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88)
환생마신전 389화(389/390)
환생마신전
천뢰제왕(天雷帝王)
나의 혈뢰가 어둡고 은밀하며 강렬하다면.
무제성주 무괴 남궁진천의 뇌광은 찬란하고 화려하며 폭발적인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전설 속 황룡(黃龍)이 일어나 크게 용틀임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
고대의 제왕이 그 머리 위에 앉아 세상을 오시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
대대로 남궁가주만이 익힐 수 있었다는 가주절기.
저것을 발동하는 동안 남궁가주는 제왕과 같은 위엄을 드러내며 실제로 무림의 제왕처럼 군림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오늘날 천뢰제왕신공은 성궤에 오른 무괴의 손을 타며 한 차례 더 큰 탈바꿈을 선보였으니.
―창궁대연천뢰제왕강기(蒼穹大衍天雷帝王罡氣).
줄여서 천뢰공(天雷功)이라 부르는 강기공이 탄생하게 되었다.
역천혈인종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는 제왕의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는 황제와 같은 위엄을 선보이고 있었다.
마치 삼라만상과 세상천지가 모두 그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인간이 뇌기라니! 하! 정말이지 아무리 절지천통이 시작된지 수천 년이 지났다지만, 세상 말세로구만! 세상 말세!」
필마온은 무괴를 보면서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내 머리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머리가 무거울 정도였다.
오광 쪽을 돌아봤다. 그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해하게나. 사실 자연 속성을 다루는 것은 신선이나 영물에게 허락되었던 것이거든. 하물며 뇌기는 원래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천상의 것이라네.」
‘뇌기를 다룬다는 것이 그만큼 무거운 의미를 지니는 겁니까?’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 원래 뇌기라는 것은 예부터 신왕(神王)에게나 허락된 힘이었다고.」
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오광이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천선이나 신불 중에도 손을 댄 이들이 많긴 하네만, 용왕인 나조차 허락된 뇌기는 전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네. 하물며 상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저 필마온의 눈에는 가당치 않은 짓으로 보이지 않겠나.」
확실히 그동안 만나 본 천선이나 신불 같은 신적인 존재들은 위계질서를 엄중하게 따지는 편이었다.
불멸(不滅)과 필멸(必滅). 그 두 가지 사이에는 절대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 테지.
저들의 눈에 필멸자는 윤회전생의 굴레도 탈출하지 못한 축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하물며 고대에는 신왕에게만 허락되었던 힘을 인간이 탐낸다?
헛된 욕심 혹은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반역 행위라 보일 것 같았다.
예전에 사부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저 천상의 존재들은 절대 인간들이 자신들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야 하계의 것들은 오로지 천상을 부역(賦役)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까.’
‘…그것은 가축과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인간, 축생, 아귀, 수라. 공통점이 뭔지 아느냐?’
‘윤회하는 존재들이 아닌지요?’
‘정확하게는 윤회전생을 하게 되는 존재들.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죽을 수 있는 이들이지. 지금 여기 있는 네가 언젠가 죽고 난다면 다시 인간으로 깨어날 수도, 개미 같은 미물이나 아귀 같이 이성이 없는 존재로 깨어날 수도, 혹은 싸움만 미치도록 좋아하는 수라로 깨어날 수도 있다.’
‘사부님, 저 술사입니다. 그쪽은 제가 좀 더 박식하… 아악!’
‘말대꾸하지 말고 가만히 듣고 있거라.’
‘옙.’
‘그러니까, 흠, 그것이-’
‘?’
‘…네 녀석 때문에 하려던 말을 잊어먹고 말았구나. 괘씸하니 한 대 더 맞거라.’
‘아아악!’
그때 혹이 잔뜩 난 머리를 쥐고서 한참 동안 꾸중을 들어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히 가르침은 계속 이어졌다.
‘이제 생각이 났구나. 하여간 네가 정확하게 보았다. 천상의 것들은 우리를 가축과 다를 바 없이 바라본다. 아니, 최소한 말귀는 알아들으니 그보다는 평가가 높을지 모르겠구나. 여하튼 그래도 그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
‘왜 그런 표정을 짓는고?’
‘하지만 저희는-’
‘대마신을 비롯한 구대마신을 모시는 교인들이지.’
‘…한데.’
‘대마신께서는 최소한 저들과 다르시니까.’
‘!?’
‘대마신의 가르침 중 가장 큰 가르침이 무엇이더냐?’
‘욕망이 가는 대로 걸어라… 입니다.’
‘그렇다. 다른 신들은 항상 내세를 말한다. 죽음 이후에 찾아올 절망 속에서 너희를 구제해 줄 터이니, 이를 위해 현생에서는 그저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말이다. 신분에 만족하고, 재산에 만족하고, 처지에 만족하라고. 그냥 생각을 비우고 묵묵히 명령에 따르기만 하라고 하지.’
‘아.’
‘왜 그렇겠느냐? 욕심이 제거되고 자신들의 말에만 충실한 신도들이 다루기 훨씬 편하기 때문이니라.’
‘…….’
‘그러니 내세 따윈 신경 쓰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고 욕망을 실현하라는 대마신의 가르침이 저들의 눈에는 불경하고 그릇된 것으로만 보이겠지. 그래서 마(魔)인 것이다. 알겠느냐?’
마(魔)라는 글자는 현재의 평화와 규칙에 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잘못되고 삿되며 그릇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마신께서는 그것이 마라면 기쁘게 마를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신다.
세상 아래 사람들이 뭐라고 손가락질하건 간에 자신만 떳떳하면 되지 않느냐며.
그리고 이를 가족과 주변 지인들만이 인정해줄 수 있으면 되지 않느냐며.
그렇기에 신교에서 개개인은 모두가 다양하고 특이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그러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깊은 신뢰와 의무를 갖고 있다.
본디 인간은 사회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었다.
앙마신화종의 단합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결국 저것을 보고 분개하는 필마온도 신은 신이라는 거군.’
돌원숭이로 태어나 고행 끝에 불멸을 얻었으니 그도 이제 불멸자들과 같은 시야를 가지게 된 걸까.
그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제천대성으로 살아온 시간이 이제 필멸자로 산 시간보다 훨씬 길어졌으니, 다른 불멸자들보다 훨씬 더 필멸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만 빼면 저들과 똑같아졌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웃기만 했다.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간에 필마온과 오광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중단전에 자리잡은 왕천군도 마찬가지일 테고.
「…….」
왕천군을 어떻게 꼬드겨서 그의 공법을 자세히 배울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었다.
뇌기를 확실하게 다루고 더 발전시키려면 그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니까.
대신에 지금은 혈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 중인 뇌기공을 관찰했다.
‘천뢰공에서는 분명히 배울 점이 많겠지. 천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를 거듭 이어오면서 완성된 체계와 완성도가 있을 테니.’
예상했던 대로 천뢰공은 내게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혈뢰는 세 자루의 이기어검이 뿜어내는 검기(劍氣)와 검기(劍技)가 주를 이루어 발동된다.
그렇기에 빠르고 은밀한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천뢰공은 강기공이었다.
뇌광 하나하나, 벼락 한 줄기 한 줄기, 우렁찬 천둥소리가 모두 무괴가 지닌 막대한 양의 공력이 최대한 응집되어 터져 나오는 맹수의 포효와도 같았다.
그렇기에 천뢰공은 만물을 압도하는 위엄과 무게가 있었다. 그래서 그 뒤에는 파괴적인 결과가 뒤따랐다.
나는 아마 저것이 원래 뇌기공이 갖춰야 할 진짜 모습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칙적으로 만든 혈뢰와 다르게 천뢰는 오로지 뇌기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탄생한 것이니.
거기다 천 년을 넘는 역사 동안 제왕으로 군림했던 가문인 만큼 그 무게도 고스란히 담겼겠지.
‘검기(劍技)는 그대로 놔두되, 검기(劍氣)는 검강(劍罡)으로 치환한다면 내공 소모는 크더라도 확실히 위력은 보장돼. 다만,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을 경우에 눈 먼 강기 때문에 자멸할 위험이 크고-’
나는 천뢰공의 장단점을 빠르게 분석하면서 혈뢰에 접목할 방법을 빠르게 연구해 나갔다.
‘벼락의 움직임은 당문의 암기술과 연결해서 상단전으로 최대한 통제하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뇌택진으로…….’
물론 쉽지는 않았다. 이론으로 아는 것과 실제 접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
하지만 이로써 혈뢰를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되어 뇌신격이 한 층 더 강화될 것은 자명했다.
애당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괴의 치료를 도운 데에는 남궁의 비전을 가로채려는 목적도 있었으니까.
혈뢰, 뇌신격, 뇌택진.
천마구검, 운술검해.
이 여러 개의 고리를 어떻게 이으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계산이 오고 갔다.
그리고…….
번쩍!!
모든 정리가 끝난 뒤, 뇌광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탁!
무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걷는 걸음걸이, 손짓 하나하나, 기품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절로 숙이게 만드는 강렬함이 그 속에 있었다.
“이제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도록 하지.”
무괴의 얼굴에서는 이제 남은 감정마저 모두 사라져 인형처럼 무표정만이 남아있었다.
대신에 나를 응시하는 눈동자 속에는 거대한 분노의 불길이 일렁이고 있었으니.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던 광기와 괴팍함이 전부 내면으로 스며들어 맹수의 악랄함으로 변모한 것 같았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서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무엇이냐?”
“무제성은 무사하오?”
뜬금없는 질문 같았지만 그라면 바로 알아들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괴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곳은 내 땅이다. 이 무제가 있는 곳에 놈들의 마수가 닿아있을 것이라 여기는 거냐?”
“장담하지 마시오. 신교도 그렇게 당했소.”
“…….”
“놈들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열려있고 손길은 어디에나 닿아있지. 저들은 애당초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오.”
신(神).
혹은 선인.
저들은 구름 위에서 노니는 존재들이다.
산봉우리에서 살아가며 원한다면 망망대해를 건널 수 있다. 세상천지가 그들에게는 놀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여기 땅에 서 있어야만 하는 우리에게 세상은 생존의 터전이었다.
하늘에다 의념을 새길 수 있게 되었다는 무괴나 나조차도, 결국 인간으로서 닿을 수 있는 최대의 한계치에 다라랐을 뿐. 신이라 할 수 없다. 반선(半仙)조차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귀혈신화와의 싸움은 아주 천천히 포석을 두면서 조금씩 전진해 나가야만 한다. 약간의 실수조차도 우리에겐 곧 나락이 될 수 있었다.
“다시 묻겠소.”
“…….”
“무제성은 무사하다고 확신할 수 있소?”
그렇게 한참의 침묵이 흘렀고.
까득!
무괴는 언급하기도 싫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여태껏 보지 못했던 살의로 충만했다.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