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51)
환생마신전-252화(252/390)
청룡도반(靑龍導反)
“하아…… 하아……!”
“허억…… 허억…….”
나와 이철산은 상대를 응시하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청룡도반이 쉴 새 없이 회전하면서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만큼 내공 소모나 신체 부상이 너무 심했다.
상단전도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머리가 자꾸만 지끈거렸다.
이철산과의 비무는 몇 시진이나 계속 이어졌다.
처음에는 분명히 서로의 실력이나 확인할 겸 가볍게 시작된 비무였을 텐데.
계속 검격을 주고받다 보니 너무 흥이 오르고 말았다.
서로 갖고 있던 비장의 수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상대를 몰아쳤으니까.
나는 사검공 혼합식뿐만 아니라 독공에다 귀왕자서까지 드러냈고, 이철산은 이기어검으로 암존의 만천공을 펼치는 수어검(手馭劍)의 경지까지 선보였다.
밑바닥까지 전부 선보인 것이다.
강호에서 실력의 삼 할은 숨기라는 격언도 있는데 여기선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여태 꼭꼭 숨겨두고 있던 나의 모든 걸 보여줬다고 해야 하나?
오히려 속 시원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리고…….
핏!
그건 이철산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피와 땀이 뒤섞인 망가진 몰골을 하고서도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고 있으니.
하지만 그건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이철산의 동공에 비친 내가 활짝 웃고 있었으니까.
「…….」
「…….」
「…….」
이매망량도 이 순간만큼은 조용했다.
마치 내가 이 전투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미소와 미소가 스치고.
파아앗-
우리는 서로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비무가 끝나려면 아직도 한참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 * *
“이 물건은 이쪽으로 옮기고, 저것은 저쪽 구역으로-”
“행수! 이건 어디다 놓으면 되겠습니까?”
“무, 물건이 왜 그리 많은 거요?”
“어디 광풍군이 잡아먹는 물자가 한두 푼인 줄 아십니까? 하여간 어디다 놓으면 됩니까!”
“이쪽으로! 이쪽으로 오시오!”
곤륜이노와 삼노는 일노의 부름을 받고 당가타에 온 이후,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천혜상단에 행수로 취업하라고 하니 취업하긴 했는데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보람찼다.
‘제 시각만 되면 밥 꼬박꼬박 나와, 저녁 되면 편하게 침상에 누워서 쉴 수 있어, 이런 곳이 어디 있겠냐고!’
‘암! 그렇고말고! 거기다 신도들을 위해서 봉사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곳이 지상낙원이 아니면 어디가 낙원일까!’
지난 육 년 동안 정신없이 쫓겨 다니기만 하지 않았던가.
언제 천산의 추적이 있을지 몰라 밤잠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해 항상 허기를 안고 중원을 가로지를 때를 떠올린다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비록 정파라고는 하나 당가타라는 둥지가 생겼고, 천혜상단이라는 일터가 생겼다.
당가타의 외원 쪽에는 이제 앙마신화종의 신도들만 따로 모인 작은 터전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아직 마을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았지만, 그래도 나날이 거주민이 늘어나고 그만큼 활력도 돌았다.
여기에 내가 한몫 크게 봉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늘 가슴을 꽉 채웠다.
그렇다 보니 일이 많아도 두 사람은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일을 찾았다.
다른 신도들이 그러다 쓰러진다면서 두 사람을 뜯어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넘치는 활력을 도무지 주체할 수 없어서 야밤에는 무공 수련에 몰두했다.
다행히 대형 일노가 주신 무공이 있어서 실력도 크게 증진할 수 있었다.
‘분명 곤륜파의 정통무학이라 하셨지…….’
‘곤륜의 무맥을 우리가 잇는다면 장차 소교주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은 오히려 하루가 십이 시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소교주께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신도들을 위해서 더 많이 뛰어다닐 수 있을 텐데, 하고.
“둘 다 아주 신났구만, 신났어.”
곤륜일노는 그런 두 아우를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희망이 있다는 건 아주 중요하지.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니까.」
반가운 목소리.
일노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위로 번쩍 들었다.
“형…… 님?”
그런데 어쩐지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분명히 목소리는 온마의 것인데 온마가 아니었다.
상당히 먼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몸집을 한 새가 상공을 날고 있었다.
“어, 엄청나게 큰 새다!”
“와아! 저게 뭐지?”
“길조…… 인가?”
일에 한창 집중하던 신도들도 뒤늦게 온마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후후후! 어떠냐. 멋있어졌지?」
온마는 한껏 으스대면서 힘차게 날갯짓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강풍이 휘몰아치며 구름이 흩어지는 광경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와아!”
“신조다! 대마신께서 신조를 보내셔서 우리를 축복하…… 읍읍!”
“미친놈아, 조용히 해! 그걸 큰 소리로 말하면 어떡해? 여기가 어딘지 그새 잊었어!?”
일노는 신도들을 슬쩍 보다가 재빨리 입술을 달싹였다.
『어, 어떻게 되신 겁니까!?』
「많은 일이 있었지.」
『폐관 수련 동안 달라지신 건 소교주님만이 아니었군요!』
「그래. 소천마께서 돌아오셨다.」
『!!』
일노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말씀은……!
「전생의 능력을 모두 되찾으시매, 이제 손수 흩어진 신도들을 거두러 가고자 하려 하시니.」
일노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 옆을 봉행하는 길에 아우님을 두고자 하신다. 신도 곤륜일노는 명을 받들라.」
꽈악.
일노는 주먹을 세게 움켜쥐면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소마, 명을 받드나이다.』
* * *
운휘는 무당파로 떠나는 길에 일노만 데려가겠다고 암존에게 밝혔다.
위풍단은 당가타에 남아서 해야 할 일이 많은 데다가, 이번 임무는 ‘비밀리’ 움직여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만 둘러댄 명분일 뿐.
실제로는 주된 목적이 환수 구출이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운휘는 이번 임무를 앙마신화종의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소천마의 부활’까지도 세간에 공개할 각오도 하고 있었다…….
‘그러시려면 만사에 주의의 주의를 기울이셔야겠지.’
온마가 일노만 따로 부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일노는 두 아우에게 따로 처리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만 밝히고 여장을 꾸렸다.
“저는 그냥 여기서 오시길 기다리고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온마는 일노에게 운휘와의 접선 장소로 당가타 외곽에 있는 어느 객잔을 일러주었다.
하지만 객잔에는 인파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전부 맹회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인파가 너무 많으니 몰래 숨어서 움직이기 알맞은 셈이지.」
일노는 순간 궁금해졌다.
대체 무엇 때문에 여기서 보자고 하신 걸까?
혹 자신 외에 추가로 다른 사람이 오기로 한 건지.
‘하지만 귀수께선 항상 소교주의 그림자에 같이 붙어 다니실 텐데……? 내가 모르는 다른 신도가 더 있나?’
그러다 문득 일노는 다른 곳에 생각이 미쳤다.
때마침 며칠 전부터 신도들을 심란하게 만드는 자들이 빈객청에 머물고 있지 않던가.
‘…성마교.’
어떤 면에선 다섯 배교 종파보다도 더한 배신감을 일으켰던 작자들.
듣기로는 자랑스러운 천마신교의 정체성도 내다 버리고 별 이상한 사이비로 전락했다던가?
‘설마 그네들도 함께하신다고 하시진 않겠지?’
물론 소교주께서 그들을 거두시겠다고 말씀하신다면 따르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진심으로 그 말을 따를 자신은 없었다.
소교주에 대한 충성심은 영원토록 이어질 것이나, 성마교에 쌓인 원한도 그만큼 영원할 수밖에 없으니…….
‘일단은 기다려 보자.’
곤륜일노는 죽립을 깊게 눌러쓴 채 검에 기대어 잠시간 눈을 붙였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문쪽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래서 그때 내가 검을 뽑았지! 마두 놈이 정신을 못 차리던데?”
“파하핫! 그 광경이 참 볼만 했겠군!”
“아무렴!”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몇몇 사람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작게 속삭였다.
“저것들 또 왔군.”
“그러게. 저것들만 오면 정신이 없으니 원.”
“이번에는 부디 물건을 멀쩡하게 놔둬야 할 텐데. 객잔 주인만 불쌍하게 됐어.”
몇 명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파하하하하!
웃음소리와 다르게 객잔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일노는 가늘게 눈을 떴다.
‘형산파?’
소란을 일으키는 자들은 그도 익히 행색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본거지가 호남성에 있으면서도 최근 당문에 줄을 대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문파였다.
형산파는 스스로 청성이나 공동 같은 다른 도가 문파와 마찬가지로 산중현문(山中玄門)임을 자처한다.
하지만 실상은 속세의 이익에 더 크게 관심을 두면서 구대문파로 발돋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던가?
문도들의 기강이라도 잡혀있다면 모를까, 그들 또한 행색도 좋지 못해서 곳곳에서 사고 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당가타에서도 그들을 예의주시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섣불리 징계하지 못했다.
남궁과의 전쟁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그들의 위치가 딱 중앙에 위치해 당문으로서도 반드시 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만방자한 태도가 더 극심해졌단 말도 있었지만.
일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중원의 일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그는 그저 소교주께서 오시길 기다리면 될-
“…곤륜파의 사람이로군.”
하지만 형산파의 문도들은 일노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었다.
잡담을 멈추고 가만히 일노를 경계하기 바빴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일노의 명성은 위풍단의 바람을 타고 사천 무림을 들썩이고 있었다.
망향검황의 반란 이후 정통이 거의 끊어졌다고 알려진 곤륜파였다.
산문은 남아있다지만 더 이상 구대문파로서의 명성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기에 이제는 강호에도 과거의 영광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일노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에 대한 과거사는 거의 밝혀진 게 없었다.
혹자는 청해에서 마두로 활약한 곤륜삼노 중 맏이가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기도 했지만.
그가 소생반악의 측근이라는 사실과 곤륜파의 정통무학을 구사하는 모습에 의혹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지난 반년간 여기저기서 보인 활약상도 있었기에 이제 사람들은 그를 ‘곤륜산문이 답답해서 박차고 세상에 나온 무명의 검객’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문의 빛바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형산파로서는 그가 눈엣가시로 여겨졌다.
곤륜파를 밀어내고 구대문파에 등극하려던 야심이 가로막힌 셈이니.
물론 곤륜 출신이기는 해도 실제로는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야심 따윈 없는 일노에겐 형산파의 견제가 귀찮기만 했다.
그러니 저들이 알아서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면 자신도 그냥 못 본 척 넘길 셈이었지만.
스르릉!
…아무래도 그러긴 그른 것 같았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