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79)
환생마신전 380화(380/390)
환생마신전
장난을 조금 쳤습니다
“분부하신 대로 수로연맹과 하오문은 소신이 책임지고 후토기 아래 복속시켜 놓겠소.”
녹림투왕은 비교적 멀쩡한 왼손으로 포권을 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몸이 충분히 다 낫고 나서 해도 되는데.”
나도 너무 비무에 몰입해버린 탓일까?
녹림투왕은 멀쩡한 곳 하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고 며칠을 꼬박 의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틈이 날 때면 꼼꼼히 내가요상을 도와주긴 했지만 여전히 전부 회복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녹림투왕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세게 나가야만 하오. 파양수신이나 요망항아 같은 작자들은 근본이 박쥐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오.”
수로연맹은 대개 구성원들이 산적보다도 더 악질이라는 수적이나 해적들이고, 하오문은 양민들의 등을 처먹고 사는 파락호들이 주를 이뤘다.
녹림투왕은 그들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 내 등에다 칼을 꽂을 수 있는 작자들이니, 지금쯤이면 어떻게든 간을 보려 들 것이오. 그러니 그 전에-”
“미리 제거를 해둬야 한다?”
“그렇소.”
녹림투왕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핏.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파양수신과 요망항아의 제거 계획은 사실 내가 아닌 녹림투왕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였다.
―녹림대회의에 참석할지 말지로 저들이 고민하는 틈에 급습해서 머리를 날려버리자.
녹림투왕의 계획을 간단하게 줄여서 설명하자면 위와 같았다.
현재 강호에는 녹림투왕의 주관하에 일흔두 개 산채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의가 열릴 것으로 알려진 상태.
여기다 수로연맹과 하오문에게도 연대 제안을 했으니, 호사가들의 많은 이목이 ‘과연 중원의 칠십이사사문은 손을 함께 잡을 것인가?’로 귀결되었다.
녹림, 수로연맹, 하오문이 모두 천마교에 복속된다면 사실상 앙마신화종은 새롭게 부흥하는 데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한편으로는 그들 간에 갈등이 격화되어 사파가 지리멸렬하기를 바라는 이들도 적잖았다.
녹림투왕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파양수신도 요망항아도 결국 녹림대회의에 참석할지 말지에 관해서 주판을 두들기느라 정신이 팔려있을 테니, 바로 그 틈을 이용해서 뒤를 쳐서 놈들을 싹 다 제거해 버리자고.
파양수신은 그렇다 쳐도, 요망항아가 숨은 하오문 비밀총단은 위치가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그것도 큰 걱정이 없다고 했다.
이미 언젠가는 그들을 모두 잡을 생각으로 위치를 특정해 두고 있었다고…….
만약 그의 명령만 떨어진다면, 근처에 있는 산채에서 산적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저들의 머리통을 모조리 박살 내놓을 터였다.
“어차피 수적이나 파락호나 본질은 쓰레기요. 더 큰 강자가 나타나면 알아서 굴복하는 게 그들의 습성. 그러니 얼마든지 흡수할 수 있을 것이오.”
“대체 언제 그런 준비를 다 해둔 거야?”
“내 비록 내 선택으로 산적이 되었다고는 하나, 애당초 그네들이 별로 탐탁지 않았었소. 함께 싸잡아 취급당하는 것 자체가 불쾌할 정도였으니까.”
어쩐지 이해가 되었다.
녹림투왕은 산적이기에 앞서 대막종이 자랑하는 주교이자 전사이지 않았었나.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던 마인인 만큼, 무인으로서 자존심 따윈 개나 줘버린 수로연맹과 하오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한편으로는 산적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야망도 있었을 거고.’
그래서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치워버릴 속셈으로 잠자코 기다리고 있다가 이번에 나를 만나게 되었으니.
녹림투왕으로서는 이참에 한꺼번에 중원의 사파무림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여긴 것이다.
그 많은 인원과 정보망을 이용한다면 후토기의 완성도, 신교의 부활에도 큰 도움이 될 테니.
「허! 저토록 노골적인 뒤통수라니!」
「그야말로 소교주의 수하가 아니랄까 봐 악랄하기 짝이 없구료.」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
망량과 원귀들이 중얼거리면서 중원무림이 조만간에 인성질로 가득 차겠다느니 뭐니 하는 말을 지껄이는 가운데.
“그리고… 만약에 이번 일이 잘 끝난다면 하, 한 가지 부, 부탁 드리…… 고 싶은 게 있소. 험험!”
“부탁? 뭔데?”
녹림투왕은 여태껏 의기양양하게 굴던 것과 다르게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헛기침했다.
“만약에 이번에 후토기의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고 나면-”
“하고 나면?”
“그… 가면을 벗어줄 수 있으시겠소?”
“…음?”
그의 얼굴이 좀 더 붉어졌다.
“그래도… 명색이 주군의 충복이 되려 이리도 애쓰고 있지 않소? 사사로이는 황룡공도 전수 받았으니 사승 관계라 해도 될 거고…. 그쯤 되면… 험험! 가까운 관계라고 봐도… 되지 않겠소……?”
계속 헛기침을 하면서 슬쩍슬쩍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덩치에 참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저 때문인 것 같습니다…?』
흡혈귀마가 슬쩍 전음을 보내왔다.
『뭐라고 했었는데?』
『저더러 주군의 맨얼굴을 본 적이 있냐고 묻더군요. 혹시 화상 같은 걸 심하게 입으셨었냐고.』
그러고 보니 강호에 내가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이유로 얼굴에 끔찍한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지?
지난 칠 년 동안 내상은 회복했어도 얼굴은 그러지 못했다나 뭐라나.
워낙에 꽃미남으로 유명했던 이 몸이니 화상이 남은 얼굴을 드러내기가 싫어 그런다는 건데… 아무래도 녹림투왕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장난을 조금 쳤습니다.』
『장난?』
『예. 주군이 진심으로 충복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니면 얼굴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고요.』
『…뭐?』
『그러니 그걸 믿네요? 하하. 의외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박한 친구인 것 같습니다.』
손으로 이마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게 충복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저런 부탁을 했다는 거잖아?
어이가 없으면서도 뭔가 재미있었다.
그래서…….
“난 또 뭐 어렵다고.”
찰칵!
나는 얼굴로 손을 가져가 가면을 벗었다.
“!?”
녹림투왕은 내가 이렇게 흔쾌히 가면을 벗을 줄 몰랐던지 화들짝 놀랐다가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화상으로 다친 얼굴 대신에 드러난 것이 아직 약관밖에 되지 않은 앳된 얼굴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내 얼굴은 강호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아주 유명했다.
반악이 소생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미남자이자, 정의맹 당문에서도 손에 꼽히는 어린 영웅이었으니까.
녹림투왕은 내가 왜 백발천마로 활동하고 있을 땐 이렇게 가면을 쓰고 다니는지 이제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인 이유에 대해서도.
“넌 이미 나의 충실한 신하이자 충복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녹림투왕은 곧 감격에 찬 얼굴이 되어 포권을 취했다.
“나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소, 주군.”
* * *
나는 야백신군을 후토채에 남기고 흡혈귀마와 함께 다시 대별산을 내려왔다.
본격적으로 마군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체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한 데다가, 수로연맹과 하오문을 병탄하는 과정에서 혈마교의 방해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그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우리는 녹림투왕이 내어준 팔륜마차에 올라탄 채 동쪽으로 이동했다.
흡혈귀마가 마부를 자처하는 동안, 나는 대위덕의 정을 식령하면서 얻은 영기를 소화하는 데 주력을 다했다.
‘영목에 꽃봉오리가 폈어.’
관조하는 내내 나는 영목을 보면서 감탄 아닌 감탄을 몇 번씩이나 터뜨리고 말았다.
대체 언제 이만큼 자란 것인지, 흡수된 마룡검에서 발아한 영목은 이제 잎사귀가 무성해질 만큼 아주 크게 성장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슬그머니 고개를 든 꽃봉오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저것이 만개하면 영화(靈花)가 된다.
수선(修仙)을 꿈꾸는 자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다는 영화는 지니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양의 영력(靈力)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꽃의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영력을 보유할 수 있으므로, 수선자들 사이에서는 영화의 보유 숫자에 따라 그들의 계급이 나눠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떨어진 자리에 맺힌 영실(靈實)은 비로소 천선과 신불로 거듭날 기회를 마련해주니.
‘보통 일백 개의 열실을 먹어야만 완전히 영혼이 진화를 이뤄서 천선과 신불이 될 수 있다지?’
마룡검을 얻은 시기를 생각해 본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였다.
나는 그것이 전부 사자안의 이능과 운술검해의 묘리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두 가지만큼 상단전을 자극하여 영목에 영양소를 지급하는 것도 없으므로.
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지살칠십이수.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
필마온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서 팔짱을 낀 채로 있다가 내 시선을 발견하고 눈을 슬그머니 떴다.
“주실 거 있잖습니까?”
「뭘 맡기기라도 한 것 같은 말투구나!」
“주실 거 없으면 쇄자갑과 보운리부터 내놓으시죠? 내기 이겼잖아요?”
「으윽…! 그, 그건-」
나는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면서 마신안을 활짝 열었다. 자줏빛으로 물드는 동공의 테두리가 금색으로 젖었다.
사자안과 섞이면서 기존 형태와 달라지긴 했어도, 분명히 완벽하게 익힌 화안금정이었다.
거기다 그 안에는 지살수의 구결도 각각 두 글자씩 담겨 있었다.
일 년이란 시간을 걸었던 필마온의 내기를 벌써 이겨낸 것이다.
물론 제천대성의 성취에 비하면 이제야 겨우 입문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최상위 공법을 이렇게 해낸 것만으로도 필마온으로서는 도저히 빠져나갈 틈이 없는 확고한 증거였다.
“아니면 지금 제천대성을 불러서 따져야겠-”
「주겠다! 주면 되는 거잖아!!」
필마온은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양손으로 재빨리 내 입을 막았다.
혹시 제천대성이 듣기라도 했을까 봐 창가 쪽을 엿보는 건 덤이었다.
아무리 천선과 신불이 대개 할 일 없는 백수 천지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각자 맡은 구역과 임무가 있는 것이 필마온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어디 동네 방구석에 처박혀서 소설책 보듯이 날 계속 지켜보고만 있다고 해봐라. 그랬다간 필마온의 헛짓거리가 제천대성의 귀에 들어갈 테고… 그랬다간 필마온은 끝장이었다.
필마온은 이를 박박 긁었다. 그동안 오광과 나에게 속은 것에 분개라도 한 눈치였다.
하지만…….
「후우! 그래. 네 녀석이나 저 영감이 그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다!」
필마온은 냉소를 흘리더니 양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동안 왜 이렇게 말이 없나 헀었는데.
아무래도 단단히 뭔가를 준비한 모양이었다.
「쇄자갑에 보운리, 거기다 자금관까지 얹어서 내기 판을 더 키우자!!」
“저야 상관없는데 그래도 되겠어요? 밑천 다 털리면 진짜 천년면벽, 뭐 그런 걸로는 안 끝날 텐데?”
「하!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아무리 네 녀석이라고 해도 이건 절대 쉽게 익히지 못할 거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로 봐서는 정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혹시 내기 종목이 근두운이 아니라 다른 걸로 바뀌었나?
오광을 슬쩍 돌아보니 그도 잘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래도 근두운이 아니라 다른 어려운 것을 내놓으려는 모양이었다.
그건 좀 아쉬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천대성의 공법을 전부 익혀보고 싶었었는데.
차라리 내기를 여기서 끝내고 보상만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필마온의 새로운 제안을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필마온은 그런 내 표정을 읽었던지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부터 보여줄 건 이름하여 복해근두운(復海筋斗雲)! 어떠냐! 이름부터 이미 무시무시하지!?」
…뭐냐, 저 복잡기괴한 이름은.
별 이상한 걸 가르쳐주나 싶어서 인상을 좁히는 데 갑자기 오광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엥? 복해면 교마왕의 이명이지 않나? 그걸 그렇게 마구 써도 되는 건가?!」
설마 교마왕의… 공법?
순간 호구를 보는 내 두 눈이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