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1)
환생마신전-21화(21/390)
그야 어디겠나
파스스-
나는 여태 몸에 두르고 있던 악귀전포를 손에서 놓았다.
그러자 흐릿한 아지랑이가 되어 사라졌다.
“후우- 쉽지 않구만.”
무공과 사술을 함께 이용한 첫 전투… 심지어 생사결인 만큼 빈틈없이 하기 위해 악귀전포까지 꺼내서 싸운 건데.
확실히 실전은 상상과 많이 달랐다.
하단전에서 비롯되는 내공과 상단전에서 하달되는 술력.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다루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타고난 의식의 크기가 커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진즉에 두 기운의 호환이 어긋나서 큰일을 치를 뻔했다.
물론 나는 사술 계통에서도 수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다는 천재 중의 천재, 아니, 천재들을 뛰어넘는 초천재, 바로 소천마 연운휘 님이니 이 정도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아무래도 또-」
「자아도취에 빠진 모양이시로군. 이럴 땐 모른 척하고 있자고.」
나는 망령환을 하나 삼켜 부글부글 끓던 단전을 진정시킨 뒤, 대가리가 부서진 사검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체 위에는 사검사의 망령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내가 죽었-」
모든 망자들이 그러하듯, 녀석도 자신의 죽음에 적응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철그럭, 철그럭!
내게 직접 죽었으니 모가지와 팔목에 금고쇄가 걸린 것은 덤.
「얘들아, 신입 받아라!」
「낄낄낄! 원래대로라면 우리와는 겸상도 못 할 아주 어리디어린 소마에 불과하나, 똑같은 노예 신세이니 내 특별히 너를 아끼어 굴릴 대로 굴려주마!」
망령들이 사검사의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깐족거리기 바빴다.
저승으로 가지 못한 망령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처럼 자신과 비슷한 꼴이 된 사람을 보면 아주 즐거워한다는 거였다.
에잉, 저렇게 심보가 고약하니 망령 같은 것밖에 안 되지. 자고로 사람은 나처럼 아주 고운 심성을 가져야 하거늘.
나는 이들을 위해 몸소 ‘고운 심성’의 본보기를 지금부터 보여줄 생각이었다.
“대가리 박는다, 실시.”
「무, 무슨-」
“동작이 느리다, 실시.”
「그러니까 무슨 소리-」
「네 이노오오옴! 소교주님의 지엄한 명령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아아!」
「일개 망령 따위가! 어서 대가리를 박지 못할까아!」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얼 타고 있는 술사의 머리통 위로 다른 망령들의 몽둥이가 쏟아졌다.
퍼퍼퍽!
「아악! 아아악!」
사검사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지만, 그러면 뭐 하나. 거기 말고도 때릴 데는 많은데.
도망을 시도해보려고도 했지만.
철그렁!
「이 사슬은 또 대체 어디서!」
얼마 가지 못하고 금고쇄와 함께 바닥에 널브러져야만 했다.
「죄인 주제에 감히 소교주님 앞에서 도망을 치려 해!!」
「죽어서도 윤회 못 할 놈이로구나!」
당연히 그럴수록 망령들의 몽둥이찜질은 더욱더 불이 붙었다.
아주 내 눈에 잘 들려고 다들 애를 쓴다, 애를 써.
「그, 그만! 제발 그마안!」
퍽! 퍼퍼퍽!
「아, 알겠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겠으니, 어이쿠-」
결국 사검사는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머리를 처박은 뒤에야 몽둥이찜질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망령들은 아쉽다며 입맛을 다시면서도 또 언제 술사 놈이 얼을 탈지 기회만 노렸다.
그 모습이 꼭 먹이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길 기다리는 맹수처럼 집요했다.
파들파들…….
사검사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몸을 떨었다.
“이름.”
「이름은 왜- 아악!」
「이놈이 그래도! 어서 똑바로 대답하지 못 하겠느냐!」
퍼퍼퍼퍽!
「대답! 대답하겠습니다아!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또다시 한바탕 몽둥이찜질이 지나가자, 이제 사검사의 얼굴엔 군기가 바짝 들었다.
역시 말 잘 듣게 하는 데는 몽둥이만 한 게 없단 말이지.
나는 녀석의 머리 옆에 쭈그리고 앉아 눈을 부라렸다.
“두 번 안 묻는다. 이름.”
「모, 목가일입니-」
“아니. 너는 목가일인지 목가이인지가 아니다.”
「…예?」
“내 말을 이해 못 하나?”
옆에 있던 망령이 다시 몽둥이를 높이 들었다.
「아, 아닙니다! 말씀이 맞으십니다! 저, 저는 목가일이 아닙니다!」
“그래. 너는 지금부터 그냥 ‘망령 십오 호(號)’다. 알겠느냐?”
지금 남은 망령이 딱 열네 마리였다.
「아, 알겠습니다. 저는 이제 십오 호입니-」
“대답은 길게 하지 않는다. 알아듣기 쉽게 요약만 간단히.”
「조, 존명!」
이것 봐. 사람이 심성을 곱게 먹어야 한다니까? 내 진심이 바로 이렇게 전달되잖아. 심문하기 딱 좋은 자세였다.
내가 수고했다며 고개를 끄덕이니 몽둥이 든 망령들의 얼굴이 희희낙락해졌다.
정말 단순하다. 대체 저것들을 두고 누가 전(前) 천마신교 장로들이라고 생각하겠냐고.
“보다시피 너는 지금 좆된 상태이다. 윤회라도 하고 싶거든 내 말을 아주 잘 들어야 할 거야.”
녀석의 모가지에 개 목줄처럼 걸린 쇠사슬을 흔들어주니 표정이 아주 볼만해졌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너, 흑골귀곡 출신 맞지?”
「마, 맞습니다. 하지만-」
“쓰읍.”
「아, 아, 아닙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앞으로 말도 더듬지 말고.”
「옙!!」
“계급은 대략 삼 급쯤 되는 것 같고.”
「맞습니다!」
“남궁산영, 그년의 부탁을 받고 온 것 같던데. 이 근처에 흑골귀곡의 분타가 있나 보지?”
「그렇습니다!」
“전력은? 위치는 어떻게 되고?”
십오 호는 또 몽둥이찜질을 당할까 싶어 내가 묻지 않은 것까지 신나게 떠들어댔다.
.
.
꽤 재미난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흠! 귀곡에서 파견된 주요 술사는 총 다섯. 그중 대장이 백골망사(白骨忘死), 그 영감탱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닷!」
“파하하하! 새외에만 있기엔 지루해 죽겠다고, 중원에 가서 날뛰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대더니. 그걸 기어코 해냈네?”
백골망사는 당대 흑골귀곡을 대표하는 호법, 십이흑귀(十二黑鬼) 중 한 명이었다.
강시술에 일가견이 있어서 나도 직접 그에게 사술을 배운 적이 있었다.
한 달도 안 되어서 배울 게 다 떨어져서 헤어졌지만.
더구나 백골망사는 산 사람을 고문하고 갖가지 실험하기를 좋아하는 미치광이.
내가 별로 탐탁지 않아 빨리 걷어찬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짧은 한 달도 사승의 인연이라면 인연.
옛 스승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기다 청골호상(靑骨好喪), 적골사곡(赤骨邪曲), 녹골불귀(綠骨不歸)까지? 십이흑귀 중 무려 넷이나 나왔으면 꿍꿍이속이 클 것 같은데?”
아무리 구룡분가가 당가에서 자랑하는 분가라고 해도, 흑골귀곡이 이렇게 공을 들일 만한 곳은 아니었다.
뭔가 더 큰 걸 노리는 게 있는 것이다.
「그, 그것이-」
그런데 십오 호는 여태 잘 대답하다 말고 처음으로 망설이면서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내가 말없이 쇠사슬을 붙잡자, 곧바로 다시 머리를 처박았다.
「마, 말씀을 드리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쓸데없는 게 아니길 바라. 내가 딱히 참을성이 좋지 않아서.”
「다, 당신은 저, 정말… 소, 소교주님… 이 맞으십니까?」
“그럼 내가 뭘로 보이지?”
「부, 분명-」
“어. 맞아. 분명히 죽었지. 어떤 빌어 처먹을 놈들 때문에.”
망령들은 행여 내 눈을 마주칠까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거기엔 너희 흑골귀곡도 지분도 상당할 테고. 안 그래?”
「…….」
역시 맞구나. 그냥 찔러본 건데.
술사의 머리가 더 깊숙하게 처박혔다.
녀석의 머릿속에 수많은 고민이 회오리치는 게 훤히 보였다.
두렵겠지. 모든 술사의 오랜 염원인 사자 소생이 이뤄졌으니 얼마나 내가 두렵겠어?
나에 대한 두려움, 소생이 성공한 것에 대한 부러움, 윤회를 못 할 수도 있다는 공포, 사문에 대한 의리 등등, 아마 생각이 아주 많이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놈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고민을 한다는 건 망설인다는 뜻이다.
정말 사문과의 의리를 지키는 놈들이라면 이렇게 고민 따윈 하지 않겠지.
아니나 다를까.
「…귀곡에서는, 암존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뭐? 암존을 암살해?」
「미친놈들! 흑골귀곡 따위가 뭐라고 천하십대고수를 암살한다느니 마니 하는 것이냐!」
장로 망령들은 대놓고 비웃음을 던졌다.
구대마종에도 들지 못하는 것들이 헛소리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아무리 십이흑귀들이 대단한 고수라고 해도, 그들 전부가 달려드는 것도 아니고 고작 넷이서 절대고수를 잡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으니.
하지만 짚이는 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지원군이 곧 도착할 예정인 거로군?”
「그렇습니다!」
장로 망령들의 눈이 커졌다.
「네 명의 흑귀는 어디까지나 첨병에 불과할 뿐입니다. 본군은 보름 뒤 자시 경에 비밀 분타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내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누가 올 예정이지?”
「저도 그것까지는 잘-」
철그럭!
「하, 하지만 처, 처, 천산에서 사, 사람이 내려온다는 마, 말을 드, 들었습니다!」
“천산이라.”
이 역시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신교는 내전 중이지 않았나?”
「저도 천산에서 내려온 지 오래되어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내전은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중이기에 중원에도 눈길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들어 알고만 있습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어.”
「이, 이 때문에 청골호상, 적골사곡, 녹곡불귀 장로들께서는 천산의 내려오실 손님을 맞기 위해 자,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이십니다.」
“아예 작정을 단단히 한 셈이로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회가 뒷배가 되는 종파나 파벌이 있다면 내란 종식쯤은 아주 손쉬울 것이다.
덕분에 이걸로 확실해졌다.
암존의 암살은 회와 모종의 관련이 있었다는 것.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연루만 되어 있는 건지는 천천히 족쳐보면 알게 될 일.
다만, 회와 관련이 있다면 구룡분가는 조만간 아주 피바람이 크게 불 게 분명했다. 그만큼 만반의 준비를 마쳤을 테니.
남궁산영은 그것도 모르고 이용만 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암존 암살 이후에는 남궁산영에게 모든 죄를 전가하겠지? 당가와 남궁세가의 충돌을 꾸밀 테고.”
「그걸, 어떻게-」
“응? 내가 너네들이면 그럴 거 같아서.”
「…….」
「…….」
「…….」
“왜? 뭐? 할 말 있어?”
눈을 가느다랗게 좁히자, 망령들이 일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여, 역시 소교주는 대단하시단 생각이 들었소!」
「과연! 소교주요! 우리 같은 늙은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비상한 두뇌를 지니셨구려!」
저것들이 또 속으로 인성 운운하고 있을 게 불에 보듯 뻔했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지금은 이 사실들을 어떻게 이용해 먹으면 좋을지 생각을 정리하기 바빴으니까.
이대로 당호산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난 일말의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내가 알아낸 사실을 어떻게 남들에게 증명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과연 내 말을 믿을지도 의문이었다.
남궁산영이 마교 놈들에게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들, 대부인을 족치겠나 아니면 날 족치겠나?
그렇다고 암존에게 사실을 말하는 것도 하책이었다.
그러다 숨어버리면 겨우 잡은 끈도 놓쳐버리는 셈이니까.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딱 하나였다.
―내가 자기네들 자객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전에 역습을 가하는 것.
그래서 남궁산영과의 관계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고, 회와 연결된 고리를 끄집어올리는 것.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지금 내 전력으로 역습을 시도했다간 도리어 모가지 날아가기가 딱 좋다는 점인데…….
백골망사와 흑귀들은 절대 만만히 볼 전력이 아니었다.
과연 어떻게 족쳐야 아주 잘 족쳤다고 소문이 잘 퍼질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면서 십오 호가 떨어뜨린 흑색검을 주웠다. 전리품 확인은 언제든 대환영이었다.
내가 알기로 흑골귀곡의 마도구는 전부 마병을 잘 제련하기로 유명한 철마방(鐵魔房)의 것이란 말이지.
때마침 검술 훈련도 곧 시작할 생각이었으니 꽤 쓸만할 검을 마련한 셈이다 싶었다.
“음?”
흑색검을 쥐려는 순간이었다.
불현듯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져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소교주?」
“아니, 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생각보다 좀 일이 어이없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저 너머.
아주 멀리 고수의 시선이 있었다.
* * *
“운휘, 그 아이 말이야. 바뀌어도 확실히 많이 바뀐 것 같더군.”
“예. 그렇습니다. 광풍대를 잇는 게 목표라 말씀하시었습니다.”
당곤은 부복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조금 전 당운휘와의 만남과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모두 주군께 보고를 올리던 차였다.
갑자기 왜 주군께서 운휘에게 흥미를 느끼셨는지 모르겠다.
비무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암존의 방문 전에 자식들의 상태를 점검하시는 건지, 아니면 후계 구도를 슬슬 준비하시려는 건지.
주군은 여전히 그 의중을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군. 광풍대라-”
주군의 시선은 줄곧 창밖을 향하고 계셨다. 저기에다 뭔가 숨겨두기라도 하신 걸까?
“그러고 보니 낮에는 서로 너무 정신이 없어서 둘째와 깊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었지. 지금이라면 깊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군.”
주군께서 몸을 반대로 돌렸다.
“앞장서게.”
“예? 어디로-”
“그야 어디겠나.”
구룡분가의 주인, 당호산은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백색전이지.”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