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45)
환생마신전-246화(246/390)
성마교의 사절단
당가타가 있는 성도는 현재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림맹… 즉, 서천맹의 발족 때문에 각지에서 문파 대표가 모인 탓이었다.
광풍대 입단시험 때도 어마어마한 인파를 자랑했으나, 지금은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숫자였다.
“저기 봐, 청성파의 도사님들이야! 이 단주도 왔어!”
“옆에 계신 분은 우호 도장인가? 아무래도 제자인 천엽선자를 뵈러 온 모양이로군!”
“아미파다! 아미파의 여승들도 내려왔다!”
“심지어 장문인까지? 산 밖으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들었었는데!”
“저기 공동파의 도사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계셔!”
“점창파나 형산파에서도 사람이 오더니…….”
“어디 그뿐인가? 조금 전에는 옥기린과 무종검협도 보았다네!”
“아니, 그분들까지? 어디 소속되는 게 싫어서 얼마 전에 모용세가에서 큰돈을 불렀지만 거절했다 들었었는데!”
“아무래도 유명한 협객들이시니 자세한 사정을 청취하고자 하시는 거겠지!”
“이거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판이 너무 커지는 것 같은데……?”
구대문파 중 무려 네 곳이 참석하였고, 명사와 협객들도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암존과 당문의 저력에 성도 백성들은 당문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가인의 얼굴에는 짙은 자부심이 드러났다.
그동안 당문은 육대세가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명문가이긴 했으나, 따라다니는 용어들은 하나 같이 정파에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었다.
편협, 아집, 폐쇄, 독기, 복수, 은원…….
그렇다 보니 일반 무인들도 당가인이라고 하면 같은 자리에 있기를 꺼릴 정도였다.
당가인은 그러한 인상을 자랑하듯이 포장하고 다녔지만 마음 한편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가?
그들을 보는 시선엔 여전히 두려움이 담겨 있지만, 그보다 존경과 감탄이 앞섰다.
마교 구대종주 중 둘이나 목을 치지 않았던가. ‘통곡의 벽’이라는 당문의 수식어가 당가인의 가슴에 강한 자긍심으로 남았다.
그렇다 보니 당가인은 암존의 엄명이 따로 없어도 행동에 각별히 유의했다.
접객하는데 친절을 다했으며 최대한 오만한 성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간혹 터지는 사건 사고에는 가차없이 응징을 가했다.
누구도 당문의 독과 암기를 맛보고 싶은 자는 없다 보니 치안도 금방 진정되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사절단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던 그때였다.
“어, 어?”
“저들은 뭐지……?”
“마(魔)……!?”
당가타에서는 이제 금기 어휘나 마찬가지인 ‘마(魔)’라는 글자를 아주 당당하게 드러내며 성도의 시내를 활보하는 자들이 있었다.
순백색의 의관을 정제한 채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걷는 이들.
비록 기운을 최대한 안쪽으로 갈무리하고 있으나, 마인 특유의 사특함은 숨길 수 없는 자들이었다.
―성마(聖魔).
―구천마도 봉선신행(九泉魔道 封禪神行).
머리 위로 나부끼는 두 개의 깃발에 적힌 글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마교의 것과 달랐다.
흔히 마교는 ‘천마군림 만마앙복’이나 ‘마도천하 만계일세’라는 표어를 선두로 내세우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여도 마교는 마교.
당연히 군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마교의 잡것들이 여기가 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발길을 들여! 발길을 들이긴!”
“저것들을 모두 다 쳐 죽입시다! 목을 잘라다 민강 밑바닥에다 처박읍시다!!”
성도 백성 중에는 마교에 의해 죽은 희생자들의 벗이나 유가족이 많았다.
당연히 여론은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청성이나 아미의 문도들도 경계심을 바짝 세울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함부로 위해를 끼칠 수는 없었다.
이들을 호위하듯 빙 에워싼 이들 때문이었다.
“반악벌… 아니, 위풍단이 왜 저들을 보호하는 거지?”
“사절은 해칠 수 없다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현재 광풍군의 명성은 사천을 넘어 중원 전체를 들썩이고 있는 상태.
그중에서도 반악벌에서 시작하여 위풍단이 된 소생반악의 휘하 군단은 공동혈사가 끝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
그런 위풍단이 마교를 호위한다?
어떤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기에 사람들은 함부로 그들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원한과 분노 섞인 시선까지 거두진 못했으니.
“저희 때문에 중간에서 고생이 많으시네요.”
사절단의 수장을 자처한 여인이 꺼낸 말에 위풍단 사조장 공손범은 무뚝뚝한 말투로 대꾸했다.
“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오.”
이 이상 대화를 섞고 싶지 않다는 심기가 적잖게 노출되었다.
사절단의 마인들은 그런 공손범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보아하니 유령종의 육선공을 익힌 흔적도 느껴지는 자라서 탐탁지 않은데, 당문 소속이라 하니 더욱 경계심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손범은 이 이상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주전까지 그들을 안내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는 듯.
그리고 머지않아 그들은 당가타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암존은 눈앞에 있는 기묘한 차림의 인물들을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성마교라. 보면 볼수록 해괴한 행색이로군.’
그들은 저 머나먼 총령(?嶺, 파미르)의 고원지대에서 내려왔다는 말처럼 까만 피부에 벽안을 지니는 등, 중원인과는 상당히 다른 이질적인 외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암존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여인.
순백색의 법복을 입고 있으나 우측 가슴팍에 붉은 불꽃이 문양처럼 그려진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두 눈은 하얀 무명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본인더러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이라 하였으나 암존은 그녀가 세상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다른 뭔가를 보고 있단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내 눈으로도 짐작하기 힘든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렷다.’
성궤의 고수는 세상만사를 꿰뚫어 보는 이치를 눈에 담는다. 세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법칙을 엿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인은 달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교에 분교(分敎)가 있었던 게 육 년 전이라고 들었네만. 자네들은… 아주 다르군.”
암존의 말은 마치 그들의 행색을 비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천산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기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냐는 의미.
정말 옛 마교의 한 갈래가 맞는지 의심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사절단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지만 아무도 이에 반발하진 않았다.
오히려 여인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눈치를 살필 뿐.
‘무공을 익힌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이 마귀 놈들을 한껏 휘어잡고 있다는 건 혈통이나 권위가 무척 뛰어나다는 뜻이겠군.’
그때 여인이 천천히 입을 뗐다. 그녀의 입가엔 미소가 맺혀 있었다.
“저흰 그저 신의 인도에 따라 걷는 신도들일 뿐. 옛날의 정체성이 뭐가 되었든 간에 신께서 내리시는 가르침이 이전과 다르다면 그것에 맞게 바꾸는 것이 고작일 뿐입니다.”
성마교(聖魔敎).
신녀(神女)라 자신을 밝힌 여인은 본인들을 그렇게 불러 달라고 했다.
육 년 전, 천산에서 내란이 발발한 이후, 배교자들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고 또 달아나다가 총령 고원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던가.
여마일월종, 검마상무종, 성마단심종의 세 종파는 그 과정에서 하나로 뒤섞였다.
백련교의 전통을 잇고 있어 교리에 박식한 일월종은 종파의 규율을 담당하고, 남해의 거친 기상을 닮은 상무종은 무력을 자처했으며, 옛 사마세가의 지식 체계를 이어받은 단심종은 두뇌를 도맡으면서 종파를 경영했다.
천산에서 떨어져 나왔다가 그들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순백색의 법복과 정갈한 기세를 지니게 된 것은 기존 마교와는 다름을 표방하기 위해서라 했다.
분교가 일어난 것이다.
“마인의 패기와 기질을 모두 다 갖다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신께서 원하신다면 마땅히 그래야 하지요.”
“신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반편이라고 외치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는군.”
“신께서 계시니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이랍니다.”
암존이 아무리 꼽을 주어도 여인은 덤덤하게 넘기기만 할 뿐.
이들에게서 뭔가를 더 깊게 캐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다 같은 마두가 아니요? 괜히 시끄럽게 떠들게 내버려 두지 말고 다 말끔하게 목을 쳐버립시다. 그러면 저 선문답 같은 괴언도 더는 지껄이지 못하겠지.”
사자도왕이 팔짱을 낀 채로 투덜거렸다.
사절단 중 몇몇 마인이 그를 노려봤지만, 사자도왕은 오히려 ‘뭐?’라는 투로 눈을 부라렸다.
정사지간의 출신이었던 그는 최근에 마교와 두 차례 치열한 격전을 치르면서 마교에 혐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래도 용감하게 여기까지 왔는데 용건 정도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절을 죽인다는 것도 찝찝하고.”
오히려 구파 출신의 하선 낭랑이 부드럽게 그를 타이를 정도였으니.
“자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뭐든 기회를 내어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인데! 그냥 문부터 걸어 잠갔어야지!”
“그래도 저들은 현재 마교에서 분리된 존재들이죠. 노선도 전혀 다름을 표방하고 있구요.”
“그래서 손을 잡자고?”
“뜻이 맞는다면 충분히 이용할 수도 있지 않냐는 의견이었어요.”
“구파 장문의 입에서 마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보자는 말이 나오다니! 말세로군!”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쪽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당연하지 않나요?”
“…….”
“그러니 이야기라도 들어보자는 거예요.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그때 목을 잘라다가 유령종주 옆에다 같이 내걸어도 되구요.”
하선 낭랑은 가볍게 웃었다.
“저들과는 이제 원수 사이나 다름없는 천산의 종주와 같이 걸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볼만하지 않을까요?”
하선 낭랑은 저토록 살벌한 말을 고운 입으로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것도 당사자들 앞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쓸데없는 제안을 하려 든다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경고였다.
‘그럼 그렇지.’
사자도왕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쩐지 얼굴은 아름다워도 속은 누구보다 악을 미워할 하선 낭랑이 너무 쉽게 저들의 편을 든다 싶었다.
한편, 성마교의 사절단이 받는 압박감은 아주 달랐다.
‘우리가 있는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논의를 나눈다고?’
‘오만함인가, 아니면 자신감인가.’
‘아무리 당문의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지만… 이건 우리를 우롱하는 꼴이라 볼 수 있지 않나?’
당사자 앞에서 당사자에 대한 처우를 논의하는 조직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당문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투에 가까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를 대하는 것도 마치 황제가 번국의 조공 사절을 맞이하는 듯한 투였지.’
몇몇 사절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당문의 변화를 직감했다.
분교가 일어나기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천산에서 사절을 보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가타가 많이 들썩거렸을 것이다.
적의를 대놓고 드러내면서도 바짝 긴장했겠지.
반대로 마인들은 오만방자하게 굴며 그런 당가인들을 한껏 비웃었을 테고.
적의 안방에 들어가고도 늘 패기 넘치게 굴던 것이 마인이었고, 그런 이들을 집 안까지 들이고도 고슴도치처럼 바짝 가시를 세우던 게 당가인이었다.
당문만이 아니었다.
원래 마교와 중원의 관계가 그러했었다.
마교는 침입자, 중원은 방어자.
마교는 맹수였고, 중원은 무리를 이룬 초식 동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그런 기질이 보이지 않았다.
당가인의 태도에서는 여유마저 보였다.
그건 아마도…….
‘두 번의 큰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겠지. 이들이 북해종주와 유령종주의 머리를 친 것은 사실이니.’
그러니 총령 고원으로 도망치듯이 달아난 성마교 따위야 자신들의 눈에 차지도 않는다는 것이겠지.
사절단은 성마교를 세운 이래 처음으로 지독한 굴욕감을 느꼈다.
과거 천산에서 쫓기다시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그들을 지배했다.
『다들 자제하라.』
그런 이들의 기류를 읽은 사절단의 호위장을 맡은 단목인체가 일갈했다.
『단주!!』
『하오나……!』
『자제하라 하였다. 신녀께서도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신데 너희들이 어찌 경거망동하려 드는 것이냐?』
단목인체의 일갈에 사절단은 모두 입술을 꾹 다물었다. 흔들리던 기파도 금세 진정되었다.
단목인체는 그제야 속으로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면서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신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신녀?’
하지만 신녀는 그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암존이 반쯤 턱을 괴면서 물었다.
“보다시피 우린 아직 너희의 처우에 관한 결정을 아무것도 내리지 못하였다. 회맹에 자리를 하나 내어줄지, 아니면 의결권은 없는 단순 참관자 자격으로 앉힐지, 아니면 여기서…… 쳐 죽일지.”
“…….”
“…….”
“…….”
사절단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암존은 그들의 목숨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그러니 상세히 말해보아라. 너희들이 원하는 건 뭔지. 문상(文相)에게 듣기로 휘아를 따로 찾았다던데. 그 이유는 또 뭔지.”
신녀는 살기를 고스란히 받으면서도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자세한 건 신탁과 관련된 내용이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맹회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은 아니라는 사실은 약조 드릴 수 있습니다.”
“결국 휘아가 있어야 말하겠다는 거로군.”
암존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당호를 보내긴 했다지만 이런 일로 한창 폐관 수련에 집중하고 있을 운휘를 부르는 게 맞나 싶었다.
지금쯤 그는 무인으로서 일생일대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상황을 맞고 있을 테니까.
암존은 다음에 마저 논의를 나누자고 말하려 했다.
사절단이 어디 하늘로 날아가 사라질 건 아니니 그동안 감시만 하면 될 터였다.
그러던 그때.
“……위풍단주가 밖에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들린 목소리에 암존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반년 동안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던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그것도 사절단을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순간 이게 우연의 산물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암존은 자기도 모르게 신녀를 바라봤다.
신녀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암존의 등을 타고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신녀는 운휘가 이 시간에 맞춰 오는 걸 알고 이렇게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강호에는 이러한 기이한 일들이 쉽게 벌어질 수 있었다.
“…들어오라.”
하지만 의문은 잠시.
암존의 허락이 떨어지고 문이 활짝 열렸다.
운휘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등봉의 기세를 숨기지 않고 한껏 과시하면서.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