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45)
환생마신전 346화(346/390)
환생마신전
이제부터 만들어야죠
「으잉? 사기였다고?」
「푸하하하핫!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되게 재미있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오광은 순진하게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필마온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한때 신이라 불렸던 양반들인데 이렇게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니까 꽤 재미있었다.
온마를 비롯한 원귀와 망량들은 어색한 미소를 흘릴 뿐. 익숙하다는 얼굴이었다.
‘제가 그런 걸 준비할 시간이 어디 있었습니까? 당연히 거짓말이죠. 이렇게라도 말해야 모용가주도 쫄려서 움직일 거 아닙니까?’
「하긴. 자기만 버리고 딴 놈들끼리 재미난 짓을 한다고 하면 괜히 신경 쓰이지.」
필마온이 낄낄 거리다가 히죽 웃으면서 물었다.
「하지만 저놈들도 완전히 바보도 아니고,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발 뺄 텐데?」
‘그러니까 단순 사기로만 끝내면 안 되죠.’
「그럼?」
‘이제부터 진짜로 만들어야죠.’
필마온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핫!
「이제부터 돌아가면서 똑같이 사기를 치려고?」
‘그겁니다.’
「이야, 이놈 간댕이도 크네?」
나는 모용가주에게 했던 말을 황보, 구양, 팽가에도 똑같이 가서 할 생각이었다.
그런다면 서로가 서로를 도와 알아서 자중지란을 일으켜 줄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방점을 찍으면 그만이지.’
나는 차갑게 웃었다.
그때는 정말 저들에게 지옥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단순한 표현만 그런 게 아닌.
‘진짜’ 지옥을.
물론 그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푸하하하핫! 진짜 나 너무 골 때리는 곳에 왔잖아. 본체 놈이 한 짓 중에서 정말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곳에 왔-」
‘그러니 그 전에 필마온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응? 나한테?」
‘예.’
「뭔데?」
‘황금쇄자갑, 언제 옵니까?’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나?」
‘아, 오광이 말씀하지 않으셨나 보군요. 황금쇄자갑, 당분간 제가 대여하기로 했습니다.’
필마온의 얼굴이 황급히 오광에게 향했다.
오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일세. 뭐, 지금 내 이 상태로 황금쇄자갑을 착용하기는 어렵지 않나? 어디 보관하기도 여의치 않고. 해서 운휘에게 소정의 대가를 받고 빌려주기로 했네.」
「마, 말도 안 되는…!」
‘하여간 그게 있어야 제가 정말 재미난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
‘정말, 정말정말정말로 재미날 텐데. 어떻게 갑주가 없으니 보여드릴 길이 없네….’
나는 빚을 기다리는 염왕채주(閻王債主, 채업자)처럼 씩 웃었다.
「…조,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사흘이면 되겠습니까?’
「야야! 그건 시간이 너무 촉박하잖아. 한 달! 아니, 두 달은 족히 필요하-」
‘닷새 내에 주시리라 믿습니다. 천하의 제천대성인데 설마 한 입으로 두말하겠습니까?’
「…….」
반쯤 넋이 나간 필마온의 얼굴에 오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웃음을 겨우 막았다. 하지만 얼굴은 시뻘겋게 익어 있었다.
나도 그 모습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 * *
사흘 뒤.
“백운산으로 이동한다!!”
모용세가의 정예 오백 명과 잔뢰검단 백 명을 실은 선박이 모용도를 떠나 뭍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모용세가에서 부른 것으로 보이는 군상(軍商)의 치중 수레가 잔뜩 모여있었다.
급하게 모은 것 치고는 꽤 많은 숫자여서 모용세가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여기 있는 육백 명뿐만 아니라 다른 세 가문의 정예들까지 족히 한 달 가까이 먹일 수 있는 양이야……. 이것이 남궁, 아니, 무제성의 저력인가.’
당유창은 그 광경을 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외가의 일원이 된 지 일 년 여.
그동안 수도 없이 무제성의 저력을 보았지만 그때마다 놀랍기만 했다.
구룡분타가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로서는 우물 밖의 하늘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나는 그런 남궁에 필적하는 당문의 가주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외쳤던 거고……. 하하하. 유창아, 유창아. 너는 멍청해도 너무 멍청했었구나.’
문득 운휘의 얼굴이 떠올랐다.
녀석은 이러한 천하의 모습을 알고 있었을까?
아마 알고 있었을 것 같았다.
그런 녀석의 눈에는 자신이 얼마나 못나게 보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쉽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러니 내게 이런 것이 온 거겠지?’
당유창은 품속에 든 쪽지를 만지작거렸다.
남궁세요가 주고 갔던 단주의 전언.
보고 나면 즉시 소각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는 선뜻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쪽지에 적힌 내용 때문이었다.
―너는 당(唐)이냐, 남궁(南宮)이냐?
첫 문구는 그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그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남궁이라면 이 서찰을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척하라. 상부에 보고해서 공을 세우는 것도 방법일 것이나,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본 맹의 함정에 놀아나는 중이라며 오히려 요주의 인물로 분류될 테니까.
―하지만 당이라면 이 서찰을 태우지 말고 갖고 있어라. 그리고 즉시 흑왕을 찾아서 이리 전하라. ‘소천마가 백운산으로 가고 있다’고.
서찰은 당문에서 보낸 거였다.
가문은 아직 나를 잊지 않았구나…….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 서찰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잔뢰검단주가 정의맹에 붙은 걸까?
그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는 성 내에서도 알아주는 태상장로의 오른팔이니까.
그렇다고 이를 전달한 남궁세요도 세작은 아닐 터였다.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으니까.
아마 도중에 재주 좋은 누군가가 서찰을 바꿔치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확실한 건 검단 내에 자신을 관찰하는 정의맹의 눈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유창은 쪽지를 가지고 사흘 내내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고민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깊은 고민이 들어서.
‘…정의맹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는 것은 확실해. 서찰을 태운다면 나는 이 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게 되니 도중에 일이 잘못되어도 혐의를 벗을 수 있어.’
하지만 당유창은 바보가 아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혐의는 벗을 수 있어도 의심은 벗지 못한다.
그런다면 지금과 똑같은, 아니, 이보다 훨씬 심한 대우를 받으며 무제성의 그저 그런 무사로만 남겠지.
정치적 생명은 그날로 끝이었다.
‘이 쪽지를 가지고 상부에 보고해도 되긴 될 거야. 하지만 어디다 보고하지? 단주? 노야들? 그도 아니면… 태상장로?’
자신은 저들 중에 누가 정의맹에 붙었는지 알지 못한다.
단주가 아닐 거라 확신하고 있지만 만약 세작이 맞다면?
그를 피해서 다른 노야에게 보고해도 문제이다.
노야 중에 세작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뿐더러, 왜 직속 상사인 단주에게 보고하지 않고 위에다 보고하냐며 문책이라도 돌아오면 끝장이었다.
무제성은 관군에 못지않은 철저한 상명하복의 체계를 강조하니까.
‘차라리 태상장로에게 직접 쪽지를 보여준다면……!’
흑왕의 비호를 받게 된다면 문책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가 자신을 제대로 도와줄지는 모르겠다. 흑왕은 당가 출신을 유독 가장 크게 혐오하기로 유명하니까.
무제성주에게 찍혀 잔뢰검단의 말단으로 쫓겨났을 때도, 그냥 저대로 품을 게 아니라 아예 내쫓아야 한다고 소리치던 작자였다.
반면에, 정의맹으로 다시 전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천마가 백운산으로 가고 있다라…….’
아마 정의맹에서 별도의 정보망으로 알아낸 첩보일 터.
그걸 흑왕에게 따로 보고해서 환심을 사라는 의미겠지.
물론 그만한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추궁이 돌아올 테지만.
정의맹에서는 그것과 관련된 답변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만약 흑왕이 정보의 출처에 대해 의심하거든, 모용도에서 이걸 발견했다고 전달하면 된다. 그러면 의심을 거둘 것이다.
쪽지에는 아주 작은 판자 파편이 달려 있었는데, 앙마신화종에서 쓰는 것으로 보이는 암어가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대략 무슨 내용인지는 짐작이 갔다.
‘모용도에 숨은 앙마신화종의 세작이, 무제성의 소탕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소천마에게 알리는 것으로 꾸민 증거물이겠지.’
당유창은 질끈 눈을 감았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문이냐, 남궁이냐?
친가냐, 아니면 외가냐?
일 년 전이라면 모를까, 당유창은 이제 양가 모두에 강한 환멸감을 갖고 있었다.
‘차라리 당문의 개가 되어 무제성의 중추까지 들어갈 수 있다면……?’
―네가 원한다면 맹의 모든 첩보망을 이용해서 너를 무제성의 중역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너는 그 대가로 친가에서 부탁하는 몇 가지 일만 대신 처리하면 되는 것이니.
―당문의 일원으로서 네가 받았던 혜택을 되갚을 생각은 없느냐?
정의맹이 직접 나서준다면 그토록 꿈꾸던 입신양명은 일도 아닐 것이다.
‘…….’
당유창은 깊게 고심했고 곧 결심했다.
‘…그래. 말하자.’
자신이 현재 소속된 곳은 남궁일지니.
비록 외가에서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의리까지 저버려서는 안 되었다.
당유창은 이 쪽지를 그대로 단주에게 보여주어 상부에 보고할 생각이었다.
“단주님, 따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냐?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단주 남궁상막은 노골적으로 짜증난 기색을 드러내면서 당유창을 노려봤다.
부대는 이제 백운산이 있는 태화현에 들어서고 있었다.
곳곳에서 황보, 구양, 팽의 깃발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오가연합(五家聯合)의 소탕군을 진두지휘할 수뇌부.
이번 일이 끝나면 다른 네 세가를 모두 무제성이 복속시켜야 하므로, 압도적인 무력과 위엄을 지금부터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흑왕과 두 노야의 수발을 드는 것도 그의 몫이었으니. 그러다 보니 당유창 같은 말단의 말을 일일이 들어줄 신경 따윈 없었다.
당유창은 아주 잠깐 주눅이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것이-”
짜아악!
남궁상막은 당유창의 뺨을 날렸다.
“…!!”
“가뜩이나 바빠죽겠는데 어디서 당졸 따위가 길을 막아? 안 비켜? 남궁세요! 남궁세요, 이 새끼 어디 있어!?”
“예, 예! 다, 단주님! 무, 무슨 일이십니-”
“무슨 일이긴 인마!! 이거 안 보여? 너 막내 관리 똑바로 못해?”
“시, 시정하겠습니다!”
남궁세요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다가 당유창의 뒷덜미를 잡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의 뒤로 단원들의 비웃음과 경멸 섞인 시선이 뒤따랐다.
“무슨 일이래?”
“몰라. 당졸 놈이 단주에게 말을 걸었나 봐.”
“푸핫! 뭐? 제정신인가. 가뜩이나 조금 전에 일 제대로 못한다고 노야께 까여서 잔뜩 골이 난 양반인데-”
“당졸이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그런 것도 없고. 쯧!”
“…….”
당유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마지막 남은 의리라도 지키려 했을 뿐인데, 저들은 애당초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 따위가 없었다.
그제야 당유창은 저들과 자신 사이에 그어진 ‘선’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저들은 남궁.
반면에 자신은 당.
그 선은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친다고 해도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아니, 애당초 열릴 기회조차 없었다.
쩌적-
당유창의 심장 안에 든 뭔가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짜악! 짜악! 짜아아악!!
결국 그날 당유창은 하루종일 남궁세요를 비롯한 여러 선배로부터 몰매를 맞게 되었고.
이튿날 아침, 퉁퉁 부은 얼굴을 겨우 가라앉히고 식사를 위해 잠깐 밖으로 나온 흑왕 앞에 바짝 엎드렸다.
“이놈이 끝까지……! 태, 태상장로님. 이놈은 제가 처리할 테니-”
“잠깐 두어라. 내게 말할 것이 있어 찾아온 듯하니.”
흑왕은 펄쩍 뛰는 남궁상막을 뒤로 밀어내고 조소를 흘렸다.
“별것 아닌 일이라면 네 목을 칠 것이다, 당졸.”
“제 처지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찌 태상장로님의 소중한 시간을 더럽히겠습니까? 먼저 이것을 봐주십시오.”
“이게 무엇이지?”
흑왕은 차갑게 판자 파편을 받다 말고 이어지는 뒷말에 두 눈을 부릅떴다.
“소천마가 백운산으로 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앙마신화종의 서신을 발견했습니다.”
“뭣이!?”
고개를 푹 숙인 당유창의 두 눈은 새카맣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남궁세요가 가만히 당유창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몸을 돌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