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5)
환생마신전-35화(35/390)
백골망사
산길을 오르는 내내.
남궁산영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정말 이대로 해도 되는 걸까? 이 어딘가에 있는 거겠지?’
그녀가 운휘에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던 것은 그동안 운휘가 보인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의 배후로 있는 이들의 실력도 믿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구룡분가로 들어와서 운휘를 보호하고 저렇게 변화시킬 정도라면 자신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그 배후라는 건 여태 그림자조차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우리만… 있는 건 아니겠지?’
남궁산영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지나온 산길 위로 다시 뿌연 안개가 가득 차는 게 보였다.
그 너머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불안했다.
꼴깍!
남궁산영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 * *
내가 던진 질문에 분기탱천한 건 바로 망령들이었다.
「이 고오야아아안!」
「어디 감히 허락도 없이 소교주의 보물에 손을 댄단 말인가아!」
「네놈의 죄를 네가 알렸다아!」
「소, 소, 소마는 모르는 일이옵니다! 정말이옵니다! 사, 살려주시옵소서!!」
망령들이 잘 걸렸다며 하나둘씩 몽둥이를 꺼내는 통에 십오 호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이전에 벌였던 참교육(?)이 남긴 외상 후 정신적 장애가 아주 만만치 않게 남은 모양이었다.
―귀왕자서(鬼王紫書).
내가 한창 소천마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서술한 법서(法書)였다.
수많은 괴력난신 이매망량을 접하면서 터득한 여러 술수를 정리해놨기에 기존 술가에서 통용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도 참 다양했다.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 망령술이나 자색요안, 악귀령과 같은 것은 물론, 이제는 잊힌 옛 고대 비전과 앙마신화종의 대법들까지 총망라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걸 흑골귀곡이 손에 넣은 것 같았다.
귀술진영을 구성하고 있는 원리나 체계가 어딘지 모르게 낯익었으니까.
‘네가 모른다고? 말이나 돼?’
망령들의 몽둥이가 유달리 반짝거렸다.
「히이익! 지, 진짜이옵니다! 백골망사와 십이흑귀들이 소교주께서 남기신 흔적들을 수습했다는 말은 얼핏 들은 적이 있사옵니다! 하지만 거기서 뭘 얻었는지에 대해 저희에게 공유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사옵니다!!」
‘지들끼리 그냥 꿀꺽했다?’
「그렇사옵니다!! 만약 저희 같은 이들에게도 나눠줬다면 제가 어찌 소교주와 다툴 적에 그런 술수들을 쓰지 않았겠사옵니까!」
한 마디로 내가 남긴 사술들을 수뇌부만 가져가고 밑에는 일절 공유하지 않았다는 뜻.
‘일리 있네.’
「그, 그러니 제발-」
‘전부 내려.’
「존명!」
「쩝. 아쉽군.」
「이런. 군기를 다시 바짝 조일 좋은 기회였는데.」
입맛을 다시는 망령들을 보며 십오 호는 다시 와들와들 떨었다.
그때, 다른 망령이 슬쩍 끼어들었다.
「소교주시여, 하면 저들이 감히 경망되게 주제도 모르고 귀왕자서를 전부 습득한 것이옵니까?」
‘원본은 항상 내가 가지고 다녔으니까. 쇄천봉 날아갈 때 원본도 같이 날아갔겠지.’
「하면-」
‘놈들이 수습한 건 내가 여기저기 남겼던 단편들.’
「아!」
‘물론 그것만 해도 이놈들한테는 아주 큰 도움이 됐겠지만.’
나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렸던 흑골귀곡이니 더욱더 눈에 불을 켜고 내 흔적들을 찾아다녔겠지.
앙마신화종에 남긴 귀왕자서의 조각들도 제법 되니 내전 중에 그것만 습득했어도 장족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녀석들이 끌어모은 귀왕자서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당장 알 수 없단 점이었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면 파훼법은 물론, 자신들의 사술 체계에 큰 변화를 줄 수도 있었겠지.
‘어쩌면 구대마종에서 가져갔을 수도 있고.’
그러면 위험은 더 커진다.
자칫 내 약점이 저쪽에 노출되었을 수도 있으므로.
나로서도 그동안 미뤄뒀던 귀왕자서를 더욱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백골망사가 가져간 내 술수는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는 것 정도?
제 딴에는 개량한답시고 개량한 것 같은데, 내 눈에는 안 차는 구석도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녀석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신교의 율법에 따르면, 도둑질은 그 값어치에 상응하는 매질과 함께 열 배에 달하는 금전으로 보상해야만 하옵니다.」
「백골망사를 탈탈 털어버리시옵소서!!」
「감히 소교주의 유품에 손을 댄 흑골귀곡을 이 세상에서 깡그리 밀어 지엄한 일벌백계를 보이옵소서!」
‘에이, 고작 그거 하나 훔쳤다고 멸문지화까지 가는 건 좀 아니지.’
「??」
「…예?」
「…그, 그게 무슨 마, 말씀이시온지-」
망령들은 ‘얘가 뭘 잘못 먹었나’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흑골귀곡에 그 뒤에 있다는 신교 놈들까지 전부 영원 노역형(永遠勞役刑)에 처해야지. 신입 받을 준비나 해.’
「존명!!」
「역시 소교주시옵니다! 신입 교육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놓겠사옵니다!」
「충성충성!」
그때, 마차는 어느덧 산길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저 멀리 제법 큰 규모의 사당이 보였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던 곳.
주의 기억을 읽으면서 보았던 곳이기도 했다.
정확하게 찾아온 것이다.
음험한 귀기가 느껴졌다.
「음험하기가 실로 흑골귀곡의 수뇌가 있을 만한 곳이로구나!」
「사악한 악취가 여기까지 진동하는 것 같소!」
끼익!
마차가 정문 앞에 멈췄다.
그리고.
드드드득-
습기가 차서 다 뒤틀린 문짝이 억지로 열리면서 앳된 얼굴의 시동이 나타났다.
“구룡분가의 안주인이시군요. 신주께서 바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주사로 이마에 붉은 글씨가 새겨진 걸 봐서는 활강시로 보였다.
어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십오 호와 같은 사검사였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윗 단계인 영검사(靈劍士)일지도.
「백골망사는 이 활강시를 백동(白童)이라 불렀사옵니다. 계급은 영검사. 이 귀술진영의 문지기이자 최고수 중 하나이옵니다.」
역시나.
이름부터가 노골적이지 않은가.
‘백골망사의 아이’라니.
자신의 영혼 중 일부를 분리해서 만든 활강시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남궁산영이 슬쩍 나를 바라봤다.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어쩌면 좋겠냐는 뜻.
『긴장부터 푸십시오, 어머니. 이대로 들어가시면 전부 다 들킬 것 같습니다.』
남궁산영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는 길에 제가 말씀드린 것만 유의해주시고, 나머지는 평상시에 하시던 대로만 하십시오. 그 뒤엔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남궁산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이왕에 내친걸음.
이제 더 이상 그녀에게 돌아갈 곳은 없었다.
“안내하여라.”
남궁산영이 마차에서 내려 도도하게 턱짓하자, 백동은 아주 익숙한 듯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안내했다.
나와 당곤도 호위 겸 하인 역할로 뒤따르려는데, 갑자기 백동이 우리 앞을 막았다.
“아, 같이 오신 두 분은 잠깐 밖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지금 신주께서 한창 치성을 드리는 중인데, 허락받지 않은 외부인이 함부로 발을 들였다가 액이라도 끼면 크게 경을 치십니다.”
나와 당곤의 시선이 허공에서 살짝 얽혔다.
당곤은 내게 맡기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걸 어떡한다?
그냥 이 꼬마놈 머리통부터 부수고 무작정 안으로 쳐들어가?
“치성이라 했느냐?”
그때, 남궁산영이 끼어들었다.
백동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그럼 더더욱 두 사람을 들여야겠구나. 마침 신주께 시주할 것도 있었는데.”
남궁산영이 마차 짐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하면 물건들은 저희가 직접 옮기겠으니-”
“내가 술가 쪽의 일은 잘 몰라도 귀한 물건에 죽은 자의 손길이 닿게 되면 변색이 된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괜찮다면 직접 옮기도록 하고.”
그러면서 오만하게 코웃음을 치는 모습이 제법 남궁산영다웠다.
「그래도 재치는 있나 보군!」
「이거라도 하지 못하면 나가 죽어야 하지 않겠소?」
나는 피식 웃었다.
남궁산영의 임기응변이 제법이었다.
“…대체 가져오신 물건이 무엇이기에.”
“우리 집 망나니 놈이 갖고 있던 물건들이다.”
나는 웃는 걸 멈췄다.
저년이?
“그 배후로 짐작되는 작자들이 쓰던 것을 몰래 가져온 것이고. 술가의 물건이라면 정체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건 신주이셨는데?”
“그런 것이라면… 알겠습니다. 호위 분들도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시죠.”
나와 당곤은 자연스럽게 짐칸 수레에서 커다란 궤짝 두 개를 각각 하나씩 등에 짊어진 채로 남궁산영의 뒤를 따랐다.
“그래. 그 씹어먹고 찢어먹어도 시원찮을 놈의 물건을 가져왔다고?”
남궁산영이고 저놈이고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말본새가 참 가관이었다.
앞마당에 들어서니 소복 차림의 백골망사가 걸어 나왔다.
걸을 때마다 손에 든 종이 딸랑딸랑 요란한 소리를 냈다.
무슨 처녀 귀신도 아니고, 수염도 무성하게 자란 중년 아저씨가 대체 저 꼴이 뭐야?
「아악! 내 눈! 내 누우우운!」
「안 본 눈 삽니다! 안 본 눈 사요!!」
「실로 유해한 작자로다! 소교주시여! 저놈은 반드시 이 세상에서 박멸해야 할 해충이옵니다!」
남궁산영은 대답 대신에 턱짓을 했다.
쿵! 쿵!
나와 당곤이 각각 궤짝을 내려놓자 제법 묵직한 소리가 났다.
“뭐가 많군?”
“서자 놈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색전에 있던 물건들을 싹 쓸어왔어요. 당최 뭐가 뭔지 분간할 수가 있어야죠.”
“신통하지도 않은 사람이 그걸 한눈에 딱 하고 알아맞히면 나 같은 사람들은 굶어 죽으라고? 잘했어, 잘했어. 차라리 어설프게 가져오는 것보다 그렇게 물건을 다 가져오면 내가 분간하기 쉬워지니까.”
괴기하게 웃는 백골망사의 눈동자에는 광기가 번들거렸다.
“왼쪽에 있는 건 백색전의 물건들이고, 오른쪽에 있는 건 금괴예요.”
“그렇지 않아도 때마침 돈이 다 떨어져 가던 차였는데 잘 되었어! 그러면, 어디-”
백골망사가 손을 비비적대며 오른쪽 궤짝의 뚜껑을 열려 하자, 남궁산영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
“설마 이 많은 돈을 그냥 꿀꺽하시겠단 건 아니겠죠?”
“뭐야? 그냥 시주하는 거 아니었나?”
“미쳤나요? 이 많은 걸 그냥 시궁창에 다 갖다 버리게?”
“그럼?”
“아시잖아요. 제가 원하는 것.”
“서자 놈을 죽여라?”
“반드시!”
남궁산영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아주 진짜 같았다.
『대부인의 저 말씀은 아주 진심에서 우러나오신 것 같습니다만?』
『그러면 그 기대에 보답해서 아주 멀쩡하게 살아봐야지.』
『역시. 그래야 공자답죠.』
당곤과 내가 짧게 농담을 나누는 동안, 백골망사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시시덕거렸다.
“으히히! 히히! 그러지, 그러지. 이렇게 물건들도 가져왔고, 배후만 알아내면 그 뒤는 식은 죽 먹기지. 가뜩이나 그놈 때문에 머리가 터져 죽을 것 같았는데 그것 하나 제대로 못하려고! 그러니까 이제 손 놔! 계속 방해하면 정말 찢어버릴 수 있으니까!!”
백골망사는 조금 전까지 시시덕대던 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남궁산영이 손을 치우면서 슬쩍 나를 바라봤다.
자기가 할 일은 끝났다는 뜻.
나와 당곤도 준비했다.
철컥!
백골망사가 웃는 낯 그대로 궤짝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금괴 대신에 주먹만 한 크기의 구체가 잔뜩 들어있었다.
“뭐야, 이건? 이봐, 남궁 시주! 물건 잘못 가져온 거 아냐? 이건 생긴 게 꼭 금괴가 아니라-”
“맞아요. 벽력탄이에요.”
“네년! 설마 배신을-”
백골망사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었다.
뚜껑이 열린 순간부터 이미 궤짝 밑바닥에 깔린 격발장치가 심지에 불붙이고 있었으니까.
귀술진영이 공략하기 힘든 요새라면 그냥 내부부터 폭발시키면 되는 거잖아?
궤짝 안쪽이 빛났다.
한때, 신교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광소폭마산(産) 벽력탄 수십 개가 일제히 폭발했다.
콰콰쾅!!
우르르-
흑골귀곡을 위한 나만의 깜짝 선물이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