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95)
환생마신전 296화(296/390)
환생마신전
낙오자라고 부르는 게
졸개.
그 단어에 군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니면 낙오자라고 부르는 게 낫겠느냐? 뭐든 말만 하여라. 그리 불러줄 것이니.”
낙오자.
그 말에 면류관 아래, 군방의 두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함부로 지껄이지 말지어다.”
“왜 어디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이냐?”
“소천마의 요설(妖舌)이 간악하기로 유명하다더니. 아무래도 그 스승에게서 비롯된 모양이로군.”
“본좌가 어디 틀린 말을 했던가? 탑에서 벌어진 경쟁에서 낙오되어 인세로 내려온 것이 맞지 않느냐?”
“네년.”
“여기서 전력을 추스르며 이것저것을 챙기고 다시 돌아갈 생각이겠지만…. 글쎄. 한번 꼬리 말고 도망친 패배자 무리 따위가 금의환향의 금의(錦衣)라도 입을 수 있을까?”
군방의 두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하지만 그는 함부로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긴 날숨 속에 짜증과 노기를 같이 흘릴 뿐.
“…나를 자극하려던 것이었다면, 그래. 충분히 먹혔다는 것을 인정하지. 요설의 날카롭기가 이 보검들에 못지않아.”
“내 요설이 날카롭다고 한들, 남의 집에 다짜고짜 찾아와 훼방이나 놓는 너희의 패악질에 비하려고.”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군.”
쿵……!!
군방은 발을 크게 굴려 단숨에 분위기를 환기했다. 두 눈이 다시 깊이 가라앉았다.
신검천마는 속으로 가볍게 혀를 찼다.
원래는 최대한 녀석을 충동질해서 자신을 공격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상태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건 최대 반 시진 정도인가? 짧아도 너무 짧아.’
이럴 줄 알았다면 어제는 무리하지 않고 푹 휴식을 취했을 건데.
하필 심검(心劍)에 대한 심득이 오랜만에 크게 찾아와 그걸 가다듬느라 조금 무리를 했었다.
심검만 완성된다면 이 지긋지긋한 기면증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기에 붙잡고 늘어졌던 것인데.
그게 설마 이렇게 패착이 되어버릴 줄 몰랐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저들이 여기까지 억지로 밀고 들어올 수 있다는 걸 계속 염두에 두고 있어야 했었는데.’
공동산에서 칠사도를 제거하는 데 성공해서, 회가 더 이상 무리하게 자신을 쫓아오지 못할 거란 생각도 했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도 생각지 못하게 그동안 평화로운 삶에 젖었던 것 같았다.
도원향의 아늑함에.
그리고 새로운 제자를 기르는 따뜻함에.
그래서는 안 되었던 것인데.
‘내가 폐를 끼치고 말았구나.’
신검천마는 이제 더 이상 낙원이라 부르기 힘든 도원향의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신검천마는 곧 머리를 가볍게 털었다.
자책은 이따 해도 된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적을 해치우는 게 먼저였다.
‘제팔사도…… 였었지.’
신검천마는 그동안 호마위(護魔衛)를 동원해서 알아낸 회의 구조도를 떠올렸다.
저들은 혈신(血神)이라는 이름 모를 어느 신 아래 모인 추종 집단, 혹은 종교 집단이었다.
대마신 아래 복마전이라는 거대 집단이 존재하고 이를 이끄는 구대마신이 존재하듯, 혈신도 회를 중심으로 십이사도(十二使徒)란 존재들이 간부로 활약한다.
이중 상위 서열에 해당하는 일사도에서 오사도까지는 탑과 관련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어 외부로 모습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대신에 바깥 활동은 육사도부터 십이사도까지가 맹활약을 벌였다.
알다시피 육사도 염계는 천마신교를 강탈하여 강호무림의 정복을 꾸미고 있다.
칠사도 이래(爾來)는 흑도를 비롯한 중원의 음지를 독차지하다가 신검천마의 손에 살해되었고, 팔사도 군방은 괴력난신을 비롯한 술가무림을 손에 넣는 게 목적이었다.
‘구사도와 십사도는 황궁 쪽이었고, 십일사도와 십이사도는 서역에 있는 것으로만 파악되어 아직 정확한 내용은 밝히지 못했던 상태였었고…….’
분명한 것은 이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은밀해서 대다수 사람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단 점이었다.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이들이 아직 완전한 인세 정복을 완수하지 못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인과율(因果律)이라고도 부르는 절지천통의 제약이었다.
탑이 나타난 이래, 절지천통의 전통이 많이 약화하였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격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억지력(抑止力)은 유효했다.
그 때문에 십이사도는 인세 각지에 스며들어 조용히 음모를 꾸미고, 인과율의 억지력을 없애는데 골몰하고 있었다.
상위 서열의 다섯 사도가 바로 이것을 노리는 게 아닌가 하는 게 바로 신검천마의 개인적 추측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인세의 단합을 막기 위해서였다.
‘저들은 인간을 멸시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두려워하기도 한다.’
절지천통의 약화는 단순히 저들의 행동에만 자유를 준 게 아니었다.
그동안 경지 상승에 있어 한계가 있던 강호인들의 한계를 풀어버리는 효과도 있었다.
실제로 수백 년에 한 명 나타날까 말까 하던 성궤의 고수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강호에서는 그들을 따로 모아 천하십대고수라 일컫기도 하고.
또 개중에는 성궤 이상의 경지를 노려보고 있기도 했다.
실제로 신검천마가 딛고 있는 경지는 성궤를 넘어선 탈각입천(脫殼入天)의 경지.
육체라는 껍질을 벗어던지고(脫殼) 천계로 오를 수 있다는(入天)는 진정한 입신의 경지였다.
이때부터 호사가들은 이리 부른다.
탈각자.
혹은 반선(半仙)이라고.
선도(仙道)에 첫발을 들인 수선자들도 바로 여기에 해당했다.
이때부터 탈각자는 수명의 한계를 크게 받지 않는다.
필멸자가 아닌 불멸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기에 인세에서는 하급일지언정 신(神)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리고 신검천마가 봤을 때, 현 강호에서 자신 외에 곧 탈각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이는 최소 셋은 더 있었다.
그녀와도 깊은 인연이 있는 암존은 물론이거니와, 무제성의 주인인 남궁가주도 빠질 수 없다.
최근 소림사에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괴물이 한 명 웅크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 놓칠 수 없고.
천산에서는 재능 면만 따지면 한때 그녀와도 비견할 만했다던 대막종주도 있었다.
무엇보다.
‘휘아, 고놈도 있고.’
탈각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사람은 천기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된다.
하물며 대마신의 은총을 받은 신검천마는 당연히 더 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운휘가 언젠가 윤회전생의 고리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다면 원래 그 아이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던 하단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아주 빠르게 여기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최소 셋은 아니고 여섯은 되는 건가?’
이 외에도 몇몇 떠오르는 인물은 더 있었다.
총령고원의 상무종주도 있었고, 저 먼 서역의 산중노인(山中老人)이나 대전사(大戰士) 같은 이들도 어쩌면 탈각에 이를지 몰랐다.
그리고 먼 과거로 간다면…… 등선했다고 알려진 달마대사나 삼봉진인, 심지어 초대 천마까지 더할 수 있을지 모르지.
세상은 너무나 넓고 기인이사는 모래알과 같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셈.
그렇기에 십이사도는 바로 이런 인간의 저력을 방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들이 회의 존재를 눈치채고 응집되기라도 한다면, 그리고 이 때문에 상승의 경지로 오르고자 노력한다면 모든 대계가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까.
놈들이 신검천마를 끝까지 추적해서 죽이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출발선을 끊어놓느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있다.
신검천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다면 그만큼 강호에 큰 충격을 줄 것이고, 뒤따라 후발주자들이 속속들이 탈각을 노릴 테니.
“나를 따라와라. 그런다면 이들의 목숨은 살려주마. 그리고.”
『우대를 해주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군방은 입술 끄트머리를 비틀면서 전음을 더했다.
과연 자신을 따라오지 않고 배기겠냐는 투.
그는 신검천마가 천마라는 별호에 어울리지 않게 정에 아주 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소천마도 마찬가지였지.’
아니나 다를까.
신검천마는 여태껏 보여주던 여유로운 모습을 모두 지운 채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
“내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거로군.”
“있지.”
군방이 차갑게 눈을 번뜩이면서 붉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신살(神殺).”
역시나.
신검천마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걸 내게 내놓기만 하면 된다. 그런다면 빈객으로 대우해 주마. 이들의 남은 목숨도 마찬가지로 내버려 두며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어떠냐? 네겐 아주 좋은 조건일 텐데?”
신검천마는 크게 숨을 삼켰다.
저들은, 아니, 저자는 칠사도를 해친 방법에 관해 묻고 있었다. 심지어 살려주겠다는 맹세까지 했다.
이는 회의 결정이 아닌 녀석 혼자만의 독단적인 결정이란 뜻.
아무래도 십이사도라고 해서 다 같은 목적을 위해 달리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 안에도 개인적인 야망이나 욕망, 혹은 정치적인 상황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사실이 신검천마를 조금 안심케 했다.
겉보기엔 절대 공략하기 힘든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였던 곳에 빈틈을 발견한 셈이니.
그렇다면.
‘송곳이 되어, 못이 되어 그곳을 들쑤시면 된다.’
그리고 망치는 운휘가 되어 줄 것이다.
고오오오오오-!!
판단은 끝났다.
신검천마는 천마기를 일으켰다.
우웅! 우웅! 우우우웅!
쩌저저저저정!!
동시에 지면 곳곳에 박힌 여덟 자루의 보검이 일제히 다시 한번 더 공명했다.
군방이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계속 반항하겠다고?”
“안타깝게도 네놈이 한 가지 빠뜨린 사실이 있더구나.”
신검천마는 올라타고 있던 검병에서 가볍게 지면으로 내려앉으면서 생각했다.
현재 몸 상태로 최대 싸울 수 있는 시간은 반 시진.
그걸 절반으로 압축할 만큼 거대해진 화력으로 놈을 밀어붙인다면 어떻게든 승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기에 어떤 방식으로 내공을 운용할지, 여덟 개 검의 궤적을 어떻게 잡을지, 놈의 대응은 어떻게 될 것이며 이를 또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빠른 계산이 이뤄졌다.
‘이길 수 있다.’
거기서 신검천마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고, 승부수를 던졌다.
파바바바바박!!
여덟 자루의 검이 일제히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심어검의 발동이었다.
운술검해(雲術劍解)
신살법(神殺法) 극의(極意)
원래 신검천마가 교주에 등극하기 전에 강호를 종횡하며 얻었던 별호는 구검마협(九劍魔俠).
아홉 자루의 검을 마치 한 자루처럼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해서 붙은 거였다.
하지만 그중 한 자루는 운휘를 위해 공동산에 남긴 상태. 그래서 한 자루가 부족했다.
그러나 신검천마는 이것을 다른 방식으로 만회했다.
―한 자루가 부족하다면 내가 그 빈자리를 대신하면 되지 않은가?
신검천마는 스스로 검 그 자체가 되어 아홉 자루의 검진(劍陣)을 완성했다.
비록 완전한 심검은 얻지 못했지만, 한 발짝 정도는 얹으면서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지고의 경지에 올랐으니.
그녀는 자신이 완성한 이 검식을 이렇게 불렀다.
팔극구로검진(八極九路劍陣)
천마강림(天魔降臨)
천마구검의 검공이 모두 한 번에 펼쳐지다가 한 지점으로 뭉쳤다.
세상이 돌풍에 휩싸였다.
콰콰콰콰콰콰!!
천마가 이 땅에 나타났다.
* * *
『……그렇게 된 것이다.』
오광은 눈을 감아가던 중에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았던 광경을 모두 말해주었다.
“…….”
“…….”
“…….”
사심마유와 흡혈귀마, 그리고 나는 모두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술사들도 모두 숨 막히는 적막에 사로잡혀 우리의 눈치만 살필 뿐.
그러다 나는 숨을 토해내듯이 물었다.
“그러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결과를 알면서도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
꽉 쥔 주먹 사이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오광은 한숨을 토하면서 말했다.
『…선자가 패배하고 말았다. 놈의 농간 때문에.』
나는 숨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