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40)
환생마신전 341화(341/390)
환생마신전
당유창
‘당운휘’의 이복형제이자 당규진의 친동생.
하지만 제 어미가 죽으면서 남궁세가로 가겠다고 구룡분타를 떠났던 녀석이었다.
가만히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어……? 아닌가? 뒷모습이 비슷했었는데.”
당유창이 움찔거리자 뒤에서 누군가가 녀석의 뒤통수를 때렸다.
따악!
“뭐가 비슷하다는 거야? 생긴 것부터가 완전히 다르구만.”
“맞아. 명색이 소생반악이라며? 그렇게 잘 생겼다던데 저 얼굴이 그 정도냐?”
“기도도 삼류 수준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무슨.”
“당가의 방계 놈이 그렇지.”
남궁가의 검사들은 뭐가 그리 재미난지 당유창을 사이에 두고 낄낄거리기 바빴다.
당유창은 뒤통수를 쓰다듬으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안목이 좋지 않나 봅니다…….”
‘달라졌어.’
나는 그런 녀석에게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구룡분타를 떠날 때가지만 해도 울분에 차 있을지언정 눈빛만큼은 불길처럼 활활 타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눈밑이 꺼멓게 죽어 있었다.
마치 다 타버려 재만 남은 장작처럼.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친했었느냐?」
‘그럴 리가요.’
오광의 질문에 나는 덤덤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 당유창에게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 * *
당유창을 포함한 무제성의 검사들은 총 백여 명.
특히 개중에 눈에 띠는 이들이 몇 명 있었다.
‘진천검효(震天劍梟)와 무정검존(無情劍尊).’
두 명 모두 풍화정에서 발급하여 간부들에게 배포했던 ‘남궁요주인물록’에 실린 자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백뢰검부가 자랑하는 검노야에 소속된 오검노야(五劍老爺)와 육검노야(六劍老爺)로.
정사지간에 속한 전전대 고수로서 뛰어난 검술로 아주 대단한 명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눈에 띠는 이는 따로 있었다.
‘흑왕(黑王)이 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흑왕.
정확하게는 할심흑왕(割心黑王)이라는 유명한 작자이다.
동제남궁이 무제성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에 존재하던 장로원의 태상장로이며.
사적으로는 현 남궁가주의 숙부, 그리고 공적으로는 그의 그림자이자 천하십대고수에 속한 괴물, 아니, 노괴(老怪)였다.
「저놈이 그렇게 강해? 뭐, 인간 치고는 제법인 것처럼 보이긴 하다만.」
필마온이 약지로 귓구멍을 파다가 물었다.
‘수선(修仙)을 하지도 않은 작자가 백이십이나 되는 나이가 되고도 저렇게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다니면서 기도까지 줄줄 흘려댑니다. 그게 노괴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으잉? 두 갑자나 살았다고? 평범한 인간의 수명을 한참이나 벗어났잖아?」
‘그러니 노괴라는 겁니다.’
「다른 무슨 수를 써서 수명이라도 연장시켰나? 마공?」
‘그럴지도 모르죠.’
그게 아니면 성궤에 올랐거나.
대머리 영감님의 말씀으로는 그만한 경지에 오르면 웬만한 사고사가 아니고서야 영생에 가까운 긴 삶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의념만으로 미세한 세포 단위까지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성궤의 경지이니.
‘그렇다면 대체 성궤마저 넘어선 탈각의 경지는 대체 정체가 뭘까?’
육체를 벗어던지거나 영혼에 녹이는 경지라 하니, 사뭇 그 경지에 발을 들인 사부님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새삼 실감이 났다.
‘여하튼 천하십대고수에 두 명의 검노야까지, 저만한 전력이 모용으로 움직였다는 건… 압박을 위해서인가?’
아직 모용과 황보는 무제성에 협조는 할지언정 ‘귀속’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겠지.
아무리 동제남궁, 동제남궁, 그렇게 노래를 불렀어도, 지난 수백 년 동안 같은 육대세가라는 틀 안에 있던 처지였는데.
하물며 모용세가는 한때 천하제일가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성세를 자랑하기도 했다.
지금은 몰락하긴 했어도 그 자존심은 어디 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남궁가주… 무제성주가 원하는 것은 천하제패.
그것을 위해 강동 무림의 완전한 복속은 당연히 따라와야만 하는 숙제였다.
‘그렇다면 저 뒤에 있는 호위대는 후뢰부(侯雷府)의 잔뢰검단(殘雷劍團)이겠네.’
무제성이 자랑하는 최정예 전력 중 하나였다.
당유창의 신분으로 봐서는 그런 곳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입신양명이나 다름 없었지만.
‘저들의 압박을 상대로 모용세가를 끌어들인다…… 쉽진 않겠군.’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무제성이 저토록 강한 압박을 넣는다는 건, 그만큼 모용세가의 반발도 크다는 뜻이니.
얼마든지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
어쩌면 무제성의 턱밑에 몰래 갖다 댈 비수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일단 저들의 꿍꿍이부터 알아볼까?’
야밤에 움직일 필요 없이 저들의 틈바구니에 섞여서 움직이면 모용세가의 장원에 가는 것도 훨씬 순조로울 것 같았다.
스르륵…….
나는 은풍잠행을 펼쳐 조용히 기척을 지웠다.
* * *
“노부는 남궁평창이라는 늙은이일세. 무제성에서 왔다네.”
흑왕은 뒷짐을 쥔 채 선착장에 다가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별호에 어울리지 않게 백색 단삼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있는 데다가, 얼굴에도 검버섯이 거의 없어 학자 같은 풍모가 보였다.
꿀꺽!
하지만 선착장을 지키고 있던 모용세가의 무사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저 인자한 얼굴 아래 얼마나 잔학한 모습이 숨어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에는 중검보라는 문파가 무제성의 계속된 착취를 버티지 못하고 정의맹에 몰래 접선을 시도했다가 발각되어 그의 손에 멸문하고 말았다던가?
흑왕은 보통 은퇴를 맞이하거나 뒷방으로 물러나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일반적인 다른 문파의 장로와 달랐다.
백이십이 넘는 나이에도 가만히 있기는커녕 항시 바깥으로 쏘아 다니고, 그만큼 잔인한 성정을 가감 없이 발휘했다.
흑왕(黑王)이라는 별호도 그래서 생긴 것이었다.
그의 옷을 물들인 피가 너무 많은 나머지 붉은 수준을 넘어서서 아주 까맣게 변질되는 수준이었기에.
“일전에 모용가주께 드린 제안의 대답을 듣기 위해 이리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다네. 혹 장원으로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나?”
본가에서는 무제성의 방문 따위 펄쩍 뛰며 반대할 테지만…….
“무, 물론입니다. 마침 배가 하나 있으니 오르시지요.”
반대하는 말 따위 꺼낼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랬다간 이 자리에 있는 검문소가 폐쇄되는 것은 물론 장원까지 송두리째 불타고 말 테니까.
“고맙네.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물기 섞인 바람을 오래 맞으면 무릎이 시려서 기다리라고 하면 어떡하나 싶었거든. 허허허!”
흑왕은 모용세가 무사들의 등골을 서늘케 만드는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면서 배에 몸을 실었다.
이미 승선해 있던 상인과 방문객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배에서 내렸다.
잔뢰검단의 흉포한 기도를 강 위에서 같이 만끽하고 싶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은 모두 탄 것 같으니 이만 가세나.”
배가 파양호로 떠나는 것을 확인한 무사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당장 장원으로 전서구 날려! 무제성이 왔다! 흑왕이 방문했다고 전해! 얼른!!”
그렇게 한 바탕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고…….
“어이, 멍청아. 이번에도 얼 타면 진짜 죽는다. 알겠냐?”
“며, 명심하겠습니다!”
잔뢰검단의 막내 단원, 당유창은 선임단원 남궁세요의 으름장에 바짝 허리를 세우면서 복창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주변에서 곧바로 낄낄대는 소리가 따라왔다.
“야, 야. 분위기 좀 그만 잡아. 그러다 애 잡겠다.”
“이러지 않으면 이 멍청이가 또 실수해서 선배님들께 피해를 끼칠까 봐 그럽니다. 당가의 더러운 핏줄 아닙니까?”
“하긴 당가놈들이 좀 그렇긴 하지?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고……. 전우애 넘치는 우리와는 다르게 말이야.”
“그러니 평상시에 단단히 잡아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 잘 알아서 하고 있네. 그렇게 계속 감시 잘 해.”
“명심하겠습니다!”
“우리 막내가 참 고생이 많아. 멍청이 한 놈 때문에.”
사람을 면전에 두고 모욕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그걸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단순히 당씨 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당유창은 굴욕감에 몰래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꿈꿨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처음 어머니의 유골함을 갖고서 구룡분타를 박차고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당유창은 울분과 기대라는 모순된 감정을 마음속에 동시에 품고 있었다.
운휘에 대한 원한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 누이에 대한 분노를 담은 울분.
그러면서도 자신의 쓰임새를 어떻게든 알아봐 줄 것이고, 구룡분타를 지워줄 힘까지 쥐어 줄 거라 믿었던 외가에 대한 기대.
바로 이 두 가지였다.
하지만 외가, 남궁세가에서의 삶은 그가 바라던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네가 광풍난협의 아들이라고?’
‘그, 그렇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남궁세가에 도착했을 때.
자신과 독대했던 남궁가주의 무심한 눈빛을.
그것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괴물.
인두겁을 뒤집어 쓴 다른 무언가였다.
운휘나 아버지 당호산도 사람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절대 남궁가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알겠다. 이만 가보아라.’
‘…드릴 말씀이-’
‘되었다. 자세한 건 거기 있는 네 외조부와 나눠라.’
당유창은 그렇게 쫓겨났고, 이를 본 외조부는 시큰둥하게 딱 한 마디만 남겼다.
‘당가에서 하라고 시켰던 세작질도 제대로 하지 못해 쫓겨난 것으로도 모자라 가주님의 눈에 들지도 못하다니. 쯧.’
‘외, 외조부님-’
‘광풍의 피를 이었다고 해서 그와 관련된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없고. 네 쓸모는 여기까지로구나.’
‘제 말을 들어주십-’
‘되었다. 딸년이나 그 아들놈이나 쓸모없긴 매한가지니. 앞으로 나는 너 같은 손주를 두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그 뒤로 당유창은 남궁가주는 물론 외조부의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먼 발치에서 그림자만 쫓을 뿐.
그나마 암영기재라는 별호를 지닐 정도로 제법 실력이 뛰어난 데다가, 장로 신분인 외조부의 눈치를 살핀 하부조직의 판단으로 잔뢰검단에 소속될 수는 있었으니.
이때부터 당유창은 항상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잔뢰검단의 소속원들은 대게 직계와 가까운 배경을 둔 이들. 결코 외조부로부터 버림을 받은 당유창과 겸상할 수 있는 신분들이 아니었다.
더구나 정의맹과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성씨 문제까지 생겨 차별은 더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남궁세요의 태도가 대표적인 예였다.
사실 남궁세요는 당유창보다도 두 기수 늦게 입단한 후배였다.
하지만 남궁세요는 정식 단원으로 승급한 데 반해, 당유창은 여전히 예비 단원의 신분이었다. 기수 역전이 벌어진 것이다.
아마 이곳에 있는 한평생 당유창이 정식 단원이나 조장이 되는 건 꿈에도 꿀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유창은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떻게든 여기서 공을 세워서 단주직까지 오르겠다는 집념만이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헤헤헤. 앞으로도 계속 이 멍청한 막내를 지도 편달해주십시오, 세요 님.”
당유창은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올리면서 손을 비비적거렸다.
남궁세요가 코웃음을 쳤다.
“흥. 배알도 없는 놈. 하긴 당씨가 그렇지.”
“…….”
“나는 잠시 다녀올 곳이 있으니 여기서 대기하고 있도록.”
“존명!”
남궁세요는 비웃음을 잔뜩 남기면서 방을 떠났다.
부르르…….
당유창의 꽉 쥔 주먹이 잘게 떨렸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렇게 그가 한참 동안 울분을 삭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뭐 두고 가신 물건이라도 있으십니-”
당유창이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며 해맑게 웃으려는데 도중에 뚝 그치고 말았다.
분명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남궁세요인데도 불구하고, 그 눈빛이 왠지 낯설면서도 낯이 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