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59)
환생마신전-59화(59/390)
한(恨)
당규진을 비롯한 지원 병력이 빠르게 능선 위를 달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서둘러 줘!”
“공녀! 마음이 급하신 건 잘 알겠습니다만, 아무리 운휘 공자라고 해도 하루 만에 도성현으로 넘어가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이리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원 병력은 총 여섯 명.
하지만 숫자가 적다고 해서 이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 개개인은 이미 젊은 시절에 사천 무림을 들썩이게 했던 구룡분가의 최정예들이었으니까.
정풍각의 각원들.
옛 광풍대의 출신이기도 한 인사들이었다.
‘대체 뭣 때문에 이러시는 걸까.’
책임자 역할을 맡은 당리는 왜 이렇게 당규진이 채근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사안이 급박하다는 사실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운휘가 대단하다는 사실도 이제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이리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구룡현과 도성현은 거리만 가까울 뿐이지, 그 중간에는 고원을 넘어야만 닿을 수 있을 정도로 험난한 산길을 자랑했다.
그들처럼 실전 경험이 풍부한 광풍대 출신들도 진격 속도를 내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그러니 아무리 운휘가 급하게 속도를 냈다고 하더라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중에 지쳐서 휴식을 취하거나, 혹은 밤이 늦어 노숙이라도 한다면 시간이 훌쩍 흐르고 마니까.
하지만 이런 내용을 아무리 설명해줘도 당규진은 아주 간단하게 일축했다.
“그래서 휘아가 쉰 흔적을 찾았어?”
“그건-”
“오히려 휘아가 바쁘게 지나간 흔적만 발견했던 것 같은데?”
“…….”
여기선 당리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고원을 넘는 길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운휘의 흔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휴식을 취한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잠시 숨만 돌리고 바쁘게 움직인 흔적만 있을 뿐.
혹시 누군가에게 쫓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지만, 주변에 남은 흔적을 봐서는 또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쉽게 말해 모든 게 수수께끼였다.
상식적으로 실전 경험이 부족한 운휘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게 말이 되지 않은데, 또 그런 흔적들은 남아 있었다.
이런 걸 보고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제대로 본 게 맞았어.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휘아는 지금 다급한 거야.’
당규진은 자신과 당곤을 분가로 보내고 홀로 도성현으로 향하던 운휘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도성현으로 가고 싶어 했다.
뭔가 쫓기는 사람처럼.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보통 그럴 때 시야가 좁아져 큰 사고를 겪을 수 있었다.
당규진은 그럴 일만큼은 반드시 막고 싶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부탁할게.”
“…예, 알겠습니다.”
결국 당규진이 고개까지 숙여 부탁하자, 당리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당규진 일행은 분가에서 보낸 전서응으로부터 새로운 소식을 받게 되었다.
―운휘 공자와 사자문의 도사대 간에 충돌이 발발, 운휘 공자가 큰 승리를 거둠.
―해당 장소에 아미파의 정월현녀와 청화산장의 백검목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 중.
―해당 내용 파악 필요.
“휘아가 민 매와 선 매를 만났다고?”
유수민, 사마선의는 당규진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촉산교연(蜀山交緣)이라는 서부 지역 후기지수들의 모임에도 같이 가입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그들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리의 이목을 끈 건 다른 내용이었다.
사자문의 도사대와 갑자기 왜 운휘 공자가 충돌했단 거지?
사자도왕이 청천검제에게 패배한 사실이야 워낙에 유명하니 도사대가 사마선의를 노릴 수는 있었어도, 왜 마교의 끄나풀을 쫓던 운휘 공자와 엮인 건지 도저히 그 맥락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당규진의 말마따나 운휘가 이미 도성현에 도착했고, 거기서 분쟁에서 이겼을 정도로 체력 회복까지 마쳤다는 것.
‘어쩌면 운휘 공자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실지도 모르겠구나……!’
당곤이 침이 튀도록 운휘에 대해서 칭찬하고 다녔을 때는 제자 사랑이 참 넘치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쉽게 여길 만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험난한 고원을 넘으면서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체력 안배도 그렇고, 도사대와 충돌하고 승기를 거둔 것도 그렇고, 절대 그냥 단순히 실력만 기르신 게 아니다.’
당리의 머릿속에 잡힌 운휘에 대한 평가가 확 바뀌었다.
‘타고난 사냥꾼이신 거야.’
실전에 있어서 이토록 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면 마교의 끄나풀 사냥도 분명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었을 터.
‘이런!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더 서둘렀어야 했어.’
당리는 다른 각원들과 논의를 나눈 뒤, 새벽이 되어도 노숙하지 않고 산등성이를 완전히 넘었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는 마차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당(唐).
―구룡(九龍).
자신들이 가진 깃발과 다르게 조악하게 보이는 게 급하게 만든 듯했다.
하지만 그건 분명히 구룡분가를 상징하는 깃발이었다.
당규진도 당리와 함께 더욱더 속도를 박차 마차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자석에 앉아있는 마부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고수!!’
당규진 일행은 모두 바짝 긴장했다.
한낱 마부라고 하기에는 일노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만만치 않았으니까.
‘화산을 보는 것 같다.’
특히 눈높이가 맞지 않아 일노가 이쪽을 내려다봤을 때, 더욱더 그 기운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아무런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은 동공 속.
마치 포악한 성질의 기운을 강제로 억지로 눌러 담은 것만 같았다.
톡 하고 건드리면 펑 터져서 이 주변을 송두리째 잡아먹는 게 아닐까.
마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처처척!
당리와 일행은 일제히 암기를 꺼내며 싸울 준비를 갖췄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품은 채 감히 당문과 구룡분가를 사칭하는 작자였다.
선자불래 내자불선(善者不來 來者不善)이라, 절대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없으니 노림수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어쩌면 운휘를 해치고 돌아가는 마교의 끄나풀일지도 모르지 않은가.
「키키키킥! 괴물이야, 이건 괴물이라구! 예전의 괴물이 훨씬 더 강해져서 돌아왔어! 이래서야 이제는 우리도 당해내기 어려울 것 같은데?」
당규진도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다 말고 청색귀면이 내뱉은 말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신은 분명히 처음 보는 작자인데도 불구하고, 청색귀면은 낯익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돌아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도 모르겠어? 이히히. 멍청한 것들. 너희들이 감지한 기운의 주인은 저 마부 따위가 아니라구! 저 새지!」
‘뭐?’
마부의 왼쪽 어깨 위에 사람 몸통보다 더 큰 매가 앉아 있었다.
「기억 안 나? 안 나면 안 되는데. 날 갖고 있으면서 모르면 안 되는데. 어린 나이부터 벌써 치매 오면 안 되는데.」
당규진은 매 쪽으로 감각을 곤두세웠다.
그 순간.
‘!!!’
당규진은 등골이 저절로 오싹해지고 말았다.
여태껏 감지하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들끓고 있는 활화산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동안 그녀가 퇴치하고 다녔던 수많은 괴이를 한 곳에 때려 넣어도 절대 비교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괴이였다.
마(魔).
겉보기에만 새의 형태를 하고 있을 뿐, 이건 차라리 요괴(妖怪)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이히히히! 이제야 느낀 거야? 둔하네! 너무 둔해!」
문제는 그 괴이의 기질이 낯익다는 점이었다.
‘…설마 저 매, 백색전에서 운휘가 복종시켰던 그 괴조야?’
「맞아!」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긴 왜 안 돼! 바로 저기에 있는데!」
운휘가 거둔 고조만 해도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른 기파를 자랑했다.
대체 그 짧은 새에 어떻게 저렇게까지 진화할 수 있었던 걸까?
무슨 기연이라도 있었나?
아니, 애당초 저런 걸 다스릴 수나 있는 걸까?
요괴는 말 그대로 요괴였다.
요사스럽고(妖) 괴상하기에(怪) 요괴라 불리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내뱉는 부정적인 사념들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요괴의 눈에 인간은 일개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고, 도사들은 항상 요괴들을 퇴치하려 애썼다.
만약 길들일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요괴라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공포를 조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영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저 매는 그게 아니었다.
요괴의 성질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마저 뛰어넘는 마의 성질까지 품고 있었다.
지금도 보라.
그냥 단순히 이쪽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당규진과 당리 일행을 이리도 바짝 긴장하게 만들지 않는가 말이다.
당리가 앞으로 나서며 호통쳤다.
“왜 본가의 깃발을 걸고 있는 거지? 운휘 공자께선 어디에 계시느냐?”
“주군께서는-”
목석같던 마부의 입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주군?
일행의 머릿속에 똑같은 의문이 어리던 그때였다.
탁!
갑자기 마차 문이 활짝 열리더니 누군가가 천천히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운… 휘 공자?’
‘그런데-’
‘정말 공자가 맞으신가?’
‘맞긴 맞는데, 분명히-’
‘아니신 것 같아.’
운휘였다.
그런데 운휘가 아니었다.
천잠보의를 길게 늘어뜨리면서 걷는 걸음걸이.
힘이 넘쳤다.
하지만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압박감이 주변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화아악!
“!!”
“!!”
“!!”
온마가 풍기던 마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운휘의 기운이 그 자리를 꽉 채웠다.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당규진도, 당리도, 다른 정풍각 각원들도 이 순간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지난 두 달간 만났던 운휘는 항상 자신만만했다.
늘 웃고 있었고, 뭔가를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항상 운휘에게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손을 대는 순간 송두리째 타버릴 것 같았다.
육체도, 영혼도 전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이글대는 불길.
하지만 제대로 폭발할 곳을 찾지 못했기에 단순히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당규진 일행은 목숨의 위기를 느껴야만 했다.
대체 무슨 일을 겪으면 사람이 이토록 살벌한 살기(殺氣)를 품을 수 있는 걸까?
악의로 똘똘 뭉친 악귀가 따로 없었다.
“주, 주군?”
일노도 이런 운휘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었다.
온마의 눈동자도 충격으로 살짝 떨렸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 망령들을 갈구는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백산을 심문하시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온마는 그때 혼비백산해서 마차 지붕 위로 튀어나오던 망령들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겐가!?」
「도귀를 심문하시던 중에 일이 벌어진 것 같네!」
「일이라니?」
「우리도 자세한 건 듣지 못했어! 아무래도 도귀가 신화종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지껄인 것 같아!!」
「이런-」
온마는 아차 싶었다.
‘여태 눌러두던 분노가 폭발하신 거로구나!’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았을 뿐, 운휘가 얼마나 육 년의 공백에 깊은 한(恨)을 가졌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백산이 기어코 그걸 자극한 모양이었다.
저 분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온마도 어쩔 줄 몰라 방황하던 그때였다.
저벅!
“…공녀?”
“뭘 하시려고?”
갑자기 당규진이 운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리와 일행들도, 온마와 망령들도, 일노도 모두 당황했다.
이대로 당규진이 운휘가 쏟아내는 살기에 잡아먹힐 것 같았다.
하지만 당규진은 덤덤한 기색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다 버렸다.
‘슬퍼 보여.’
당규진은 운휘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인상을 받았다.
그녀라고 해서 왜 지금의 운휘가 두렵지 않을까.
하지만 이상하게 그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스스로도 이유를 몰랐다.
어쩌면 살벌하게 보이는 눈동자 아래에 비치는 그림자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는지도 몰랐다.
지금 그녀의 눈에 운휘는 상처를 잔뜩 입고 방황하는 늑대로만 보였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운휘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저 가슴에 쌓인 한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
“…….”
당규진은 가만히 운휘를 끌어안아 주었다.
운휘는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환생마신전