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4)
환생마신전-4화(4/390)
인성 파탄자
웃으면서 천하진‘이었던’ 것을 으적으적 씹어대는 운휘를 바라보는 장로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제기라아알!’
‘미친놈이 또!!’
‘저 꼴을 보기 싫어서 권좌에서 끄집어 내리려 했던 건데!’
또! 또 저 웃음이었다, 또!!
장로들은 운휘의 입가에 맺힌 사악한 미소를 보고 있노라니 간담이 철렁이고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강호에서도 그에 대한 인상은 아주 간단했다.
인성 파탄자.
깽판 전문가.
뒤끝왕 등등.
그를 둘러싼 소문도 한결같았다.
―그가 음흉하게 웃을 때마다 꼭 문파가 하나씩 박살 난다더라.
―그와 어떤 대화도 길게 섞지 마라. ‘어? 어!’하는 순간에 이미 사건 사고에 휘말려 네 인생이 시궁창에 처박혀 있는 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망할 놈은 언제나 자신이 피해자이며 정상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그가 정상이라면 그동안 강호에 불어닥친 재앙들은 뭐란 말인가?
특히 저 웃음을 지을 때면 항상 평지풍파가 불어닥쳤으니.
그들은 저 거대한 재앙 앞에서 오들오들 떠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파르르…….
* * *
쿵! 쿠쿠쿵!
망령환은 체내로 흡수되자마자 폭발을 일으켰다.
사기(死氣)는 원래 살아있는 인간이 다룰 수 없는 기운.
하지만 나는 달랐다.
망자를 다루는 만큼 오히려 영약에 가까웠다.
나는 사기를 독기처럼 여기고 독룡심결을 운용했다.
기존에 단전에 자리 잡고 있던 당문체기공의 내공과 사기가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폭발을 꽉 막힌 혈도 쪽으로 유도했다.
혈도 중 상당수가 허물어졌다. 굳어있던 노폐물이 스르르 녹아 경혈을 질주했다.
육체가 순식간에 시퍼렇게 변했다. 누가 봐도 끔찍한 중독 상태.
고통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는 웃었다.
나에겐 이 모든 것들이 희열이었으므로.
「저런 상태로 웃다니……!」
「소천마, 그대는 정말-」
“잔말 말고. 이제부터 당신들이 뭘 해야 할지 잘 알아들었을 거라 믿소.”
천하진처럼 한입거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흑막에 대해서 불라는 뜻.
유약한 성격을 지닌 몇몇 장로들은 결국 고개를 떨어뜨리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내가! 내가 말하겠소! 그러니 저런 끔찍한 짓거리만은 그만두시오, 제발!」
「이 배신자들이! 너희들이 그러고도 무사할 것… 크아아악!」
“뭐라는 거야, 병신 새끼가.”
간혹 불복하는 놈들이 있으면 쇠사슬을 세게 잡아당겨 머리통을 부숴버렸다.
그렇게 방해꾼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나니 원하던 정보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만약 산 육체였다면 금제니 세뇌니 하는 것으로 정보 토설이 힘들었을 테지만, 죽고 난 뒤에는 그딴 게 없단 말이지?
‘연운휘’ 시절에도 심문할 일이 있으면 종종 써먹던 방법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흑막에 대해서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
.
하지만 참회의 시간이 한 차례 지나고 난 뒤.
“하!”
나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제대로 알고 있는 거라고는 놈들이 ‘회(會)’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것밖에는 없다?”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회.
회란다.
이것들이 날로 막으려고, 콱?
「저, 정말이오!」
「믿어주시오, 소교주!」
「그들은 절대 자신들에 대해 밝히기를 극도로 거부해왔었소!」
“정체도 제대로 안 드러내는 수상한 놈들의 충견이 되었다고? 그리고 위험천만하게도 천마에게 독을 먹여? 지금 그딴 말을 믿으라는 건 아니지?”
이제는 내 입에서도 존댓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른 대우를 받고 싶으면 그만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게 아닌가.
천마신교는 종교였다.
그것도 교주를 현인신(現人神)으로 떠받드는 사교(邪敎).
당연히 교주 천마의 말씀은 신의 말씀과 다를 바가 없고, 천마의 결정은 신의 의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했다.
죽음은 순교로 포장되고, 전쟁은 포교를 위한 성전이 된다.
죽음도 불사하고 달려드는 광신도 집단을 괜히 중원 무림 놈들이 두려워하는 게 아니었다.
당연히 장로들로서도 천마이신 사부님께 해코지한다는 건 상당한 심적 부담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정보도 노출되지 않은 곳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
「정말이오! 그들은 그들이야말로 자신들이야말로 ‘진짜’ 신이라고 강조했었단 말이오! 그냥 말만 신이었던 천마 따위와는 격이 다른…!」
허둥지둥하는 장로를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자세히 말해봐.”
꿀꺽!
장로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그들은 이적을 보였었소.」
“이적?”
「그렇소!」
다른 장로들도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전설 속 신인이나 선인과 똑같은 모습을 보였소! 검을 탄 채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손짓만으로 호풍환우를 부렸단 말이오!」
“그딴 건 고위 술사들도 가능하-”
「다르오! 전혀! 술사들이 그런 걸 하려면 상당한 술력 소모와 더불어 긴 준비 시간이 필요할 거요. 그렇지 않소?」
“그런데?”
「하지만 그들은 전혀 그런 게 없었소! 단지 손짓만으로 그런 걸 전부 해냈단 말이외다!」
“…눈속임에 당한 건 아니고?”
「지금이야 이런 꼬락서니로 소교주에게 명줄이 붙잡혔소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할 바보는 아니잖소?」
이 부분에서는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이들은 배신하기 전까지만 해도 천마신교의 중흥기를 이끌었다고 전해지는 마귀들의 정점이었으니까.
무력도. 악독함도. 음험함도. 머릿속 잔꾀까지도, 전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신인(神人)이라니. 말이나 되나?
아니, 순간 비슷한 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긴 했다.
…탈각자.
「이제야 아시겠소, 소교주? 우리가 왜 그들이 짖으라면 짖는 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신인 앞에서 우리 같은 일개 범인 따위가 뭘 할 수 있단 말이오?」
말을 내뱉는 내내 장로는 진력이 다 빠진 얼굴이었다.
그러면서도 눈가에 남은 감정은 딱 하나.
공포.
“돌아버리겠군.”
천마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를 능가하는 공포라니. 이게 말이나 돼?
한편으로는 흑막이 가진 힘이 내가 예상했던 것을 월등히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나를 긴장케 했다.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남은 결론은 하나.
―사부님이 위험하시다.
아무래도 상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촉박한 듯했다.
역시 원신전륜겁을 시전하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이제 곧 형삼에게 말했던 한 시진이 끝날 시간이었다.
“좋아. 필요한 정보는 전부 나불댄 것 같으니 약속대로 풀어주지.”
「저, 정말이오?」
「감사하오, 소교주!!」
근심 가득하던 장로들의 얼굴에 드디어 화색이 돌았다.
“응. 내 뱃속에다.”
「!!」
「!!」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약속과 다르-」
“언제 내가 그렇게 약속을 잘 지켰다고.”
아무리 두렵다고 해도 그렇지, 사부님의 뒤통수를 갈긴 배신자들 주제에 어딜 가려고?
나는 돌아볼 것도 없이 손에 잡고 있던 쇠사슬 뭉치를 세게 잡아당겼다.
「이 빌어먹을 인성 파탄자 새끼가!!」
콰드드득!
그들의 머리통이 줄줄이 돌아가면서 망령환의 형태로 뭉쳤다.
이렇게 해두면 따로 기운이 흐트러질 걱정을 할 것 없이 보관하기가 아주 쉬워진다.
나는 차갑게 웃었다.
저들은 비록 살아있을 적에는 배신자에 불과했지만, 죽어서는 영혼을 다 바쳐 신교에 충성하는 충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똑똑.
“이, 이공자님. 소, 소인 혀, 형삼입니다. 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형삼이 서류 한 다발을 든 채로 들어왔다.
* * *
두 달이 쏜살같이 흘렀다.
언제나 평화롭던 구룡분가에 최근 하인과 시녀들 사이로 괴상한 소문이 퍼졌다.
―이공자께서 백색전에서 두 달 넘게 감금 중이시더라.
―대부인의 엄명이 있어 음식이나 식수가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더라.
―그런데도 이공자께서는 배가 고프다거나 목이 마르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더라.
―매일마다 백색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꺽꺽대는 비명이 들린다더라.
운휘는 분명히 모든 하인이 보는 앞에서 대부인의 진노와 함께 백색전에 감금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인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운휘가 울며불며 ‘어머니 죄송합니다’는 말을 며칠 동안 내뱉다가, 다 죽어갈 때쯤에 대부인이 손수 거둬주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어디 그뿐이랴. 식음까지 전폐한 채 두 달을 갇혀 있었단다.
이게 말이나 되나?
내공 고수면 또 모를까, 범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운휘는 식수와 식량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끽해야 닷새가 고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이런 소문까지 더해졌다.
―이미 진짜 이공자는 돌아가신 지 오래고, 백색전에 계신 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부인께서 넣어둔 대역이라더라.
―이제 곧 있을 가주 방문 행사에 구설에 오를 것을 대비하신 거라더라.
운휘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소문.
당연히 이걸 들은 남궁산영은 발칵 뒤집힐 수밖에.
“어떤 연놈이 그딴 망발을 지껄여!! 당장 내 앞에 끌고 오지 못할까!”
현재 종가인 당가타를 비롯해 다른 여러 분가까지, 사천당가에는 아주 큰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주 방문.
그 이름도 찬란하고 위대하신 암존(暗尊)께서 사천 지역 순회를 돌고 계셨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마귀들의 둥지인 천산산맥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는바. 이에 암존께서 직접 직속 특무대를 꾸리고자 하시니 모든 분가와 분타는 인재들을 끌어모으라.
특무대!
암존이 직접 지휘하는 부대라니.
당씨 성을 가진 혈족이라면 누구나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암존의 눈에 띄어 그분의 절기를 하나쯤 사사할 수 있다면?
나아가 제자가 된다면?
그때는 사천 무림의 떠오르는 신성(新星)이 될 수 있었다.
최근 남궁산영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남궁세가 출신인 그녀는 사천당가에서 가주라는 자리가 차지하는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남궁세가에서는 태상장로나 호법원주 등 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지만, 사천당가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원로도, 장로도, 간부들도 전부 가주의 말에 끔뻑 죽는 일개 수하 신분에 불과했다.
당가 가주의 자리는 오로지 강자만이 앉을 수 있는 강자존의 자리였기에!
당씨 성은 그저 참가 조건에 불과했다.
만약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외부인이라고 해도 충분히 그 위치를 노릴 수 있었다.
괜히 중원 무림에서 간혹 사천당가를 가리켜 ‘작은 마교’라고 수군대는 게 아니었다.
그런 이의 눈에 띌 수 있는 행사이다.
한낱 서자에 불과한 운휘 따위를 그런 신성한 곳에 들여놓을 수 없는 일.
물론, 그딴 모지리가 암존의 눈에 띄는 일 따윈 없겠지만… 만약, 만에 하나라도 만약이라는 게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그놈이다! 운휘 놈의 뒷배! 그 망할 작자가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게 분명해!’
남궁산영이 마음속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내며 의심암귀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그때였다.
“우선 진정하시지요, 어머니. 이번 일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바로 그때, 남궁산영이 있던 전각의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여유롭게 걸어왔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