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35)
환생마신전 336화(336/390)
환생마신전
긴고아
그러던 그때였다.
갑자기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너 머리 위에 있는 그거… 뭐냐?”
핏.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내가 자기를 놀렸다지만.
그래도 제천대성이나 되는 사람이….
그러면 내가 속을 줄 아나?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이 읽혔던 건지 제천대성의 표정이 더 구겨졌다.
“그게 아니고, 인마! 네 대갈통에 쓰인 거! 그게 왜 너한테 있냐고!”
“제천대성 님, 저 그렇게 아둔하지 않습니-”
「아닐세! 진짜 자네 머리에…!」
코웃음을 치려는데 갑자기 오광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는 그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머리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뇌가 타는 게 아닌가 싶던 백열의 열기가 많이 낮아졌-
“…어?”
「긴고아가 대체 자네에게 왜 쓰여 있는 겐가!」
“!?”
긴고아는 흔히 여의봉, 근두운과 함께 제천대성을 상징하는 보패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긴고아는 절대 제천대성을 돕는 보패가 아니었다.
구속구였다.
석가여래와 관세음보살이 천방지축인 제천대성을 다스리기 위해 머리에 강제로 씌운 금테.
긴고주라는 특수한 주문을 외게 되면 금테가 쪼그라들면서 막대한 고통을 선사한다.
팔괘로의 불길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낸 제천대성도 끔찍하게 여길 만큼 강한 고통을.
그런데… 그게 왜 나에게 쓰여있다는 거야?
순간, 심상 세계에서 만났던 삼장법사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한 변덕 또한 욕계의 왕께 일말의 자비심이 숨어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우리네 모두가 부처요 마라인 것을. 부처의 마음속에도 마라가 존재하고, 마라의 마음속에도 부처가 있음이니. 그대 안에 있는 부처가 이러한 길을 여신 것이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마지막 순간에 내 눈을 마주친 것 같긴 했었지….’
만약 그때 삼장법사의 잔상이 내게 무슨 손을 쓴 거라면.
정확하게는 내게 숨은 순수마에 손을 쓴 거라면…!
내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지살칠십이수를 터득해서 화안금정도 손에 넣었다고 즐거워할 때가 아니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도 아니고…. 저게 갑자기 왜……? 삼장 새끼 대체 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거지?”
하지만 당혹스럽긴 제천대성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잠깐만. 하지만 단순히 구속구라고 하기엔 아무것도 나를 강제하고 있진 않은데…?’
오히려 긴고아는 내 영혼을 속박하기보다는 협력? 혹은 강화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았다.
아직 완전히 깨우치지 못해서 사용이 능숙하지 못할 지살칠십이수가 내력에 너무 쉽게 잘 녹아들었으니까.
상단전이 이전보다 훨씬 비대해지고 맑아진 느낌이었다. 분신공의 연산속도도 훨씬 말끔했다.
‘무엇보다 순수마도 조용하고.’
만약 나를 강제하는 물건이었다면 순수마나, 나를 조종했던 누군가의 의지가 가장 먼저 격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마치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듯이.
그러고 보니 삼장법사 역시 순수마를 경계하거나 적대하기보다는 우려하는 쪽에 가까웠으니 상식적으로 구속구를 채우려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당장 도움이 될 만한 보패를 선물해서 나중에 발생할지 모른다는 마화인지 뭔지에 대비해서 환심을 사두려는 건가?’
모르겠다.
이것도 그냥 단순한 추측에 불과할 뿐.
삼장법사의 말뜻도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까.
제천대성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고.
다만, 당장은 내게 손해가 될 것이 없어 보였기에 긴고아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천대성께서는 과거를 추억하기에 딱 좋으시겠습니다.”
제천대성의 이맛살이 더 깊게 팼다.
나는 말꼬리를 살짝 배배 꼰 것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더 사고를 치고 다니면 삼장법사가 어떻게 당신에게 손을 쓰려 할지도 모르지 않겠냐는 협박.
이 긴고아가 그쪽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너… 대체 삼장과 무슨 관계냐?”
“글쎄요. 그냥 가볍게 사담을 나누는 정도?”
“뭐?”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내 몸을 빌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거였지만 내 입으로 말하긴 말했으니 사담 나눴던 관계인 건 맞잖아?
“대체 복마전의 놈이 어떻게 불가 쪽과….”
“이럴 때 불가와 마도에 차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네 모두가 부처요 마라인 것을요. 부처 마음속에도 마라가 있고, 마라 마음속에도 부처가 있지 않겠습니까?”
“…씨발. 삼장 새끼가 떠드는 것과 똑같잖아.”
적당히 합장 자세를 취하면서 경건한 태도로 말하니 제천대성의 표정이 정말 볼만해졌다.
「자네… 정말 전단공덕불(栴檀功德佛, 삼장법사의 부처 직위)과 아는 관계인 건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오광도 사부님도 같이 놀란 걸 보니 내 태도가 정말 그럴싸하긴 그럴싸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맞장구만 쳐주시면 됩니다.』
이러니 오광과 사부님 모두 더 이상 깊게 캐묻지 않고 현재 자세를 고수했다.
“하아… 진짜 엿같네. 뭐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나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당장 여기서 제천대성께 중요한 것은 저와 공덕불의 관계가 아니라, 저희가 제천대성의 배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언짢으시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천대성은 말이나 들어보자는 투로 쀼루퉁한 투로 반문했다.
나는 오광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제천대성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흥미’라는 사실을.
그의 흥미를 채워주고 체면을 살려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이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삼장법사의 도움으로 긴고아와 화안금정, 지살칠십이수를 얻지 않았나?
그에게는 부처가 된 이래 이만큼 자극적인 요소도 없었을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할 방법은 단 하나.
“조금 전에 보여드렸던 시건방진 태도를 사과드리겠습니다. 사실 너무 기쁜 마음에 저도 모르게 평소 깊이 흠모하던 제천대성께 자랑하고 싶은 어린 마음에 그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정중한 투로 포권지례를 취하면서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사부님과 세 호법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 참 다들 표정 관리 좀 해주십시오.
여기서 장단이 안 맞으면 안 된다니까?
제천대성도 조금 얼떨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아주 진지한 투로, 그러면서도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면서 슬쩍 고개를 들었다.
「…또 시작되시는 건가!」
「소교주의 입 풍둔이 여기서도!!」
원귀와 망량 놈들이 옆에서 몰래 쑥덕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새끼들이?
이따 두고 보자.
“부끄럽게도,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제천대성께서 벌이신 여러 신화와 전설을 깊이 흠모했던 까닭에 제천대성의 행적을 많이 따라 하고자 애쓴 바가 있었습니다.”
“음?”
“해서 여러 술수를 배우면서도 제천대성께서 부리셨다는 술수를 조금이라도 따라 해보고자 노력했었고, 오늘 이렇게 존안을 뵙게 된 영광된 기회를 맞아 부족하나마 따라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험험! 그래서 술법에서 내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거구만?”
제천대성은 계면쩍은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도 의심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 것 말고도 따라하고 싶은 수법은 아주 많았을 텐데?”
“물론 이 세상에 수많은 천선과 신불이 존재하고 그만큼 다양한 술수가 존재할 것이나, 어떻게 제천대성의 것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뭐, 그것도 그렇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정신 머리가 제대로 박혀 있는 친구였구나, 너?”
억지로 참으려 노력하지만 제천대성의 입꼬리가 살짝 씰룩대는 게 보였다.
다행히 예상했던 대로 여러 신화에 나온 것처럼 제천대성은 자존광대한 성격만큼 단순하기도 단순했다.
“다만, 어린 시절 제 인연은 제천대성의 신화를 알기 이전에 이미 복마전에 닿았었으니, 어찌 마음속 영웅을 쫓고 싶다 하여 저를 거두어 주신 부모의 곁을 함부로 떠나는 불효를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좋다.
입꼬리가 더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제천대성께서도 부모와 같았던 스승 수보리조사께 항시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그 가르침을 쫓는 효를 실천하기 위해 구주팔황을 좁다 하며 뛰어다니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니, 이만 노여움을 가라앉히시고, 저희의 어리석음을 한번 눈감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천대성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떠받들어 줬는데 우리를 더 시험하기가 애매하겠지.
그렇다면 이제 방점을 찍을 차례였다.
“다만, 제게는 언제 또 제천대성을 뵙게 될 기연을 맞을지 모르니… 부족하나마 제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
오광과 사부님의 표정이 더 묘하게 변했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급회전을 할 줄 몰랐겠지.
제천대성도 이제야 내가 깔아둔 판이 뭔지 깨달은 눈치였다.
슬쩍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하! 이 새끼 봐라? 너 혓바닥 돌아가는 솜씨가 제법이구나?”
이렇게 구슬려 두면 제천대성이 우리에게 더 ‘화난 척’ 구는 것도 이상해진다.
아마 지금쯤 천계에서 이쪽을 보는 시선도 아주 많을 테니.
아무리 주변 눈치를 신경 쓰지 않는 제천대성이라고 해도 여기서 더 억지를 쓰는 건 무리일 것이다.
더구나 여기서 가르침을 주기 싫다고 발을 빼는 것도 할 수 없었다.
그건 조금 전까지 우리를 거두고 싶다던 제천대성의 말을 스스로 뒤집는 결과가 되니까.
‘단순히 의념으로만 훔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지살칠십이수를 제천대성에게 배울 수 있다면……!’
지살칠십이수는 천하의 제천대성을 만든 공법이었다.
당연히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대부분일 것이고, 제천대성이 투전승불이 되면서 추가로 깨우친 심득은 더더욱 클 것이다.
나는 가능하다면 그런 것도 배우고 싶었다.
「단순히 말 몇 마디로 판세를 뒤집어 버리실 줄이야….」
「역시 소교주는 당할 길이 없어. 송제대왕도 홀릴 정도가 아니었나?」
내 불타는 시선을 봐서일까?
제천대성의 한쪽 입꼬리가 한껏 말려 올리면서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어이없이 사람 홀리게 하면서도, 사람 기분도 나쁘지 않게 말하고. 아, 정말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데 말이지.”
제천대성의 관심사는 이제 더 이상 사부님께 있지 않았다.
제천대성이 갑자기 사부님 쪽을 홱 하고 돌아봤다.
“네 제자 놈, 원래 이러냐?”
사부님은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잠시 난감해하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것이 그 아이의 매력이오.”
“파하하핫! 맞는 말이긴 맞는 말이네.”
제천대성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다가 곧 세상을 가득 채우던 신력을 모두 거둬들였다.
“헉!”
“후우……!”
“하아! 하아!”
세 호법이 제자리에 주저앉으면서 겨우 숨을 돌렸다.
하지만 사부님은 여전히 흐트러지는 기색 하나 없이 빤히 제천대성을 지켜봤다.
내게 손을 쓰려 하면 즉각 개입하려는 듯.
“네 제자 놈 잠깐 빌려 가도 되지?”
잠시간 사부님의 시선이 내게 향했고.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하하. 그냥 제자 놈만 믿고 보내도 되는 거야? 내가 이러고 네 제자 놈을 홀려서 가로채거나 협박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고작 그런 것에 당할 아이가 아니오.”
“제자를 그만큼 믿는다는 건가? 사제의 정이 아주 각별하군.”
슬쩍 흐려지는 제천대성의 말꼬리에는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하지만 내가 인세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말이지. 신도가 아닌 녀석에게 함부로 가르침을 주기도 난감하고.”
제천대성은 하늘을 슬쩍 엿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이 어르신을 그토록 사무치게 흠모했다는 인간에게 아무런 가르침도 주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니-”
그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