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57)
환생마신전-57화(57/390)
새, 새가 말을 한다!
나는 검지와 엄지로 콧잔등을 매만졌다.
황당해도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내가 심문할 수 있게 정신 교육을 해놓으라고 했지, 정신을 놓게 만들라고 했냐?”
「그, 그것이 살아생전에 높은 경지를 구축한 인간이다 보니-」
“그만큼 의지력도 높을 거로 생각했다고?”
「그, 그렇사옵니다!」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신명 나게 두들겨 팬 거구나?”
「…….」
「…….」
망령들은 하나 같이 합죽이가 되었다.
하나 같이 대답하기를 꺼리는 태도.
괜히 내게 꼬투리 잡혀서 시달릴까 몸을 사리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십오 호가 도중에 끼어들어서는 내 앞에 넙죽 엎드렸다.
「소마를! 소마를 벌하시옵소서, 소교주시여!!」
이놈은 또 왜 이래?
전혀 사전에 이야기된 사항이 아니었는지 온마와 다른 망령들의 표정도 얼떨떨했다.
「선배님들은! 선배님들은 죄가 없사옵니다! 이 모두 소마의 불찰이옵니다! 막내가 들어온다는 말에 소마가 드디어 소교주의 은혜에 보답할 길 생겼다는 마음에 의욕이 앞선 나머지 그만-」
이거 보게?
이놈이 잔머리를 기가 막히게 쓰는구나?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나을 테니까.
남들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 내가 감동이라도 받으면 점수도 딸 수 있으니 전혀 손해볼 것이 전혀 없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봐줄 정도는 되었다.
“그래. 의욕이 너무 앞서면 그럴 수 있지. 십오 호는 정상 참작한다. 옆으로 빠져.”
십오 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살아있을 때도 짓지 않던 화사한 웃음이었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십오 호가 잽싸게 내 옆으로 달려왔다.
그제야 다른 망령들도 정신이 번쩍 들었던지 죄다 오체투지를 시전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소교주!!」
「소마의 잘못이옵니다!」
「아니옵니다! 소마가 놈의 머리를 몽둥이로 내려쳐서 생긴 일이옵니다! 소마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저자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소마가 놈에게 열네 대를 때렸사온데 그중에 일부가-」
「소마를-」
이것들이 갈수록 약아빠져서는 뭐 하나만 걸렸다 싶으면 그것만 물고 늘어진단 말이지.
그런데 어쩌나?
이미 마차는 떠났어, 새끼들아.
“전부 너희들 잘못이다?”
「아니옵니다! 소마의 잘못이옵니다!」
「소마이옵니다! 소마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소교주의 명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너도 나도 서로 잘못했다고 나서는 모습이 참 우애가 깊고 보기 좋았다.
“그래. 그러면 정리를 해보자면 너는 뒤통수를 후려쳤고, 너랑 너는 다리를 붙잡았고, 너는 안면을 때렸고, 또-”
나는 망령들을 일일이 가리키면서 그들이 스스로 말했던 잘못들을 지적해줬다.
망령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게 아닌데?
뭔가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얼굴들.
내가 씩 웃었다.
“이렇게 다들 서로 벌을 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네. 다 같이 줘야지.”
「소, 소교주시여?」
「그, 그 말씀은 맞긴 하, 하오나-」
“당장 순번대로 엎드려 뻗친다, 실시.”
「!!」
「그, 그것은!」
“어쭈? 안 해?”
「히이익! 하겠사옵니다! 당연히 하고 말구요!」
「여기! 여기서 서겠사옵니다!」
하나둘씩 차례로 엎드려뻗쳐를 실시하는 망령들을 보면서 나는 십오 호에게 몽둥이를 쥐여주었다.
“한 놈씩 돌아가면서 이걸로 볼기짝 내려쳐.”
「하, 하오나-」
“왜? 너도 같이 맞게? 그럼-”
「아, 아니옵니다! 소교주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몽둥이를 받는 십오 호의 손길이 덜덜 떨렸다.
여태껏 자신에게 군기를 잡던 선배들에게 직접 매타작하려니 쉽지 않겠지.
하지만.
꼴깍!
십오 호가 마른침을 삼키더니 갑자기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
그리고.
빠악!
「꺄아욱!」
「다음!」
「자, 잠깐만! 십오 호! 우리 서로 오해가 쌓인 게 있으면 대화로 풀- 꺄아욱!」
빠악! 빠아악!
십오 호는 아주 물 제대로 만난 고기처럼 몽둥이를 신명 나게 휘둘러댔다.
역시 끼요옷 할 때부터 알아봤어.
십오 호, 저놈은 완장을 차면 아주 잘 써먹을 놈이었다.
지금도 봐라.
아주 날아다니고 있잖나.
여태 선배들이랍시고 거들먹대던 망령들에게 드디어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주 발이 땅에 닿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 이걸로 망령들 징계는 이만하면 됐고.
「헤헤헤헤헤.」
여전히 방실방실 웃는 백산을 보며 나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야, 이제 그만하지?”
백산의 입에서는 여전히 침이 질질 흘렀다.
「헤헤헤. 인간이다, 인간. 놀자. 나랑 노올자.」
“그런다고 내가 아무것도 안하고 널 그냥 소멸시킬 것 같아?”
「헤헤헤헤헤.」
살아생전 저만한 경지를 개척한 고수가 심문 좀 했다고 정신을 놓는다고?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나는 녀석의 얼굴에다 손을 얹으며 흑룡기를 불어넣었다.
우우웅!
그러자 차가운 순수음기가 부여되면서 백산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었다.
「저, 저것은! 꺄욱!」
「우리도 받지 못한 것을! 아악!」
망령들의 얼굴에 시샘이 가득 차는 동안, 흐리멍덩했던 백산의 눈가에도 초점이 돌아왔다.
「…제기랄.」
백산도 더 이상 연기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여겼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내가 음기를 불어 넣어서 망가진 영격을 복구시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이제야 정신이 좀 드나 봐?”
「그냥 날 소멸시키십시오. 어차피 당신이 내게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백산의 안광이 강렬하게 빛났다.
동공 너머로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보였다.
아마 웬만한 심문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니 자기 체면을 깎는 꼴인데도 불구하고 정신 놓은 척 되지도 않은 연기까지 해댄 거겠지.
죽어서도 이런 충성심이라니.
참 이것도 물건이다 싶었다.
하지만.
놈들이 오히려 그럴수록 나는 좋았다.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글쎄. 알아낼 수 있고 없고는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나는 소맷자락을 걷어붙였다.
“사실 말이야, 나는 백골망사와 다르게 너는 끝까지 버텨줬으면 좋겠어.”
「…무슨.」
“너무 쉽게 순순히 불면 재미없잖아? 최대한 버티고 또 버텨야 내가 재미있지.”
「!!」
신화종의 신도들이 이들에게 고통받아야 했던 시간이 무려 육 년이었다, 육 년.
고작 몇 시진 정도로 그걸 퉁 쳐 버릴 수는 없잖아?
그러니 백산이 최대한 버텨줬으면 했다.
어차피 죽은 놈이니 또 죽어버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영체가 아무리 훼손되어도 흑룡기로 얼마든지 원상 복구할 수 있으니 어느 고문법을 사용해도 문제 없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버텨줘. 더도 덜도 말고 신도들이 고통스러웠던 만큼만.”
「!!!」
백산이 경직되었다.
녀석의 동공에 비친 나는 마치 악귀처럼 웃고 있었다.
* * *
일노는 한창 떠들썩하다가 조용해진 마차 쪽을 슬쩍 훔쳐봤다.
‘보시던 일은 전부 끝나신 건가?’
앙마신화종의 신도라면 운휘가 망령을 다룬다는 사실쯤은 모두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소문으로만 듣던 것과 실제로 목격한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보며 떠드는 운휘를 보고 있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섬뜩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무슨 대화를 심각하게 논의 나눈 뒤에 드문드문 보이는 눈빛은 아주 예리해서 좀처럼 산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죽은 자와 산 자의 세계를 넘나든다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눈빛이었다.
‘그러니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저 지옥에서 직접 돌아오실 수 있으셨던 거겠지.’
일노에게 있어 운휘는 더 이상 그냥 단순한 소교주이자 모셔야 할 주군이 아니었다.
신앙이었다.
부활(復活).
이 세상에 이보다 더한 신비가 어디 있겠는가?
특히 자신들을 지옥의 밑바닥까지 밀어 넣으려던 도귀를 처치했을 때 보았던 모습은… 달밤을 등진 채 가면 너머로 웃음기 섞인 눈빛을 보여주셨을 때는… 정말 하늘에서 마신께서 직접 강림하신 줄로만 알았다.
적에게는 신벌을, 신도에게는 구원을.
그때 일노의 심장에 아로새겨진 운휘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각인으로 남아있었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소교주께서 앞으로 큰일을 벌이시매 자신이 혹여나 발목을 붙잡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뿐.
그러니 더욱더 빨리 강해져서 옆에서 봉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여전히 주군… 이라는 단어는 영 어색하지만.’
일노는 검지로 볼을 긁적였다.
저 안에서는 과연 어떤 심문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 나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였다.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푸드득!
갑자기 일노 옆으로 새 한 마리가 조용히 날아와 옆쪽 어자석에 앉았다.
운휘가 데리고 다니던 그 새.
“응?”
일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람 목소리가 들렸는데 사람은커녕 새만 있으니 의아할 수밖에.
그런데 주변은 온통 풀벌레 소리 가득한 산길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사람의 인기척도 감지할 수 없었다.
“…내가 헛것을 들었나.”
일노는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해졌다고 생각한 나머지 눈덩이를 매만졌다.
「헛것을 듣긴 뭘 헛것을 들었다는 겐가? 아주 제대로 들었거늘.」
“…으잉?”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잘도 진지한 척 굴더니. 지금은 완전히 얼이 빠졌구만?」
“???”
헛것이 아니었다!
일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해종이 만약 자객을 보낸 것이라면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여기일세.」
하지만 감각을 아무리 세워봐도 여전히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주르륵!
「여기라 하지 않았나.」
꽉 쥔 주먹에 땀이 찼다.
아무래도 적은 숨어서 나를 우롱하다가 판단 착오를 일으키게 하려는 속셈인 것 같-
빠아악!
그때 갑자기 새가 껑충 뛰어오르더니 날개로 일노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이, 이게 갑자기 뭔-”
「여기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것이냐! 그런 눈치로 대체 어떻게 앞으로 소교주의 하인 노릇을 하겠다고. 쯧쯧.」
“!?”
일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 있어? 선배를 봤으면 인사부터 하지 않-」
“새, 새가 말을 한다!”
기사도 이런 기사가 없었다.
어떻게 날짐승 따위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에 기겁하는데, 갑자기 온마가 다시 훌쩍 뛰면서 일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정신 차려라, 이것아! 앞으로 소교주를 옆에서 모시다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텐데 벌써 놀라면 어쩌려고!」
온마는 늠름하게 턱을 최대한 높게 치켜들었다.
아무래도 이 아둔한 후배를 위해 특별히 자기소개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앞으로 구룡분가에서 소교주를 옆에서 가장 많이 모실 것 같은 두 사람이 통성명이라도 나누고 친분이라도 다져야 하지 않겠는가.
절대로, 저어어얼대로 마차 안에서 살벌하게 벌어지고 있는 체벌 시간을 피해 몰래 도망쳐 나온 건 아니었다.
“…그, 그럼 그쪽은 주군께서-”
「그러니라. 본인이야말로 소교주께서 부활하신 이후, 처음으로 거두신 최측근 일호-」
“키우시는 애완동물?!”
온마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팼다.
빠아악!
일노의 머리 위로 혹이 하나 더 생겼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