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54)
환생마신전 355화(355/390)
환생마신전
성궤(星軌)를 그리다
흑왕은 강했다. 분명히.
하지만 나를 긴장케 하는 것은 그가 아니었다.
어차피 흑왕의 실력이야 나도 익히 잘 알고 있었고, 그 정도는 충분히 내가 예상한 전력 내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뒤에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쪽으로 몰려오는 군세.
숫자가 너무 많았다.
「꽤 많은 인파가 몰려오는데? 어디 보자 일만, 이만… 사만은 되는 것 같은데 감당 가능하겠어?」
필마온은 술법을 부려보더니 가볍게 혀를 찼다.
「지금이라도 냅다 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보다 나를 더 긴장케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군세 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
거리가 너무 멀어 정확한 내력까진 알아낼 순 없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흑왕보다도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야백신군에게 신도들을 데리고 백운산을 빠져나가라고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교주…!』
『백운산 뒤쪽에 귀마가 이미 천혜상단이라는 곳의 상행과 같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거기에 합류해서 움직여.』
『!?』
애당초 나는 신도들을 데리고 무작정 백운산을 빠져나갈 생각 따윈 없었다.
아무리 모용과 황보 등을 포섭했다고 하더라도 무제성과 관군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천라지망이 열린다면 끝장이었다.
결국 여기서 믿을 수 있는 건 천혜상단밖엔 없었다.
흡혈귀마를 시켜 대규모 상행이 백운산 인근을 지나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만에 달하는 신도들을 그 안에 숨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그 안에 삼 할 정도는 일꾼으로 속이고, 나머지도 잘게 쪼개어 곳곳으로 흩어 놓는다면 충분히 천라지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마저도 내가 여기서 시간을 끌었을 때 이야기겠지만.’
흑왕과 잔뢰검단을 척살하고 관군과는 거래를 시도한다.
여기다 정의맹이 움직이는 듯한 시늉도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관군의 출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거기다 그 안에 숨은 자는 나조차도 전력을 예상하기 힘든 작자였다.
황궁에도 몇 명 없을 저만한 고수를 파견했다는 것은 관에서도 신화의 난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는 뜻.
그러니 거래가 잘 안 되었을 가능성을 상정해서라도 여유를 부려서는 안 되었다.
야백신군은 나를 두고 떠나서는 안 된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걱정하지 마. 금방 따라갈 테니까. 그리고 이만큼 고생했으니 멀쩡하게 다 나으신 사부님도 뵙고 싶지 않아?』
『…교주께서 병을 다 나으셨단 말입니까!?』
『후후후! 그럼. 다 잘난 제자를 두신 덕분이지.』
『아…!』
『그러니까 어서 가. 나도 마음 편하게 싸울 수 있게.』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천마현신, 만마앙복.』
야백신군은 이쪽으로 가볍게 목례를 취하고서 몸을 반대로 돌렸다.
“어딜 가려 하느냐-!!”
바로 그때 흑뢰에서 모습을 드러낸 흑왕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격공장을 터뜨렸다.
천뢰삼장(天雷三掌).
순식간에 세 번이나 되는 격공장을 터뜨린다는 남궁의 장법.
콰르르르르릉!!
거친 우레와 함께 검은 벼락이 절벽을 후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번쩍!
쿠르르르르릉-
그러기도 전에 핏빛 벼락이 지면에서부터 솟구치면서 검은 벼락을 갈라 버렸다.
“…너-”
“천마가 이 자리에 몸소 모습을 드러냈거늘, 남궁의 한낱 노괴 따위가 함부로 등을 보이는구나.”
천마를 입에 담는다는 것.
“천마의 이름값이 언제 이렇게 땅에 떨어졌는지 모르겠군.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노괴의 목을 잘라 그 명성을 다시 되찾아야겠다.”
그것은 마도(魔道)를 걷는 자로서 금기이자 성역인 곳을 함부로 넘보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으니.
사부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나는 이제 내 별호 앞에 놓인 ‘소(少)’를 떼어낼 생각이었다.
작은 천마가 아닌.
진짜 천마로서.
그리고…….
그것은 천하십대고수의 머리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네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흑왕도 나를 거치지 않으면 신도들을 붙잡을 수 없다고 여겼던지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이미 머리통이 터져나가거나 사지가 떨어져 땅바닥에 뒹구는 잔뢰검단을 보면서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파직! 파지직! 파지지지직!!
흑왕의 몸뚱이 위로 검은 뇌기가 용틀임하듯이 크게 일어났다.
광량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마치 하늘의 태양이 떨어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무시무시하게 불어닥치는 열풍은 지옥의 불길과도 같이 뜨거워서 악귀지옥의 유황불마저도 증발시킬 정도였다.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양의 의념이 극한까지 압축되어서 세상의 법칙을 조금씩 비틀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내게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이것이 바로 성궤에 오른 고수가 지닌 저력.’
내 살갗이 찌릿찌릿했다. 손끝이 떨릴 정도였다.
아마 천마호심공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의념에 눌려 심장이 터지거나 머리가 박살 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사부님이나 사도들에 비할 바는 아냐.’
흑왕이 절대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지난 석 달 동안 내가 어떤 일을 겪었을지 그는 짐작도 못할 거란 점이었다.
―천외천(天外天).
말 그대로 하늘 밖의 하늘에 존재하는 천선과 신불들의 세계를 엿보지 않았던가?
그들에 비하면, 모든 무인과 술사들에게 있어 꿈의 경지란 성궤마저도 아주 작은 티끌에 불과할 뿐이었다.
심지어 나는 제천대성에 가르침을 받기까지 한 몸.
저까짓 압박에 눌려서야 필마온에게 욕이나 신나게 얻어먹을 뿐이었다.
「엣헴! 이 어르신이 내린 가르침이 좀 대단하긴 하지! 웬만한 건 성에도 안 차지?」
필마온은 잔뜩 거드름을 피우다가 날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그러니까 애송아, 제대로 싸워라. 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필마온의 가르침을, 사부님의 심득을, 호교신공의 비전을 선보이고자 했다.
다름 아닌 천마의 이름으로.
‘삼라만상의 이면에는 절대 부서지지 않고 훼손되지 않은 진리(眞理)가 존재하여, 우리의 지각은 그것을 관념으로 받아들인다. 금정화안은 이를 통찰하여…. 사자안은 진리의 단면 중 하나인 그림자를 엿보며, 우리의 시각은 그 위를 보는……!’
지살수 준(俊)
화안금정
혼합결
마신지옥안(魔神地獄眼)
마신안을 활짝 열었다.
물론 단순한 마신안은 아니었다.
내기의 대가로 필마온에게 배운 화안금정의 구결에다 지살칠십이수의 의념, 그리고 나아가 내가 사자안의 이능을 강화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만들었던 구결까지 하나로 뒤섞였다.
「뭐야? 야! 그거 가르쳐준 지가 언제라고 벌써 쓰려는 거야? 최소한 일 년은 꼬박 수양해야 실마리라도 겨우 잡을 수… 으, 으잉? 저, 저게 되네!」
「말하지 않았나. 저 친구를 우리 기준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 하하하…. 하긴 그러니까 보, 본체가 과, 관심을 기울인 거겠지? 첫 번째 구결인 화안(火眼)의 궤(垝)를 벌써 터득하다니! 이 제천대성의 가르침을 받을 만 해…!」
「자네 입가는 웃고 있는데, 왜 눈가는 촉촉한가?」
「누, 누가 그래! 이 어르신이 눈물을 흘렸다면 기쁨의 눈물이겠지!!」
「하하. 뭐, 그런 거라면 되었고. 하여간 황금쇄자갑에 보운리까지 주려면 등골 휘겠는데?」
「흐, 흥! 화안의 궤를 얻었다고 해서 금정까지 얻은 건 아니잖나! 저건 입문 단계에 불과하니 아직 멀었어!!」
세상이 이리저리 어지러워지면서 여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자 했다.
백회혈이 한껏 더 활짝 열렸고 뇌내에서는 수많은 정보량을 분석하고 해석하며 또 나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영혼의 격이 또 한 번 부쩍 성장했다.
영목이 이제 푸른 나뭇잎을 무성하게 피워냈다.
위이이이이잉……!!
그 순간, 긴고아가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엄청난 광량의 백열을 일으켰다.
「…마치 서역의 야소교에서 말하는 광륜(光輪, 헤일로 혹은 님버스)을 보는 것만 같군. 광륜을 터득한 이는 깨달음을 얻은 성인(聖人)만이 가능하다지?」
「험험! 뭐, 그래도 이 어르신이 가르쳐준 걸 잘 귀담아 들었나 보구만. 이래서 스승이 중요하긴 한가 봐.」
오광의 감탄과 필마온의 헛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긴고아의 도움을 빌려 화안금정의 묘리가 일부 가미된 마신안의 시야로 아주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은 온통 검은색 의념으로 가득했다. 짜증과 나를 죽이겠다는 살의의 심상.
특히 흑왕을 중심으로 하늘까지 닿아있는 검은 기둥이 가장 크게 눈에 띄었다.
저것이 바로 성궤에 오른 이들이 자신의 의념을 하늘에다 새긴다는 의념통천(意念通天)인 것 같았다.
저 통천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고와 심상을 새겨넣으면 하늘의 법칙이 뒤틀린다던가?
성궤(星軌)란 바로 그런 의념통천이 새기고 지나간 궤적을 의미했다.
그런데 육감으로 ‘느끼던’ 것을 막상 시각으로 ‘보게’ 되니 막상 기분이 미묘했다.
동시에.
‘…어렵지 않겠는데.’
지금이라면 나도 저것을 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볼 수 있다는 건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래서 나 역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의념을, 심상을, 나의 의지를 그쪽으로 쏟아내어 하늘과 연결했다.
한순간 삼단전에 있던 내공이 백회혈을 통해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하늘에선 대자연의 흐름이 그대로 내려와서 내 의념 섞인 내공과 맞물리기 시작했다.
마치 음양이 서로 꼬리를 물면서 태극을 이루듯이.
찰칵……!!
뭔가가 결합 되는 소리와 함께.
대자연과 의념이 뒤섞이면서 대우주와 소우주가 하나로 결합되었다.
말로만 듣던 대자연과의 연결, 혹은 하늘과 이어진다는 천지교통(天地交通)이었다.
그리고…….
화아아아아악!
“!!!”
나는 한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던 인지 영역의 한계가 허물어지면서 무한정 사방으로 뻗쳐나가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감지되고 인지되는 세계의 모든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내 손끝에 걸려 원하는 대로 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전능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흑왕의 두 눈이 충격으로 커졌다.
나를 압박하기 위해 쏟아낸 의념과 패기가 갑자기 한순간 물로 씻은 듯이 사라질 거라 생각지 못했을 테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새카맣던 세상은 이제 붉게, 혹은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의 색(色)이었다.
내 의념천주가 흑왕의 의념천주를 전부 밀어버린 것이다. 아니, 지워버린 것이다.
별다른 충돌도 없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이이익!!”
흑왕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어떻게든 다시 의념천추를 세우려는 것 같았다.
검은 뇌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자줏빛 색채를 밀어내려 했지만.
콰쾅! 콰콰콰쾅!
우르르르릉-
콰콰콰콰콰콰……!!
그러기도 전에 혈뢰가 여기저기 번쩍이면서 검은 뇌기가 튀어오르기도 전에 제압했다.
흑왕은 이미 혈뢰로 만들어진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신세였다.
―입천성궤(入天星軌).
그 옛날, 천하제일인이나 오를 수 있다던.
그리고 지금은 천하십대고수나 겨우 발을 얹을까 말까 한다는 지고의 경지에 오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생애, 소천마 때도 이루지 못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셈이었지만.
정작 나는 크게 기쁘거나 하는 감흥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당연하다는 느낌.
원래 당연히 올라야 할 곳에 올랐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 역시 천선과 신불이라는 세계를 엿보았기에, 그리고 사부님의 경지를 보았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보여. 하늘의 시선이.’
나는 의념천주를 통해서 한껏 맑아진 하늘을 통해 이쪽으로 쏟아지는 여러 ‘눈’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너… ‘저것’이 보이는 게냐?」
오광이 던진 질문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 천계의 눈이 보인다고? 대체 몇 개나 보이는 게냐?」
정확하게 헤아릴 수는 없지만 하늘에 무수히 박힌 별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것 같았다.
아니, 별이 곧 시선인 것 같았다.
「…이제야 겨우 ‘눈’을 떴으면서 저 많은 눈들이 보인다고? 허허허허. 역시 자네는-」
오광은 감탄을 터뜨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필마온도 같은 생각이었던지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가 재빨리 헛기침했다.
「험험! 그, 그만큼 이 어르신의 가르침이 대단했단 뜻이지! 하지만 저 눈들이 주는 유혹에 함부로 넘어가지 마라! 이 어르신이 계속 감시하고 있으니까! 너희들도 내가 침 바른 것에 손 대기만 해봐, 아주 그냥 다 처발라버릴 테니까!!」
필마온은 하늘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그쯤 되니 나도 저 눈들의 주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천선과 신불들……. 천계의 신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신기하게, 또 누군가는 수상쩍게, 흥미롭게, 재미있게, 따분하게, 심심하게, 의심스럽게, 혹은 적대적이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를 보는 시선은 그만큼이나 제각각이었고 나로서도 참 재미난 경험이었다.
저렇게 많은 천선과 신불이 내게 관심을 보인단 말이지? 그거 참 괜찮은데?
필마온처럼 또 다른 호구가 걸려들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한편으로는 여기서 저 많은 시선을 감지하는 건 나뿐이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흑왕은 저 하늘의 시선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황망한 얼굴로 날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그렇다는 뜻은 단 하나.
나, 좀 센 걸지도?
한순간, 내 시선과 흑왕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고.
파앗!
파아앗-
동시에 자리를 박차면서.
콰르르르르릉-
우르르르릉! 우르르르르!
콰콰콰콰콰콰!!
각각 혈뢰와 흑뢰를 터뜨리면서 격돌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