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85)
환생마신전 386화(386/390)
환생마신전
무괴(武乖)
거친 바람이 불었다.
황량한 사막에서 불어온 삭풍.
흑색 갑주를 두른 철갑마(鐵甲魔)의 기수(騎手)들은 피풍의로 입가를 가리면서 뒤를 돌아봤다.
“도착했습니다, 대장. 이제 어찌할까요?”
저 멀리, 검을 거꾸로 세운 것처럼 뾰족한 산등성이가 보였다.
매화가 만발하여 오로지 붉은 꽃잎으로 가득한 곳.
그들이 몰고 온 북방의 메마른 바람과는 대비되는 색채를 가지는 곳이었다.
화산(華山).
구대문파의 일원이자, 모든 검류의 조종.
비록 지금은 북숭소림과 남존무당의 명성에 빛이 바랜 감이 없잖아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그 우아한 기상만큼은 무림일절로서 수많은 무인의 동경심을 불렀다.
하지만 이곳에 나타난 흑갑기수들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짓밟고 지나가야만 하는 적수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들이 바로 혈마교 풍마대막종의 최정예, 흑풍철갑기마대(黑風鐵甲騎馬隊)… 강호에는 흑풍기(黑風騎)로 더 유명한 마인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은 한때 교주위를 두고 신검천마와 다툴 정도로 뛰어난 무위를 보유했다는 대막종주였으니.
철갑마왕(鐵甲魔王) 단목상려.
현재는 혈마제일인(血魔第一人)이라 불리는 이가 투구 아래로 매서운 눈빛을 빛냈다.
“아주 잠깐이지만, 조금 전 백일몽을 통해 신께서 직접 계시를 내리셨다.”
아직 신통이 남아있는지 신력이 짙게 베인 목소리.
흑풍기는 모두 마른침을 삼키거나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들의 종주를 지켜봤다.
대막종주는 그들의 수장이면서도 북방에서 비교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신통력이 강한 무격(巫覡, 샤먼).
이따금 강신(신내림)이 심해질 때는 성궤를 능가하는 실력을 선보이기도 하기에 그녀가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신탁처럼 여겨졌다.
“매화의 붉은빛을 저들의 핏빛으로 물들여라. 그리고 나아가 혈마만이 천마 위에 있음을 증명하라는 계시이시다.”
“!”
“그 말씀은……!”
철갑마왕은 투구를 깊게 눌러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인 중원 침공을 시작한다. 신께서 그리 바라신다.”
“신의 이름으로!”
“신의 이름으로!!”
“가자.”
대막종주가 말의 배를 걷어차자 철갑마가 거친 투레질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대막종이 섬서무림에 본격적으로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 * *
나는 무괴의 눈가에 어린 감정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당혹, 곤욕, 수치, 짜증, 기대, 의심, 갈망, 두려움…….
이만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 이토록 진솔하게 감정을 내비친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광기가 지독할 정도로 미쳐있거나, 혹은 그만큼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토록 격한 감정의 출렁거림은 평상시에도 보기 힘들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치료……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소? 사부님도 놈들의 저주로 고생하셨지만 결국 다 완치하시고 지금은 멀쩡하게 돌아다니시는 중이라고.”
“치료, 치료……!”
무괴는 사부님이 되살아나셨다는 말보다 통탄할 저주를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것에 훨씬 더 심각하게 꽂힌 것 같았다.
그러다 그가 다시 인상을 팍하고 찡그렸다.
“네놈이 거짓을 고하는 건지 내가 어찌 알고?”
“당신쯤 되는 사람이 내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구분하지 못한단 말이오?”
“…진실이군.”
털썩!
무괴는 결국 내 멱살에서 손을 놓았다.
나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투덜거렸다.
“이것이 얼마나 비싼 비단으로 만든 건지는 아시오? 주름이 지면 안 되는 것인데.”
“쓸데없는 소리일랑 지껄이지 말고. 깐족대는 것은 칠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구나.”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지 않소?”
“하긴 염라도 네놈을 데려가길 거부하겠지.”
무괴는 자신의 자리에 도로 앉으면서 다리를 외로 꼬았다.
그새 생각이 정리되었던지 두 눈이 조금 전보다 더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다.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처럼.
“날 치료해준다고? 왜?”
“그야 당신이 염계를 물어뜯길 바라니까.”
“적의 적은 동지라는 거냐?”
“우리가 동지가 되기엔 너무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소?”
“하긴. 거머리처럼 당졸 놈들에게 달라붙은 네 녀석과 손을 잡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나는 백운산전투와 천뢰무단을 해치운 것을 두고 말한 것이었지만.
무괴는 반대로 백운산전투 이후 네 가문의 수장들이 정의맹에 달라붙은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긴 그의 눈에는 백발천마가 정의맹과 손을 잡고 무제성의 전력을 깎는 것처럼 보이겠지.
이를 지켜보던 황실 역시 이 때문에 소생반악과 백발천마를 동일인으로 의심한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면 무괴도 충분히 그렇게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은 확실히 조심해야겠군.’
백발천마와 소생반악은 어디까지나 서로 다른 진영에서 움직여야만 했으니까.
나는 냉소를 흘렸다.
“여기서 정의맹이 왜 나오시는지 모르겠군.”
“잡아떼겠다는 거군. 뭐, 아무래도 좋다. 나는 당장 이 빌어먹을 족쇄만 치워버리는 게 급선무니까!”
무괴가 미간을 좁히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 족쇄를 치우는 척하면서 다른 족쇄를 채우려 하면 어쩌지? 나는 그냥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데? 응?”
“의심이 많아도 너무 많으시군.”
“너희 술사들 따위에게 그동안 지독하게 당했으니까!”
무괴는 의심암귀와 편집증을 동시에 지닌 정신병자였다.
세상이 모두 자신에게 적개심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도리어 세상만사를 제 손에 움켜쥐어 마음껏 흔들어대려고 한다.
그의 세상에 대한 증오심은 범인들이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섰다.
그리고 그 광기는 자신의 혈육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에 대한 반항이라 생각하여 잡아먹으려 든다.
그러니 여태 적대 관계로만 있던 내가 갑자기 저주를 치료해주겠다고 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겠지.
혹시나 내가 그 저주를 치워주는 척하면서 다른 술수를 부릴지 않을지, 다른 저주를 불어 넣거나, 혹은 암습을 하지는 않을지.
정의맹에서 다른 꿍꿍이를 부리려는 건지는 아닐지, 염계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함정을 판 것은 아닐지, 무제성 내에서 다른 반란 세력과 손을 잡고 일을 꾸미는 건 아닐지…….
수많은 망상(妄想)에 에워싸여 정신이 혼란스러울 그의 의심을 잠재울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하지 않을 거요?”
“…….”
잠시간 침묵이 흘렀고.
“…좋다. 하지.”
무괴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새 손톱을 얼마나 많이 물어뜯었는지 손끝이 다 해져 있을 정도였다.
「정말이지 미친놈 그 자체로구나.」
‘애당초 그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니까요. 염계에 대한 의심도 아마 극에 달해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복마전에도 저와 비슷한 놈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광에게 미처 그가 누군지는 묻지 못했다.
“그렇다면 네 녀석이 바라는 건 내가 혈마교를 물어뜯길 바라는 것이렷다?”
“당연하오. 애당초 내 목적이 혈마교와 귀혈신회의 제거에 있으니. 칼이란 많으면 많아질수록 더 좋은 것 아니겠소? 무제성과의 계속된 분쟁이 부담되기도 하고 말이오.”
“그렇군. 그것이라면 충분히 믿어볼 법하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믿지 못해.”
“어찌하면 믿겠소?”
“내 밑으로 들어와라.”
한순간 무괴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무천검을 이쪽으로 던졌다.
휘리리릭-
푹!
무천검은 허공에서 저절로 검집과 분리되더니 바닥에 꽂혔다.
동시에.
쩌어어어어엉!!
청아하게 울리는 검명(劍鳴).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던 살의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음공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더니. 검탄(劍彈)으로 음파의 진동에다 경파를 섞은 건가?’
예술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당장 내가 어떻게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깊이.
검학을 그토록 깊게 팠어도, 여전히 나는 가야 할 길이 멀어도 너무 멀었다.
더군다나…….
‘심상이 짙게 묻어있어.’
마신안을 열지 않아도 얼핏 보였다.
그 안에 담긴 의념이 얼마나 강렬한지.
무괴가 강호초출 때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 그가 살아온 역사 그 자체였다.
검에 미치다 못해 결국 정신까지 미치고 말았던.
광인의 역사가 집합된 검.
사부님이 걸으셨던 공명정대한 마도와는 궤를 달리하는 광기에 젖은 정도였다.
모순(矛盾)이 담겨 있기에 내부를 훑어볼 수 있다면 내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다면 너를 곧바로 후계자로 삼아 그 검까지 넘겨주마. 어떠냐?”
“!?”
그런데 거기다 덧붙인 말이 참으로 파격이었다.
“…조금 전까지 내가 의심스럽다고 하시지 않았소?”
“그랬었지.”
“당신과 내가 만난 건 고작해야 이번이 처음일 뿐인데?”
“사람을 알아보는데 무슨 시간이 길게 필요하다는 거냐.”
무괴가 송곳니가 훤히 드러나도록 웃었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그에게 섬뜩한 뭔가를 느꼈다.
멱살을 붙잡혔을 때도 위기를 느끼지 않았건만.
어째서 지금은 살기조차 띠지 않는데도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걸까?
“이곳이 적진 한가운데인 줄 알면서도 찾아온 배포만 봐도 둘 중 하나지. 멍청하거나, 자신 있거나. 그게 딱 한 끗 차이거든.”
“…….”
“그런데 아쉽게도 내 혈육 중에는 그만한 배포를 가진 놈이 없단 말이지? 그러니 네 녀석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무괴의 두 동공이 기이한 빛깔을 토해냈다.
“그 검을 받아들여라. 그런다면 네 녀석과 손을 잡겠다.”
나는 어서 자신을 잡으라며 강렬하게 떨리는 무천검을 슬쩍 보다가 무심한 시선으로 무괴를 바라봤다.
광기로 가득 찬 두 눈은, 오히려 광기로 가득하기에 도저히 그 속내를 정확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정말이지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도리어 무제성을 통째로 삼켜서 신교로 탈바꿈시키면 어쩌시려고?”
“그것이야 당한 놈들이 멍청한 것이지. 그땐 네가 알아서 해라. 내가 원하는 건 오로지 내 욕심뿐이니까.”
무괴에게 무제성은 그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 그 뒤에 그것이 어떻게 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설사 천 년의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가문이 스러진다고 하더라도, 그는 절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리라.
나는 무천검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발을 가볍게 굴렸다.
쿵!
땅에 떨어진 검집이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무천검도 도리어 뽑혀서는 검집으로 빨려 들어가며 무괴에게 되돌아갔다.
착!
무천검이 무괴의 허리춤에 다시 걸렸다.
원래 그랬듯이.
“미안하지만 본인의 스승은 세상에 오로지 딱 한 명 뿐이시오.”
“큭! 나와 비슷한 과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그냥 멍청한 놈이었군.”
무괴의 눈에는 내가 그저 무제성을 집어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걷어찬 멍청이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그저 무괴와 걸을 길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내게 있어 ‘세력’이란 도구가 아닌 가족. 내가 품어야 할 사람들이었으니까.
무제성이 내 식구가 된다면 그렇게 부려먹기만 할 생각 따윈 없었다.
“나는 당신의 밑으로 들어가지 못하오. 그것이 내 대답이외다. 하면 이 멍청이와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오?”
“그럴 리가. 오히려 그러니 더 탐이 나는 것을.”
투두둑!
무괴는 자신의 상의를 힘껏 뜯어서 뒤로 젖혔다.
“우선 이것부터 지워라. 이 뒤의 일은 그 뒤에 논의해도 될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