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61)
환생마신전-262화(262/390)
악귀빙의(惡鬼憑依)
…하필 붙잡혀도 왜 하필 팔괘도선에 붙잡힌 건지.
나는 혀를 차면서도 마신안을 활짝 열면서 그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흔히 강호에선 극에 이른 무(武)는 술(術)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팔괘도선만큼 그 말이 어울릴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가 처음 익히기 시작한 것이 무공인지 술법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두 가지의 경계가 그리 크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성궤에 올라 천하십대고수에 꼽히게 되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혹자는 우화등선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자꾸만 미뤘다는 말까지 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그래서 환수가 무당산에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혹시?’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혹시’가 진짜인 모양이었다.
「소교주시여!」
「상대는 성법사 중에서도 최고위에 꼽히는 존재이나이다. 조심하시옵소서.」
이곳이 무당산인데도 불구하고 악귀지옥진을 활짝 연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전장을 확보하기 위해서.
화르르르륵!!
귀왕에 오른 덕분일까?
악귀지옥진은 이제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비슷한 외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탁하기만 하던 메마른 황무지 위로 유황불이 부글부글 끓고, 하늘은 검은빛으로 물들었으며, 대기 중에는 연화청독이 잔뜩 뒤섞인 귀무가 풀풀 날렸다.
그리고 망량과 원귀가 다른 어느 때보다 짙은 사기와 귀기를 동반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 찾아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
하지만 내게는 너무나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여기선 사자안의 권능을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공간 너머에 숨어있던 팔괘도선의 영체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체이탈을 하고 있던 모양이지?
반투명한 몸에 태극도포를 걸친 그는 선학(仙鶴)에 올라타 하늘에서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우화등선을 미뤘다던 소문이 진짜였던 모양이나이다…!」
「신선들이나 주로 탈것으로 애용한다는 선학을 저리 익숙하게 타고 있을 줄이야!」
일반 두루미보다 족히 네 배는 큰 것 같은 선학은 보는 것만으로도 영험함이 물씬 풍겼다.
물론 나로서는 딱히 부러울 게 없었다.
신조 중에서도 왕이라 불린다는 금시조가 있는데 뭐가 아쉬울까?
파아아아앗-
온마가 묘하게 눈빛을 빛내더니 살짝 날개를 접으면서 팔괘도선이 있는 쪽으로 활강했다.
동시에 도르래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십여 개나 되는 금고쇄가 따라붙으며 온마를 엄호했다.
『이런!』
팔괘도선은 화들짝 놀란 채로 재빨리 선학을 움직였다.
쐐애애액-
아슬아슬하게 온마의 발톱이 선학이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가고.
파바바바바박!
뒤따라 쇠사슬이 줄줄이 내리꽂혔다.
팔괘도선과 선학은 그 사이사이로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서 피하기도 하고, 날개를 반으로 접어 아래로 뚝 떨어져서 쇠사슬 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묘기 비행이었다.
촤르르르륵-
그럴 때마다 쇠사슬은 도중에 방향을 꺾었다.
온마도 화가 났던지 다급히 날갯짓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팔괘도선의 옷자락조차 스칠 수 없었으니.
선학이 날갯짓할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하얀 깃털이 눈송이처럼 아름다웠다.
「이런! 우리가 나설 차례인가!」
「이곳이 말코 따위가 날뛸 곳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마!」
쿵, 쿵, 쿵, 쿵……!
망량과 원귀가 하늘을 보며 길게 포효하더니 일제히 지면을 거세게 박찼다.
어차피 금고쇄는 영혼을 구속하는 법구이지 공격 도구는 아니었다.
금고쇄로 팔괘도선의 이동 반경을 좁히고, 그 위를 망량과 원귀로 덮어버린다면 충분히 그를 붙잡을 수 있을 터였다.
키키키키킥!
촤아악! 촤아아악!
상공까지 도약한 망량들이 하나 같이 불길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손톱을 아래로 거칠게 휘둘렀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빽빽한 포위망에서 팔괘도선이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빠져나가기란 어려울 듯 보였다.
『어쩔 수 없구만!』
바로 그때 팔괘도선이 허공에다 오른팔을 활짝 휘둘렀다.
소맷자락이 펄럭인 자리로 팔괘의 형상이 그려진 하얀 깃털이 허공에 가지런히 나열했다.
―?(건乾), ?(곤坤), ?(이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坤).
팔괘의 깃털이 팔괘도선을 중심으로 뱅그르르 원을 그렸다. 그러다 팔괘도선이 손괘가 그려진 깃털을 건드린 순간.
파아아아아앙!!
갑자기 막대한 강풍이 사방팔방으로 불어닥치면서 그를 덮쳐오던 망량과 원귀를 날려버렸다.
심지어 하늘을 물들이던 매연까지 밀어내면서 그 자리로 푸른 하늘이 언뜻 드러날 정도였다.
「크아아악!」
「이게 무슨!!」
그뿐만이 아니었다.
팔괘도선은 그다음에 진괘를 건드렸다.
그러자 손괘와 곤괘의 깃털이 위로 떠올라 뒤섞였다.
새로운 형태의 문양이 박혔다.
―?(승升).
지풍승(地風升).
육십사괘 중 하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번 크게 몸을 일으키면 그 기세가 환골탈태에 버금간다는 괘.
콰콰콰콰콰!!
그러자 평평하던 황무지의 지면이 크게 융기하면서 뾰족한 산자락이 형성되었다.
탁!
팔괘도선은 그 산자락 꼭대기 쪽으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선학이 갑자기 빛망울과 함께 수천 개의 깃털로 낱낱이 해체되더니 팔괘도선의 옷자락에 달라붙었다.
차차차차차착!
깃털은 원래 태극도포와 하나였던 것처럼 잘 어울려 화려한 우의(羽衣)를 만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등에 달린 날개를 고이 접어 몸에 두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구름을 칭칭 감아 걸친 신선의 옷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인(羽人).
선학과 합일한 팔괘도선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한 풍모를 자랑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어느 때보다 맑은 선기까지 흘리면서 다시 팔괘를 건드렸다.
이번에는 건괘와 진괘였다.
―?(대장大壯)
뇌천대장(雷天大壯).
하늘에 벼락이 있다는 것은 강건하고 장엄한 기세를 의미하니. 혈기왕성함으로는 최고인 괘였다.
우르르르르, 콰콰콰쾅!!
하늘에서 벽력이 연거푸 떨어졌다.
동시에.
―?(명이明夷)
이번에는 곤괘와 이괘가 섞이면서 명이괘가 만들어졌다.
지화명이(地火明夷).
땅이 태양을 품은 형상으로, 성품이 상품인 이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괘가 적용되었다.
쿠쿠쿠쿠쿠……!!
지풍승으로 융기되었던 지면이 격진을 일으켰다.
갈라진 지면 틈 사이로 불길이 거칠게 튀어나왔다.
하늘의 벽력, 지상의 화마.
두 개가 한데 뒤엉키면서 순식간에 수십 장 크기나 되는 태양의 형상을 갖췄다.
어떻게 손을 쓸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팔괘도선은 별호처럼 팔괘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주역 예순네 개의 대성괘 술법을 부릴 줄 안다더니.
지금은 마치 그가 선술을 부려서 갓 태양을 잉태시킨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젊은이를 핍박할 생각 따윈 없네만.』
팔괘도선은 침착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굽어다 보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자고로 망자는 망자의 세계로 가야 하고, 생자는 생자의 세계를 살아야 하는 법. 자네처럼 젊은 나이에 그만한 경지에 올랐다면 머리도 명석할 터인데, 어찌 망자들과 그리 어울리려 한단 말인가?』
악귀지옥진이 팔괘도선이 만든 태양으로 이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노인네의 괜한 참견일 수도 있겠지만 선배로서 내리는 벌이라 생각하게.』
팔괘도선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검지를 아래로 겨누었다.
그러자 허공에 고정되어 있던 태양이 그대로 황무지 위로 떨어졌다.
마치 신화 속에서 후예가 쏜 화살에 태양이 떨어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뇌천대장과 지화명이. 모두 양기가 극대화된 괘들이다.
이매망량은 순수한 음기를 품고 있으니 막강한 양기로 이를 통째로 날려버리려는 속셈이었다.
악귀지옥진에 저걸 통째로 허락하면 이매망량의 소멸은 물론 나까지 귀왕의 권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그만큼 팔괘도선이 펼치는 도술의 경지는 같은 성법사가 봐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상대는 명색이 강호에서 손에 꼽는다는 천하십대고수였다.
이 정도쯤은 당연히 상정해 둬야만 했다.
하지만 막상 정면에서 부딪쳐 보니 얼마나 그 벽이 높은지 절실히 실감이 났다.
소싯적 소천마가 천하십대고수에 비견되었다고?
헛소리이다.
저들은 이미 천외천이었다.
‘아직 드러낼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나.’
지금은 이것저것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혈앙검을 수직으로 하늘 높이 날렸다.
동시에 악귀전포를 소환해 몸에 둘렀다. 서천백포와 뒤섞이면서 옷자락이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카락 역시 백색으로 물들면서 허공에 수를 놓았으니.
『…서천백포? 자네, 암존과 무슨 관계인-』
언제부턴가 팔괘도선이 하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상공에서 자세를 바로잡으며 다시 그에게 달려드는 이매망량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저 태양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사술 개발에 모든 의념을 집중하고 있었다.
상단전이 과열되었다. 한계치 이상으로 쥐어짠 백회혈이 백열(白熱)을 일으키면서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고 있었다.
악귀전포는 내공과 술력을 증폭한다.
그렇다면 이를 완전히 통제할 수단도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했다.
―악귀소환(惡鬼召喚).
파츠츠츠츠……!
삼단전을 쥐어짜면서 증폭된 기운이 악귀전포에 고스란히 흡수되었다.
동시에 등 쪽에 새겨진 귀면와가 처음으로 꿈틀거렸다.
귀면와가 바깥으로 뛰쳐나오기 위해 이리저리 악다구니를 벌이다 괴성을 질렀다.
찌직!
그러다 옷자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귀면와가 천천히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사람의 상반신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흉포한 살기를 띠고 있었다.
크와아아아아!!
마침내 귀면와가 전포를 완전히 빠져나와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어느새 그 크기는 일 장이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컸다.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지르자 산천초목이 흔들렸다.
이걸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나의 분신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내 무의식의 총합, 혹은 사술의 총화, 귀왕의 본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이것은 이제 본인만의 의지를 가져 내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악귀빙의(惡鬼憑依).
내 분신이 고스란히 다시 내 위로 내려앉았다.
대신에 전포에 스며든 게 아니었다. 나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거였다.
내공과 술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힘을 탄생시키고, 이를 다루기 위해 새롭게 탄생시킨 나만의 술수였다.
별다른 연습 없이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보니 여전히 몸 곳곳에서 삐거덕대는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해볼 만해.’
나는 이를 꽉 깨물면서 저 높은 하늘에 떠오른 혈앙검을 향해 검결지를 짚었다.
『청천검제의 어검술도 부린다고? 대체 정체가-』
청천검제를 치료하면서 엿보았던 내공 운기.
거기다 이철산과 비무를 치르면서 얻은 심검의 묘리까지.
나는 그동안 얻었던 모든 깨달음을 이 검에 녹이면서…… 혈앙검을 발출시켰다.
쐐애애애애애액!!
비록 팔괘도선이 떨어뜨린 태양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핏빛 궤적을 그리며 화살처럼 쏘아진 혈앙검은 도저히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자신감이 가슴 안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그렇게 충돌이 벌어지려던 그때.
『잠깐! 잠깐만 기다려라-!!』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태양과 혈앙검의 중간 지대에 환수가 나타났다.
“!?”
뭐야?
팔괘도선에게 붙잡혀 있던 게 아니었어?
순간 당황한 내게 그가 소리쳤다.
『운휘! 너 운휘 맞지!?』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
내게 사술을 가르쳐줬던 환수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