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27)
환생마신전 328화(328/390)
환생마신전
천뢰(千雷)
제천대성의 손길로부터 사부님을 구하러 나서기 직전.
송제대왕은 내게 천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확하게는 사부님을 화제로 둔 내용이었다.
“그대는 당금에 천계나 지옥을 통틀어서 신선과 부처들 사이에 교주가 가장 화제인 걸 알고 있는가?”
“…사부님이 말씀이십니까?”
“그래. 혈신이라는 놈의 저주를 받아 일개 아귀로 떨어지고도 자아를 잃지 않고, 오히려 그를 기반으로 신살까지 이루지 않았던가?”
혈신의 저주.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다.
“거기다 탈각을 이루며 자신만의 신성을 획득해 신화(神化)를 이루는 중이니 여러 곳에서 눈독을 들이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인 게지.”
송제대왕의 말에 따르면, 현재 천계는 춘추시대를 방불케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정국이라고 했다.
여전히 옥황상제가 천계의 최고 통치자로 군림하고 있고, 그를 필두로 한 대라천이 천계를 지배하고 있다지만.
그 휘하의 여러 천선과 신불이 언제부턴가 저마다 이합집산을 벌이면서 파벌을 빠르게 형성중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칠대성은 아예 독립을 표방했고, 복마전도 분열의 위기를 겪고 있지. 옛 절교의 무리들도 서로 떨어져 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으니 대라천에서도 골치를 썩히고 있는 중이니라.”
파벌의 크기가 너무 커지면서 문벌 수준을 넘어서서 아예 군벌(軍閥)이 되어버린 곳도 있다고 했다.
“천계가 갑자기 흔들리게 된 계기가 무엇이나이까?”
귀혈신회와 사부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한 나로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송제대왕의 눈가가 깊게 가라앉았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느니라.”
“두 가지라 하시면-”
“첫째는 대마신의 갑작스러운 동면(冬眠).”
“!”
“너희 신화종의 신도들이야 벌써 수백 년은 넘은 일이니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우리네들에게는 아니다. 대마신께서 동면에 드신 이후로 복마전의 단합이 흐트러지고, 천계의 세력 균형이 흔들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으니.”
확실히 최소 수백 년, 길게는 만 년 단위로 사는 이들에게 인세의 수백 년은 눈 깜빡하면 끝날 찰나에 불과하겠지.
“둘째는-”
“탑의 등장이겠군요.”
“그러니라. 그 때문에 절지천통의 규약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그동안 멀게만 느껴지던 인세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으니 천선과 신불이 흔들리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야욕을 드러내기에 아주 알맞을 테니까.
“외람되지만, 소인이 한 가지만 여쭈어도 되겠나이까?”
“탑의 정체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이냐?”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우리도 모른다. 탑이 왜 생겨났는지.”
“!”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송제대왕의 눈이 더욱더 깊어졌다.
“탑의 부상은 대마신의 갑작스러운 동면과 함께라는 것.”
“!!”
“대마신과 탑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 그 이상은 본 대왕도 잘 몰라.”
“…….”
나는 덤덤히 말하는 송제대왕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 속에 담긴 의념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북풍한설이 휘몰아치는 빙산을 보는 듯한 기분.
‘빙해(氷海) 위로 드러난 빙산은 전체 면적의 일 할밖에 안 된다지. 남은 구 할은 빙해에 묻혀 있고.’
송제대왕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탑의 비밀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있었다.
대마신의 동면에 관해서도.
캐물어봤자 대충 넘길 것이 보이기에 머릿속으로만 이 사실을 기억해두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혈신(血神)이라는 신의 정체는 대체 무엇입니까? 탑에서 흘러나온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외에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심지어 팔사도 군방도 몰랐다. 혈신의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는.
송제대왕이 빤히 나를 쳐다봤다.
동공 속의 빙해가 더욱더 차갑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너희 신화종과 연관이 깊은 자이다.”
“!”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뿐.”
“…….”
그 순간, 한 가지 가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혹시 대마신의 동면과 탑의 부상, 혈신의 등장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거기에 앙마신화종과 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두근! 두근!
세상사는 모두 인과(因果)로 연결되어 있다.
우연이라 생각했던 일이나 만남도 결국 보이지 않는 인과의 실이 겹겹이 얽혀 벌어지는 것.
나는 직감적으로 나의 소생과 신화종, 그리고 탑에서 대마신에 이르기까지, 나를 둘러싼 모든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러한 상황이라 천계에서도 곧 뭔가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 저마다 내부 단속을 강하게 하고 있느니라. 또한, 새로운 유망주가 나타났다고 하면 눈에 불을 켤 수밖에 없지.”
절지천통 이후로 천계에 오르는 신선과 부처의 수가 확 줄었다고 들었으니까.
확실히 사부님의 존재는 군침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본인의 검을 꺾으면 전향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으니… 더더욱 안달이 나는 것도 당연한 건가.’
사부님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셨을리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번 소동은 커도 너무 컸다.
벌써 아귀도가 통째로 반파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대왕께서 아귀도에 직접 방문하신 연유도-”
“타 세력의 괜한 놈팡이에게 빼앗길 바에는 그래도 같은 복마전의 마신인 본 대왕의 손에 들어오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
“파하하하! 그런 표정은 짓지 말라. 대마신께서 깨어나신다면 고이 돌려보낼 것인즉. 나쁠 건 없지 않으냐.”
송제대왕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교주를 계속 괴롭혀대는 저주도 씻겨줄 수 있는데. 제자인 그대에게도 나쁘진 않지 않나?”
혈신의 저주를 씻어준다.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대왕의 제안은 감사하나 거절하겠나이다.”
“…….”
“이 일은 저희 사제가 해결할 일입니다. 사부님은 사부님대로 해결할 방법을 찾으실 겁니다. 저도 옆에서 도울 거구요. 그러니 사부님을 데려가실 생각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송제대왕은 빤히 나를 쳐다봤다.
“…….”
“…….”
잠시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의념은 복잡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쩌적.
저 속에 단단히 얼어있던 빙산에 살짝 균열이 간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를 죽이고 싶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이로써 그의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한 셈이니.
아무리 그릇이 넓다고 해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판관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당장이라도 내게 출수할 태세였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사부님과 관련된 일은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내 다짐이었으니까.
이걸 빌미로 남들에게 휘둘리는 건…… 육 년 전으로도 충분했다.
“본 대왕이 내리려는 은혜를 감히 거절한 것이 못마땅하긴 하나, 그러한 선택 역시 그대의 자유이겠지. 그대는 본 대왕의 신하가 아니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
“허나.”
송제대왕은 뒷짐을 쥔 채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면서 내 말허리를 끊었다.
“그것은 그대의 생각인 것이고. 본 대왕 역시 본 대왕의 뜻대로 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서는 아니 되는 것이렷다.”
“!”
“본 대왕은 한번 점찍은 것을 놓친 적이 없었음이니. 어디 한번 막아볼 테면 막아보려무나.”
쾅!
파아앗!
송제대왕이 가볍게 발을 굴리면서 단상에 사뿐히 착지했다.
나는 곧바로 그를 뒤따라 갈까 하다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아니. 아직은 아니다.
사부님을 노리는 손길이 많다면 분명히 개중에는 송제대왕보다도 더 집요하고 음험한 손길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더 상황을 지켜보고 천천히 개입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 * *
……나는 그렇게 해서 사부님을 노리는 제천대성의 앞길을 막아섰다.
“휘아야, 네가 어찌……!?”
역시 내가 온 걸 전혀 모르고 계셨었구나.
감정의 큰 변화가 드문 사부님의 놀란 표정을 보고 있으려니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제가 어째서 여기 있는지는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제천대성부터 막아야겠습니다.』
내가 봤을 때, 여기 나타난 수많은 천선과 신불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자는 바로 눈앞에 있는 제천대성이었다.
제천대성은 술가에서도 논외(論外)로 불리는 존재였다.
민간의 어떤 곳에서는 옥황상제나 석가여래와 동격으로 놓기도 한다.
이 자리에 관세음보살이나 서왕모 같은 신화적인 존재들도 있다지만.
그래도 전투적인 측면만 두고 본다면 여기서 단연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마 청천마왕도 그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
그러니 아직 등봉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나로서는 제천대성을 정면에서 부딪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핫하하. 옛날 생각이 다 나는군. 저 천둥벌거숭이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어린 시절 제천대성에게 여의봉을 건네준 사람이 바로 오광이었지 아마?
그는 이번 만남이 꽤 기꺼운 모양이었다.
「자네도 참 어려운 길만 골라서 선택하는구만. 아무리 선자가 중요해도 그렇지, 천하의 제천대성과 부딪칠 생각을 다 하다니.」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당연한 소리를!」
의빙혼명징
삼단 개방(三丹開放)
이미 여러 번의 단련 끝에 의빙혼명징에 대한 숙련도는 벌써 오 성에 달한 상태.
거기다 영근까지 생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법 사용이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능숙했다.
나를 둘러싼 기도가 확 하고 바뀌었다.
의빙혼명징이 미숙할 때도 군방을 상대로 꽤 선전했으니, 지금은 성궤의 경지를 넘어 탈각의 경지와도 어느 정도 접전을 벌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자부하고 있었다.
“어쭈, 이것 봐라? 날 상대로 재주를 부려보겠다고?”
따다다다다당!
제천대성은 아주 여유롭게 혈앙검을 막아내다 말고, 내가 갑자기 파산검과 북명검을 어검술로 뽑아내자 황급히 여의봉을 세게 내리치면서 훌쩍 뒤로 물러섰다.
따아아아앙!!
물론 그걸 놓칠 내가 아니었다. 나는 혈앙검도 손에서 놓으며 곧바로 검결지를 짚었다.
세 자루의 검이 혈뢰가 되어 지면에 내리꽂혔다.
환신천변술(幻神千變術)
천변만화(千變萬化)
천마구검 중 여덟 번째인 환신천변술은 변(變)과 환(幻)의 구결을 극대화한 것.
이 때문에 다른 검공과 혼합식을 펼쳤을 때 그 위력이 가장 크게 드러났다.
그리고…….
여기다 군방을 처치하면서 획득한 놈의 공법, 여룡흑뢰구의 뇌식까지 첨가했다.
혼합식(混合式)
뇌신격(雷神擊)
천뢰(千雷)
쌍신마화공에서 풍신보와 함께 완성한 뇌신격이 처음으로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번쩍! 번쩍! 번쩍!
세 개의 혈뢰가 수십 수백 갈래로 나뉘어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허공에다 그물망을 만들면서 천 개나 되는 낙뢰를 떨어뜨렸다.
콰콰콰콰콰콰쾅!!
“이런 미친! 이게 무공이야 술법이야! 분간이 안 가네! 뭐 이런 게 다 있어!!”
제천대성도 천뢰를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으잇차!’하는 기합성과 함께 여의봉을 거세게 휘둘렀다.
그러자 여의봉은 마치 전설 속에서 보였던 것처럼 수십 장이나 길쭉하게 늘어나 천뢰를 잇달아 튕겨냈다.
도저히 육안으로 쫓기도 힘들 만큼 빠른 속도.
어떻게 대요괴라고 해도 저만한 무게와 길이의 무기를 저렇게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건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귀찮아 죽겠네, 정말!!”
제천대성이 비어있던 좌수를 이쪽으로 날렸다.
그는 뛰어난 체술 실력만큼이나 도술에도 능하다.
어떤 술수로 날 막으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보다 먼저 사부님이 앞으로 나섰다.
“제자가 나서는데 사부가 가만히 있어서 되겠느냐.”
사부님은 어쩐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면서 달리던 그대로 골검을 하나 뽑아 제천대성과 직접 맞닥뜨렸다.
콰아아아앙!!
결국 제천대성의 도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까스로 좌수를 아래로 내려서 골검을 막은 그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귀찮아 죽겠네. 너한테도 나쁜 거 아니니까 그냥 호락호락하게 나 따라오면 좋으… 으잉?”
제천대성은 사부님을 보며 말을 잇다 말고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렸다.
“너…… 여기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뭔가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제천대성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여유가 사라졌다.
사부님이 차갑게 웃었다.
“본좌가 설마 이 많은 허신과 아귀를 모아둔 자리에, 그것도 천계에서도 사자가 얼마나 올지 모르는 상황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을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갑자기 바닥에 꽂혀 있던 십여 자루의 골검이 일제히 공명했다.
동시에 바닥에 빠른 속도로 그려지는 법진(法陣).
「으잉!? 이, 이건 집기첩첩진식(執氣疊疊進式)이지 않은가!!」
인면수의 열매를 맺기 위해 도원향에서 발동시켰던 것과 똑같은 법진이 바로 이곳에서 발동되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진기의 흐름이 향하는 중심이 바로 인면수가 아닌 사부님이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