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40)
환생마신전-40화(40/390)
쇄천봉 혈사 이후에
백동은 당곤을 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
‘무슨 인간 따위가……!’
백동은 스스로가 강시라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정해진 한계수명이란 게 있어 언제 죽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인간들과 다르게 자신은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누릴 수 있으니까.
주인이자 스승이신 백골망사만 봐도 이미 백 년이 넘는 삶을 사시지 않았던가?
딱히 뭔가를 먹지 않아도 되고, 수면욕이나 성욕을 해소할 필요도 없었다.
신체 중 일부가 훼손된다고 해도 그 부위만 교체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백동은 강시야말로 가장 월등하게 진화한 생명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그저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는 부품, 혹은 양식에 지나지 않았으니.
가축이 인간에게 함부로 할 수 없듯이, 인간 또한 강시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동안 백동이 봤던 인간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당곤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너무 강했다.
처음 봤을 때 한량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아주 맹렬한 강풍만 풀어헤치고 있으니.
저 강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예외 없이 폐허만이 남았다.
자신이 데리고 온 사검사 넷 중 하나가 벌써 죽은 게 바로 그 증거였다.
‘도저히 간격을 좁힐 수가 없어.’
채찍이 맹렬하게 소용돌이칠 때마다 이는 강풍 안쪽으로만 파고들 수 있어도 이쪽이 어떻게든 승세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빈틈이 보이질 않았다.
“뭘 하는 거냐? 고작 이따위로 굴 거면서 그 잘난 척을 했나?”
당곤이 이쪽을 보면서 조소를 흘렸다.
백동은 욱 하는 심정이 들었다.
단순한 격장지계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짜증이 치미는 건 어째서인 건지.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인간에게 무시당한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당곤의 웃음은 그런 수준을 넘어서서 사람의 심정을 도발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그동안 당곤이 운휘에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몰랐기에 들 수밖에 없는 생각.
후우-
백동은 길게 숨을 고르며 평정심을 되찾고자 했다.
그러고는 부리부리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네놈이 일반 인간들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은 이제 잘 알겠다. 그러니 이제부터 진심으로 상대해주마.”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실력으로 증명해 보라니까? 남자가 말이 저렇게 많아서 대체 어디다 쓴다고. 쯧쯧.”
당곤이 한 손을 이쪽으로 까딱거렸다.
빠직!
백동의 이맛살 위로 혈관이 튀어나왔다.
“그 주둥이를 찢어 죽여주마!!”
백동은 자신이 백골망사와 똑같은 대사를 뱉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팟! 팟! 팟!
동시에 그의 뒤쪽에 서 있던 세 명의 사검사가 몸을 날렸다.
사령삼격진(邪靈三擊陣).
사검사는 강시의 육체에 살아생전 고수였던 존재의 사령을 소환해서 탄생시키는 생체병기.
그러다 보니 가까이 뭉쳐 있으면 있을수록 영적 파장이 동화를 이뤄서 실력이 급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사령삼격진은 삼인일조(三人一組)가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고수를 상대하는 합격진이었다.
백동은 세 사검사가 당곤의 채찍과 시야를 교란하는 동안에 사각지대를 파고들 생각이었다.
콰콰콰콰-
당곤도 기세를 읽고 다시 진중한 얼굴로 돌아갔다.
백승연편
난편난타(難鞭亂打)
맹풍을 동반한 채찍이 마구잡이로 대지를 휩쓸고 허공을 찢었다.
이쯤 되니 맹풍은 이제 맹풍의 수준을 넘어서 광풍이 되어 있었다.
옛 광풍대원들은 원래 이렇게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광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당곤은 그중에서 어지럽게 흔드는 채찍 사이사이로 날카롭게 날아드는 암기술을 이용해서 광풍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좋아했다.
‘이딴 강시 따위에게 져서야 우리 공자님에게 놀림만 받을 뿐이지!’
무사부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서야 쓰겠나.
당곤은 벌써 운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놈들을 최대한 빨리 찢어 죽일 생각이었다.
휘리리리릭!
콰아앙!
쏜살같이 날아오던 세 사검사와 맹풍편이 충돌했다.
놈들은 어떻게든 그 광풍을 뚫어보려 애썼다.
채찍을 밀어내고, 암기를 튕겨내고.
어떻게 가까이 접근했다 싶으면 사령술의 힘을 빌려서 어떻게든 광풍을 갈라보려 애썼지만 도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래도 사령합격진의 수준은 아주 뛰어난 편이었기에 아주 잠깐이지만 당곤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었다.
파앗!
두 개의 섬광이 안면으로 날아오자 재빨리 맹풍편을 안쪽으로 잡아당겨 튕겨냈던 것이 시야의 사각을 만들고 말았다.
‘이런!’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졌다.
당곤이 뒤늦게 몸을 뒤틀려 했지만, 백동은 이미 광풍의 벽을 부수고 근접거리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체구가 작아서 미처 놓치고 만 실수였다.
‘피하기 힘들어!’
당곤은 우선 부상을 입더라도 이번 공격은 어떻게든 감당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그 뒤에 이어질 반격의 기회를 노릴 생각이었다.
큰 공격 뒤에는 항상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니 그때면 백동의 머리통에 바람구멍을 남길 수 있을 터였다.
중상까지 각오하던 그때, 하늘에서 검이 화살처럼 떨어졌다.
청강검.
파사현정의 천지검기를 잔뜩 머금은 당규진의 검이었다.
퍼어어엉!
“커헉……! 이게 무슨-”
당연히 이번 기습으로 당곤의 옆구리에다 구멍 하나쯤은 남길 줄 알았던 백동으로서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으니.
청강검은 백동과 당곤 사이를 파고들며 지면에 꽂혔다.
작은 폭발과 함께 검기가 소용돌이쳤고, 그것은 고스란히 백동에게 피해로 다가왔다.
귀기가 씻기면서 육체가 굳고 말았다.
백동은 어떻게든 육체의 지배권을 되찾아 몸을 뒤로 내빼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당곤이 왼손 검지를 이쪽으로 튕기고 있는 게 보였다.
연미표(燕尾?).
당문을 대표하는 표창 암기가 백동의 이마에 박히고 말았다.
퍼억!
머리통이 그대로 박살 나서 육체가 무너지고, 상관의 죽음으로 세 사검사가 당황한 틈을 타서 맹풍편이 돌풍을 일으켰다.
채찍이 한 놈의 사타구니를 가르고 지나갔다.
뒤따라 나타난 당규진이 청강검을 뽑아 다른 두 놈의 허리를 갈랐다.
푸화악!
반동강 난 세 사검사의 시신이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녀.”
“천만에요. 저는 거든 것밖에는 없었는데요.”
당규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청강검에 묻은 핏물을 털어냈다.
그러고는 슬쩍 뒤쪽을 훔쳐봤다.
남궁산영이 뻣뻣한 자세로 서 있었다.
사당 폭파부터 강시 제거까지. 정말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되던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면 정말 백골망사까지도……!’
운휘가 만약 백골망사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면 사천 무림은 일대 파란에 잠길 것이다.
그만큼 십이흑귀이란 이름이 주는 무게는 사천에서 아주 무거운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구룡분가의 후계자 자리도 자연스럽게 운휘에게로 떨어지게 되겠지.
꽈악.
이미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자리가 다시 눈앞에서 아른거리자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당규진은 그런 어머니의 생각을 읽고 더 이상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너무 씁쓸했다.
과거에 여전히 얽매어있는 건 어머니도 똑같은 것 같아서.
* * *
나는 악귀전포를 해제시켰다. 그러자 머리카락에서 백발이 검게 물들고, 천잠보의도 다시 밝아졌다.
근처 바위에 의자 삼아 털썩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다행히 백골망사에 대한 참교육(?)은 아주 잘 이뤄진 상태였다.
“이렇게 죽어서 만나니까 더 반갑지 않아, 스승?”
「소, 소천마-」
빠아아악!
덜덜 떨면서 말하는 백골망사의 뒤통수 위로 다시 몽둥이가 떨어졌다.
「네 이노오오옴! 어디 소교주 예하께서 네놈의 친구라도 되는 줄 알았더냐아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소교주께서 마음이 여리시어 스승이라 불러주니 네놈이 정말 소교주의 스승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냐!」
「등짝! 등짝을 보자!」
「아니오, 아니오! 아니니 제발 그만-」
백골망사는 다시 한번 더 실컷 조리돌림을 당한 뒤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던지 내 앞에 달려와서 넙죽 엎드렸다.
「하라는 건 무엇이든 하겠소! 하겠으니 제발 저 무식한 매질 좀 그만-」
“하겠‘소’?”
망령들의 몽둥이가 다시 반짝거렸다.
「흐이이익! 아니옵니다! 소마가 실언을 하였사옵니다!!」
「막내야! 신입이 쓸데없는 말 하면 바로 대가리부터 깨버려라! 뒤는 우리가 책임진다!」
「존명!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말씀에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십오 호는 이제 경례까지 붙이면서 대답한 뒤 몽둥이를 높이 들었다.
확실했다. 망령 중에서 가장 신난 건 바로 녀석이었다.
「십육 호! 너는 이제부터 소교께서 묻는 말에 충실히,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대답하도록 한다! 알겠나!!」
「모, 목가일, 네가 어찌 나에게-」
빠아아악!
「아아아악! 이제 제발 매질만은-」
「살아생전의 인연 따윈 죽어서 의미 없다! 그러니 나는 목가일인지 뭔지가 아니다. 그저 소교주께 충성스러운 노예 십오 호만 있을 뿐! 알겠나, 십육 호!!」
「아,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작다! 똑바로 대답 안 하나!」
「알겠습니다!!」
십오 호는 백골망사를 두어 번 더 실컷 두들기고 난 뒤에야 나에게 충성스럽게 경례를 붙였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무엇이든 질문만 하시옵소서, 소교주!!」
처음에는 망령들끼리 서열 놀이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이런 면에서 편한 부분이 있었네.
“수고했어.”
「무엇이든 시켜만 주시옵소서! 충성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나이다! 충성충성!」
나는 백골망사 앞에 반쯤 쭈그리고 앉아 웃었다.
“이제 정신 좀 들어, 스승님?”
「…따흑흑.」
백 년을 넘게 살았다던 마두가 언제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나 있을까.
백골망사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펑펑 터뜨렸다.
그나저나 얼마나 매질하면 망령 상태로 먼지투성이가 될 수 있는 거야?
“내가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말이야.”
「무, 무엇이든! 무엇이든 말씀하시옵소서! 원하신다면 제가 오늘 입었던 속곳 색깔까지도 말씀드릴 수 있-」
“그딴 더러운 건 안 궁금하거든?”
나는 그냥 망령환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심을 꾹 참고서 물었다.
두 눈이 깊게 착 가라앉았다.
이 순간만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을지 모른다.
“육 년 전 이후. 천산에서 있었던 일들 전부 다 말해.”
「그, 그것은-」
내가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십오 호와 망령들의 매가 더 높이 올라갔다.
「말하겠사옵니다, 말하겠사옵니다! 그저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지 몰라 잠깐 고민한 것이옵니다!!」
“이제부턴 잔대가리 굴러가는 소리 들리면 바로 대가리부터 깨버린다?”
「알겠사옵니다!!」
의지가 꺾인 백골망사를 심문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쇄, 쇄, 쇄천봉 혀, 혈사 이후에-」
쇄천봉 혈사.
그러니까 내가 다수의 장로와 간부들과 함께 동귀어진한 이후, 신교는 나도 알고 있다시피 내란이 발발했다.
구대마종 중 다섯 곳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난 것이다.
도마북해종(刀魔北海宗).
권마야수종(拳魔野獸宗).
살마유령종(煞魔幽靈宗).
진마구음종(眞魔九陰宗).
풍마대막종(風魔大漠宗).
이들은 연합군을 이뤄 곧바로 대대로 교주전을 지키던 여마일월종(黎魔日月宗)을 초토화하고, 나아가 앙마신화종의 본전까지 침범했다.
…사부님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서.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以令諸侯)라고 했다.
위(魏)의 조조가 황제를 끼고 여러 제후를 부렸듯이, 그들도 교주이신 사부님의 신병을 움켜쥐고서 신교의 실권을 틀어쥐려 한 것이다.
정변(政變) 시도였다.
원래는 나를 몰래 제거하고 교주전을 장악하려 했던 속셈이었던 모양이지만, 일이 꼬여버리게 되자 다급하게 움직여야 했던 거겠지.
순간 속에서부터 분노가 확 하고 치밀어 올랐다.
회와 결탁한 배신자들의 명단을 알아낸 것도 알아낸 것이지만, 이것들이 감히 사부님께 위해를 끼치려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참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죄인이기도 한 망령들도 이때만큼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 채 와들와들 떨었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내 눈치만 살필 뿐.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놈들이 사부님의 신병을 무사히 확보했다면 앙마신화종의 반발만 거셀 뿐, 다른 종파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모양새가 되어 통치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왜 내란이 발생한 거지?
“사부님은 어떻게 되신 거지?”
내 눈이 깊게 착 가라앉았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