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89)
환생마신전 390화(390/390)
환생마신전
사냥을 시작합시다
파지지지직!!
그의 살갗을 타고 흐르는 뇌기는 마치 적수를 눈앞에 둔 짐승의 것처럼 날카로웠다.
실내 공기가 금방 폭발할 것처럼 뜨겁게 일렁거렸다.
“누군가 짚이는 작자가 있는 것이로구려?”
“…….”
무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터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나는 그것을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같이 사냥을 시작합시다. 어떻소?”
무괴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어떻게?”
“잊으셨소? 본인은 치료에도 일가견이 있다오.”
나는 차갑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 *
무제성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지원! 지원은!!”
“검노야들께서 직접 무장을 장비하고 나서셨습니다!”
“제기랄! 늙어빠진 노인네들 같으니라고……!”
남궁유창은 욕지기를 내뱉으면서 괴뢰들을 어떻게든 제지하려는 검사들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수뇌부와 실무진 사이에는 반대되는 기류가 흘렀다.
무제성이 자랑하는 장로원이나 검노야만 두고 봐도 그렇다.
수뇌부에서는 강호의 여러 고수가 무제성의 그늘에 든 것은 그만큼 남궁의 위대함이 낳은 결과라고 선전하지만.
실무진은 오히려 그들을 대우하기 골치 아픈 짐덩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런 난리통을 겪는데도 여태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실무진 사이에는 당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은 것이 모순되어 있다, 이곳은.’
무제성은 너무 많은 것들이 서로 대립을 이루고 있었다.
수뇌부와 실무진의 반목.
직계와 방계의 차별.
순혈의 오만. 아닌 자들의 불만.
같은 신분이라고 해서 차이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조직과 조직 간에도 불화가 크고, 서로 어떻게든 공을 가로채기 위해 부딪치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곳곳에 파벌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도 너무 많은 행정적 절차와 시간과 노력 같은 자원이 낭비되었다.
어떤 곳에서는 정의맹에 대한 적개심보다 조직 간의 원한이 훨씬 큰 경우도 있었다.
뭐랄까, 마치 누군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갈라치기를 한 듯했다.
‘내가 고칠 수는 없을까……?’
남궁유창 역시 차별을 겪어봤기에 그런 모순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조금만 뜯어고친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변할 텐데.
조금만 손볼 수 있다면 합리적인 운용으로 더 큰 결과를 볼 수 있을 텐데.
내게 조금만 더 힘이 있다면…….
‘결국… 힘이 문제구나.’
꽈악.
검을 쥐는 남궁유창의 손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역시나 이번에도 떠오르는 얼굴은 바로 운휘였다.
차별과 모순을 거듭 헤쳐나오면서 보였던 그의 모습이 어땠더라?
그런 생각이 들던 바로 그때였다.
『어리석구나. 남궁의 가르침을 받은 자가 어찌하여 죽어서도 충의를 바치지 못할망정 배은망덕하게도 거꾸로 검을 잡는단 말이냐?』
『그만큼 살아생전에 제대로 된 배움을 받지 못했다는 증거지. 얼마나 미련했으면 그럴꼬.』
하늘에서 쩌렁쩌렁하게 육합전성이 울려 퍼지더니 두 명의 노인이 내려앉았다.
“칠검노야(七劍老爺)!”
“구검노야(九劍老爺)까지……! 다, 다행히 무사히 끝낼 수 있겠군.”
칠검노야 개세혈마(蓋世血魔)와 구검노야 소관검룡(邵冠劍龍).
다른 검노야와 마찬가지로 무괴와 같은 시대를 활보했던 고수들로, 무제성 내에서도 가장 잔혹한 성정을 지니기로 유명했다.
다만, 두 사람이 옛적에 몸을 담근 위치는 각자 달랐는데, 사파 출신의 마두였던 개세혈마와 다르게 소관검룡은 원래 정파의 유명한 협사였기 때문이었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었지만 말년의 두 사람은 항상 같이 붙어다녔다.
지금도 마찬가지.
타오를 것 같은 적포(赤袍)를 흘린 개세혈마의 안광은 흉흉한 빛깔을 토해내고, 소관검룡의 정제된 검은 싸늘한 한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검노야와 장로원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검사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무리 저들이 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밉더라도 실력만큼은 확실했으니까.
“한데, 성주께서는 뭘 하고 계신 거지? 성주전이 이상하게 너무 조용한데.”
개세혈마가 아주 잠깐 무괴의 거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괴는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고 풀어놓는 통에 항시 무제성의 정중앙에서는 태양이 떨어진 것처럼 강렬한 뇌기와 열기가 타오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요했다.
자리를 비웠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으니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것인데.
적습이 있으니 혹시나 성주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게 아닌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걸 다 걱정하는군. 우리가 어디 걱정한다고 해서 가당키나 할 존재인가, 성주가?”
“하긴 그도 그렇군.”
“또 어디서 해괴한 금공(禁功)을 주워서 수련하고 있을지 어떻게 아나?”
강호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마공의 수준을 넘어서서 절대 인간으로서 익혀서는 안 될 금공이 아주 많다.
하지만 무괴는 전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금공을 끌어모아 익혔다.
혈육들을 죽여 정기를 흡수하는 집혈응축뇌법도 그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테면 무괴는 걸어 다니는 금기 덩어리인 셈이었다.
괴(乖)라는 글자가 그보다 어울릴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소관검룡은 지금의 상황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선 이곳부터 빨리 정리하세나. 정말 금공을 익힌 것이라면 마치고 나왔을 때 그 성미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그도 그렇군……. 팔검노야(八劍老爺)처럼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개새혈마는 얼마 전에 신경 거슬리는 소리를 했다가 금공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던 빙심표향(氷心一飄)를 떠올리며 고개를 털었다.
그는 아직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개죽음은 사양이었다.
“더군다나 뒷방 늙은이들도 개지랄을 떨 테고…… 치우려거든 빨리 치워야겠어.”
‘뒷방 늙은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동안 어투와 다르게 개세혈마의 눈가에는 두려운 기색이 스쳤다.
무제성의 검사들은 검노야를 가리켜 ‘노야’ 내지는 ‘어르신’이라 부르며 노괴 취급을 하지만, 실상 진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할 곳은 따로 있었다…….
“여하튼 어서 시작하세나.”
콰아앙!
팟!
덩치 큰 개세혈마는 전각의 지붕이 으스러지라 밟으면서 날아들었고, 반대로 가벼운 체구의 소관검룡은 우아하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여태 생전의 동료들을 몰아붙이고 있던 괴뢰들이 일제히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키키키키킥…….
괴뢰들은 등봉의 고수를 맞닥뜨렸는데도 불구하고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위쪽으로 달려들었다.
“아무리 판단력이 흐려진 괴뢰라 한다지만 이렇게 먹이 보듯 하니… 조금 불쾌하구만.”
소관검룡은 괴뢰들을 해치울 생각으로 검을 휘몰아쳤다. 그의 독문절기, 정관검풍결(正冠劍風訣)이었다.
『노야! 앞에 있는 남궁삼정은 살려주셔야 합니다! 저 친구는 일전선주의 자식-』
“갈! 이런 혼란 중에 누굴 살리고 누굴 죽이기를 구분한단 말이냐!”
소관검룡은 갑자기 귓가를 파고든 전음에 고운 인상을 찡그리며 일갈을 터뜨렸지만 검세에는 힘을 풀었다.
일전선주는 모든 후계자 중에서도 가장 차기 성주직에 가깝다고 알려진 자.
심지어 ‘뒷방 늙은이’들의 비호를 받고 있기도 하며 공동전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왜 그런 이의 혈육이 제일전선에 있지 않고 천뢰무단에 있어서 이딴 꼴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전선주와 척을 졌다간 앞으로 좋은 꼴을 보기 힘들 게 분명했다.
채애애앵!!
그래도 꼴에 일전선주의 아들이랍시고 제법 실력은 있었던지 괴뢰가 되었는데도 검력에 실린 힘이 제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어떻게 할 수준은 되지 못했기에, 소관검룡은 검풍회회(劍風回回)의 초식으로 괴뢰를 강한 힘으로 제압하고자 했다.
그런데.
파아아앗!
“!?”
소관검룡이 어떻게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괴뢰의 머리 위로 비검(飛劍)이 날아들었다.
소관검룡과 같은 등봉의 고수도 미처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
어떻게 손을 쓰기도 전에 비검이 그의 미간에 정확하게 꽂히고.
퍼어어억!!
“검룡!”
개세혈마는 입고 있는 적포만큼이나 붉어진 얼굴로 다급히 소관검룡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허망하게 머리가 박살난 소관검룡의 시체 위로 검이 저절로 하늘로 올라갔다가 뒤쪽으로 떨어졌다.
바로 그곳에 잿빛 머리카락을 길게 흩뜨린 노인이 유령처럼 나타나 서 있었다.
“…이, 일검노야!? 당신이 왜-”
개세혈마는 잠시 멈칫거리고 말았다.
상대는 그도 너무 잘 아는 만승검자였으니까.
무려 삼갑자나 되는 나이에 흑왕이나 무괴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성궤에 오른 고수.
다만, 그의 행색은 평상시와 많은 부분이 달랐다.
만승(萬乘)이라는 별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검노야 만승검자는 평상시에도 사위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뽐내기를 좋아했다.
비록 무괴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다른 아홉 검노야를 합친 것보다도 더 강한 기도를 자랑하였기에 모두가 그의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는 데 반해.
지금 여기 서 있는 만승검자는 시체처럼 퀭하게 가라앉은 눈을 하고서 갖추고 있는 의복도 다 헤져서는 거지꼴과 다를 바가 없었다.
풍기는 기운도 패기라고 하기엔 음험하고 사이했다. 마치 죽은 사람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일검노야께서는 천뢰무단과 같이 출정하시지 않았나? 그렇다는 건-’
천뢰무단처럼 만승검자도 괴뢰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개세혈마로서는 도저히 믿기가 어려웠다.
만승검자는 무제성이 숨겨둔 비밀 전력 중 하나였다.
‘뒷방의 늙은이’들이 있다지만, 그래도 무려 성궤에 오른 고수란 뜻이었다.
무인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 최대치에 선 무신(武神)이었다.
그런 만승검자를 제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괴뢰로 만들었다고? 대체 어떻게? 정신력도 그만큼 단단했을 텐데 어떻게 세뇌를 시킨 거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걸 실제로 보고 있으려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쩌면 백발천마라는 이름의 존재는 더 이상 예전의 마교 소교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십대고수 중에서도 상위에 들고도 남을 만한 힘과 능력을 지닌 것이다.
어쩌면 성주와 비견할 수 있을지도……!
“!!”
개세혈마는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황급히 몸을 뒤로 내뺐다.
지금은 청소고 나발이고 간에 반드시 성주나 뒷방의 늙은이들을 데리고 와야만 했다.
성궤의 고수는 절대 자신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작자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만승검자는 괴뢰가 되기 전이나 후나 실력 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
어느새 개세혈마의 눈앞까지 다가와 손을 뻗어왔다.
개세혈마는 안색이 퍼렇게 질린 채로 황급히 개세신장(蓋世神掌)을 날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저항은 쓸모가 없었다.
만승검자의 비검이 어느새 그의 손목과 머리통을 한꺼번에 잘라가고 있었으니까.
비명 따윈 없었다.
스걱!
푸우우우-
“치, 칠검노야와 구검노야께서 당하셨다……!”
“일검노야가 적에게 세뇌되었다! 부대! 부대를 빨리 끌어와!”
“아아아악! 저리 비켜! 비키란 말이야!!”
만승검자는 도망치는 검사들의 뒤를 악착같이 뒤쫓으며 죽이고 또 죽였다.
전각 속으로 숨으면 전각을 부숴라도 찾아내고, 정문으로 달아나면 성벽을 무너뜨려 생매장했다.
정문 부근은 순식간에 일백에 가까운 검사들의 시체로 피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곳에서 남궁유창은 죽음의 그림자를 엿보았다.
그는 이전에 달아나려면 달아날 수 있었지만, 무너진 전각에 깔린 하인들을 구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나머지 발목이 묶이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어설픈 협의지심 따윈 보이지도 말 것을.
남궁검사들과 똑같은 놈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괜히 나섰다가 이런 꼴이 되어서는……!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 무제성에서 출세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던 제안이 떠올랐다.
‘당운휘 개새끼……! 그 뒤로 연락도 없고. 출세는 무슨. 죽고 나서 출세하면 뭐 하냐고 대체. 날 살리기나 하라고!!’
바로 그때 하늘에서 강렬한 열기를 품은 벼락이 떨어졌다. 한 줄기 조소와 함께.
“본 가의 아이답지 않은 아이가 있군.”
“!?”
채애애애앵!!
남궁유창은 눈을 떴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무제성주 무괴가 바로 눈앞에서 만승검자의 검을 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