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
환생마신전-3화(3/390)
제 점심이죠
남궁산영은 다리를 외로 꼰 채 자신 앞에 넙죽 엎드린 형삼을 싸늘하게 내려다봤다.
“이게 정말 다라고?”
“그, 그렇습니다……!”
형삼은 운휘가 가져오라던 물건들을 전부 바쳤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늘하기만 한 남궁산영의 시선에 몸을 떨었다.
오늘 하루 대체 얼마나 겁에 질려야 하는 걸까?
운휘가 그에게 시킨 일은 아주 간단했다.
‘요즘 강호 정세에 대해서 정리한 것 있으면 다 가져와. 특히 새외 무림을 중심으로 조사한 게 있으면 그것까지.’
“그동안 강호는커녕 당가타의 일에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으면서. 갑자기 왜?”
남궁산영은 아직도 매질을 당하다 말고 자신을 보며 아줌마니, 입냄새가 난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지껄이던 운휘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했다.
대관절 밤새 약이라도 잘못 처먹은 건지. 아니면 머리에 상처라도 입은 건지 전혀 딴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평상시였다면 지금쯤 잘못했다며 울며 불며 사과했을 텐데 지금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거기다 집사에게 시켰다는 심부름마저도 영 이상하기만 했다.
이 종이 쪼가리들을 먹을 것도 아니고, 대체 뭘 하려고?
‘혹시 설마 곧 있을 가주 방문 행사 때, 이빨을 들이밀 준비를……?’
어떤 한 가지 가정이 남궁산영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고개를 털었다.
아무리 운휘가 갑자기 딴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정도’라는 게 있기 마련이었다.
최소한 그녀가 지난 십육 년간 지켜봤던 운휘는 잔머리를 굴릴 줄 몰랐다.
오죽하면 당가답지 않은 멍청하고 순박한 성격 때문에 제 아비마저 진즉에 버렸을까.
그러니 다른 뭔가가 있을 게 분명했다.
‘혹시 다른 뒷배가 생겼나?’
분가라고 해서 어찌 파벌 다툼이 없을까.
차기 분가주 자리를 두고 운휘를 이용해 먹으려는 가솔도 적잖게 있었다.
“저, 대부인… 이건… 어찌하는 게 좋을깝… 쇼?”
형삼은 남궁산영의 눈치를 보면서 바닥에 널브린 서류와 두루마리 따위를 박박 긁어모았다.
‘한 시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남궁산영을 마주하면서 그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상기했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 남은 운휘에 대한 공포심은 옅어지기는커녕 더 커진 상태였다.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갖고 가거라. 되도록 운휘 놈의 환심을 사려 노력하고. 단, 엄명했듯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기색이 있을 때까지 식량 반입은 절대 안 된다.”
“이, 이를 말씀이십니까! 부,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형삼은 혹시 명령이 달려질까 싶어 챙긴 서류를 들고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남궁산영은 가만히 그 뒷모습을 노려봤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미끼를 하나 던져두는 게 좋겠지. 만약 누가 정말로 운휘로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면 바로 걸려들 테고.”
남궁산영은 다시 운휘가 자신의 발을 붙잡고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용서해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 * *
마음에 드는 구석 하나도 없는 이 집안에서 내가 딱 한 가지 기대할 만한 것이 바로 이거였다.
단전(丹田).
기해혈. 원래의 내게는 없던 것.
“작긴 해도… 제대로 닦여 있어.”
나도 모르게 떨린 목소리가 내 심정을 대변해줬다.
그만큼 감격스러웠다.
내가 꿈에도 바라던 거였으니까.
―사부님의 검을 배우고 싶다.
오로지 그것만이 내가 꿈꾸던 소망이었으니!
신천구류검마요(神天九流劍魔要)라는 것이 있다.
사부님께서 천하를 떠돌면서 수집하시거나, 깨달음을 바탕으로 창안하신 아홉 가지 검술을 하나로 엮어낸 절대비전을 말한다.
흔히들 줄여서 천마구검(天魔九劍)이라고도 부를 정도로, 항간에서는 교주 비전인 아수라파천무에 비교하기도 했다.
난 그걸 꼭 내 손으로 펼쳐내고 싶었다.
사부님과 나란히 같은 곳에 서서, 같은 세계를 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천마구검도 결국 하단전을 기반으로 하는 무공.
결국 내겐 망상에 불과한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달라.”
비록 하단전의 크기가 아주 작고 경혈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았지만, 그런 단점이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다.
검을 쥘 수 있다는 것.
천마구검을 수련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여기다 원래 내 능력까지 더해진다면?”
무공과 사술.
그동안 전혀 다른 세계로 분리되었던 것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고양케 했다.
그동안 강호에서 전설로만 전해지던 ‘전인(全人)’이 탄생한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
실제로 나는 이것만이 나와 사부님을 쓰러뜨린 흑막을 상대할 수 있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저들은 그동안 천마신교도, 강호 무림도 깜빡 속일 정도로 음험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얼마나 많은 비밀이 숨어있을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분명히 천 년 역사상 최대 전성기라던 천마신교마저도 뛰어넘을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천마구검을 익히기 위해서는 이 육체에 자리 잡은 당문체기공이 정파에 근간을 두고 있어 성질이 맞지 않다는 것.
그러니 이를 연결할 만한 징검다리가 필요로 했다.
“한번 해보자.”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의식을 무의식 아래로 깊게 침잠시키자, 장서가 끝도 없이 길게 나열한 서고가 나타났다.
화아아악!
―천마서고.
어렸을 때부터 상단전이 극도로 발달한 나는 완전기억력을 갖고 있어 이렇게 특정 영역을 뇌리에 가상 공간으로 담는 게 가능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신교에서도 오로지 교주와 그 후계자만이 입실할 수 있다는 바로 이 장서각.
천마신교가 그동안 천 년을 넘게 중원과 새외를 넘나들며 긁어모았던 수만 가지 비급들의 총본산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생각보다 유실물은 많은 것 같지 않고… 사라진 것도 대부분 쓰지 않던 것들이고. 후우!”
혹시 원신전륜겁이 진행되는 동안에 기억 중 상당수가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쭉 장서들을 살피다가 하나에 눈길이 박혔다.
씨익!
“찾았다.”
―독룡심결(毒龍尋訣).
장서를 뽑아 드니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원주인이 원래 책에다 남겼던 독향.
“하여간 굳이 이런 건 구현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형상을 ‘전부’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니 참 불편하단 말이지.”
물론, 환상에 불과하니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손끝이 따끔거리는 느낌을 무시하고 서책을 펼치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용들이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사천당가 출신으로서 누명을 쓰고 천산으로 흘러들어와야만 했던 어느 독인이 탄생시킨 독공이자 마공.
이거라면 충분히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 터였다.
―사천당가가 자랑하는 도반삼양귀원공을 기본으로, 오독문의 독살무백, 야수림의 백백합마공 따위를 더하여 탄생시킨 독룡심결은 오로지 독과 암기를 파훼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감히 모든 독인에게 있어 완성형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리라.
“이걸 바탕으로 육체를 새롭게 닦고, 천마호심공을 익히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면… 충분하지.”
독룡심결은 마기를 직접 다루지 않고 독기를 다룬다.
당문 내에서 익혀도 절대 탈이 나지 않는다는 뜻.
그런데 마공이니 효율성까지 좋다고? 아, 이건 못 참지.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독룡심결은 입문하기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육체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독을 담는 실험장이라고만 여겨야 가능할 것이며 그 길은 온통 고통의 가시밭길이다.
물론, 그 편리함의 대가는 끔찍한 고통이다.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하지만 언제 내가 그런 걸 두려워했던가?
전생의 무력을 빨리 되찾으면 되찾을수록 나에겐 좋다.
그럴수록 사부님께도 빨리 달려갈 수 있으니.
탁!
나는 서책의 내용을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조용히 덮었다.
이제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내용과 이해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동시에.
꿈틀!
하단전이 꿈틀거리며 처음으로 내공이 움직였다. 내공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내겐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감촉이었다.
* * *
독룡심결의 근간은 바로 육체 개조에 있다.
특별히 정제한 극독의 환(丸)을 정기적으로 삼켜서 육체를 중독 상태로 만들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근골을 단단하고 질기게 만드는 것.
최종적으로 벌모세수와 만독불침를 완성하는 게 바로 독룡심결의 목적이었다.
“문제는 극독환을 만들 재료가 없단 말이지.”
당장 여기 백색전을 나가지도 못할뿐더러, 남궁산영이 지원도 해주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내게 감금은 곧 폐관 수련과 같은 뜻이었고, 극독환이야 인위적으로 빚어내면 그만이었으니까.
다른 어떤 극독보다도 더 지독한 독성을 가진 극독환을 빚을 편법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노려보고만 있을 거요, 사숙? 그러다 눈알이 다 빠지겠소.”
내가 앉아있던 침상 맞은편. 천하진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두 눈으로 나에게 삿대질을 퍼붓고 있었다.
「아무리 네놈이 미쳤다, 미쳤다 하지만! 감히 나를……! 대 천마신교의 부교주인 나를 이딴 꼴로 만들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물론, 천하진만 있으면 천하진이 섭섭하지.
「우릴 풀어주시오, 소교주!」
「우리의 원한이 두렵지도 않소?」
「마룡검을 그따위 꼴로 만들고도 무사하다니! 초대 천마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외다!」
영폭지옥염의와 함께 같이 날아가 버렸던 장로와 간부들까지. 전부 원령이 되어 내게 들러붙은 채 날아다니고 있었다.
조금 전에 자색요안을 개방하면서 ‘당운휘’의 상단전도 강제로 열리며 보이기 시작한 거였다.
사자안의 이능이 이 육체에도 어느새 제대로 안착했다는 뜻.
「소교주!」
「소교주우!!」
그나저나 땍땍거리기만 하고. 영감들 시끄러워 죽겠네, 진짜.
파앙!
손으로 가볍게 바닥을 두들기자 영감들의 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영력을 발출시켜 전부 뭉개버린 것이다.
“그러게, 나를 죽일 생각을 했으면 이 정도쯤은 각오했어야 하는 거 아냐, 다들?”
나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오른손을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공간이 흐릿해지면서 쇠사슬 뭉치가 나타났다.
천하진과 장로들이 전부 힘없이 끌려와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몇몇은 무릎 꿇은 채로 자기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나는 구천을 배회하는 모든 망자와 귀신들이 스스로 왕관을 만들어 진상한 왕. 귀왕(鬼王)이다.
내 손에 죽었던 놈들은 정사마를 막론하고 누구든 내 노예로 전락하게 되어 있다, 이 말씀이지?
“풀려나고 싶지?”
찰랑, 찰랑-
쇠사슬을 흔들 때마다 영감들의 시선도 똑같이 그쪽으로 흔들렸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계속 이런 상태로 있다간 영원히 윤회도 못 하고 유령 상태로만 있어야 할 테니까, 조바심도 날 거고. 안 그래?”
장로들이 일자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
「대체 언제까지 저 시건방진 놈이 함부로 지껄이도록 내버려 둘 거요, 장로들! 저놈이 또 악마 같은 주둥아리술로 우리를 교묘하게 유혹하기 전… 끄아아악!」
천하진이 함부로 지껄이다 말고, 내가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그대로 내 발 앞까지 질질 끌려왔다.
철그럭 철그럭!
「놔! 놓으란 말이다아!」
아무리 발버둥 쳐봐라. 꿈쩍이나 하나.
이래 봬도 우연히 구한 신진철을 사부님과 함께 삼 년을 죽어라 제련해서 만든 금고쇄(禁?鎖)였다.
영적 법구이자 일종의 사술이기 때문에 내 영혼에 귀속되어 있어 이렇게 언제든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살아서야 거마니 존마니 하면서 주변에서 떠받들어주지, 다 뒈진 상태로 대체 뭘 어쩐다고?
「날 어떻게 할 건지는 몰라도, 네게 순순히 협력할 것 같으-」
“응. 필요 없어. 넌 안 해도 돼.”
「…뭐?」
난 가만히 빙그레 웃음 채로 천하진의 머리 위에다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바짝 힘을 줬다.
퍼거걱!
머리가 박살 났다.
비명 따윈 없었다. 그저 영혼이 지르는 귀곡성만 남았을 뿐.
끼아아아아악!
뿌지직, 뿌직.
나는 여전히 장로들을 응시한 채 천하진의 영혼을 한 손으로 뭉개버렸다.
육 척(180센티)이 넘던 장신이 한 줌의 주먹만 한 크기로 쪼그라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
「!!」
「!!」
“이게 뭔지 아시오, 영감님들?”
충격에 빠진 장로들 앞으로 천하진이었던 것을 선보였다.
“망령환(亡靈丸)이라는 거요. 죽은 자의 원념과 한이 잔뜩 서려 있어서 웬만한 극독보다도 훨씬 지독하지. 한 입만 삼켜도 광인이 되기에 십상이라오. 하지만 지금은-”
나는 그걸 한입에 털어 넣었다.
으적으적!
꿀꺽!
“제 점심이죠.”
「!!!」
「!!!」
「!!!」
독룡심결을 단련하는데 이만한 극독이 또 어디 있을까?
가뜩이나 죽은 주제에 더 창백해진 장로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대화하기가 생각보다 훨씬 쉽겠단 생각도 같이 들었다.
좋은 영약 공급원도 마련하고, 협상도 수월해지고.
일석이조구만? 음홧홧.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