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41)
환생마신전-41화(41/390)
괴이(怪異)
‘무, 무슨 눈빛이!’
백골망사는 깊게 가라앉은 소천마의 눈을 보고 있노라니 말문이 턱 막혔다.
오래전의 공포가 다시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영혼이 두려움으로 꽉 죄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거였다.
저 눈빛.
인간이면서도 도저히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영혼이 홀릴 것만 같았다.
저 안으로 빠지고 나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해 그냥 그대로 익사할 것처럼 깊었다.
백골망사는 이제야 술가에서 소천마를 부르는 또 다른 이명을 떠올랐다.
귀왕(鬼王).
산 자인 주제에 모든 죽은 것들의 왕인 그가 왜 항상 공포를 부르고 다녔는지, 죽고 난 이제야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소천마는 이미 그 존재 자체로 모순(矛盾)이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라.
원래 죽은 자들의 왕은 오로지 죽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리였다.
인간들의 군주가 인간이듯, 죽은 자들의 왕도 죽은 자여야만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것이다.
하지만 소천마는 그걸 무시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는 그냥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연운휘’가 아닌 ‘당운휘’의 모습으로 있는 지금은 아무리 봐도 쇄천봉 혈사 때 한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게 확실했다.
죽음에서 돌아온 것이다.
환생.
혹은 전생.
혹은 부활.
동서고금을 통틀어 모든 술사가 바라 마지않는 기적을 성공한 것이다.
백골망사, 자신 역시 부활을 노리긴 했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궁지까지 내몰렸으니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일 뿐.
정말 그게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소천마는 해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산 자가 죽은 자가 되는 건 당연한 순리이다.
하지만 죽은 자가 산 자가 되는 것은 순리가 아니었다.
윤회가 있다지만 그건 망각이 주어지니 부활이라 할 수 없었다.
즉, 또 모순이었다.
모순에 모순을 거듭한 존재는 원래 이런 눈을 가지게 되는 걸까?
백골망사는 더 깊어진 소천마의 두 눈을 더 이상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정말 잡아먹힐 것 같았다.
고개를 조아렸다.
모든 의지가 꺾인 그가 바라는 건 오로지 딱 하나뿐이었다.
부디 소멸만은 피하고 싶었다.
* * *
나는 눈깔을 내리깐 백골망사의 대답을 가만히 기다렸다.
이미 내 자비만을 갈구하게 된 녀석이 덜덜 떨면서 천천히 입을 뗐다.
“교주께서는-”
바로 그때였다.
뚝!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백골망사가 말하다 말고 멈췄다.
쩌적-
영체 위로 균열이 퍼졌다.
「이, 이게 뭐야아아!」
백골망사가 발버둥 쳤다.
「소교주시여!」
「위험하옵니다! 피하소서!」
균열 사이로 붉은 불빛이 보였다.
“!!!”
나는 본능적으로 재빨리 자리를 이탈했다.
균열은 순식간에 백골망사의 영체 전신을 뒤덮었다.
열기가 바깥으로 새어 나왔다.
「아, 안 돼! 죽고 싶지 않아아아아! 제발! 제바아아알! 묻는 건 전부 대답할 테니까-」
퍼어엉!
백골망사가 폭발했다. 폭발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서 있던 구릉이 통째로 밀릴 정도였다.
그리고.
화아아아!
폭발이 벌어졌던 자리로 검은 무저갱이 활짝 열리면서 검은 짐승이 나타났다.
「저건 대체-」
「뭐지!?」
그것은 온통 검은 그림자로 이뤄진 무정형의 존재였다.
어둠을 잔뜩 모아 꾹꾹 눌러 담으면 저렇게 될까 싶은 형태.
어찌 보면 짐승 같기도, 요괴 같기도, 혹은 마물 같기도 한 그것은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쩍 벌리더니 백골망사의 영혼 잔해를 전부 한입에 먹어 치웠다.
그러고는 이쪽으로 관심도 주지 않고 다시 무저갱 안쪽으로 사라졌다.
무저갱이 도로 닫혔다.
「…….」
「…….」
「…….」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
망령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받은 충격은 나보다 훨씬 심한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망령 상태이던 백골망사가 별 이상한 마물에게 잡아먹힌 것도 잡아먹힌 건데, 정작 그 마물이 주는 압박감은 죽은 자들에게 훨씬 더 강했으니까.
애당초 저것은 영혼을 저승으로 끌고 간다는 차사와 비슷한 거였다.
아니, 차사는 영혼을 윤회전생으로라도 밀어 넣지, 저것은 그냥 잡아먹는다.
이를테면 죽은 자들에게 있어서는 천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탐(貪).」
딱딱!
십오 호가 턱을 부딪치면서 중얼거렸다.
「탐?」
「그것이 무엇이건대-」
십오 호가 대답해도 되겠냐는 투로 슬쩍 내 쪽을 바라봤다.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그제야 겨우 입을 뗐다.
「탐은 일종의 괴이(怪異)입니다. 요괴도, 마물도 아닌 기현상과 비슷한 불가사의(不可思議)로, 계약한 술사에게 아주 큰 힘을 주지만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영혼을 통째로 먹어 치우는 존재입니다.」
십오 호는 여전히 두려운 얼굴로 백골망사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봤다.
이제는 탐이 나타났던 무저갱도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래도 백골… 아니, 신입이었던 십육 호는 소교주를 상대하기 위해서 탐과 계약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섭혼이망은 그 때문에 펼칠 수 있었던 거구요.」
백골망사는 자신을 제물로 인신공양을 펼쳤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제물을 받는 신적인 존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탐이었다.
탐은 백골망사에게 귀술진영이 없어도 섭혼이망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하지만 백골망사는 실패했고, 그 대가로 잡아먹었다.
다른 건 없었다.
오로지 그뿐이었다.
「…문제는 탐은 아무리 좋은 대가를 갖다 바친다고 해도 저렇게 쉽게 계약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탐은 이성이 없는 기현상, 즉 불가사의였다.
이 세계의 법칙을 강제하는 억지력(抑止力), 혹은 인과율의 화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오로지 정해진 규칙대로만 움직일 뿐, 이성이나 의지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여기에 접촉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경지가 있어야 했다.
술가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성법사들이나 겨우 접촉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건데… 당장 백골망사가 가지고 있던 수준으로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 말인즉슨-」
「예. 탐과의 계약을 주선한 중간 매개 술사가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그건 아마도-」
십오 호는 더 이상 뒷말을 잇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망령들은 그게 누군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회.
“…엿 같네.”
나에게 죽은 자는 영혼이 저절로 내게 종속된다.
이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질 것이 없는 절대 법칙이었다.
귀왕이 지닌 권능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온갖 금제나 세뇌도 전부 나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런데 이게 처음으로 깨지고 만 것이다.
물론 권능이 무시된 건 아니었다.
백골망사는 분명히 내게 종속되었었으니까.
하지만 살아생전에 맺은 계약까지 무효화하지는 못했다.
이게 문제였다.
회가 지닌 실력과 수준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니까.
그동안 망령들에게서 회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지녔는지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건 내가 상상했던 수준을 넘어섰다.
최소한 성법사의 수준이거나, 그보다 뛰어나다는 뜻이 아닌가?
성법사는 강호 무림으로 치면 천하십대고수와 같은 초절정고수에 비견된다.
입신(入神)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한데, 그런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다면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 회는 탈각자들의…….
조금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야 겨우 천산의 상황은 물론, 사부님과 앙마신화종의 행방까지 알아낼 수 있나 싶었는데 단숨에 헛수고가 되고 만 셈이니.
백골망사 말고 아직 십이흑귀가 셋이나 더 남아있다지만 그놈들도 탐과 계약되어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금제와 다를 게 없었다.
휙!
나는 금고쇄만 덩그러니 남은 자리로 돌아와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탄자국에 아주 옅게 남은 잔존사념이 있었다.
거기다 손을 갖다 대며 사념을 읽어 들였다.
단서가 될 만한 건 조금이라도 확인해둬야만 했다.
.
.
얼굴도 성별도 알아보기 힘든 짙은 그림자가 백골망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탐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풍기는 기질이 전혀 달랐다.
탐은 괴이에 불과하지만 이것은 ‘사람’이었으니까.
다만,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기도 했다.
―탈각자.
인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이제 육체라는 껍질을, 허물을, 감옥을 벗어나려는 초인(超人)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부르르!
몸이 떨렸다.
단순히 잔존사념만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이토록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했다.
나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그림자가 ‘눈’을 떴다.
검은 동공에는 음양의 위치가 서로 뒤집힌 괴상한 태극 문양이 박혀 있었다.
역태극(逆太極).
태극이 만물의 상생과 조화를 상징한다면, 역태극은 만물의 소멸과 갈등을 의미할지니.
마안(魔眼)을 한껏 드러내면서 그림자는 사천으로 떠나려는 백골망사의 머리 위에다 손을 얹으며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웅얼거렸다.
철커덕-
동시에 바닥에 드리운 백골망사의 그림자로 외부에서 뻗쳐나온 그림자가 연결되었다.
탐과의 계약이었다.
.
백골망사가 구룡현에 터를 잡았다.
남궁세가에서 보낸 무영과 접촉하고, 남궁산영을 소개받았다.
.
나와 마주쳤다.
.
백골망사가 나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 순간, 그림자가 커지면서 무저갱이 되었다.
계약에 따라 탐이 나타나면서 백골망사의 영혼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
.
모두 단편적이지만 대강의 상황 정도는 추론할 수 있는 장면들.
그림자.
역태극의 마안을 지닌 그놈이 바로 회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나를 죽이고 사부님을 해친 주동자일 게 분명했다.
까드득!
이가 꽉 깨물렸다.
단편적인 형태로나마 범인을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정체도 알아내지 못했단 사실이 원통했다.
대체 사부님은 어떻게 되신 걸까? 놈들의 손에 계신 걸까?
하지만 그러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
나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비록 한 걸음 물러서긴 했어도 어떻게든 이만큼까지 다가왔다.
놈을 발견했으니 찾아내는 것까지도 금방일 것이다.
우선 백골망사가 남긴 사당의 잔해를 뒤져보자. 혹시 뭔가 더 나올지 모른다.
다른 흑귀들도 잡고, 천산에서 내려왔다는 객도 잡아내자.
그러면 모든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릴 터였다.
그런 생각으로 손을 떼려는데 떼어지지 않았다.
마치 아교(접착제)로 손이 땅바닥에 붙은 것 같았다.
잔존사념의 환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백골망사를 모두 먹어치운 탐이 어둠의 통로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세계의 이면.
법칙의 이면에서 녀석은 자유롭게 활보하다가 어딘가에 도착했다.
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바로 그곳에.
역태극의 마안을 지닌 그림자가 있었다.
녀석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이대로 눈이 마주치면 내 정체를 꿰뚫어 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시선이 내게 닿기 직전, 혀 뒤쪽을 세게 깨물었다.
아릿한 통증.
피비린내가 났다.
번쩍!
환상이 끝났다.
하아-
하아-
입술을 타고 거친 단내가 흘러나왔다.
내 뺨을 타고 땀이 흐르는 게 보였다.
「소교주… 시여?」
「괜찮으시나이까? 온몸이 식은땀으로 푹 잦으셨나이다.」
「…무엇을 보신 것이옵니까?」
망령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나를 걱정스럽게 보는 한편, 십오 호만큼은 뭔가를 느꼈던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번 암존 암살 계획 쉽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나는 천산이 있을 서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놈들이 천산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