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69)
환생마신전 370화(370/390)
환생마신전
녹림투왕(綠林鬪王)
반 시진 전.
흡혈귀마는 안내를 받아 천당채 안으로 들어서면서 생각했다.
‘여긴 단순한 산채가 아니야. 성채지.’
녹림은 산길을 통제하여 상인들에게 보호비를 명목으로 통과료를 뜯어내거나, 양민들의 마을을 습격해서 약탈로 생활을 영위했다.
저들 딴에는 제국의 탄압과 압제를 피해서 도망친 자유민이라며 포장하긴 하지만.
흡혈귀마의 눈에는 세상에서 박멸해야 할 해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칠십이사사문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거지들의 문파인 개방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며 중원 각지에 흩어져서 요충지를 이미 선점하고 있단 점이고.
둘째는 총표파자를 비롯한 주요 산채의 주인들이 무시하지 못할 고수라는 점 때문이었다.
특히 당대 녹림의 총표파자인 녹림투왕(綠林鬪王) 풍고적은 등봉에 오른 고수로, 역대 총표파자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그의 의형제라 불리는 천당사적(天堂四賊) 역시 초절정에 오른 고수들로, 녹림이 일흔두 개나 되는 산채를 완벽하게 통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 때문에 정의맹과 무제성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녹림을 지울 엄두를 내지 못했고.
소림사 역시 자신들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하남무림에 똬리를 튼 총본단을 지우지 못했다.
대신에 녹림투왕은 절대 필요 이상의 약탈을 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직접 신승에게 해주면서 오늘날의 지배권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녹림은 명목상으로만 칠십이사사문에 속할 뿐, 신교의 직접적인 지배는 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녹림투왕의 출신부터가 원래 대막종이었지.’
구대마종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성격을 자랑하는 풍마대막종의 출신들은 하나 같이 거친 기질을 자랑한다.
녹림투왕도 별다르지 않을 거란 예상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운휘의 천마첩을 거부할 거란 예상까지도.
아니나 다를까.
“천마첩이라? 전대 교주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군.”
녹림투왕은 살아생전 아주 큰 덩치를 자랑했을 것 같은 이가 대호(大虎)의 거죽을 얹은 옥좌에 앉아 카랑카랑하게 웃었다.
붉은기가 감도는 머리카락과 푸른 눈, 유달리 털이 많은 몸은 그가 서역인들의 피가 상당수 섞여 있음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이걸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군. 옛날의 신교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데 말이야. 형제들의 생각은 어떤가?”
“저희도 대형과 같은 생각입니다. 신교도 칠 년 전에나 신교이지요!”
“하물며 앙마신화종이라니… 하! 고작 다 무너지는 종파를 하나 가지고 정통을 운운하다니요. 쯧쯧! 이리 세상사에 둔해서야.”
“다들 천마, 천마라고 부르니 정말 애송이가 정말 천마라도 된 줄 아나 봅니다.”
“차라리 이참에 대형께서 그놈의 머리통을 부숴버리고 그 자리에 앉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 그럴까? 그러면 내가 이제부터 앙마신화종주가 되나?”
“천당신화종주는 어떠십니까! 키키키키킥!”
“그것참 그럴싸한 이름일세, 핫핫핫핫!”
“…….”
흡혈귀마는 자신을 앞에 두고 경망스럽게 웃어대는 녹림투왕과 천당사적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시선을 발끝으로 내렸다.
마침 잔뜩 구겨진 천마첩이 계단을 타고 내려와 자신의 발끝에 부딪쳤다.
흡혈귀마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들의 도발에 놀아날 생각 따윈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운휘의 전언을 전하기 위한 전령이었을 뿐이니까.
앙마신화종과 주군에 대한 모욕은 이다음에 갚아도 되는 거였다.
화르륵!
흡혈귀마는 삼매진화를 일으켜 천마첩을 태운 뒤, 다시 고개를 들어 녹림투왕을 바라봤다.
“이것이 녹림의 대답인가 보군. 알겠소. 하신 말씀은 모두 소교주께 잘 전달해 드리겠소.”
흡혈귀마가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리며 천당채를 떠나려는데.
“이런 이런, 벌써 가시면 어쩌나? 아직 이쪽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말일세.”
갑자기 천당사적이 유들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와 흡혈귀마의 앞을 가로막았다.
흡혈귀마는 고운 이마를 찌푸리면서 녹림투왕을 돌아봤다.
“녹림에서는 손님을 이리 대하시오? 산중호걸이라 하여 산인(山人)은 원래 호연지기를 빼면 시체인 줄 알았는데?”
“호연지기야 당연히 우리를 논할 때는 절대 뺄 수가 없지. 하지만 오히려 그 질문은 내가 그대의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요?”
녹림투왕은 팔을 괴면서 우악스럽게 웃었다.
“천마첩이니 뭐니 하는 건 골치 아프니 난 잘 모르겠고. 녹림을 거두고자 한다면 녹림의 법도대로 따르자, 이 말이야.”
“녹림의 법도?”
“그래. 녹림의 법도! 녹림의 대가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나?”
“모르오만.”
“간단해. 그냥 깨부수면 돼.”
“!?”
“나도 그렇게 이 자리에 올랐거든. 전대 총표파자의 대가리를 깨버리면서 말이야.”
녹림투왕은 대호의 가죽을 손으로 두들기면서 낄낄 웃었다.
천당사적들이 옆에서 웃음을 더했다.
“그때 참 거칠었지. 천산을 나오자마자 거하게 사고를 쳤으니.”
“정파 놈들 대가리 좀 두어 개 깼다고 산속으로 도망쳤다가 내친김에 산적 두목이 된 셈이니!”
“내 팔자에 이딴 깡촌에서 장작이나 패면서 살 줄 누가 알았겠냐고! 대형만 아니었어도 그것 참!”
“시끄럽다, 이것들아! 지금이라도 지겨우면 하산하라니까!”
“에이, 그건 싫지. 지금 천산이 얼마나 엉망인지 알면서 그러오?”
흡혈귀마는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녹림투왕과 천당사적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는 행동도 무식하고, 그들의 태도 역시 기분 나쁜 건 여전하지만.
상하 구분이 크게 없이 가족처럼 자유분방하게 보내는 모습이 어쩐지 스스럼없는 운휘와 자신들의 모습과도 엇비슷했으니까.
‘자신들을 복속시키려면 힘으로 입증하라? 신교의 법칙과 다를 것도 없군. 하긴 녹림이나 천산이나 결국 강자존(强者尊)의 세계인 건 똑같겠지.’
흡혈귀마는 가만히 자신 앞에 놓인 탁한 마유주를 내려다봤다.
처음에 손님에게 내어주는 선물이라며 준 것이었는데 노린내가 심해서 입도 대지 않았었다.
하지만 왠지 지금은 마셔야 할 것 같았다.
흡혈귀마는 바로 그릇을 낚아채 꿀떡꿀떡 넘겼다.
“오?”
흡혈귀마는 역내를 참고 다 마신 뒤 그릇을 탁상에 내려놨다.
쾅!
“총표파자의 전언은 소교주께 다시 잘 전달하리다. 그 다 무너져가는 종파가 어째서 정통을 주장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소.”
녹림투왕은 텅 빈 그릇을 보면서 어금니가 드러나도록 훤히 웃었다.
“패기가 그럴싸하군. 그나저나 술은 입에 좀 맞았나?”
“먹을 만했소.”
“신기하군. 중원인 중에 처음부터 그걸 잘 마신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말이야.”
“다음번에는 이쪽에서 대접해 드리리다. 종주께 크게 깨지고 나면 아주 크게 필요할 테니.”
“파하하하! 아주 자신만만하구만! 기대하지.”
녹림투왕의 호쾌한 웃음소리에 흡혈귀마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그에게 조롱과 도발을 서슴지 않던 천당사적이 이번엔 별다른 개입 없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지금만큼은 산적이 아닌 잘 정련된 정예 병사 같았다.
‘나를 시험했던 거였나?’
아무래도 천마첩을 들고 찾아온 자신을 자극해서 앙마신화종이 녹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스스럼없는 분위기이면서도 수장에 대한 예우도 갖출 줄 알고. 최소한 선이라는 건 안다는 건가.’
이들에 대한 나빴던 첫인상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지금 이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면 함께 한다고 해도 나쁠 것 같지 않은데.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흡혈귀마가 포권지례와 함께 물러서려던 그때였다.
『참으로 어리석고도 어리석구나. 이래서 인간이란 족속들은 풀어놔서는 안 되는 것이야.』
별안간 천당사적 중 한 명의 눈동자가 뒤로 뒤집히더니 간질에 걸린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더니 두 눈을 확 하고 뒤집었다.
* * *
동시에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목덜미부터 핏줄이 당장 터질 것처럼 튀어 올랐다.
“선건!!”
녹림투왕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던지 놀란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신(降神, 신내림)……!!’
흡혈귀마는 마른침을 삼켰다.
풍마종의 신, 대위덕은 구대마신 중에서 가장 많이 하계에 간섭하기로 유명했다.
주교급 이상의 인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에게서 신탁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설마 여기서 갑자기 강신을 시도할 줄이야!
‘녹림의 총표파자가 되면서 지난 소속을 떠난 게 아니었나?’
이것은 절대 쉽게 여겨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
‘주군께 당장 알려야만 해!’
흡혈귀마는 대위덕이 대체 운휘를 어떻게 하려는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녹림투왕의 성정과 상관없이 절대 호의를 갖고 대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강신이 이뤄지면서 휘몰아치는 황량한 바람과 살기가 짙어도 너무 짙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여길 빠져나가지…?’
흡혈귀마는 감각을 예민하게 세우면서 주변을 살폈다.
바로 그때였다. 선건이라 불린 이가 녹림투왕 쪽으로 고개를 확 하고 돌리더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어가 잔뜩 섞인 신의 목소리였다.
『어리석은 종아, 내 분명히 말하지 않았더냐! 저치들이 오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목을 쳐서 성문 밖에다 내걸어 일벌백계로 보이라 하였거늘!!』
녹림투왕은 이를 꽉 깨물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쳤다.
“신이시여! 소교주와 관련된 일은 저희에게 모두 일임하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부디 저희를 믿고 맡겨 주신다면 신의 위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갈-!! 그깟 안일한 태도로 뭘 하겠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소교주의 머리이니라! 네깟놈이 소교주를 벨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느냐?』
선건의 입술 끝이 크게 비틀렸다.
『그놈이 조금 전에 감히 다른 신들이 보낸 사자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건방지게도, 그 내용은 듣지도 않고 말이다. 이것이 신을 무시하는 오만한 처사가 아니고서 무엇이겠느냐?』
흡혈귀마는 그제야 전후 사정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대위덕이 우리를 해치기로 작정했구나! 녹림투왕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애둘러 대련을 치르자고 했던 거고….’
마신이 소교주를 노리고 있었다.
『한데, 사도는커녕 한낱 주교(主敎) 따위에 지나지 않은 너 같은 하찮은 놈이 어디 머리카락이라도 하나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으냐?』
녹림투왕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소리쳤다.
“부디 한 번쯤 당신의 종을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설사 제가 패배한다고 하여도, 그걸 자양분 삼아 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이까? 제가 알고 있는 마도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네놈이 이제는 신을 가르쳐 드는구나!』
실내를 가득 채운 살의가 더욱더 짙어졌다.
흡혈귀마가 옴짝달싹하지 못한 가운데.
『…이곳으로 피하시오. 서두르시오!』
갑자기 그의 귓가로 누군가의 전음이 꽂혔다. 천당사적의 둘째, 과노백이었다.
흡혈귀마는 왜 자신을 도우려냐는 눈빛을 보냈다. 과노백이 씩 웃었다.
『풍마종의 주교까지 되었던 대형이나 우리가 왜 천산을 박차고 나왔는지 아시오? 저 빌어먹을 신의 간섭과 제약이 심해서였소. 그러니 서두르시오! 눈치를 채시기 전에!』
『…감사하오. 금방 다시 오겠소.』
흡혈귀마가 과노백이 가리킨 방향대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아니 되겠구나. 결국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안-”
덜덜덜……!
그 순간 녹림투왕의 고개가 확 뒤로 뒤집혔다.
눈동자가 넘어갔다. 하얘진 온몸 위로 핏대가 잔뜩 올랐다. 녹림투왕이 거부하고자 했지만 이미 그의 몸에 자리잡은 대위덕의 정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
흡혈귀마는 이를 꽉 깨물면서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길 시도했다.
그때 녹림투왕의 백안(白眼) 위로 귀화가 타올랐고.
『쥐새끼 따위가 감히 아직 신의 말도 끝나지 않았거늘, 어딜 가려 한단 말이냐-!』
녹림투왕, 아니, 대위덕이 옥좌에 걸려 있던 도끼를 벼락처럼 뽑으면서 흡혈귀마 쪽으로 날렸다.
어마어마한 신력이 담겨 있어 그야말로 세상이라도 쪼개버릴 것 같았다.
흡혈귀마는 미처 어떻게 피할 새도 없이 두 눈을 크게 떠야만 했다.
“!!!”
휘리리리릭-
퍼어어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