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45)
환생마신전-45화(45/390)
이 안에 놈들이 있다
당곤은 곧바로 귀제갈의 집무실로 불렸다.
“출장 다녀와서 힘들어 죽겠는데 왜 오라 가라야?”
광풍대 시절부터 당곤은 귀제갈과 가장 많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였다.
당곤이 광풍대를 상징하는 무(武)라면 귀제갈은 문(文).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문무가 떨어질 수 없기에 두 사람은 항상 같이 붙어있었지만, 그만큼 부딪치기도 많이 부딪치는 편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당곤이 일방적으로 귀제갈과 부딪치는 편이었다.
귀제갈은 책사답게 항상 설명이 많았다.
문제는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무슨 상황만 벌어져도 자신이 아는 상식선에서 설명하려 드니 귀에 딱지가 앉을 수밖에.
그래서 당곤은 항상 귀제갈에게 입 좀 닥치라는 말을 누누이 입에 달고 살았고,
귀제갈은 그러기 싫으니 그냥 너는 듣고만 있으라는 식으로 참새처럼 쫑알쫑알 떠들어댔다.
자주 아웅다웅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의 실력만큼은 인정했다.
당곤은 귀제갈의 귀계를.
귀제갈은 당곤의 무력과 책임감, 그리고 안목을 믿었다.
“그야 네가 좋으니까?”
귀제갈은 가면 너머로 보이는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당곤이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난 남색에 관심 없거든?”
“오해하는 것 같아서 말해두지만, 나도 성적 기호는 이성애자란다.”
“누가 물어봤냐? 하여간 개 같은 소리 하지 말고. 할 말 없으면 그냥 간다.”
“하지만 동료로서는 널 무척 신뢰하고 좋아한단다.”
“아! 씨발!! 닭살 돋으니까 그딴 말 좀 그만하고! 그래서 대체 난 왜 부른 거냐고!!”
“으히히. 궁금한 게 있어서.”
“네가 궁금하면 내가 ‘눼이눼이,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하고 넙죽거리면서 대답할 것 같냐?”
“안 하겠지.”
“잘 아네. 그러면-”
“하지만 말해야 할 걸?”
“내가 왜!”
“자네가 그동안 꽁으로 처먹은 식량이며 월봉을 도로 토해내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제값을 해야 하거든.”
“…씨발.”
“더군다나 들어보니까 요즘 운휘 공자에게 밑천까지 싹 다 털려서는 가불 받으면서 산다며? 그거 한 번 막아볼까? 내가 지급 정지 명령만 내려도 아주 깔끔해질 텐데 말이야.”
“씨이이바아알!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돈으로 협박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말 안 듣는 너한테 이렇게 권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것 아니겠어?”
“권력 남용이야, 이거!!”
“그래서? 어떻게 해? 정지 명령 내려줘?”
당곤은 재빨리 넙죽 허리를 숙였다.
“무엇이든 물어주십시오, 총관 어르신!! 쇤네가 기쁜 마음으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한다니까? 아주 태세 전환이 광풍이야, 광풍.”
“…씨발.”
당곤은 이를 박박 갈았다.
최근 운휘를 보면서 왜 이렇게 기시감을 많이 느끼나 했더니 아무래도 귀제갈 때문인 것 같았다.
귀제갈의 귀(鬼)자는 원래 귀계가 아니라, 사람을 놀리는 마귀라서 붙은 게 아닐까?
“운휘 공자에 대해서 말해봐.”
귀제갈은 이제 아주 한쪽 다리 꼬면서 턱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 모습이 아주 재수 없어서 당곤은 녀석을 딱 한 대만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는 따로 올린다고 했잖아?”
“그거 말고.”
“그럼?”
“옛 광풍대의 부대주로서 운휘 공자에 대해 내리고 있는 평가.”
“!!”
순간 당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귀제갈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광풍은 옛 광풍대원들에게 있어 애증이자 아픈 단어였다.
지금 살갗이 따가운 것처럼.
귀제갈이 말했다.
“말해봐. 운휘 공자가 정말 광풍을 되살릴 수 있을 것 같아?”
* * *
도성현에 도착했을 때쯤엔 밤이 되었다.
저잣거리엔 인파가 제법 많았다.
문제는 그 많은 인파 대부분이 허리춤에 무기를 저마다 착용한 무인이란 점이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아무래도 암존의 방문이 얼마 남지 않아 모여든 인파가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구룡현의 객잔들은 더 이상 손님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꽉 차서 문제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사옵니다.」
「여기까지 사람들이 밀려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일단은 여기 상황부터 제대로 파악하자.”
도성현은 난생처음 와봤기에 구조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마당에 이렇게 무인들이 많아서야 너무 잡다하게 섞여서 신도들을 구분하는 것도 어려웠다.
우선은 위에서 도성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지리와 구조, 그리고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처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건물로 이동했다.
다산다관(茶山茶館).
여염집 규수들이 주로 찾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찻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꼭대기층에 자리 있나?”
“딱 한 자리 남아있긴 합니다만-”
점소이가 말꼬리를 흐리면서 잠시간 나를 위아래로 흘낏거렸다.
이곳으로 오는 내내 경신술을 죽어라 펼친 탓에 나는 온통 먼지 투성이었다.
정중한 차림을 한 고위급 인사들이 주로 찾는 이런 고급 다관에서 돈을 쓸 사람이 맞나 싶은 거겠지.
살짝 짜증이 났지만, 점소이의 처지도 이해됐기에 가볍게 금전을 튕겼다.
“그 자리로 부탁하지.”
“어이쿠! 알아서 잘 모시겠습니다요! 다들 뭣들 하느냐! 손님 모시지 않고!”
확실히 금이 효과가 직방이긴 직방인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꼭대기층에서도 가장 바깥을 구경하기 좋은 창가 쪽으로 안내받았다.
꽤 오랫동안 죽치고 앉아있을 생각이었기에 나는 차림표에서도 가장 비싼 것들로만 주문하고는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뭐 좀 알아낸 것 있어?’
다관에 오기 전에 미리 저잣거리 곳곳에 뿌려놨던 망령들이 하나둘씩 돌아왔다.
「용의자들은 추려놨으나 아직 확실하게 인물들을 특정하진 못했사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워낙에 인파가 너무 많은 탓에 구분이 힘드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마기는 감지하였으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사천 지역이 아무리 변방이라고 해도 중원이었다.
전통적으로 정파의 영역이라는 뜻.
당연히 이런 곳을 활보하는 마인들이라면 자신의 기운 정도는 충분히 숨길 터였다.
다행히 저잣거리 곳곳에 아주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마기의 잔향이 녀석들이 아직도 도성현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인파 중에 앙마신화종의 신도들이 있고, 그 뒤를 추격하는 놈들도 있는 것이다.
‘온마가 있으면 좀 더 편할 텐데.’
예리한 시력과 감각을 지닌 주라면 좀 더 빠르고 확실하게 마인들을 걸러낼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더 범위를 넓혀봐.”
「존명!」
「존명!」
망령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나는 다시 저잣거리를 내려다봤다.
조금이라도 서둘러서 신도들을 찾아야 할 텐데.
혹시 내가 찾지 못한 이 동안에도 죽거나 다치는 신도가 있지 않을까 싶어 두려웠다.
“차 나왔습니다.”
나는 점소이가 가져온 차를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계속 자색요안을 활짝 열었다.
철관음.
확실히 비싼 차라서 그런지 향 덕분에 정신이 깨는 기분이었다.
.
시간이 흘렀다.
.
.
얼마나 흘렀을까?
「여기 숨은 감시자가 있나이다!」
「자객이 은신술로-」
망령들이 드디어 하나둘씩 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우선 찾아낸 이들은 추격자들이었다.
예상대로 추격자들은 인파에 섞여서, 지붕 위로 몰래 숨어서, 나들이라도 나온 것처럼 무리를 지어서 다녔다.
겉보기엔 행색도 방향도 모두 달라 같은 일행이라고 보기가 힘들었다.
‘놈들이 향하는 방향을 파악해. 그쪽에 신도들이 있을 거니까. 만약에 놈들 사이에 수신호를 주고 받는 게 있으면 같이 파악해두고.’
「그렇지 않아도 그들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몇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사옵니다.」
‘뭐지?’
「다행히 신화종의 신도들도 추격자들이 따라붙은 것을 아는 것 같다는 것이옵니다. 주변을 수시로 경계하며 다니고 있어 쉽게 잡히지 않는 듯하옵니다.」
‘우리 측 신도 수는 얼마나 되는 것 같아?’
「셋 정도인 듯하옵니다.」
셋.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였다.
‘추격자들은?’
「현재까지 발견한 것은 총 아홉이옵니다.」
「아직 더 있을 것으로 추측되어 수색 범위를 더 넓히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확실치는 않으나-」
‘않으나?’
「한 명이 구대종파의 마인으로 보이옵니다.」
구대종파?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
끽해야 흑골귀곡의 사검사나 칠십이사사문 중 추격에 능한 문파가 나섰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종파에서 직접 나섰단 말이지?
정신이 번쩍 드는 소식이었다.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고?’
「내공을 확실하게 갈무리하고 있어 깊이를 가늠하기가 힘드나이다.」
‘반박귀진의 고수라고 했지?’
「예. 우선은 그렇게 판단되옵니다.」
반박귀진은 절정을 넘어서거나 이를 엿보기 시작하는 고수들이나 닿는 경지.
너무 뛰어나기에 오히려 평범해 보이는 상태를 가리켰다.
당장 내가 악령전포를 둘러서 전력을 다해 싸워도 이기기 힘든 적수라는 뜻.
아무래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회와 가장 가까운 배신자의 꼬리를 드디어 붙잡았다.
주먹을 꽉 쥐었다.
신도도 구하고, 꼬리도 붙잡고.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반박귀진의 고수가 정체를 숨겼다고 해도, 정체가 짐작이 전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도마북해종(刀魔北海宗).
저 머나먼 북쪽 끄트머리 지역. 유목민들이 살아가는 사막과 초원, 그리고 대수림마저 넘어서면 오로지 빙산과 빙해로만 가득한 얼어붙은 세상이 나타난다.
도마북해종은 바로 그런 척박한 대지에서 넘어온 이들이었다.
그 옛날, 북해빙궁(北海氷宮)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멸망을 맞으면서 천산으로 흘러들어 왔던 자들.
그들이 일으키는 한풍과 냉기는 천지사방을 빙판으로 얼릴 정도로 대단해서 천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숨에 구대종파에 꼽힐 정도였다.
특히 도마북해종이 가진 신물, 빙정(氷晶)은 엄청난 음기를 품고 있어서 흑골귀곡이 뛰어난 강시를 제련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재료이기도 했다.
때문에 흑골귀곡은 아주 오랫동안 도마북해종에 충성을 바치는 번견 노릇을 해왔다.
백골망사가 말한 배신 종파 명단 중에 도마북해종이 있기도 했으니 틀림없이 놈들일 것이다.
‘북해종이 암존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운 주체였던 거야. 다른 네 명의 흑귀들은 그들을 맞으러 사당을 비웠던 거고.’
어떻게 흑골귀곡 따위가 암존을 노릴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아귀가 착착 맞아들어가는 것 같았다.
회의 지원을 받은 북해종이라면 충분히 당문을 노릴 법도 하니까.
지금 당장 내가 움직여야 할까 싶기도 했지만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도리어 저쪽에다 내 정체를 들킬 수 있었으니까.
움직일 거면 단번에 들이닥쳐서 신도들을 구해내고 추격자들을 제거해야만 했다.
.
.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을 무렵.
어느새 바깥이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달이 떴다.
밤이었다.
그때였다.
“자리가 없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바깥에 워낙에 인파가 많아서… 비단 저희 다관만 사람이 꽉 찬 게 아니라 도성현에 있는 다른 객잔이며 다관들도 똑같은 실정일 것입니다. 이해해주십시오.”
“그러면 저긴 뭐지? 혼자서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지 않잖아?”
계단 쪽이 너무 소란스러웠다.
지금까지 관찰했던 인파 중에서도 가장 손에 꼽을 만큼 막대한 내력을 품은 이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일남이녀(一男二女)의 손님이 막무가내로 계단을 오르려는 것을 점소이가 쩔쩔매면서 막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
옷차림으로 봐서는 깨나 콧방귀를 끼는 명문가의 자제들처럼 보였다.
혹시나 해서 자색요안으로 살펴보니 세 사람 모두 딱히 마기는 감지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냥 차라도 즐기기 위해 온 손님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관심을 거두고 다시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데, 잠시 나와 눈이 마주쳤던 남자가 히죽 웃으면서 이쪽으로 재수 없는 낯짝을 들이밀었다.
“이게 누구야? 구룡분가의 운휘잖아?”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