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98)
환생마신전 299화(299/390)
환생마신전
백룡함괘(白龍咸卦)
사괴마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숭흑호의 적극적인 전향(轉向)이었다.
구령원성은 숭흑호가 억울하게 붙잡혀 부려지고 있으니 당연히 운휘 일행에게 원한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물며 숭흑호는 도원향에서 탈출한 죄인.
오광에 의해 격이 하락하고 형산에 봉인된 전적도 있으니 전향할 거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구령원성의 착각이었을 뿐.
숭흑호는 분명히 처음엔 운휘에게 원한을 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희석되었다.
고향이 겪은 참변을 도우려는 운휘에게 고마움을 느낀 덕분이었다.
오광과의 관계도 마찬가지.
비록 자신을 해쳤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의견 충돌로 벌어진 일이었을 뿐.
오히려 숭흑호는 어린 시절에 오광에게 무술을 배운 적이 있을 정도로 친근했었다.
그러다 인면수의 열매로 깨어나고도 여전히 도원향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그를 보면서 지난 원한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에 숭흑호는 적극적으로 운휘 일행을 도왔다.
『다수의 공법서가 약탈당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상당수는 내가 기억하고 있다. 파편이라도 남은 것이 있으면 가져와라.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 터이니.』
가르침이 필요한 술사들에겐 아낌없이 자신의 심득을 나눠줬다.
일부만 남은 공법서는 구결을 되찾아줬고, 무너진 진법은 옆에서 조언을 주어 복구를 완료했다.
비록 먼 과거라고는 하지만 시해선의 경지에까지 오른 옛 신선의 가르침이라니.
언젠가 우화등선까지 꿈꾸고 있는 술사들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렇다 보니 청재와 청궁, 유하, 악가선생, 묵비 등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했다.
특히 묵비의 실력 상승이 가장 눈부셨다.
그는 이미 성법에 이른 달인(達人).
숭흑호의 비전까지 물려받으면서 직전제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선인께선 저희의 스승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비록 소속된 문파가 있어 스승으로 모실 수는 없으나, 마음만큼은 은인으로 여기며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크험험! 뭘 이런 걸 갖고 다. 내 너희가 열심히 사는 모습이 어여뻐 훈수 두어 가르침을 주는 것일 뿐이니 깊이 생각할 필요 없다.』
숭흑호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대꾸했지만, 씰룩대는 입꼬리만큼은 도저히 숨기지 못했다. 그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여하튼 이에 따라 도원향 복구는 빠른 속도로 이뤄졌고.
운휘는 마침 이걸 이용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먼 서역에는 범인은 언제고 다시 범행 현장에 나타난다는 말이 있소. 하물며 회의 놈들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뭔가 빠진 게 있나 싶어 언제고 찾아올 것이 분명하오.”
“하면 저들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야겠습니다.”
“그렇소. 해서 나와 사심마유가 진법을 복구하면서 환술에도 손을 댈까 하오.”
“환술을요?”
“그렇소.”
운휘는 염계의 술법을 연구하면서 만든 자색이망의 구결을 사심마유에게 공유했다.
환술에 일가견이 있는 그라면 어떻게 더 개량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확실히 술법의 체계가 기존에 중원에 알려진 것과 궤를 달리하는구나. 구성술식뿐만 아니라, 근간에 흐르는 수식의 논리구조까지 완전히 달라. 탑이 실은 이 세상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가 겹겹이 겹친 장소라는 말이 있더니 실은 이들도-”
사심마유는 뭔가를 알아낸 듯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털다가 말했다.
“여하튼 이것이 있으면 만져볼 만한 구석이 아주 많을 것 같구나. 한번 해보자.”
자색이망에 옛 배화교의 비전이 섞이고, 거기다 숭흑호가 복원한 여러 공법이 더해지면서 환술의 위력을 공법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심마유는 여기다 이름을 붙였다.
―귀왕환계(鬼王幻界).
“이만하면 환술의 수준을 넘어서서 배화비전 그 자체를 몇 단계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술수가 아마 귀신의 조화와도 같을 터이니 이리 부르자.”
귀왕환계의 가장 큰 무서운 점은 단순히 환술이나 사술에만 써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악귀지옥진에도 써먹는 등 용도가 무척 다양하단 점이었다.
귀왕자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비전이 탄생한 것이다.
“이 늙은이가 눈을 감기 전에 네게 그럴싸한 선물이라도 하나 줘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그 소망은 이룰 수 있게 되는구나.”
“또 그 말씀입니까? 환수는 앞으로 제 손주를 볼 때까지 못 떠나신다니까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하지 마십쇼. 만약 죽는다면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모시고 나올 테니까.”
“하여간 그저 이 늙은이를 부려먹을 생각이나 하지. 에잉, 쯧쯔.”
운휘와 사심마유는 가장 먼저 도원향에 설치된 진법부터 귀왕환계에 맞춰 크게 뜯어고쳤다.
워낙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고 난도도 높아서 다른 술사들도 전부 달라붙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도 얻는 게 많았고, 숭흑호도 손을 거들면서 마침내 대규모 귀왕환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혹시 여기다 치문(蚩吻)의 술(術)인지 나발인지 하는 것도 더할 수 없나?』
“오, 너만 당할 수는 없다?”
『당연하지! 환술에 사로잡혔다가 물리적인 구속까지 더해지면 아주 미치고 환장할 테니까!』
“그러면 빼앗은 요력은 진법을 강화하는 데 재활용하도록 인면수를 소생할 때 썼던 집기첩첩진식도 더하고-”
『이왕에 화력도 있으면 좋을 테니 환수 영감이 쓰던 뇌공의 타고를 풀어서-』
“오, 그러면 폭발력이 확산될 수 있게 여기선-”
『치문이 제대로 먹히려면 늪지대 같은 것도 개량하면 좋을 듯하다. 그러니 흡입되는 요소를-』
운휘와 숭흑호는 귀왕환계법진을 아주 있는 힘껏 뜯어고쳤다.
“이 정도면 들어와서 아주 진절머리가 나겠는데?”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라도 나갈 때는 아니지!』
“그것참 누군지는 몰라도 참 비열하고 극악한 술수 투성이구만. 아주 마음에 들어.”
『나도 아주 마음에 든다. 벌써 당황할 놈들의 낯짝이 보고 싶은 정도야.』
“음훼훼훼훼!”
『키키키키키킥!』
사심마유와 팔괘도선은 낄낄 웃어대는 운휘와 숭흑호를 보면서 절대 적들이 쉽게 나가지 못하게 되리라 확신했다.
거기다 죽고 나면 자연스레 운휘의 백귀야행에 떨어질 테니… 그 최후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진을 지탱하는 뼈대인 진축(陣軸)은 사심마유와 팔괘도선이 맡았고, 진의 중심점인 진핵(陣核)은 운휘가 맡았다.
즉, 도원향은 이제 운휘의 권역(權域)이 된 셈이었으니.
이곳에 진입했을 때부터 이미 사괴마의 운명은 내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
“구령원성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놈들을 상대하러 가기 직전, 나는 사심마유와 팔괘도선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팔괘도선이 위험하다며 도원향의 죄수인 그를 제압하는 것은 자기 몫이라는 투로 바라봤지만.
“…아닐세. 자네가 가게나.”
내 눈빛을 보고 한숨을 내쉬면서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안다.
아직 성궤에 닿지도 못한 내가 구령원성을 상대하기엔 아직 여러 모로 역부족이란 사실을.
아무리 귀왕환계법진이 날 엄호한다고 하더라도, 실력 차는 그리 쉽게 메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놈은 벌써 천 년도 넘게 산 요선(妖仙).
품고 있는 요력이나 공법의 깨달음도 아주 깊을 것이다.
어쩌면 사도들이 디딘 것으로 추측되는 탈각의 수준을 엿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뭐 어쩌란 말인가?
‘…선자가 패배하고 말았다. 놈의 농간 때문에.’
‘구령원성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보호소에 피신했던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인질로 삼았었던 게야.’
그런 내막을 듣고도 도저히 가만히 있을까?
없다.
이미 나는 오광과 대화를 나눌 때부터 마음속으로 결정해 둔 상태였다.
구령원성의 모가지를 따는 건, 바로 나라고.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구나.”
구령원성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
놈의 얼굴이 아주 볼만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치문의 술과 함께 나타난 쇠사슬을 쳐내는 것도 일인데 나까지 상대해야 할 판이니까.
뇌공의 타고를 연거푸 두들겨 맞아 죽은 황포괴의 사체는 이미 집기첩첩진식에 의해 낱낱이 해체되었고, 덕분에 강화된 치문의 술은 도저히 항거하기 힘들 만큼 까다로워진 상태.
거기다 귀왕환계법진의 도움으로 나는 화력을 한껏 더할 수 있었으니…… 손끝에서 불어난 광풍이 노도(怒濤)가 되었다.
황룡호풍(黃龍呼風)
광풍무(狂風武) 극의(極意)
굉풍천장(轟風穿墻)
황룡의 호흡에서 일어난 바람은 아주 거칠고 파괴적이며 또한 뜨거웠다.
적룡마체 화룡마신이 더해지면서 삼단전과 경맥이 최대치로 과열된 결과였다.
일장(一掌)이 벼락처럼 떨어지면서 놈의 머리통을 노렸다.
구령원성이 황급히 모가지를 뒤로 쭉 빼면서 똑같이 장법을 날렸다.
일장과 일장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충격파가 땅바닥을 두들겼다.
콰콰콰콰콰쾅!!
격진이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수십 겹이나 되는 충격파가 파문을 그리면서 사방으로 번져나가고.
“쿨럭……!”
구령원성이 피를 토하면서 뒤로 몇 발짝 밀려나고 말았다.
놈의 안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요악만해의 저주문……? 그건 분명히 교마왕(蛟魔王)의 공법일 텐데, 요선도 아닌 일개 인간이 어찌-”
복해대성 교마왕.
그는 칠대성의 둘째로, 맏이 우마왕을 제외하면 대요괴 중에서도 최강자라고 할 만한 존재였다.
그런데 요악만해문이 그런 교마왕의 공법이었다고?
내력이 심상치 않으리라는 건 이미 예상했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요악만해문의 저주가 더해진 연화청독은 이제 더 이상 독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 이상을 뛰어넘는 독이었다.
닿는 것은 신선이든, 요괴든, 인간이든, 괴이이든, 무엇이든 녹여버리고 한 줌의 연꽃으로 만들어 버리는 저주독.
―요악연화(妖惡蓮花).
나는 여기다 그런 이름을 붙였다.
귀왕환계에 이은 새로운 독문절기의 탄생이었다.
파바바바바박!
구령원성의 팔을 타고 울긋불긋한 연꽃 모양 반점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전신을 뒤덮었다.
요력을 빠른 속도로 좀먹고 경맥까지 얼어붙게 하니 아주 죽을 맛이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놈은 호락호락하게 쓰러지지 않았다.
길게 날숨을 내뱉으면서 독기를 최대한 밖으로 배출하는 한편, 기력을 있는 힘껏 쥐어짜면서 노호성을 터뜨렸다.
“죽여버리겠다, 인간!!”
“정신 차려, 구령! 그놈은 죽이면 안 된다고!”
“닥쳐!! 결정은 내가 한다!”
놈은 눈깔이 완전히 회까닥 돌아있었다.
지용부인이 황급히 소리를 질렀지만, 놈은 전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로서는 잘 된 일이었다. 노리던 바이기도 했다.
놈이 여기서 도망쳐서야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격이었으니까. 나에 대한 원한을 크게 불사르면 불사를수록 좋았다.
채애애애애앵!
그때 구령원성이 등 뒤에 매달려 있던 대검을 뽑으면서 검풍을 일으켰다.
쇠사슬이 놈에게 닿지 못하고 모조리 튕겨났다.
하지만 내 시선은 놈의 손에 들린 대검에 고정되어 있었다.
「소, 소교주시여, 저 검은!!」
「저것이 어찌 저딴 놈의 손에……!」
내게도 아주 익숙한 검이었다.
대검 파산.
사부님의 구대마검 중 하나.
“이게 뭔지 알아보겠지, 소천마? 너는 네 사부의 검에 사지가 잘려서 죽을 것이다! 네 사부와 똑같은 꼴이 되어, 네 사부와 똑같이 비루한 꼴로 제발 내게 살려달라 애원하게 될-”
놈의 헛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총 오십이 겹이나 되는 저주문이 여전히 내 감각과 신경을 구속하는 중이었다.
그걸 해제할 때였다.
함괘의 깃털을 꺼내 내 정수리에 꽂았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깃털이 불에 타 사라지고.
―䷞(함咸)
괘만이 남아 내 머리 위를 빙그르르 돌더니 곧 잘게 부서지면서 백회혈에 스며들었다.
상단전이 깨어났다.
한순간 백회혈이 백열(白熱)을 일으키자 마치 내 머리 위로 배광(背光)이 떠오르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백광(白光)이 순식간에 내 전신을 뒤덮었다.
오십이 겹의 저주문이 순식간에 물로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랜만에 맑은 정신이 번쩍 깨어나면서 오룡기공의 마지막 남은 조각을 채웠다.
찰칵!!
여태껏 조금씩 어긋나있던 뭔가가 맞춰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번쩍!
내 몸을 휘감던 백광이 곧 용의 형태가 되어 꿈틀거렸다.
백룡(白龍)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