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2)
환생마신전-22화(22/390)
음험하기가 실로
백색전으로 돌아오니 당규진이 한참 마당 위를 돌아다니다가 달려왔다.
“대체 어딜 갔던 거야!! 다친 덴? 몸은 괜찮아?”
눈빛엔 실로 걱정으로 가득하다.
“전 괜찮습니다.”
“놈이 대체 어떤 함정을 팠을지 알고 그걸 쫓아갔던 거야!”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당규진에게 한참 혼나던 중이었다.
케에에엑!
갑자기 고조가 우리 둘 사이로 끼어들어서는 내게 그대로 와락 안겼다.
“??”
이놈이 왜 이러나 싶어서 멀뚱히 바라보는데.
케엑! 케에엑! 케엑!
고조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내게 뭔가를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놈, 왜 이러는 거야?’
망령 십오 호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하소연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걸 누가 몰라?’
「대, 대충 해석하기로는 당가의 저 여아가 자신 못살게 괴롭힌다고-」
‘엥?’
그러고 보니 반쯤 잘린 날개로 당규진을 가리키고 있었다. 꼭 일러바치기라도 하듯이.
그러다 당규진이 도끼눈으로 째려보자 고조는 재빨리 눈깔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누님, 혹시-”
“흠흠! 몰래 모가지만 따버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두꺼워서 잘 안 썰리더라.”
“…….”
「으험험!」
「고조가 그래도 꽤 등급이 높은 수강시일 텐데 저렇게 겁을 먹은 걸 봐서는… 칼침을 한두 방 놓았던 게 아닌 모양이오.」
망령들은 자기들 모가지가 서늘했던지 제 손으로 목 언저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고조를 바라봤다. 이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어서.
그냥 데리고 다니기엔 덩치가 너무 크고, 아직 본능이 강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었다. 먹이 감당도 힘들 테고.
그렇다고 그냥 모가지를 돌려버리자니 또 아까웠다.
망령들의 말마따나 등급도 등급이지만, 앞으로 흑골귀곡 놈들 만날 때마다 복장 뒤집히게 하는데 이만한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소교주께서 또 음흉… 험험! 아니, 기이한 지모를 뽐내시려는 것 같소만.」
「고조를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하시는 거겠지. 사실 따지고 보면 계륵이지 않나.」
…케엑?
고조도 뭔가를 심상치 않은 기색을 감지했던지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갑자기 얼마 남지도 않은 날개를 퍼덕거렸다.
도망치려는 거면 손날로 바로 모가지를 치려는데, 갑자기 고조의 신형이 회색 빛무리에 잠기더니 아주 작게 변신했다.
끼요오오!
웬 매 한 마리가 나타나서는 내 주변을 맴돌았다.
「오오, 변신 능력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흑골귀곡 놈들이 항상 그 많은 수강시를 어떻게 데리고 다니나 했더니. 이런 술수를 부릴 줄 알았던 거군!」
내가 팔을 길게 옆으로 내뻗자 매가 그 위에 조용히 착지했다.
머리를 내 볼에 비비적대는 게 어떻게든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모양새였다.
“그놈 살려두려고?”
“그렇게 해달라고 이렇게 애원하지 않습니까. 기회를 한 번은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끼요! 끼요요요!
고조가 내 말에 신나서 마구 푸덕거렸다.
‘발톱 세우지 마라. 뒈진다.’
끼요옷!
곧바로 잠잠해졌다.
역시 반려동물은 얌전한 게 최고지.
“그놈은 강시야! 사마외도로 만들어진! 그러다 또 언제 널 노릴 줄 알고-”
“그럼 그때 누님이 또 구해주시면 되잖아요?”
나는 건치를 훤히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너 정말-”
당규진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뭐라고 길게 잔소리해봤자 내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래. 내가 대체 여기서 뭐라고 더 말하겠니. 그보다 그놈은?”
“놓쳤습니다. 거의 다 잡았었는데 동료가 있더군요.”
나는 굳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당규진을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 좀 더 확실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지.
“그렇단 말이지?”
당규진의 얼굴에 살짝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러다 곧 뭔가를 다짐한 듯 주먹을 꽉 쥐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예. 누님도요.”
“이 일과 관련된 것들은 내가 따로 알아볼게. 뒷정리도 할 테니까 너는 푹 쉬고 있어.”
나는 감사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굳이 당규진이 따로 뭔가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미 누군가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 * *
새로운 방문객이 나타난 건 당규진이 백색전을 떠나고 약 반 시진이 지난 뒤였다.
“백색전의 당운휘가 분가주님을 뵙습니다.”
휘이이!
활짝 열린 창문 너머에 수려한 외모를 지닌 중년인이 뒷짐을 쥔 채로 서 있었다.
불어온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 옆에는 당곤 아저씨가 저렇게 군기가 바짝 든 채로 부복해 있었다.
「흠, 낮에도 느꼈지만 기세가 제법이로군요? 신교의 웬만한 장로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려. 험험! 물론 내 생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괜히 광풍난협의 명성이 서부 무림을 뒤흔들던 게 아니겠지. 그동안에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 같고! 근데 저 정도면 동생보다 훨씬 더 위인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나?」
「아니, 이 형님이 진짜!」
분가주 당호산이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분가주님이라? 낮에야 사람들이 많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단 둘만 있는 지금도 거리를 두려는 것인가? 마치 나를 질책하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그렇게 들리셨다면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다만.”
“다만?”
“무릇 부자(父子)의 관계란 아들의 아픔을 아버지가 돌보고 어루만질 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부복하고 있던 당곤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이, 이공자! 미치셨습니까! 당장 실언했다고 하십시오!』
사실 나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작정하고 들이받으려던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 양반이 다짜고짜 나타나서는 사람 속을 긁잖아. 그럼 내가 빡이 쳐요? 안 쳐요?
「허, 헉! 저 눈! 또 저 눈이야!」
「어서 여길 피해야-」
내가 삼백안이 되면 주변 사람들 반응이 꼭 저렇더라?
내가 당호산에게 화가 나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저 뻔뻔함.
나도 한 낯짝 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저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찾아온 시점부터가 구리지 않은가.
하필 십오 호와 ‘싸운 뒤’라?
“칭찬이라도 하시러 오셨습니까? 야밤중에 침입자를 상대하느라 고생했다고 말입니다.”
『침입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가 이공자를 암습하기라도 했단 말씀이십니까?』
당곤은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당호산은 여전히 철가면을 쓴 것처럼 조용했다. 알고 있었다는 뜻.
역시.
십오 호 녀석을 때려잡고 난 뒤에 느꼈던 시선은 당호산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호산은 침입자가 활개 치는 것을 다 지켜보고 있었던 셈이다.
만약 거기서 나나 당규진이 당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렇다면?”
여전히 그는 고요했다.
“그럼 애당초 어머님께서 외부 세력과 결탁하고 있던 것도 아시고 계셨겠군요.”
“어디 그것만 알고 있었다 뿐일까. 그들이 이번 가주님 방문 행사 때에 일을 치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
“!”
「무, 뭐?」
「이 작자도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군! 역시 당가의 독인들이란 예부터 음험하기가 짝이 없었지요.」
“너야말로 놀라지 않는구나. 침입자의 배후가 어디인지 이미 알아낸 눈치인데?”
여태 고요한 얼굴이던 당호산도 여기서만큼은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당곤, 아무래도 자네가 틀린 것 같네.”
그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다가 당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곤은 여전히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쫓지 못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둘째는 사람이 변한 게 아니었어.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
“그동안 내 눈마저 속이고 있었던 셈이니… 이 아이야말로 음험하기가 실로 당문(唐門)의 사람이라 할 만하구나.”
당문. 집안을 뜻하는 가(家)가 아닌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모은 문(門)이다.
당가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자랑스럽게 부를 때 저렇게 불렀다.
독술, 암기, 기관, 진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맥(一脈)을 창안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 일맥 중에는 다른 것도 있었다.
계략(計略).
당문의 사람들은 항상 타인에게 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더 큰 무언가를 얻기 위해 계략과 모사를 꾸밀 줄 알았다.
이 때문에 강호인들은 당문을 가리켜 음험하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당문 사람들은 그걸 자긍심으로 받아들였다.
당호산이 나를 칭찬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분야에 통달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가 구룡분가를 잡아먹으려는 흑막을 찾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때를 기다렸듯, 나 역시 비상할 날을 꿈꾸기 위해 모두를 속였다고.
심지어 분가주인 그 자신마저도.
제 딴에는 칭찬이랍시고 하는 것 같은데, 한평생 양심에 기대어 심성 곱게 살아온 나에겐 그딴 모욕이 따로 없다고?
「제깟 놈이 뭐라고 소교주께 음험하다느니 뭐니 함부로 망발을 지껄이는가!」
오, 이 영감탱이들이 간만에 맘에 드는 말을 하네?
「어찌 제놈을 소교주와 비교한단 말인가! 소교주야말로 신교를 넘어 중원을 탐닉하는 음험한 뱀의 혀와 머리를 가진 분이시거늘!」
「옳소!! 또한, 소교주는 한 번 점찍은 상대는 잊지 않고 인생을 나락까지 보내는 뒤끝까지 강하신 분!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소교주! 당장 저놈을 시궁창에 처박겠나이다!」
…두고 보자. 이 아저씨만 보내고 나면 당신들 차례야.
“우선 한 가지만 말해두겠다.”
나를 보는 당호산의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네가 산영과 어떤 음지전(陰地戰)을 벌이든지 나는 관여치 않겠다. 강자존의 법칙에 따라 네가 이긴다면 산영이 갖고 있던 걸 전리품으로 전부 내어주마.”
이걸로 확실해졌다. 구룡분가는 진짜, 진짜진짜지이이인짜 콩가루였다.
남편의 자리를 노리는 아내와 아내를 잡아먹으려는 남편이라니.
하지만 나로서는 아주 고마운 말이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남궁산영을 쳐도 된다는 암묵적인 허락을 받았으므로.
활개 치기 더욱 좋아진 것이다.
“단, 내 것을 방해하지는 마라.”
“범위를 정해주시지요.”
“놈들이 가주님을 노리시는 걸 방해하지 말라는 거다.”
순간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이 말은 당호산이 제삼자의 칼을 빌려 암존을 치는 차도살인의 계(計)를 노리는 걸까?
아니면 적들을 함정에 가두기 위해 암존과 짜고 상옥추제의 략(略)을 기다리는 걸까?
하지만 당호산은 여전히 자신의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했다.
―암존에게서 눈을 돌려라. 뭔가를 하려 한다면 너는 죽는다.
나는 입술 끝이 저절로 비틀리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아 씨, 하지 말라고 하면 일단 들이박고 보는 게 나라는 인간인데 어떡하면 좋담?
“예. 명심하겠습니다.”
“좋다. 이 말을 해주러 온 것이니 이만 가보겠-”
“가시기 전에 상은 주고 가셔야 하지 않을까요?”
“상?”
당호산이 몸을 돌리려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구룡분가를 감히 노리려던 적을 처치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치하의 의미로 뭔가를 하셔야 저도 든든하니 힘이 나지요.”
“그도 그렇군.”
핏.
당호산의 입술 사이로 살짝 웃음기가 배어 나왔다.
당곤이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이 나를 속일 정도로 음험한 네게 웬만한 것으로는 눈에 차지 않을 테고… 무엇이 좋을까?”
“제가 따로 간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지?”
“괴이림(怪異林)에 가고 싶습니다.”
“괴이림?”
당호산이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듣기로 괴이림에는 온갖 종류의 독충과 요수들이 많이 살고 있다 들었습니다. 가주님의 방문 뒤에 그곳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싶습니다.”
괴이림은 오늘날 사천당가를 있게 만들었다는 금지이자 성지였다.
너무나 위험하기에 웬만한 독인들도 죽고 만다는 마경(魔境).
「소교주, ‘그걸’ 얻으시려는 거구려!」
사천당가의 가솔로 환생한 이상, 나는 반드시 얻어야 할 게 있었다.
그것만 있으면 전생의 수준을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
“괴이림과 관련된 권한은 오직 가주께서만 갖고 계시다. 내가 요청을 드릴 수는 있어도, 확답은 내어주지 못한다.”
역시 그런가? 나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역시 암존이 방문한 뒤를 노려야 할 모양이었다.
“대신에 내가 당장 상으로 줄 수 있는 건… 아, 마침 이게 있었군.”
당호산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나비 한 마리가 그의 검지 위에 앉아있었다.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진짜 나비처럼 두 쌍의 날개가 아름답게 펄럭거렸다.
“주군, 그것은!”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당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그래?
“이거라도 가질 테냐?”
손수 건네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알아서 가져가 보라는 투.
저게 뭔가 싶어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통 떠오르는 게 없었다.
장로 망령들을 슬쩍 보니 그들도 전혀 모른다는 투로 나란히 고개를 저어댔다. 도움이 안 되네.
‘야.’
「넵! 망령 십오 호, 출격합니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싶어 망령 하나를 몰래 심으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철접(鐵蝶)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면서 조용히 내 검지 위에 내려앉았다.
“허, 허억!”
당곤은 이제 진짜 숨이라도 넘어갈 기세였다.
“역시 네 것이었군.”
당호산은 다른 어느 때보다 화사하게 웃고는 홀연히 방에서 사라졌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