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20)
환생마신전 321화(321/390)
환생마신전
나를 구원해준 것은
타천(陀天).
흔히 영락(零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깨달음을 얻은 존재는 윤회전생의 고리에서 벗어나 불멸성을 얻고, 세계의 법칙을 주관하는 자격을 얻게 된다.
바로 그들이 신선 혹은 부처이다. 하늘에 박힌 별자리처럼 지상을 굽어보기에 성좌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종종 자신의 자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별똥별이 되어 다시 지상으로 추락하는 성좌들이 있다.
그래서 타천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대게 그런 이들은 다시 윤회전생의 고리로 들어가 다시 불멸을 얻기 위해 도전하게 된다.
이미 해봤던 길이니 다시 도전하기 쉽고, 기억을 망각한다고 해도 업보는 여전히 영혼에 남아 있어 보통 큰 인물이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자신이 별다른 죄를 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타천을 하는 경우도 있지.”
여인은 허신에 관해 설명해 주면서 내게 부엌에서 갓 조리한 음식을 하나 내밀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탕 요리로 보였다. 맛있는 냄새도 났고.
하지만 섣불리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별다른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타천을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슬쩍 여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물었다.
우린 아직 이 여인의 정체에 대해서 모른다.
목적도, 심지어 이름까지도.
“좋은 자세야. 다른 세계에 가면 그곳의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지. 영혼에 그 세계의 업이 묻거든.”
핏.
여인은 나의 그런 속마음을 읽고 가볍게 웃었다. 손에는 어느새 곰방대가 들려 있었다.
“한 대 피워도 되지?”
“물론이오.”
“자네도 하나 줄까?”
“바로 조금 전에 다른 세계의 음식은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하셨잖소?”
“오, 똑똑한걸?”
여인은 처음 나를 구했을 때와 다르게 이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듯 보였다.
말할 때마다 입가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하지만 나는 유독 한 가지 단어만 기억에 남았다.
다른 세계.
역시 이곳은…….
“아무런 죄를 짓지 않는다. 그건 아무런 행업도 쌓지 않았다는 뜻이니. 애당초 신선과 부처란 그래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앙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들이거든.”
나는 그제야 여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광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신앙이 없는 신선과 부처란 결국 없는 존재인 것과 마찬가지이니까.」
“바로 그거지.”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신선과 부처란 세계와 하나 된 존재들이다.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결국 필멸자들의 신앙인데 그게 없다는 건 세상의 인지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이고, 그건 곧-”
“결국 아무것도 아닌 존재란 뜻이겠군요.”
“그렇지. 그래서 신선과 부처는 은퇴를 하지 못해. 오히려 더 열심히 뛰어다녀야지. 물론 복희나 여와 같은 경우는 있지만, 그들이야 이 세상에 남긴 흔적이 워낙에 크니까 별개인 거고.”
“…….”
“혹은 다른 후대의 신들이 치고 올라와서 기존의 입지가 박탈되는 경우도 있지. 그럼 그들은-”
“…자연스럽게 타천하게 된다.”
“바로 그거지.”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천계에서 떨어진 신선과 부처는 대게 윤회의 고리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망실해버린 이들도 있어. 신앙을 잃으면서 기억마저 날아간 거지. 그리고 그들은 윤회의 고리에서 빗겨나 이곳 아귀도로 떨어지게 된다.”
“…….”
“저들은 존재가 결여되거나 텅 비었기에 허신(虛神)이다. 거죽만 남은 상태인 거지. 그리고 어떻게든 결여된 존재감을 채우기 위해 아귀가 되어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
“자네가 봤던 흉신과 포신이라는 놈들도 원래 한때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자들이야. 뭐,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저런 꼴이 되어버렸지만. 푸흐흐!”
「…저럴 수도 있는 거로군. 나는 경쟁이 딱 질색인데 말이야. 절지천통 때 품계를 받고 하늘로 올라갔으면 진즉에 저런 꼴이 났겠어. 허허! 안 가길 잘했군.」
오광은 분위기를 환전하고자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창 밖을 보는 그의 시선에는 씁쓸함이 감돌았다.
어쩌면 저중에 자신이 과거에 친하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니.
‘이름을 잃고도 사도급에 달하는 힘을 풍겼으니 실상은 엄청 높은 존재들이었을 거란 뜻인데……. 누구일지 짐작도 가지 않아.’
웬만한 신의 계보쯤은 다 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건만.
그런데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세상에서 잊힌지 오래된 존재들인가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눈앞에 있는 여인.
이 사람도 흉신이나 포신에 못지않은 격을 자랑했다.
그런데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허신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존재를 완전히 망실하는 것은 아닌가 보오.”
“애송이 주제에 떠보는 거냐? 아주 의심하는 냄새가 풀풀 날리는군. 그냥 대놓고 묻지 그러냐. 내가 누구냐고.”
“그래도 되겠소? 하면 은인께서는-”
“그냥 간단하게 풍백(風伯)이라고 불러. 낯간지럽게 무슨.”
풍백.
풍신이라는 뜻이다.
이 여인도 타천하기 전에는 꽤 유명한 신이었단 뜻이겠지.
흉신이나 포신과는 다르게 자아는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상태이고.
“…풍백께서는 우릴 구해준 이유가 무엇이오?”
“산 사람이 잡아먹히면 골치 아파지니까.”
“?”
“그런 게 있어. 넌 그런 거 몰라도 되고.”
여인은 곰방대를 물고 깊게 빨아들였다.
더 이상 대답해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였다.
나는 슬쩍 오광을 돌아봤다.
오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역시 아귀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뜻.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용과 아귀 간에는 큰 연결고리가 없으니까.
애당초 그 자신도 속세의 일이 싫어 도원향에 은둔하기도 했었고.
그럼 우선 내가 얻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상황부터 정리해 보자.
나는 혈접을 이용해서 사부님의 꿈속 세계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곳은 진짜 꿈이 아닌 아귀도. 아귀와 허신들이 사는 세계이다.
‘그 말은 그동안 사부님이 기면증을 겪으실 때마다 이런 아귀나 허신들과 싸움을 벌이셨다는 뜻일 텐데.’
기면에서 깨어나실 때마다 뛰어난 경지 상승을 이루신 것도 이곳에서의 경험 때문이신 걸까?
어쩌면 운술검해의 완성이나, 신살의 획득도 여기서 어떤 암시를 얻었던 건지도 몰랐다.
“…….”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목이 턱 하고 막혔다.
사부님은 대체 어떤 삶을 사셨던 걸까?
「병마에 시달리시면서도 항상 제대로 쉬시질 못하셨다는 뜻이니….」
「이런 지옥 같은 아귀다툼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 과연 교주님답다면 교주님다우시구려.」
이매망량도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게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본인을 잃지 않고, 운술검해를 완성해서 내게 남기셨던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그런 말을 억지로 삭였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사부님을 모시고 나가야겠단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그보다 산 사람아, 너는 어째다 이런 곳까지 흘러 왔느뇨?”
눈을 가늘게 좁힌 풍백의 모습은 어쩐지 조금 전과 많이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때는 전사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예언자처럼 신비한 느낌이었다.
그녀 역시 신격이라는 걸까.
생전 그녀의 품계나 이름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소.”
“사람?”
“이분에 대해서 알고 계시오?”
나는 잠시 먹과 종이를 빌려 사부님의 초상을 그렸다.
어렸을 때 자주 그려드렸기에 이런 건 눈을 감고 그려도 금방 그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을 찾는다고?”
어쩐지 풍백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알고 계시오?”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른다만. 하! 진짜 네가 찾는 사람이 이 사람이 맞는 거겠지?”
“그렇소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오?”
왠지 모르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무슨. 아니, 문제라면 문제인가? 이 아귀도에 있는 허신이란 허신이 모두 그녀를 탐내고 있으니까.”
“!?”
* * *
우드드득. 우드득.
끔찍하다.
뜨겁다.
천매원이 가장 먼저 정신이 들자마자 한 생각이었다.
이 소리는 벌써 십 년 가까이 듣는 소리지만.
아무리 들어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죽을 것 같던 고통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넘길 수 있건만.
어째서 이건 유달리 익숙해지지 않는 건지.
‘또 시작되었구나. 이 무한한 지옥도가.’
어쩌면 그것은 저주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신호음이라서 그런지도 몰랐다.
천매원은 겨우 눈을 떠서 소리가 들린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봤다.
때마침 아귀 하나가 그녀의 팔을 뜯어먹다 말고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위로 들었다.
카아아아악!
아귀가 뭘 보느냐는 투로 으르렁거렸다.
천매원은 헛웃음을 흘렸다.
보면 볼수록 기가 차지 않는 광경이었다.
분명히 뜯기고 있는 건 자신의 팔인데.
정작 그걸 먹고 있는 아귀가 위협하는 꼴이라니.
하지만 원래 이 아귀도라는 세계 자체가 그랬다.
인세에서 상식으로 여겼던 것을 여기서는 강요해서는 안 되었다.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고.
콰직!
천매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왼손을 들어 아귀의 머리통을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머리통이 부서지면서 뇌수와 살점이 우수수 쏟아졌다.
꼬르르륵.
때마침 배가 고팠다.
천매원은 아무렇지 않게 아귀의 살점을 입에 가져갔다.
우드득. 우득.
‘꼭 내 팔이 뜯기던 소리와 똑같군.’
썩은 피비린내가 먹기 역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먹어줄 만한 수준은 되었다.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에 비하면 오히려 호사가 아닌가?’
그때를 생각하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처음 회가 먹인 독으로 정신이 아귀도에 떨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으니까.
그녀는 아귀도에서 신검천마 천매원이 아니었다.
수억 마리나 되는 아귀 중에서도 최하급이라 분류되는 침구아귀(針口餓鬼)라는 아귀였다.
배는 태산처럼 부풀어 있지만 입구멍은 바늘처럼 좁아서 뭘 먹어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어떻게 삼킨다고 해도 속이 받쳐주질 못해 도로 토해내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허기는 다른 아귀들에 비해 훨씬 심각하니 항상 분노와 짜증, 그리고 식탐에 절어 있어야만 했다.
아귀의 본능과 천매원의 이성.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그녀는 어떻게든 이성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야만 했다.
본능은 언제든 이성을 먹어치우려 애썼고, 조금만 방심하면 그녀는 자아를 며칠씩이나 잃기 일쑤였다.
만약 그 시간이 더 길어졌다면 천매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단단한 정신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이 말도 안 되는 아귀도의 환경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천매원은 어떻게든 버티고 또 버텼다.
자신이 천매원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아귀로서의 습성을 배우고자 노력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먹다 버린 아귀의 시체 조각을 주워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목구멍이 작아서 삼키기가 어려우면 벌어질 때까지 억지로 쑤셔 넣었고, 토악질이 나오면 그보다 더 많은 먹이를 먹어치웠다.
그런 다음에는 아귀의 신체 구조를 분석해서 그에 걸맞은 무공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원래 육체와 구조가 많이 달라 많은 부분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신검천마로서 그 정도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천매원은 강해진 육체로 상위의 아귀를 잡아먹고, 또 그 상위의 아귀를 잡아먹으면서 점점 몸집을 불려나갔고.
끝내 이성이 아귀의 본능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죽음의 위기를 겪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지옥 같은 아귀다툼 속에서도 그녀가 계속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운휘.
제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갈망뿐이었다…….
‘휘아야, 너는 이 사부가 너를 고난에서 구원해줬었다고 했었지. 하지만 틀렸단다.’
그리고 그 갈망을 이룬 지금.
‘예나 지금이나, 나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너였느니라.’
그녀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맺혀 있었다.
우드드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