고 있는 모양이오.”
“그쪽에 심어둔 간자에게 들은 정보가 많아서.”
“아니. 이건 그런 정도로 되는 것이 아니외다. 본인을 상세히 조사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전략과 전술이었소. 심지어 그대는 본인이 이 육체를 통제하고 있단 사실조차 알고 있는 눈치였었지.”
“말했잖아? 본 가의 첩보 실력이 아주 좋다고.”
“그대들 두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막아서서 수하들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도?”
“그렇다니까?”
“그대의 손에는 북명도가 잡혀있지. 조금 전에 이 육체의 팔을 앗아간 독은 지옥술의 묘리가 담겨 있었소.”
“그런데?”
“계속 시치미를 뗄 셈이오? 그 말인즉슨, 그대가 북해종주를 해친 진짜 흉수라는 뜻인데… 일개 정파의 후기지수 따위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유령종주는 북해종주가 죽어도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육체로 갈아탈 수 있단 사실을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북명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의 마지막 영혼까지 처치해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그런데 내가 북명도를 대놓고 보였으니 북해종주의 살해 진범으로 나를 지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겠지만, 나는 한껏 비웃음으로만 대꾸했다.
“북명도는 그냥 길바닥에 떨어져 있던데? 지옥술은 나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본인이 우습게 보이나 보군.”
“대답을 해줘도 아니라고 우기니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는데.”
심장을 노려오던 공세를 옆으로 튕겨내면서 말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당문의 후예이자 광풍의 주인. 본 가의 정보망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에 놀라야지, 별 이상한 걸로 꼬투리 잡고 물고 늘어지면 좀 그렇지 않아? 그래도 명색이 종주라는 작자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풍화정의 첩보력은 신교를 훨씬 뛰어넘는 실력이었으니까.
거기다 내가 너희에 대해 알고 있는 것까지 더한다면 더더욱 확실해지지만.
그래서 난 툭 잡아뗐다.
녀석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내 정체를 알아내기가 어려울 테니.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겠다면.”
파직, 파지직!
“손수 협조적으로 만드는 수밖에.”
뇌기가 튀어 올랐다.
파지지지지직!!
뇌공육선마력(雷公戮仙魔力).
유령종주가 실제로 천계의 뇌공에 기원하여 그 힘을 빌려다 쓰는 술법마공이었다.
사자도왕의 얼굴에 바짝 긴장한 기색이 어렸다.
황금사자투기가 뇌기에 갈가리 찢기고 있었다.
인세의 법칙을 망가뜨리고 있는 뇌신의 현신을 보고 있으니 저토록 놀랄 수밖에.
교학자의 두 동공은 뇌광(雷光)을 잔뜩 번뜩이고 있었다.
상단전을 마지막 남은 한 톨까지 아끼지 않고 쥐어짜고 있단 증거였다.
우르르릉!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에서부터 백색 가면을 쓴 마인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살마유령종의 일급 살수, 백면유령(白面幽靈)들이었다.
그들은 전부 도주하는 반악벌의 뒤를 노리고 있었다.
“말로 안 되니 힘으로 그냥 찍어 누르겠다고?”
“그것이 마도의 본질이라서 말이외다. 본인과 함께 가주어야겠소.”
가면 같던 교학자의 얼굴 근육이 살짝 뒤틀렸다.
웃기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이 역시 결국 내 예측에 있단 점이었다.
유령종주가 교학자에 빙의했단 사실도 유추했는데 설마 그 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미안하지만.”
파아앗-
나는 이형환위를 펼쳐 최대한 유령종주에게서 떨어졌다.
놈의 음검이 애꿎은 잔상만 스치고 지나갔다.
“선약이 있어서.”
유령종주가 뭐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전에 절벽 끄트머리에서 울린 폭음에 금세 묻혀 사라졌다.
콰르르르릉!!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싶던 하늘에 다시 먼지구름과 까만 매연이 잔뜩 퍼지고 있었다.
『웃긴 게, 왜 매설된 화약이 조금 전에 터뜨린 게 전부라고 생각한 거지?』
『!!』
『그 사체랑 같이 사이좋게 나란히 파묻히라고.』
그 순간 두 번째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전보다 양은 적어도 역시나 위협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낙석과 토사가 쓸려왔다.
특히 먼저 경사를 타고 내려온 토사가 아주 절묘하게 나와 유령종주 사이로 파고들었다.
유령종주의 뇌격이 토사를 후려쳤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큰 산사태를 부를 뿐이었다.
나는 사자도왕과 함께 겨우 산사태의 범위에서 벗어나 백설곡 쪽으로 달릴 수 있었다.
“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파하하하! 내가 진짜 얼마나 쫄렸는지 아는가? 정말 팔 한 짝이라도 내놔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단 말일세!”
“그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놈의 의심을 사지 않고 이 위치까지 유도하려니까 쉽지 않더군요.”
“아아, 의제를 타박하려는 게 아니야. 너무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이 나이에 언제 이렇게 마음 졸이는 걸 만끽해 볼 수 있겠나?”
사자도왕은 죽다 살아난 상황에서도 유쾌했다.
협곡 붕괴와 토사의 방향 및 각도 등은 철저한 계산하에서 이뤄진 것이었으니.
유령종주 같은 말도 안 되는 작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기만책은 필수였다.
덕분에 어부지리를 노리려던 백면유령들은 자기네 주인인 유령종주와 같이 나란히 생매장된 셈이니 저승길이 딱히 외롭지는 않을 터였다.
물론 유령종주는 삼도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먼저 가 있는 남궁가 놈들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바로 그때였다.
츠츠츠츠!
여태 음산한 협곡풍만 내뱉던 백설곡 입구가 변화를 보였다.
어둡던 협곡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협곡풍은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변했다. 특히 맹렬하게 몰아치던 진법의 기운이 사라졌다.
복마천상진의 가동이 중지되고 협곡이 열린 것이다.
“다행히 시기적절하게 경문(景門)이 열렸네요.”
백설곡의 순학 진인 쪽과는 이미 사전에 비밀 파발을 통해서 입을 맞춰둔 상태였다.
만약 산사태가 두 번 나게 되면 바로 진법의 입구를 열어주기로.
자칫 산사태가 백설곡까지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요구였지만, 순학 진인이 여기에 대해 내건 조건은 아주 간단했다.
“그보다 저들을 정말 같이 데려갈 셈인가?”
사자도왕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산사태와 유령종주의 등장 등으로 혼란에 빠졌던 교학파 일파의 문도들이 백설곡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배, 백설곡이 열렸다!!”
“살 수 있어! 살 수 있다고!”
“제발! 제발 우리도 데려가……!”
순학 진인이 직접 자필로 적은 서신의 글귀는 딱 한 줄이었다.
―본 파의 제자들을 구하게 해주시오.
사자도왕은 그런 그들을 못마땅한 눈치로 바라봤다.
“저들은 판세에 따라 언제든 다시 자기네 수장의 등에다 칼을 꽂을 수 있는 작자들일세. 그런 놈들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런 것도 감내하는 곳이 바로 명문이고 대파가 아니겠습니까?”
“…….”
“공동은 천 년을 넘는 세월을 이어왔습니다. 정말 저들의 말마따나 상고 무림의 광성자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면 이천 년은 훌쩍 넘죠. 소림사보다도 더 장구한 세월을 이 강호에서 살아온 겁니다.”
“…….”
“그동안 공동이 겪은 소란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그런데도 저들은 어떻게든 살아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사자도왕은 깊이 생각에 잠기다가 곧 고개를 털었다.
“그래도 나라면 절대 저러지 못할 걸세.”
“저도 마찬가집니다. 통수 때린 놈을 어떻게 봐줍니까? 나도 똑같이 통수 쳐줘야죠.”
내 말 속에 숨은 뜻을 읽은 사자도왕이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역시 의제와 이 우형이 통하는 데가 많아!”
“그럼요.”
저 안에서도 만약 주제도 모르고 쓸데없는 짓을 벌이려고 하면 그때 가서 완전히 짓밟아 버리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백설곡은 이제 반악벌의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렇게 벌원들이 모두 백설곡에 입곡했다.
맨 마지막 순서로 사자도왕이 먼저 들어가고, 나 역시 발길을 들이려는 순간.
『역시 본인이 생각했던 게 맞았소.』
유령종주의 전음이 들렸다.
고개를 뒤로 돌렸다.
토사 더미 위.
몸이 완전히 망가져 버려 움직이는 게 신기한 몰골을 한 교학자가 우뚝 서 있었다.
하지만 심유한 눈빛만큼은 나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으니.
『그대, 본인에 대해서 알고 있소?』
쿠쿠쿠쿠!
진법의 경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어둠이 시야의 좌우를 가려오기 시작했다. 경문의 틈새 사이로 보이는 놈을 보면서.
싱긋!
나는 대답 없이 웃었다.
아주 차갑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쿵……!!
‘북해종주 다음은 네 차례니까.’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