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83)
환생마신전 384화(384/390)
환생마신전
괴뢰(傀儡)
광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제성의 총단에 뛰어들었다.
“무, 뭐야, 이 사람들은!?”
“천뢰검단이잖아!”
“그런데 행색이 왜 이 모양 이 꼴… 아니, 그보다 눈깔이 맛이 갔잖아!”
“이보게, 남궁순! 정신 차리시게. 날 알아보겠는가? 나 남… 크아아악!”
친구를 알아본 몇몇 무인이 다가가 그들을 걱정했지만.
와락!
광인들은 갑자기 가까이 있는 이들을 끌어안더니 목덜미를 입으로 물어뜯었다.
푸화아악!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던 데다가 경동맥이 끊어지는 출혈 사고라 주변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네 이놈, 떨어지지 못하겠느냐!!”
사람들은 그제야 광인들의 눈가가 마기로 젖은 것을 깨닫고 다급히 겁을 뽑았다.
“망령이 쓰인 게 분명하다, 망령이……!”
“율뢰부는 뭘 하는가! 율뢰검사를 불러! 율뢰검사를! 어서!!”
삐이익! 삐이익!
댕댕댕댕댕-!
숙위검사들이 다급하게 호각을 불었다. 성곽에서는 비상 사태를 알리는 종소리가 다급히 울렸다.
하지만 광인들의 공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 더 많은 피!”
“남궁을 죽여라! 남궁을 죽이면 우리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이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정신 차리시게들! 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닥쳐!! 네 목이나 내놔!”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는 시도는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광인들은 하나 같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뿐.
알 수 없는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내공까지 발동하니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번천검진을 펼쳐라! 저들을 전부 제압해!!”
하지만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같은 가인(家人)은 가인이었다.
정확한 사정도 파악해야 하기에 무제성은 처치보다는 생포에 중점을 두는 합격진을 펼치며 그들을 묶으려 했다.
채채채채챙!
퍼퍼퍼퍼펑-
하지만 제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광인들 모두 절정의 경지를 뛰어넘고 실전 경험도 많은 무제성 최고의 정예들이 아니었던가.
거기다 죽음을 도외시하고 무작정 달려들기만 하니 번천검진만으로 상대하기가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같은 가족이기에 쉽사리 검을 들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고.
또한, 어떻게든 독한 마음을 먹고 광인들을 토벌하려 해도, 생각지 못한 고수들이 튀어나와 훼방을 놓기도 했다.
촤아아아악!!
남궁검사 네 명의 목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어디서, 내 앞길을, 가로 막느냐. 어서, 목을, 내놓지, 못하겠느냐.”
“일검노야까지……!”
거긴 있어서는 안 될 십검노야의 수장까지 서서 강기를 줄줄이 뽑아내고 있었으니.
그 기세는 어떻게 범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남궁검사들의 눈가에 두려움이 내려앉았다.
* * *
한편.
무괴는 그 시각 암뢰부에서 보고한 강호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사가(四家), 정의맹 정식 가맹 선언.
―청적검신, 복건 진출. 운하 점거 시도 중.
―위풍단 이동 중으로 파악. 행선지 파악 중.
.
―천마교, 녹림대회의를 틈타 파양수신과 요망항아 제거 완료.
―주요 산채들이 현재 수로연맹과 하오문 지부를 급습하는 중.
―그 외, 주요 사파 소속 문파에 충성 맹세를 담은 사절을 파견하는 중인 것으로 파악.
.
.
이보다 난세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무제성이 통합하려던 사가는 정의맹으로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천마교는 이틈을 타서 봉기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사파무림을 손에 넣는 중이었다.
여기서 발목이 묶인 건 오로지 무제성밖엔 없었다.
무제성밖에는…….
쾅!
무괴는 주먹으로 탁상을 세게 내려치면서 시뻘게진 눈으로 중얼거렸다.
“이것이 전부 다 그놈들 때문이다, 그놈들…….”
분노가 임계점을 넘은 순간 갑자기 우측 가슴이 타들어 갈 듯이 아파 왔다.
두근!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이 이상 화를 내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라도 하듯이.
“후우-”
무괴는 길게 숨을 몰아쉬면서 어떻게든 분노를 희석해보려 애썼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고수답게 금세 흥분했던 신경계가 가라앉을 수 있었다.
무괴는 자리에서 일어난 그대로 동경(거울) 앞에 다가가 자신의 상의를 확 열어젖혔다.
아흔이 넘는 나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조각을 한 듯이 완벽하게 다듬어진 구릿빛 육체가 드러났다.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매끈한 근육뿐이었지만.
옥의 티로 우측 가슴팍에 손바닥 자국 같은 것이 깊숙하게 남아있었다.
욱씬!
그것을 보고 있노라니, 무괴는 다시 상처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 같았다.
“…육사도.”
바드드득!!
무괴는 으스러져라 이를 갈았다.
그 때문에 다시 심장이 거칠게 뛰었지만 이번에는 결코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십여 년 전에 겪었던 수모가 다시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 같았으니까.
‘쓸모가 있으면 종으로라도 부려볼까 했는데. 사냥개로 부릴 가치조차 없어 보이는군.’
‘당신은… 대체……!’
‘당가주란 작자는 그래도 제법 저항이 있었는데 말이야. 때문에 포섭할 수는 없어도 너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짐작은 얼추 할 수 있었는데. 너는, 흠!’
‘!?’
‘이렇게 보니 또 쉬운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어렵군. 흠! 아니면 이것이 결국 인간이 닿을 수 있는 한계인가? 격차가 있으니 혼란스럽군.’
‘나를… 나를 앞에 두고 그딴 망발을 지껄이지 마라!!’
놈은 본인을 가리켜 탑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가축.
언제든지 가둘 수 있고 요리할 수 있는 짐승 정도로만 여기는, 모든 것을 혐오하고 경멸하는 눈빛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무괴는 그런 시선을 결코 참을 수 없었다.
그런 눈은 원래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하물며 오랫동안 경쟁자로, 그리고 알게 모르게 열등감을 주었던 당가주와의 비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개 정도 취급은 해주마.’
무괴는 육사도에게 일초지적도 될 수 없었다.
‘개! 개라고!? 내가! 천하의 이 창궁무제가! 남궁진천이! 개라니! 개라니!!’
무괴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뜯을 듯이 꽉 쥐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처에 남은 통증만 더 커졌다.
이 안에는 육사도 염계가 남겨 놓은 역천혈인종(逆天血因腫)이라는 마기가 들어있었다.
육사도가 내린 지령을 듣지 않거나 그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려면 자동으로 폭발하게 되어 있었으니.
무괴는 이 때문에 그동안 타의 반으로 혈마교에 끌려다녀야만 했다.
이걸 제거하려는 노력도 숱하게 해봤다.
그동안 혈육들을 죽여 그 혈기를 가로채는 등 경지를 어떻게든 상승시키려 노력했으니까.
덕분에 성궤도 완숙이라는 경지까지 개척할 수 있었으나.
여전히 역천혈인종이라는 이름의 이 족쇄는 도저히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제거하려 들면 ‘그까짓 것으로?’라는 식으로 무시할 때도 번번히 있을 정도였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육사도와 혈마교의 요구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 간다.
저들은 그저 무제성을 중원무림을 혼란하게 부추길 패로만 여길 뿐이지, 절대 동등한 선에서 바라보지 않았다.
실제로 그 때문에 무제성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으니. 이제는 혈마교와의 연대도 거의 드러나 정파무림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위기였다.
천년남궁의 역사가 끝날 수도 있는…….
하지만 이런 판세를 뒤집으려고 애써보려 해도, 결국 육사도가 나서서 개입해버리면 쓸모가 없는 것이 되어버리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놈들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내가 놈의 모가지를 움켜쥘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성주, 안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다급한 목소리.
그의 신변을 지키는 암뢰부 제일전선주였다.
무괴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들어오라.”
“쉬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무슨 일인가?”
“천뢰무단이 귀환했습니다.”
“그래? 천마의 목도 같이 가져왔겠지?”
“그, 그것이-”
기대와 달리 일전선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괴가 인상을 찡그릴 무렵.
콰아아아아앙!!
우르르르……!
“!”
“!”
갑작스러운 기파와 함께 무제성 총단의 건물들이 흔들렸다.
최소한 성궤에 오른 고수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기파.
무괴의 안색이 차가워졌다.
“…일검노야에게도 무슨 일이 발생했던가?”
“아무래도… 백발천마가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일검노야부터 천뢰무단까지, 살아돌아온 이들의 이상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역으로 당한 거로군. 망령이 쓰인 건가?”
백발천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몸을 강탈당하는 것. 녀석이 부리는 망령에 자신이 당하지 않을까, 친구나 동료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통 세력의 주인들은 과거에 소천마를 만날 때 항상 술사들을 대동하곤 했다.
세뇌나 최면에 당할 우려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우려했던 일을 당하고 말았으니.
“그 때문에 사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성주께서 직접 일검노야를-”
“무슨 말인지 알았다. 금방 검을 챙겨서 나갈 테니 우선 저들을 한자리에 몰아두도록.”
“존명!!”
무괴는 일전서주가 나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반대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벽에 걸려있던 애병, 무천검(舞天劍)이 저절로 달려와 그의 손아귀에 잡혔다.
초대 가주께서 대붕을 직접 사냥해서 그 척추를 가공하여 만드셨다는 검.
무괴는 그것을 든 채 시선을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아무래도 나와 이렇게 만날 시간을 벌기 위해 조잡한 짓거리를 벌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만 나오지 그러나?”
살짝 그림자가 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괴가 인상을 찡그렸다.
“나오지 않겠다면… 베겠다.”
지이이이이잉!
무천검이 잘게 검명을 토해내면서 순식간에 실내를 그의 존재감으로 가득 채웠다.
창궁무애심법(蒼穹無碍心法) 열천공(熱天功).
하늘을 뜨겁게 불사를 듯한 열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무천검도 들끓는 화산처럼 잔뜩 이글거렸다. 검신과 검병, 검집까지 모든 것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럴 필요 없소. 그저 당신의 기세를 버티려면 그만큼 나도 준비가 필요해서 그런 것이었으니.”
저벅!
그림자를 열고서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긴 백발과 하얀 가면. 그리고 자색전포.
자줏빛과 금빛으로 빛나는 눈.
백발천마였다.
파앗-
그 순간, 무괴가 기다렸다는 듯이 무천검을 뽑아 백발천마의 머리를 베어갔다.
그야말로 신속(神速)이라는 말이라고밖에 떠오르지 않은 속도.
가면과 함께 백발천마의 머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하지만…….
파스스스스!
“이럴 줄 알았지. 이래서 내가 나오는 게 늦었던 거요. 당신이라는 사람은 애당초 신뢰할 수가 없거든.”
갈라진 백발천마의 환영이 사라지고, 대신에 새로운 백발천마가 문에 등을 기댄 채로 서 있었다.
무심한 눈빛. 차가운 말투.
대화를 나누려고 찾아온 손님이라기보다는 생사대적을 앞에 둔 이의 태도에 가까웠지만.
철컥!
무괴는 오히려 가볍게 실소를 흘리면서 무천검을 도로 검집에 밀어 넣었다.
“나에 대해서 잘 아는군. 그렇다면 이야기 나누기 편하겠어. 거기 앉게.”
무괴의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