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22)
환생마신전 323화(323/390)
환생마신전
풍백(風伯)
나는 풍백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아귀도를 떨치고 있는 식신아귀의 명성.
그녀를 탐내는 여러 허신들.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분쟁과 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포된 선언까지.
“식신아귀를 탐내는 허신은 아주 많지. 그녀를 잡아먹든, 아니면 휘하에 두든 간에 타천을 극복할 수 있는 건 확실하니까.”
「허신에게는 선도(仙桃)나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로군.」
“바로 그거지.”
선도는 서왕모가 가꾸는 과수원에서 수천 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복숭아.
한 입만 먹어도 무병장수를 누리고, 한 개를 전부 다 먹으면 천계에 올라 신선이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만큼 타천의 저주를 극복하고 싶어하는 허신들에게 있어 사부님은 아주 중요한 먹잇감이란 뜻이었다.
“게다가 이곳의 명성이 천계에도 닿아 이미 몇몇 사자가 하강할 거란 소문도 있던데……. 그런 자가 바로 애송이, 너의 스승이라고?”
풍백은 곰방대를 한껏 빨아들이면서 나를 위아래로 살폈다.
자욱하게 퍼지는 연기 속에서 그녀의 눈빛은 도저히 속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복마전은 천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세력이라고 들었다. 그런 곳의 주인인 대마신의 수족이 사부님이실 텐데…… 일개 허신들이 그분을 사도로 삼을 수 있다고? 심지어 천계의 다른 신들까지?’
도저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복마전도 그렇고, 구대마신도 그렇고.
도저히 저쪽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짐작할 수단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사부님은 천마(天魔)라는 별호를 지니고 계신 만큼, 여기서 잘못되셨다간 복마전에도 그리 긍정적인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든 손을 쓸 것이 분명한데…….
‘사부님이 이곳 아귀도로 떨어지신 것도, 복마전이 여태 잠잠한 것도, 귀혈신회가 이런 판을 꾸민 것도 전부 어떤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해.’
사부님이 허신들을 상대로 대회를 치르겠다고 선언하신 날짜가 앞으로 사흘 뒤였다.
“그 식신전이라는 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오?”
“여기서 상당히 거리가 멀다만. 거기까지 사흘 만에 가겠다고?”
“가야 하오.”
“너는 너희들이 인세나 하계라고 부르는 곳, 그러니까 인간도(人間道)에 귀속된 존재이다. 영혼은 각 생애에 각자 지정된 세계에서밖에 살지 못하게 되어있으므로, 원래 네가 아귀도로 오기 위해서는 윤회의 고리를 거쳐 아귀로 환생하는 수밖엔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기로 왔다. 그 말인즉, 여기서 죽어서는 윤회의 고리로 되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단 뜻이 되지.”
“…….”
“보아하니 술가에도 제법 박식한 것 같은데. 윤회의 고리로 되돌아가지 못한 영혼의 최후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겠지? 그래도 좋단 의미냐?”
아귀도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흉신이나 포신 같은 허신이 또 어디서 나타나 나를 노릴지 모르고, 인세에서 겪었던 것과 전혀 다른 환경이 나타나서 나를 골탕먹일지도 모른다.
오광도 아귀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하니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겠지. 풍백도 더 이상 나를 도와줄 의리 따윈 없다.
그러니 여기서 별다른 준비 없이 함부로 움직였다간 자살 행위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론이오. 그래도 좋소. 위치만 가르쳐주시오.”
애당초 내가 원신전륜겁을 펼쳤던 이유도, 혈접을 이용해 아귀도로 떨어진 것도, 전부 사부님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사부님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보아하니 딱 생긴 대로 말을 지독하게 듣지 않을 관상이로군. 따라와라. 도와주마.”
여전히 풍백이 나를 도와주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도움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 * *
의념을 깨닫고, 마신안(魔神眼)으로 의념을 엿볼 수 있게 된 직후부터.
나는 사부님 외 다른 사람들에게 따로 말하지 않았지만, 타인의 의념을 얼추 읽을 수 있었다.
거기다 영혼의 문이라는 눈을 직접 마주치면 심상(心想)을 어느 정도 읽는 것도 가능했다.
풍백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세상에 대가 없는 호의 따윈 없다고 여기고 도움을 거절했겠지만.
‘심상이 너무 깊단 말이지. 성질도 나와 너무 비슷하고. 나에 대해서 아나?’
풍백은 분명히 내게 툴툴대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 아닌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
‘복마전 출신은 아닌 듯하고… 당씨 성에 반응했었지. 당문과 어떤 연관이 있나?’
이유가 뭐가 되었든 간에 사부님이 계신 곳으로 빨리 갈 수 있다면 가야 했다.
풍백은 입에 물던 곰방대를 내리면서 길게 숨을 내뱉었다.
파아아아-
그러자 연기가 순식간에 자욱하게 퍼지면서 길쭉한 용마(龍馬)의 형태를 갖췄다.
‘저 곰방대가 풍백의 보패와 같은 거로구나.’
풍백의 정확한 능력이 어떤 것일지 순간 궁금해졌다.
“올라타라. 지상에는 별의별 아귀 놈들이 다 있으니까, 서둘러서 가면 늦지는 않을 거다.”
“괜찮소. 둘이서 타면 속도가 느려질 테니. 온마.”
스르르륵-
순간 내 발밑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서 온마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나이까?」
풍백의 눈이 살짝 빛났다.
“금시조? 아니, 깃털이 까만 걸 보니 흑시조라고 해야 하나? 단순히 이매망량만 부리는 줄 알았는데 신기한 것을 부릴 줄 아는군.”
풍백은 차라리 잘 되었다면서 가볍게 용마의 등에 올라탔다.
“그렇다면 놓치지 말고 잘 따라와라. 한번 놓치게 되면 영영 놓칠 수 있으니까. 이럇!”
풍백은 내 대답도 듣지 않고 고삐를 꽉 잡으면서 채찍으로 용마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말발굽이 허공을 두어 번 두들기자 순식간에 상공 위를 달리고 있었다.
「꽉 붙잡으십시오, 소교주. 저희도 서두르겠나이다.」
온마도 나를 등에 태운 채 힘껏 날갯짓했다.
팔괘도선에게서 미리 선학을 부리는 술수를 배운 덕분인지 하늘을 유영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 * *
풍백의 말대로 아귀도의 환경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내가 처음 빠졌던 늪지대뿐만 아니라, 사막, 밀림, 폭포, 강변 가릴 것 없이 곳곳에 아귀가 빽빽하게 들끓었다.
어떤 승자도 의기양양하게 거들먹거리지 못했다. 전력을 다해 상위 서열의 아귀를 잡아먹고 나면, 힘이 빠졌을 때를 기다렸던 다른 아귀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팔다리를 잡아 뜯었으니까.
와그작, 와그작, 뭔가 씹고 뜯는 소리만 무성했다.
서로를 잡아먹고 또 잡아먹는 끔찍한 광경의 연속.
수많은 참상을 목격했다고 자부했던 오광이나 나조차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지옥도가 따로 없구만.」
“그러게나 말입니다.”
「자네의 사부는 대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던 건가?」
“…….”
「선자가 절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건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구만.」
하지만 아귀도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아귀가 아니었다.
허신들이었다.
쿵……. 쿵……. 쿵…….
저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흉신이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걸어 다니고 있었다.
포신과 한창 다투다가 헤어졌는지 녀석은 한쪽 팔과 얼굴 반쪽을 잃은 채 정처 없이 지상을 배회 중이었다.
발이 지면을 두들길 때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굉음이 울렸다. 지진이 일어나는 게 여기서도 보일 정도였다.
『놈의 눈에 띄어서 좋을 거 없으니 더 위로 오르고. 기척을 지우는 술법이 있다면 바로 시전하도록.』
나는 풍신보의 은풍잠행을 사술 형태로 풀어 온마와 은신을 시도했다.
다행히 흉신도 위쪽을 슬쩍 보기만 하고, 다시 지상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걷기 시작했다.
녀석의 이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 성공하긴 한 것 같은데…….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신안을 활짝 열어서 녀석의 심상을 엿보았다.
‘텅 비었어.’
그런데 흉신에게서는 뭔가를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허무(虛無).
허신이라는 이름처럼 텅 빈 통나무를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런 상태로 형체가 유지될 수 있는지 의아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원래는 그래도 신이나 되었던 자이니 뭔가 훔쳐 배울 게 있지 않을까 싶었건만.
『네 녀석이 쓸데없이 식령을 하려는 것을 막은 게 전부 그 때문이었다.』
내 시선이 저절로 풍백 쪽으로 향했다.
풍백은 곰방대를 입에 문 채 내게 냉소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내 속내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저것을 네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힘들었을 것 같소.』
『그래도 만용을 부렸던 것 치고는 제 주제는 잘 파악하는구나.』
『…….』
『흉신은 아귀도에서도 손에 꼽히는 허신. 영악하기도 영악해서 애당초 네가 덤비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냥 놈의 한 끼 식사로 끝났을 테지.』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풍백의 말이 이어졌다.
『어찌 흉신을 꺾어서 식령했다고 해도 위험하긴 매한가지이다. 저 엄청난 양의 허무를 통째로 들이켰다간 그냥 네 녀석의 영혼이 송두리째 흩어지고 말았을 테니까.』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내가 봤던 흉신의 허무 크기는 엄청났다.
내가 아무리 재주가 용해도 바닷물을 호수에다 담아서 소금기를 뺄 수 없듯이, 내 영혼도 허무에 잠긴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허신들은 그래서 항상 허기가 진다. 아무리 많은 아귀를 먹어도, 아무리 큰 허신을 잡아도, 결국 허무에 허무가 더해질 뿐이거든.』
아무리 많은 허무를 합쳐봤자 허무는 허무일 뿐이니까.
『허신들이 영원토록 아귀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지.』
『하지만 사부님은-』
『그래서 네 사부라는 식신아귀가 대단한 거다. 아홉이나 되는 허신들을 처치하면서도, 그동안 식령은 하지 않고 딱 필요한 것만 취했었거든.』
『!?』
『이를테면 각 허신이 생전에 쓰던 공법이라던가, 혹은 신핵을 만들어놨으면 그것만 쏙 빼가더군. 그 욕구를 대체 어떻게 참은 건지.』
아귀와 허신의 탐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만이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아귀의 육체에서 깨어난 사부님이 받는 탐욕과 갈망은 훨씬 더 고통스럽겠지.
그런데도 그런 욕구를 억누르고 필요한 것들만 채운다는 건 웬만한 수양심으로는 안 되었다.
‘귀혈신회가 노렸던 게 이거였구나.’
자신들만으로 사부님을 당해내기 힘드니, 영혼을 차라리 아귀에 가두어 욕구에 휘둘리게 만들려던 것이다.
사부님은 그동안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텨내신 거고.
생각하면 할수록 치가 떨리는 놈들이었다.
그 뒤로도, 나는 흉신 말고도 포신이나 다른 허신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그 출신이 뭐가 되었던 간에 이름을 잃는다는 것은 존재를 잃는다는 것과 같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정체성도 잃어버린 상태로 삶을 희망해봤자 뭐가 남겠는가.
문제는 그렇기에 저들은 더욱더 삶을 더 갈구한다는 점이고, 그만큼 사부님을 더욱더 크게 욕망할 거란 점이었다.
『다 왔다.』
그렇게 사흘을 꼬박 달린 끝에 다른 어느 지역보다 허신과 아귀들이 득실대는 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천초목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악취가 풀풀 날리는 곳.
허신들은 저마다 자기 세력으로 보이는 아귀들을 대동한 채 터를 잡고 식신전을 에워싸고 있었다.
나는 식신전에 내려앉을 차비를 갖췄다.
바로 그때, 갑자기 귓가로 심어가 꽂혔다.
『호오, 본 대왕의 제안도 거절했던 네 녀석이 이곳에는 어쩐 일로 찾아온 것이냐?』
“!?”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서릿발 같은 목소리.
나는 황급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신과 아귀들의 틈바구니 속.
송제대왕이 판관과 동자들이 어깨에 짊어진 가마에 앉은 채로 날 보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