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5)
환생마신전-5화(5/390)
육 년
“아들아!”
남궁산영은 당호산과의 사이에서 두 명의 자식을 두었다.
첫째인 장녀 당규진은 본가인 당가타는 물론, 구파에서도 눈독을 들일 정도로 이미 뛰어난 재능을 보인 바가 있어 천엽선자(千葉仙子)라고 하면 사천 무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둘째인 당유창 역시 마찬가지. 누이에 비할 바는 아니나, 뛰어난 후기지수로서 이미 암영기재(暗影奇才)라는 별호를 당당하게 얻었으니.
제 아비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더 영광되게 만든다고 하여 당가타에서는 그들 남매를 호부호자(虎父虎子)라 칭찬하기도 했다.
목석처럼 딱딱하기만 한 남편과 금슬이 좋지 않던 남궁산영에게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분신들.
“그간 별래무양 하셨습니까?”
“대체 언제 나온 것이냐? 원하는바 성취는 얻었고?”
가주 방문을 앞두고 당유창은 반년 간 폐관수련을 자청했었다. 암존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족하나마 암영기(暗影氣)의 소성(小成)을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장하구나, 내 아들! 역시 너라면 해낼 줄 알았어!”
남궁산영은 당유창을 와락 끌어안았다.
암영기는 한 번 펼치면 그림자처럼 은밀해지기에 당가타에서도 절기로 꼽는다.
그런데 그걸 소성이나 해냈다니 자랑스러울 수밖에.
그렇게 짧은 해후를 즐긴 뒤.
당유창이 꺼낸 말에 남궁산영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서자 놈과 관련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머니께 고약한 언사를 지껄였다지요?”
“…그 고약한 놈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거라. 길러준 은혜도 모르고, 감히 그딴 태도를 보이지 않더냐! 내가 가만히 있지 않-”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으음?”
“정말 녀석에게 배후가 있는 것이라면, 지금 그걸 캐보려 해봤자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뿐입니다. 그래서야 안 되지 않겠습니까?”
타초경사. 풀을 두들기면 뱀이 놀라 달아나는 법.
“그래. 네 말이 맞다. 구룡분가를 좀 먹는 자가 있다면 어떻게든 뿌리까지 색출해야지.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가주 방문 행사 때, 가주께 서자 놈을 추천하겠습니다.”
“…뭐?”
당유창은 손에 들고 있던 쥘부채로 입술을 가리며 웃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 남궁산영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그럼 그 배후도 좋다며 덩달아 머리를 치켜들지 않겠습니까? 서자 놈을 어떻게 써먹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약이라도 먹여서 그 아이의 경지를 그럴싸하게 포장할 테지. 당연히 제 지분을 인정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테니… 그때 전부 일망타진하자는 것이로구나?”
“예. 바로 그것입니다.”
남궁산영은 당유창의 생각을 읽고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호호호호! 그것참 그럴싸한 계획이로구나. 확실히 그런다면 그 아이가 어떤 발악을 하던 간에 가주의 눈 밖에 날 테니 가문에서도 쫓겨날 테고?”
“그렇지요.”
“하지만 말이다. 이건 자칫 우리 구룡분가에 짐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자식 하나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내홍만 겪는다며 가주께서 진노하실 수도 있을 텐데.”
“그야 잘 포장하기 나름이지요. 저희는 그저 형제의 우애로서 서자 놈을 천거한 것일 뿐, 정작 그 서자 놈이 사고를 친 것이라면 모든 화살이 그쪽으로 쏠리겠지요.”
또한, 그 과정에서 당유창 남매가 대비되어 더 높이 보일 수 있을 터.
“‘사고’라? 어찌하려고?”
남궁산영의 질문에 당유창이 비릿하게 웃었다. 제 어미를 닮은 미소였다.
자세한 계략을 모두 듣고 난 뒤, 남궁산영은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쉽다는 듯 짙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네 누이도 부디 너처럼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다른 일에는 똑부러지면서 그 아이의 일만큼은 그러질 못하니 원.”
“그만큼 심성이 곱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면 누이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맏이인 당규진은 구룡분가에서 유일하게 운휘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다. 그래서 남궁산영은 항상 이점이 안타까웠다.
드르륵!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시녀장이었다.
“급하게 아뢸 일이 있어 이리 결례를 무릅쓰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더냐?”
“열흘 뒤에 첫째 아가씨께서 구룡현에 드실 예정이란 전언입니다.”
“진아가? 행사에 맞춰서 올 거라더니 드디어 온 모양이로구나. 호호호.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란 거지?”
“저, 한데 그것이-”
“자세히 말하지 못할까!”
남궁산영이 불안감에 눈살을 좁혔다. 시녀장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아가씨께서 백색전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노하셨다고-”
“뭐라?”
남궁산영의 쌍심지가 치켜 올라갔다.
그때, 그녀는 때마침 창문 위로 웬 거미 한 마리가 올라가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 * *
쉭! 쉬쉬쉭-
백색전의 좁은 방. 나는 지난 두 달간 여기서 밖으로 일절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로 묵묵히 수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몸을 거세게 움직였다.
그 기세가 마치 범이 사냥감을 전력으로 쫓아 명줄을 물어뜯는 듯한 포악함이 담겨 있었다.
파바바박!
폭호십이박(暴虎十二拍). 낭인들 사이에 내려오는 고급 기초기 중 하나로, 권장지각(拳掌指脚)을 포함한 신체 전반을 마치 흉기처럼 다루기에 단련이 절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체내 곳곳에선 비명이 터져 나오는 중이었다.
쓰지 않던 근육을 억지로 쓰고, 딱딱 끊어지는 동작 때문에 인대에 적잖은 무리도 갔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개선 시킨 육체를 단시간에 단련하기에 이만한 무공도 없었다.
매일 망령환을 삼키면서 혈도와 경맥을 청소하고,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극한의 근육 단련으로 신체를 강화하면서 만들어낸 결과.
하지만.
―처, 천마신교 말씀이십니까? 그야 당대 천마가 실종된 지 육 년이나 지나지 않았습니까?
정작 나는 이런 변화를 기뻐할 겨를이 없었다.
형삼을 시켜서 알게 된 지난 강호사(江湖史) 때문이었다.
육 년!
무려 육 년이 지났단다.
‘연운휘’가 죽은 지.
―그 때문에 천마신교는 현재 구대마종이 서로 갈라져서 내전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원신전륜겁이 성공하는데 실제 시간 흐름과는 격차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클 줄이야.
끽해야 한두 달 격차가 고작일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 실수였다.
세상은 이미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달라져 버린 상태였다.
신교는 한창 내전을 치르고, 마도연맹은 각기 난립을 시도하고 있다.
중원은 이참에 천산을 제거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중.
난세였다.
어디서 당장 뭔가가 폭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서 하루라도 빨리 여기 구룡분가를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보다 더 자세하게 신교의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니. 아직은 아냐.”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은 접었다.
당장 ‘당운휘’의 신분으로 잘못 움직였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뿐더러, 급하더라도 지금은 자중해야 할 때.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면서 기회를 노려야 했다.
신교의 분열에는 분명히 회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관여되어 있을 테니.
“그나마 가능한 시도라면 비밀 분타에 대한 접선이 고작. 하지만 이것도 위험성이 너무 커.”
사천에도 신교의 비밀 지부가 있을 테니 들러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는 것.
실종되셨다는 사부님의 행방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딱 이 정도였다.
현재 내가 시도해볼 만할 수 있는 시도는.
하지만 이걸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저걸로도 행방을 찾지 못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회의 눈에 띠지 않으면서 사부님과 관련된 고위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
떠오르는 건 딱 한 가지 방법밖엔 없었다.
“암존의 방문.”
사부님과 함께 천하십대고수 중 일인으로 거론되던 거인의 방문.
이걸 어떻게 잘 이용할 만한 방법이 없을까?
타닥!
“후우-”
열두 개로 이뤄진 초식들을 전부 펼치고 난 뒤. 길게 내뱉는 날숨에 단내가 잔뜩 섞여 나왔다.
동작이 아직 많이 미숙한 것 같았다.
수정해야 할 점들을 복기하면서 다시 한번 더 폭호십이박을 전개했다.
목표는 폭호십이박의 완성(完成).
그러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 * *
얼마나 무공에 집중했을까?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망령환을 입 안에 털어 넣고, 다시 가부좌를 틀고서 독룡심결을 운용했다.
이제는 아주 한 몸이 된 것처럼 익숙한 길을 따라 내공이 돌기 시작했다.
일주천, 이주천, 삼주천…….
그렇게 몇 바퀴씩 내공이 돌면서 체외로 탁기와 피로를 한창 내뱉었다.
이러고 나면 따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체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아예 아무것도 안 먹는 건 아니었다.
운기행공을 끝내고 눈을 뜨니, 웬 거미 떼가 내 앞에다 벽곡단을 내려놓고 있었다.
“뭐야, 또 이거야? 다른 거 좀 가져오라니까! 물려 죽겠다고. 진짜 친구들 따라가고 싶어?”
눈살을 찌푸리자 대장거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요, 요즘 부엌의 경비가 사, 삼엄하오! 몰래 가져오려면 폐관 수련장에서 이걸 챙기는 게 최선이었소! 믿어주시오, 소교주!」
사실 나는 모든 장로들을 망령환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개중에 원래 성격이 유약해서 부려 먹기 좋거나, 회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가담했던 놈들은 따로 뒤로 빼뒀다가 이런 식으로 아주 요긴하게 부려먹고 있었다.
거미나 개미 따위에게 심기만 해도, 몰래몰래 음식도, 식수도 잘 갖다 주는 훌륭한 배달원이 된다.
덤으로 분가의 내부 정황까지 알아내서 가져다 바친다.
“윽, 진짜 더럽게 맛없네. 뭐 새롭게 추가된 소식 같은 건 없어? 암존이 어디까지 왔다던가.”
맛없는 벽곡단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묻자 대장거미가 있다면서 머리를 마구 끄덕였다.
「당… 유장? 유청?」
“당유창이겠지.”
거미 생활 좀 몇 달 했다고, 이것들은 지능까지 같이 퇴화하는 모양이다.
「아, 맞아! 그런 이름이었소! 하여간 당유창인지 뭔지 하는 아들놈이 폐관 수련을 마치고 복귀했소.」
“올 때 되긴 했지. 일정대로라면 암존 방문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설마 그뿐이야?”
「아, 아니오! 그놈이 아무래도 소교주를 상대로 대부인과 모종의 작당을 벌일 듯하오.」
“작당?”
나는 흥미가 돋아 어서 말해보라며 턱짓을 했다.
대장거미도 그제야 화색이 돈 목소리로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죄다 떠벌려댔다.
“행사 때 날 담그려 한다? 내 뒤에 배후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소이다!」
“새끼들, 소설 쓰고 앉았네.”
헛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확실히 그들 모자 입장에서는 그런 결론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동안 호락호락하게 잘 당하던 호구 놈이 눈깔이 뒤집혀서는 바락바락 대들고 있으니 믿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설마 천마신교 소교주가 빙의했다고 생각이나 하겠어?
그게 원래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제 어떡할 거요, 소교주?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잖소.」
“잘만 써먹으면 괜찮은 그림 좀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용을 훤히 다 들킨 음모를 이용해서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것만큼 손쉬운 것도 없다.
“추천, 추천이라.”
하지만 곧 심드렁한 마음이 되었다.
“뭐, 굳이 따로 뭘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으, 으응?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일일이 당신한테 설명해야 하나?”
「아, 아니오! 그, 그냥 호기심에 물은 것뿐이니 괘념치 마시구려. 하, 하하하!」
이랬다저랬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내 모습이 아마 녀석에겐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만큼이나 죽을 맛이지 않을까.
부려먹을 때 부려먹더라도 이런 식으로 종종 밟아줘야 자기 주제를 자각한단 말이지. 원래 사마외도라는 것들은 뒤통수 후려치기가 근본인 종자들이거든.
여하튼 내 결론은 똑같았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암존에게 날 추천한다지 않나?
설마 소천마였던 내가 암존의 눈에 띄지 못하려고?
만약에 뭘 한다고 해도, 저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도록 계속 맞장구를 쳐주면서 판을 몰래몰래 깔아주는 정도면 충분했다.
차라리 이 기회를 잘 이용해서 특무대로 선발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뒤에는 극한 훈련을 받다가 죽은 척 위장해서 신분을 바꿔버려도 되고, 혹은 암존의 제자가 되어 중원 무림의 핵심부에 접근해도 된다.
그럼 그만큼 고급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질 테니, 실종된 사부의 행방을 찾는 것도 훨씬 수월할 테지.
할 수 있는 건 아주 많았다.
그러니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며칠 안에 몸 상태를 최고조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뿐.
다시 훈련할 준비를 했다.
「…지독한.」
대장거미가 질린다는 기색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